‘막가는 안티팬’ 이재명 악마화 막전막후

몽땅 달라붙어 사정없이 흔든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국을 돌며 순회 경선 당원 투표서 표를 싹쓸이하니, 막아낼 사람이 없다. 국민의힘과 보수 지지층, 반 이재명 세력이 한데 모여 오직 한 사람을 끌어내리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

집회 현장은 ‘윤석열’ ‘이재명’ 두 사람의 이름이 빼곡히 자리를 채웠다. 탄핵 찬성파는 “윤석열을 파면하라” 피켓을, 탄핵 반대파는 “이재명을 감옥으로” 피켓을 흔들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나라가 발칵 뒤집혔지만, 어째서인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이자 대선 예비후보를 향한 비난의 수위도 덩달아 높아졌다.

‘170석’
자리의 무게

유력 대선후보의 비호감도가 높게 측정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지난 2017년 치러진 제19대 대선서 당선된 문재인 당시 후보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대세론에 오른 후보에게 견제 심리가 발생해 그만큼 부정적 여론이 따르는 것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인지도가 낮은 후보가 부정적 여론을 극복하고 1위로 우뚝 서면 나름의 서사지만, 이 전 대표 같은 경우에는 팬 만큼이나 안티팬도 많다”며 “(이 전 대표는)이상하리만치 유명세를 혹독하게 치른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에게 안티팬이 생긴 건 이재명이라는 인간의 삶 그 자체서 시작됐다. 그가 정치권에 들어서자 그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악마화 작업은 더욱 촘촘히 이루어졌다.”


정치권 잔뼈가 굵은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가난한 어린 시절 변호사로 시작해 민주당과 연이 없는 성남시장을 거쳐 제1야당의 수장으로 우뚝 서는 과정마다 어깃장을 놓는 세력이 빠짐없이 존재했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진영 간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의 유일한 성과는 이 전 대표의 악마화”라며 “이것이 여당 의원들에게 먹힌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악마화에 따른 증오와 혐오가 불러 일으킨 ‘정치인 테러’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라디오 진행자가 국민의힘 인사의 ‘이재명 때리기’를 언급하며 “여기서 나오는 정서는 증오에 가깝다. ‘이재명을 때려야 우리에게 도움된다’는 정치공학적 측면이 아닌 심경은 어떻느냐”고 묻자 정 의원은 “참 안타깝다”며 “윤 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유일한 성과는 이 전 대표를 수사해서 기소하고 그 과정서 이 대표를 악마화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재명이 나쁜 사람’이라는 게 국민의힘 의원에게 어느 정도 먹힌 것 같다”며 “(이 전 대표가)전과 4범이라고 이야기하는데 확정된 판결은 하나도 없고, 그중에 하나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은 기소된 사실을 확정된 사실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전 대표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때 보여줬던 추진력과 당 대표로서 신속히 당을 정비해 지난 총선서 승리한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서 (국민의힘은) ‘정권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굉장히 커진 것 같다”고 해석했다.

“손바닥 뒤집듯” 번복에 번복
먹잇감에 달려드는 반이 세력

민주당이 방어에 나서면 곧바로 반대편에서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냐”며 이 전 대표의 과거 발언을 다시 끄집어냈다.


그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거짓말’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당시 집권 중이던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취임 1년이 넘도록 검·경을 총동원해서 없는 죄를 만드느라 관련자들 회유 협박에 국가 역량을 소진하고 있다. 국민께서 이미 간파하고 계신다. 자신들의 무능과 비리는 숨기고 오직 상대에게만 사정 칼날 휘드르면서 방탄 프레임에 가두는 것이 바로 집권여당의 유일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을 다시 포토 라인에 세우고 체포동의안으로 민주당의 갈등과 균열을 노리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제 그 빌미마저 주지 않겠다. 저를 향한 저들의 시도를 용인하지 않겠다.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사법 리스크라는 족쇄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어떤 행동을 하든 범죄자 프레임, 방탄 논리에 갇혔고, 이를 흔들려는 민주당 내 비명(비 이재명)계의 압박 수위도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 20대 대선 때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약한 데 이어 다시 한번 못 박으면서 사법 리스크 정면 돌파를 택했다.

그러나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사건’에 대한 두 번째 체포동의안이 국회서 표결되기 하루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명백히 불법부당한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부결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친명계에서는 “가결파를 색출해야 한다”며 분노했고 국민의힘에서는 이 전 대표가 국민 앞에서 한 약손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고 쏘아붙였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는 당시 공약으로 걸었던 ‘위성정당 금지’를 번복하며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총선의 비례대표제 선출 방식으로 현행 준연동형 방식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며 “반칙이 가능하도록 불완전한 입법을 한 것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약속드린 위성정당 금지 입법을 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며 “결국 준(準)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사과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반이재명 세력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등을 통해 ‘드럼통’ ‘혜경궁 김씨’ ‘김부선 스캔들’ 등 가십성 루머를 꾸준히 회자시키면서 화력을 더했다. 이 모든 것들이 차곡차곡 모여 “이재명만은 안 된다”는 표어처럼 굳어졌다.

자승자박
꼬인 스텝

탄핵 정국에 들어선 뒤 국민의힘에서는 이 전 대표의 악마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냈다. 국민의힘이 매일같이 작성하는 논평 역시 이 대표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이재명 악마화를 시도하면 시도할수록 오히려 국민의힘만 되치기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달 21일 이 전 대표의 발언을 엮은 ‘이재명 망언집’을 공개했다.

권 원내대표는 “제가 오늘로 원내대표직을 맡은 지 100일이 됐지만, 이 전 대표가 쌓아온 표리부동한 언행과 정치 행태를 뒤쫓기엔 역부족”이라며 “이제 모두 함께 그의 발언 하나하나를 정확히 기록하고 국민을 속이고 기만해온 실체를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발행 취지를 설명했다.


200페이지 조금 안 되는 분량의 초판본에는 이 전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7년부터 지금까지의 발언들이 담겨있다.

하지만 망언집이라 하기에는 “누군가는 정치보복을 끊어야 하고, 기회가 되면 당연히 내 단계서 끊겠다” “외국인 혐오 조장으로 득표하는 극우 포퓰리즘은 나라와 국민에 유해하다” 등 이야기가 포함돼 오히려 ‘이재명 명언집’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게다가 최근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주 4.5일제’를 대선 공약으로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공교롭게도 이재명 망언집 44페이지에 같은 내용이 실렸다. “창의와 자율이 핵심인 첨단과학기술 시대에 장시간의 억지 노동은 어울리지 않는다. 첨단기술 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이 전 대표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보수 지지층이 이 전 대표를 깎아내리기 위해 첨단기술까지 동원했다는 점에 분노했다. 한 유튜버가 ‘이 전 대표가 배우자인 김혜경씨에게 욕설하는 내용의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 유포를 시도한다’는 제보가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에 접수된 것이다.

모두가
한쪽으로

박수현 선대위 공보단장에 따르면 “과거 수사기관 조사를 받고 귀가한 김씨에게 이 전 대표가 험악한 호칭을 쓰며 나무라는 것으로 상황이 설정돼있다”며 “과거 공개된 다른 영상의 이 전 대표의 음성을 다른 영상과 딥페이크로 합성해 마치 욕을 하는 것처럼 믿을 수 있게 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문제의 영상을 유포한 유튜버 17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현재까지 민주당이 딥페이크 영상으로 이 전 대표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한 사건은 9건이다.

선대위는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주 이재명 예비후보 선대위는 딥페이크 등 허위 조작 정보 유포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했다”며 “그럼에도 악의적 의도로 제작한 딥페이크 영상에 후보자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은 허위 조작 정보 등이 지속 유포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영상들은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해 이 전 대표에게 ‘친중 반미’ 프레임을 덧씌우고 악마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해 이 전 대표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건이 다수 발견돼 딥페이크 영상 유포자 김모씨 및 허위 사실을 유포한 성창경 등 17명에 대해 법적 조치를 진행한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간의 기 싸움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누가 누가 이재명을 더 잘 때리나” 식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보니, 이 과정서 네거티브 공세 수위가 끝도 없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는 이 전 대표를 비판하기 위해 “드럼통에 들어갈지언정 굴복하지 않는다”는 팻말을 든 채 드럼통 안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

드럼통은 이 전 대표를 비꼬는 물건이다.

‘드럼통’ ‘김부선’ 네거티브 공세
더 커지는 몸집…오히려 동정론도

이른바 ‘변호사비 대납 사건’의 제보자 이씨와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던 유한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그리고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받던 김씨가 숨진 채 발견되자 일부 커뮤니티 사용자들은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적을 드럼통에 묻어버린다”라는 식으로 공격해 왔다.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나 의원이 ‘비정상적 사회를 바로잡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내란을 옹호할 게 아니라 위법, 위헌적 계엄을 막으려고 한겨울에 국회로 달려온 시민과 함께 장갑차를 막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70∼80년대 반공교육이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떠올리게 하려는 것 같다”며 “민주당에 대한 악마화가 인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후보 역시 “이재명정권의 종착역은 포퓰리즘과 국민 매수의 나라, 남미 최빈국 베네수엘라다. 반대로 홍준표정권의 미래는 자유와 번영의 선진 대국”이라며 “(이번 조기 대선은)홍준표정권이냐 이재명정권이냐의 양자택일 선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과 4범에 비리 혐의로 5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자 화려한 전과자 이재명 후보와 풍부한 경륜과 검증된 능력을 갖춘 준비된 대통령 홍준표 후보의 대결”이라며 “비양심과 패륜으로 얼룩진 나라, 청년이 짊어져야 할 빚투성이 나라, 반칙과 불공정이 판치는 나라, 바로 이것이 이재명정권의 미래”라고도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 대권주자와 반이재명 세력으로 뭉친 이들까지 몽땅 이 전 대표에게 날을 세우면 오히려 이 전 대표의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하는 효과가 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지지층뿐만이 아닌 중도층 사이에서도 “해도 해도 너무했다”는 동정론이 형성될 것이란 점에서다.

지난달 27일 이 전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서 무죄가 선고되자 국민의힘은 또다른 사법 리스크를 꺼내 들었다. 이날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2심서 무죄를 받았다고 해서 국민적 여론마저 나아질 거란 기대는 하지 말라”며 “이 대표가 전과 4범이라는 사실과 8개 사건, 12개 혐의, 5개 재판이라는 꼬리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의미 없는
손가락질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한 라디오서 ‘본질은 정치보복, 이재명 죽이기라고 보는가’에 대한 진행자의 질문에 “이재명 전 대표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냐고 묻는다면 제대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국민의힘도 ‘이재명 전 대표는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된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잘못에 대해서는 대답을 안 하고 있고 정치 공세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악마화하는 순간 모든 사람이 지탄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에서 해왔던 그 정치 공세는 결국 그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후원금 보니…기죽는 안티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 예비후보 후원금 모금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29억4000만원을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후원회는 지난 16일 “4월15일 오전 10시 모금 개시 당일 법정 한도인 29억4000만원을 모두 채웠다”며 “6만3000여명이 후원에 참여했고 이 중 99%가 10만원 미만의 소액 후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어 “은행의 입금액 한도 설정에도 불구하고 입금이 몰려 2억5000여만원이 초과 입금되는 일도 있었다”며 “소액 다수의 후원으로 하루 만에 한도를 채운 것은 내란 종식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염원하는 국민의 뜨거운 마음이 모인 기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입금액 한도를 넘긴 초과 입금분은 반환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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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사법개혁 진짜 속내

민주당 사법개혁 진짜 속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안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사법부가 빌미를 제공했단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당리당략을 위해 허점이 많은 법안을 밀어붙인단 비판도 있다. 대통령 재판중지법 추진을 엮어 이재명 대통령까지 패로 쓰려 했던 민주당의 진짜 속내는 뭘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달 20일 ▲대법관 증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변경 ▲법관 평가에 변호사협회 평가 반영 ▲하급심 판결문 전면 공개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사전심문제 도입 등 5대 사법개혁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법 왜곡죄 신설과 재판소원 제도는 별도로 추진할 예정이다. 5대 개혁안 확정 발표 민주당의 사법개혁안 발표 이후 대법원과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대법원이 특히 반발했던 개혁안은 대법관 증원이었다. 민주당 안에 따르면, 현행 14명인 대법관은 4년 동안 매년 4명씩 늘려 30명까지 채운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내에 신임 대법관 16명과 임기 만료 후 교체되는 대법관 10명 등 총 26명을 임명한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실에 “대법관 증원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은 “대법관 과반수 또는 절대다수가 일시에 임명되면, 정치적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후임 대법관 임명 때마다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도 지난달 22일 국회서 진행된 ‘민주당의 입법에 의한 사법 침탈 긴급 토론회’에서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은 사법 해체안”이라며 “사법부의 중립성은 온데간데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사법부 스스로 민주당에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빌미로 작용하는 구체적 사례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등이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 3월 윤 전 대통령 측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핵심 근거는 “수사 관련 서류가 법원에 있었던 시간은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었다. 이어 “기술이 발달해 정확한 서류 접수·반환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관리하는 게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시간 단위로 계산한 후 “구속 기한이 만료됐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제66조 제1항은 “구속기간의 초일은 시간을 계산하지 않고, 1일로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 부장판사가 집필에 참여해 지난 2022년 발간된 <주석 형사소송법>도 “구속기간 계산은 시간이 아닌 일(日)로 한다”며 “구속기간은 날짜 단위 계산법을 따른다”고 명시했다. 검찰이 지 부장판사의 구속 취소에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아 반발은 더욱 커졌다. 이후 지 부장판사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재판을 비공개하거나 “보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밝히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5월부터는 “고급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대법원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33일 앞둔 지난 5월1일 이 대통령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지난 3월28일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이 대통령 사건 기록을 받았고, 4월22일 전원합의체에 넘겼다. 이로부터 불과 9일 후 상고심 선고가 진행됐기 때문에 논란이 발생했다. 빌미 제공한 사법부에 몰아치는 민주 왜? 당리당략 위해 여야 번갈아 “대법관 증원” 민주당은 “기록 6만쪽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졸속 재판”이라고 반발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초고속 절차 진행”이라며 “대법원은 왜 정치를 하느냐는 국민적 비판까지 감수한 무리한 행동을 하느냐”는 반발이 나왔다. 이후 범여권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사법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특유의 일사불란한 몰아치기 전술로 사법개혁안을 한꺼번에 처리하려 하고 있다. 보복을 위해 대법원을 무력화하려는 것일 가능성도 스스로 노출하고 있다. 사법개혁안 중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추진 ▲법 왜곡죄 신설 등이다. 대법관 증원론은 1994년부터 제기됐다. 상고허가제는 밀려드는 상고심 접수에 대응하기 위해 1981년부터 운영됐다가 위헌 논란이 제기돼 1990년 폐지됐다. 대법관 증원론은 상고허가제 폐지 이후 대안으로 거론됐다. 대법원은 당시에도 반대 의견을 밝혔다.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심리불속행 기각 특례는 1994년 도입됐다. 하지만 상고심 접수는 나날이 늘었다. 지난해에 접수된 상고심 접수 건수는 동일인에 의한 과다 소송을 제외하면 1만3026건이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설치를 시도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사건만 전담하고, 상고법원은 그 외 상고심을 맡아 사실상 4심 법원 체제로 운영하려던 시도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법원행정처를 내세워 ▲불법 로비 ▲재판 거래 ▲판사 사찰 등을 저질렀단 의혹이 불거졌다. 양 전 대법원장 등 당시 대법원 수뇌부는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상고허가제는 “국민이 상고심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어 섣불리 꺼내기 어렵다. 상고법원 설치는 금기시됐다. 심리불속행 기각 특례는 누가 봐도 한계에 부딪힌 지 오래다. 남은 대안은 대법관 증원밖에 없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론이 거론될 때마다 강하게 반대해 왔다. 사법부는 1994년에도 “인구 1억2000만명인 일본의 대법관 수도 15명”이라며 “법령 해석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고유 기능 측면에서 볼 때, 대법관 13명도 많은 숫자”라고 주장했다. 이후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론이 제기될 때마다 ▲전원합의체 유지 ▲파기환송 증가로 인한 송사 비용 증가 ▲재판 지연 ▲인사청문회·임명 지연 등 논점을 제시하면서 반대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정략적으로 접근한다. 국민의힘의 전신 한나라당은 지난 2010년 우리법연구회 좌편향 논란을 제기하면서 대법관 증원을 시도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비법관 출신 8명을 포함해 대법관을 24명으로 늘리자”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명박정부가 사법부를 장악하려고 한다”며 반발하는 등 현시점에선 기시감이 느껴지는 상황이 이어졌다. 대법원은 당시에도 크게 반발했다. 여야는 대법관을 20명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가 곧 백지화시켰다. 돌고 도는 직권남용 당시 한나라당이 우리법연구회 소속 법관들을 겨냥해 대법관을 늘리기로 한 것처럼, 민주당도 대법원의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이후 급하게 대법관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 재판에 대한 보복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발생했다. 우리 정치권은 눈앞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긴 안목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을 급하게 밀어붙여 부작용을 양산하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법 왜곡죄 신설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추진된다. 범여권은 꾸준히 법 왜곡죄 신설을 시도했다. 제20대 국회에선 정의당 심상정 전 의원이 발의했으나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제21대 국회에선 민주당 김남국 당시 의원(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발의했다. 지난해엔 민주당 이건태 의원이 발의했다. 지난해까진 검사·사법경찰관 등 수사 업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발의됐으며, 이번 추진엔 법관도 포함된다. 1년여 동안 법관도 법 왜곡죄 적용 대상에 포함돼야 할 정도로 달라진 변수는 지 부장판사 관련 논란과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엔 심각한 오류들이 있다. 민주당은 이미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쪼개는 검찰 해체 법안 통과를 완수했다. 이에 따르면, 중대범죄수사청에 소속될 검사는 수사관 신분으로 전환된다. 공소청에서 근무할 검사는 기소·공소 유지만 맡는다. 부장검사를 지낸 김상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지난 6월 발표한 <법 왜곡죄에 관한 소고>에서 “기소 이후엔 절차 지휘권이 법원으로 넘어간다”며 “검사는 판사에 의한 법 왜곡죄의 공범으로 가담할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해체 이후 검사에겐 수사권이 없고, 공소 유지는 법관이 전담하는데, 검사가 어떻게 법 왜곡죄를 저지르는 주체가 되느냐”는 취지의 반박이다. 김 부교수는 법관을 법 왜곡죄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민주당의 시도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법 왜곡죄 도입이 특정인의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두고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도저히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법안엔 검사 등 수사기관으로 규율 범위가 한정됐지만, 대법원이 특정인에게 불리한 판결을 선고하자, 12일 만에 법관을 적용 대상에 추가해 발의했다”고 꼬집었다. 대통령 구하기? 그러면서 “이 의심은 막연한 추정이 아니라 고도의 개연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 왜곡죄는 독일 형법으로부터 비롯됐다. 독일의 법 왜곡죄는 “법관 등이 재판 등을 하면서 당사자 일방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하면 징역형에 처한다”는 취지의 법률이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면 처벌한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이하 직권남용죄)의 법관 전용 특별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법 왜곡죄에 대해선 “법관에 대해서도 이미 있는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다”면서 “굳이 신설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울러 직권남용죄에 대해서도 “정치권이 정치 보복 목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다수의 고위공직자에게 직권남용죄가 본격적으로 적용된 시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자들에 대한 것이었다. 이후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검찰도 박근혜정부 인사들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기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문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을 지내면서 직권남용죄를 다수 적용했던 사람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다. 실제로 검찰의 직권남용죄 총처분 건수는 2011년 4057건서 2020년엔 1만4050건으로 늘어난 통계도 제시됐다. 직권남용죄에 대해선 “개념이 모호해서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의 직권은 어디까지인지, 무엇이 남용인지, 직권과 행사에 방해를 받은 권리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이렇게 하면 범죄가 성립돼 처벌을 받는다”고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는 법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수사·기소를 하는 수사기관과 판단을 하는 법관의 재량에 판단이 좌우되는 일이 많다. 권성 전 헌법재판관은 지난 2006년 직권남용죄에 대한 헌법소원 당시 “조항이 모호해서 정권교체 후 정치 보복을 위한 고위공직자 처벌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며 위헌 취지의 소수 의견을 냈다. 이 파기환송에 “판사 법 왜곡 처벌” 수사권 없어지는데 검사도 포함 추진 권 전 재판관은 지난 2022년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용을 방지하려면 요건을 명백히 규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위헌 의견을 냈다”며 “우려했던 현상들이 현실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의견을 밝혔을 때 서둘러 개정했다면,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진 않았을 거라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권 전 재판관이 발언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약 5개월이 지난 시기였다. 문정부도 직권남용죄의 함정에 빠져, 문 전 대통령 재임 중인 지난 2019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이 직권남용죄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에 대한 징역 2년형을 확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일부에 대해서도 “인사권과 관련된 직권남용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연루돼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은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2022년 10월엔 ‘서해 피격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문정부 인사들이 불구속 기소됐다. 문정부 검찰총장으로서 다수의 직권남용을 지휘했던 윤 전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다수의 직권남용 혐의 때문에 구속 기소됐다. 민주당은 한동안 “대통령 재임 중엔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중지한다”는 취지의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추진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전 다수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었고,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던 사건도 있었던 현실을 고려한 법안 추진이었다. 발의 시점도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다음 날인 지난 5월2일이었다. 민주당은 ‘국정안정법’이란 별명까지 붙여가면서 이달 안에 처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반발은 정작 대통령실에서 나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3일 “재판중지법은 불필요하단 게 대통령실의 일관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여당에 사법개혁안 중 대통령 재판중지법 제외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후 “민주당이 이 대통령까지 옭아매 패로 쓰려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대통령 재판중지법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이 받는 형사재판은 임기 중에만 중지된다. 퇴임 이후엔 다시 진행되기 때문에 유죄를 선고받으면 수감 생활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따라서 일각에선 “진짜 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공소 취소”라고 주장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지난 6월 “공소를 취소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후 비판받은 사람은 민주당 정청래 대표였다. ▲유엔 총회 ▲아세안 정상회의 ▲APEC 정상회의 등 이 대통령의 정상외교 일정이 겹친 시기에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강하게 추진한 사람이 정 대표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대통령을 구했다는 프레임을 설정해서 당 대표 재선에 활용하고, 차기 대권까지 노리려는 것”이란 일각의 분석도 나온다. 법률적 이해관계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엔 이 대통령의 법률적 이해관계가 묶인 내용이 다수 포함돼있다. 아울러 “특정 정치인이 자기 정치를 위해 현임 대통령까지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법률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오류에 대한 지적에도 개의치 않는다. “보복·당리당략·자기 정치를 위해 막 던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데도 특유의 몰아치기가 작동한다. 민주당이 사법개혁을 추진하는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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