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새로운 의혹이 거듭 제기되며 국민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그 사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언론인들은 윤 의원을 엄호하고 나섰다. 여기에 검찰이 참전했다.
윤미향 의원은 지난 4·15총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서 시민사회단체 대표 몫으로 당선권인 7번 순번을 받아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윤 의원의 선거 포스터에는 ‘(전)일본군성노예제해결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라는 경력이 선명하게 박혀 있다.
성역이
깨지다
정의연과 윤 의원에 대한 논란은 지난달 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됐다. 대구시 남구 대봉동의 한 찻집서 열린 기자회견서 이 할머니는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며 “성금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는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정의연의 전신)대표였던 윤미향씨가 와서 해결해야 한다”며 “윤씨는 국회의원을 하면 안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딴 놈이 버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2015년 위안부 한일협정 당시 10억엔이 일본서 들어온다는 사실을 윤씨만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 다음날 정의연은 입장문을 발표하고 ‘이용수 할머니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며 영수증을 공개했다. 그는 후원금은 피해 할머니 지원 이외에도 수요시위 개최나 피해자 소송 지원, 위안부 문제 인식 제고를 위한 활동 등에 썼다고 해명했다.
이후 언론을 통해 의혹이 제기되면 정의연이 해명하고, 정의연의 해명에 대해 언론이 재확인해 보도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이 과정서 정의연의 회계장부가 부실하게 관리됐다는 의혹, 기부금을 모금하는 과정서 윤 의원의 개인계좌가 사용된 정황, 경기도 안성 소재 위안부 피해자 쉼터 구입 과정 및 운영비 등에 대한 의혹 등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이 할머니는 같은 달 25일, 대구 수성고 만촌동 인터불고호텔서 진행된 두 번째 기자회견서 윤 의원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 할머니는 “아직 그 사람은 자기가 당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30년을 함께하고도 의리 없이 하루아침에 배신했다. 배신당한 게 너무 분했다” “사리사욕을 채워서 마음대로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나갔다” “출마와 관련해 얘기도 없었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거니까 제가 무엇을 더 용서하느냐”며 울분을 터트렸다.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으로 촉발
회계 부실 의혹 등 논란 계속 나와
그는 “지난 30년간 데모(수요집회)라는 걸 하지 말라고 할 수 없었다. 내가 바른말을 하니까 나한테 모든 걸 감췄다”며 “일본 정부가 낸 10억엔도 제가 알았으면 돌려보냈을 것이다. 자기들한테는 나눔의 집에 있는 사람만 피해자고 그들만 도왔다”고 불만을 표했다.
윤 의원에 대한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이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 다음날인 26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윤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70.4%에 달했다.
모든 성별, 지역, 연령층서 사퇴 여론이 다수였다. 여권 지지층서도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과반(51.2%)이었다.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매우 잘한다’고 답한 이들 중에선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과 ‘사퇴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이 45.5%대 43.1%로 팽팽했다. 국정운영을 ‘잘한다’고 답한 응답층의 54.1%, ‘잘하는 편’이라고 응답한 이들의 70.6%가 윤 의원이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확인)
부정적인 국민 여론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인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에선 윤 의원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는 모양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지난달 27일, 당선인 워크숍서 “이용수 할머니의 분노는 ‘내가 정치를 하고 싶었는데 나를 못하게 하고 네가 하느냐, 이 배신자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할머니들은 윤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좋다고 하는데 이 분은 특이하게 배신을 프레임으로 잡았다”며 “윤 의원이 관두기 전에는 해결이 안 된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다른 분들은 정치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이용수 할머니에 호응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 여론
“사퇴해야”
민주당 최민희 전 의원은 지난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에 대해 왜 저렇게까지 거부감을 보이실까, 그 부분이 조금 솔직히 납득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의원이 되는 사람들은 전부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람인가, 아니면 윤미향이라는 개인은 절대로 국회의원이 되면 안 된다는 뜻인가”라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에 들어가서 할 일도 많이 있다. 그래서 저 감정은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정의연과 윤 의원의 논란에 검찰이 가세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윤 의원과 정의연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고발사건 3건을 지난 14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서부지검에 이송했다. 앞서 ‘행동하는 자유시민’과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연대’ 등이 기부금 횡령 의혹, 위안부 피해자 안성 쉼터 매입·매각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오후 5시부터 이튿날 오전 5시30분까지 12시간에 걸쳐 정의연과 정대협 사무실 주소지인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압수수색했다. 또 같은 날 서울 마포에 위치한 피해자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평화의 우리집은 2012년 정대협이 명성교회로부터 무상으로 임대받아 조성한 공간이다.
정의연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반인권적 과잉수사’라고 비판했다. 이날 정의연은 입장문을 통해 “변호인들과 활동가들이 미처 대응할 수 없는 오전 시간에 길원옥 할머니께서 계시는 쉼터에 영장을 집행하러 온 검찰의 행위는 일본군 ‘위안부’ 운동과 피해자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며 인권침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정의연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신속한 수사를 지시한 상태다. 윤 총장은 최근 대검찰청 간부들과 가진 회의서 정의연 의혹에 대해 “공적자금이 투입된 것과 동일한 성격의 사건”이라며 “언론을 통해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빠른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석열 총장
“신속한 수사”
서울서부지검은 26일 정의연 회계 담당자를 소환한 데 이어 대검서 자금 추적 전문 수사관을 지원받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검은 수사관 지원을 확대해 수사 속도를 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윤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는 21대 국회 개원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의연의 회계 누락 의혹서 시작된 수사가 윤 의원과 주변인에 대한 수사로 확대되면 소환 시기가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헌법상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도 윤 의원의 소환 시기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이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에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으며, 회기 전에 체포·구금됐을 때는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해당 특권은 헌법에도 명시돼있다.
윤 의원의 경우 임기 개시일이 아닌 21대 국회가 처음 열리는 때부터 불체포특권의 보호를 받는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 첫 임시회는 의원 임기 개시 7일 후에 소집한다. 오는 5일 첫 임시회가 열린다고 가정하면 검찰이 윤 의원을 직접 조사할 수 있는 시한은 4일까지인 셈이다. 민주당이 177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동의안이 통과돼야 가능한 강제구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검찰의 정의연 수사가 청와대로 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청와대는 윤 의원과 정의연 논란에 대해 모든 대응을 당에 맡기고 최대한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윤 의원의 거취 문제를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 청와대 내부의 기류라는 보도가 있었다’는 질문에 “청와대가 입장을 밝힐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윤미향 보호하고 나서
청와대는 선긋기하다 ‘발끈?’
이 같은 기류가 미묘하게 바뀐 건 ‘정의연 사무총장, 현직 청와대 비서관의 부인’이라는 내용의 보도가 나온 이후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8일, 정의연의 핵심 간부인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이 정구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아내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정 비서관은 2017년 당시 문재인 후보 대선캠프서 소셜미디어(SNS) 총괄실장을 맡았다. 이후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홍보기획비서관에 임명했지만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지난 4월 사의를 표명했다.
<조선일보>는 정 비서관의 사의표명을 두고 정의연 사태가 청와대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사전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정 비서관은 입장문을 내고 즉각 반박했다. 정 비서관은 자신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언론서 제기한 ‘정의연 사전 차단설’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설’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 비서관은 “분노도 아깝다. 어떻게든 청와대를 끌어들이려는 허망한 시도가 측은하고 애처로울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건강이 안 좋은 상태로 들어왔고, 업무에 지장을 느낄 정도의 불편함이 있어서 지난 4월 사의를 표시했다’며 ‘(주변의) 만류가 있었고 다른 인사 요인과 겹쳐서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그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도 <조선일보> 보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전형적인 <조선일보>식 허위보도”라며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출입기자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윤 수석은 “정구철 비서관은 지난해 제가 홍보기획비서관으로 추천해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다”며 “고사를 거듭하던 정 비서관은 저와의 개인적 인연 때문에 마지못해 함께 일하기로 했지만 올 4월까지만 근무하겠다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약속대로 지난달 그만둘 예정이었지만 비서관 일괄 인사가 예정돼있어 저의 요청으로 사직 시기를 늦췄던 것”이라고 전했다.
정의연 사태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서 “공수처의 7월 출범이 차질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관련 법안 등을 국회서 조속히 입법해줄 것을 요청했다.
공수처까지
불똥 튈까?
공수처 문제는 21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가장 먼저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측되는 사안이다. 초대 공수처장 후보를 선정하는 문제를 두고도 여야 간 힘겨루기가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서 현직 의원인 윤 의원이 연루된 정의연 사태가 길어지고 검찰 수사의 범위가 후원금을 받는 시민단체 전체로 넓어지면 공수처 출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