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검은 그림자’가 태풍의 핵으로 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공식석상서 검은 그림자의 존재를 언급했다. 노무현재단과 민주당을 노리는 세력이 여전하다는 것. <일요시사>는 그 실체를 추적했다.
“대통령님이 황망하게 우리 곁을 떠나신 뒤에도, 그 뒤를 이은 노무현재단과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검은 그림자는 좀처럼 걷히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함을 받고 공작의 대상이 됐습니다. 지금도 그 검은 그림자는 여전히 어른거리고 있습니다. 끝이 없습니다. 참말로 징합니다(‘징그럽다’의 전라남도 방언).”
“모함을 받고
공작의 대상”
지난달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참석자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읽은 추도사의 일부 내용이다. 이 대표는 ‘노무현재단과 민주당을 겨냥한 검은 그림자가 여전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검은 그림자 발언에 일침을 가했다.
지난달 23일 진 전 교수는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정색을 하고 미리 초를 치는 것을 보니, 노무현재단과 관련해 곧 뭔가 터져 나올 듯(하다). 유시민(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작년부터 그 얘기를 해왔고, 이번에는 이해찬(민주당 대표)까지 그 얘기를 한다. 뭘까? 변죽 그만 울리고 빨리 개봉해라. 우리도 좀 알자’고 밝혔다.
앞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검찰 불법사찰 의혹 발언이 더해져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 이사장은 “어느 은행이라고는 말 안 하겠지만, 노무현재단의 주거래 계좌를 검찰이 들여다봤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연막작전? 차명계좌 의혹도
검찰 향한 경고…해석 분분
여기에 더해 유 이사장은 검찰이 본인의 개인 계좌는 물론 아내의 계좌도 들여다봤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혹을 추가했다. 당시 민주당은 검찰이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고, 검찰은 악의적 허위주장이라며 맞섰다.
검은 그림자의 실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추모식 발언대로라면, 이 대표는 검은 그림자의 움직임을 상당 부분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읽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연막작전설’을 주장한다. 민주당이 연루된 무엇을 막고자 사전에 연막을 치는 발언을 했다는 해석이다.
이 대표의 발언 이후 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노무현재단 관련 차명계좌를 운영했다는 의혹이 몇몇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윤 의원과 함께 한국미래발전연구원서 일했던 직원이 윤 의원의 차명계좌 의혹을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윤 의원은 한국미래발전연구원 기획실장으로 근무한 바 있다.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은 진보진영의 싱크탱크로, 노무현재단과 다수의 활동을 함께해왔다.
윤 의원 측은 즉각 부인했다. 노무현재단 관련 차명계좌 운영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얼마든지 소명할 준비가 돼있다는 것. 이 대표의 검은 그림자 발언을 윤 의원과 연결시키는 일도 맞지 않다고 일축했다.
갑자기?
심리전
이 대표의 발언이 연막작전설까지 진화된 데는, 앞서 발생했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의 영향이 크다. 관련 사건은 총선 전 발생했지만, 총선 후 불거졌다. 이 때문에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등 야권에서는 민주당이 의도적으로 오 전 시장 사건 발표를 총선 후로 지연시켰다고 의심한다.
민주당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검은 그림자 발언이 검찰의 전반적인 수사 행태를 꼬집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검은 그림자 발언이 있고난 후 “끊임없는 정치검찰의 기도에 대해 일반론적인 경고를 한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검찰의 음습한 기도,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부당한 기소, 그 후에도 이어지는 정치검찰의 행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검찰을 향한 경고라는 측면서 바라봤을 때, 이 대표가 민주당의 검찰개혁 추진을 위해 당위성을 부각시키려 검은 그림자를 언급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민주당 확대해석 경계
전반적인 수사 지적용?
최근 민주당은 ‘한명숙 사건 재수사론’을 펼치고 있다. 한 전 총리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유죄를 받은 재판서 증거로 채택됐던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비망록이 공개되면서 강압에 의한 검찰의 증언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모든 정황은 한 전 총리가 검찰의 강압수사, 사법 농단의 피해자임을 가리킨다”며 재수사를 촉구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오는 7월에 출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한 전 총리 사건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박범계 의원은 “적어도 검찰 개혁, 사법 개혁 측면서 이 과정(한 전 총리 사건)은 한번 엄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민주당이 검찰 개혁의 동력을 얻기 위해 한 전 총리 재수사론을 갑자기 들고 나왔다고 보는 분위기다. 그 연장선서 이 대표가 검은 그림자 발언으로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있는 상황서 이 대표가 역대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민주당 인사들을 수사해온 검찰에게 경고를 날렸다는 것.
한 전 총리는 지난 2009년 9월부터 2010년 4월까지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검찰 개혁
동력 얻기?
통합당 김영우 의원은 지난달 26일 민주당의 이 같은 움직임을 한 전 총리 구명운동이라 규정하며 “슈퍼 거대여당 대표까지 검은 그림자 운운하는 걸 보면 참으로 음모론의 대가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대 여당의 대표가 박해받고 탄압받으면서 쫓기는 약자의 언어와 이미지를 활용한다는 것은 고도의 심리적 기법”이라고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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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이·박 사면 가능성은?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달 28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여야 원내대표 오찬회동을 앞두고서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달 26일 원내부대표단 회의와 중진 당선인 회동을 연달아 갖고 청와대 오찬 의제에 대한 중지를 모았다.
그 결과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의제가 빠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통합을 위해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고 통합당 측은 말한다.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