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윤석열 검찰총장 둘러싼 여야 쟁탈전

러브콜이냐? 동네북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정치권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줄곧 관심의 대상이었던 검찰의 수장이라 해도 정치권의 이 같은 관심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야당은 윤 총장을 언급하며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을, 여당은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군기 잡기에 나섰다. 
 

▲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다양한 정치권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을 잡아라!’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이 검찰총장 잡기에 나섰다. 물론 의미는 다르다. 대선, 지선, 총선 등 세 번의 선거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완패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한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하는 눈치다. 반면 법제사법위원장을 차지한 민주당은 윤 총장을 손봐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론조사서
이름 언급

통합당은 21대 총선서 103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문재인정부 3년 차에 치러진 선거였지만 유권자들은 통합당을 외면했다. 이후 김종인 전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쇄신에 나섰지만 뾰족한 돌파구는 아직 찾지 못했다. 특히 불과 2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나설 차기 대권주자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9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대선주자 선호도를 자유응답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28%로 1위를 차지했다. 이 의원의 선호도는 한국갤럽 조사서 6개월 연속 20%를 상회하고 있다. 

2위는 지난 조사보다 1%포인트 올라 12%를 기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 지사는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번져가던 지난 3월부터 지지도가 크게 올랐다. 반면 통합당 홍준표 의원(2%), 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1%), 오세훈 전 서울시장(1%) 등 보수 진영의 대권주자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보수 야권에서는 3% 이상 선호도를 기록한 후보 자체가 없었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제1야당 또는 보수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할 리더가 눈에 띄지 않는다”며 “야권 인물들은 모두 통합당 지지층이나 무당층, 보수층서 한 자릿수 선호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보수 진영의 대권주자들이 실종된 상황서 윤 총장은 일종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한국갤럽 조사서 윤 총장은 선호도 1%를 기록, 대권주자들 사이에 이름을 올렸다. 윤 총장은 이미 이전에도 여러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서 이름이 거론된 바 있다. 

다음 달이면 취임 1년
정치권에서 관심 많아

<세계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월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 윤 총장은 10.8%를 얻었다. 이낙연 의원(32.2%)에 이어 2위다. 심지어 황교안 당시 통합당 대표(10.1%)보다도 높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보도가 나간 후 윤 총장은 “여론조사 후보군에서 빼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한국갤럽이 2월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서도 윤 총장은 5%의 선호도를 얻어 이 의원(25%), 황 전 대표(10%)에 이어 3위에 올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 악수 나누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당시에도 대검찰청은 윤 총장을 후보군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한국갤럽 측은 “응답자들이 직접 주관식으로 선호 인물을 꼽는 식이라 제외가 어렵다”고 회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조사 등을 통해 잠재적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윤 총장의 존재감이 정치권, 특히 야당인 통합당서 최근 높아지고 있다. 통합당 관계자들이 대권주자를 거론하는 과정서 윤 총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 특히 김종인 비대위원장이나 김무성 전 의원 등 그동안 대선서 ‘킹메이커’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 윤 총장을 언급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1대 국회서 현직 의원 타이틀을 뗀 김 전 의원은 통합당의 킹메이커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제일 중요한 대통령 선거에 우리가 쌓아온 경륜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빼달라 해도
선호도 나와

이날 인터뷰서 김 전 의원은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윤 총장에 대해 “내 주변에도 윤석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 좌파 정권하에 임명직 검찰총장이 어려운 상황서 꿋꿋이 버티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는 사고의 유연성, 사고의 민주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검찰서 평생 소신으로 인기를 얻었는데 정치인으로 변신이 가능할까”라며 윤 총장의 대권 가능성에 대해 의문부호를 달면서도 “변신이 되면 그것도 가능한 이야기다. 이 사회에 영웅이 탄생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8일 TV조선 <뉴스9>에 출연해 통합당의 차기 대권주자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대권주자는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대선에 관심 있는 사람이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스스로 나와야 한다”며 “대권주자가 되겠다는 사람은 있지만 확실하게 부각되는 사람은 없다”고 짚었다. 

통합당 대권주자로 윤 총장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후보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으냐고 하지만 본인이 현직에 있어 부정적 자세를 갖고 있다”며 “만약 일반인으로 들어와 그런 의사가 있다고 밝히고 후보가 된다면 그때 여러 여건하에서 가능할지는 그때가 돼봐야 안다”고 설명했다. 가능성을 아예 닫아 두진 않은 셈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총괄 선거대책위원장 시절 총선 유세를 다니던 때 “윤석열 검찰총장이 가장 정직하고 나라에 대한 충성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총장으로 임명할 때 상황과 어떠해서 임명을 했고 그 다음에 조국 사태가 나서 윤 총장이 자기는 법대로 하겠다고 하니까, 그러니까 윤 총장을 계속해서 공격하는 그런 것이 현 정부의 모습 아니냐”고 말한 바 있다.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문병희 기자

가족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정치권서 감싸는 태도를 비판하는 과정서 나온 말이다.

통합당서 윤 총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는 데 반해 민주당은 연일 ‘윤 총장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21대 총선서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얻어 검찰 개혁에 힘이 실리면서 비판 수위는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여기에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 자리를 차지하면서 검찰, 특히 윤 총장은 표적이 되는 모양새다. 

거대 여당
법사위까지

민주당은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서 전반기 법사위원장으로 4선의 윤호중 의원을 선출했다. 거대 여당을 견제하고 협치를 위해 매 국회서 제1야당 몫으로 남겼던 법사위원장을 여당이 차지한 것이다. 법사위원장은 국회 입법 활동서 일종의 관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개 제1야당에 돌아갔다. 여당이 쟁점 법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려 할 경우 견제하는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다. 

법사위원장 외에도 민주당은 이날 국회서 기재위원장(윤후덕)·외통위원장(송영길)·국방위원장(민홍철)·산자위원장(이학영)·복지위원장(한정애) 등 6명의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표결로 처리했다. 통합당은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자 향후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기로 했다. 21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여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통합당의 강력한 반발과 지금까지 제1당 몫이라는 관행에도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끝까지 사수하면서 검찰 개혁에도 속도가 붙을 예정이다. 실제 윤 법사위원장도 “우리 사회의 마지막 개혁 과제 중 하나인 사법부와 검찰의 개혁을 완수하겠다”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법제도의 질서가 사회에 정착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법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서도 법사위원에 배정된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지난 16일 법사위가 열리면 윤 총장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감찰 무마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통합당, 대권주자로 언급
민주당, 전방위에서 공격

앞서 법무부는 한 전 총리 수사팀에 대한 감찰을 대검 감찰부 감찰3과에 넘겼는데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 맡도록 윤 총장이 지시한 것을 두고 ‘감찰을 막으려는 취지 아니냐’는 의혹이 언론서 제기됐다. 

김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워낙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이라며 “결과도 중요하지만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조사를 하는지 절차와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검찰에 가장 큰 부담이 되는 게 남의 범죄에 대해선 매우 엄격하게 다루는데 제 식구는 감싸기를 계속 해왔다는 것”이라며 “검사장과 연루 의혹이 있는 채널A 사건에 대해서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조사 과정을 밟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한 전 국무총리 사건과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등에 대해 말을 보탰다. 추 장관은 지난 18일 “대검이 감찰을 중단하고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진상 확인을 지시한 조치는 옳지 않다”며 윤 총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대검 감찰부서 법무부 직접 감찰을 회피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라는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추 장관은 “감찰 사안인데도 마치 인권문제인 것처럼 문제를 변질시켜 인권감독관실로 이첩한 대검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관행화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검 스스로 감찰을 이끄는 감찰부장을 외부 인사로 한 점을 명분을 삼아놓고서는 그것을 회피함으로써 관례를 만들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시정 조치를 밟겠다”고 예고했다.

추미애 장관
직격탄 날려

윤 총장은 다음달로 취임 1년을 맞는 상황서 벼랑 끝까지 몰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총선서 압승을 거둔 것에 이어 법사위원장 자리까지 차지하면서 검찰에 대한 압박 수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7월 출범을 앞두고 있어 윤 총장이 ‘식물총장’으로 전락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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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