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중앙지검 무리수의 이면

한심한 파워게임…갈 데까지 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 조직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을 둘러싼 검찰 안팎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법무부 장관과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과 검사장이 패가 갈려 대립하는 모양새다. 이 과정서 납득하기 어려운 무리수가 튀어나오고 있다. <일요시사>가 그 이면을 들여다봤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왜 이렇게까지?’ 최근 검찰과 법무부서 일어나는 일을 두고 나오는 반응이다. 15년 만에 처음, 사상 두 번째, 초유의 사건 등의 수식어가 붙는 일이 연달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는 생각지 못한 상황이 펑펑 터져나오는 중이다.

“때렸다”
“몸싸움”

최근 압수수색 과정서 검사장과 부장검사가 몸싸움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추가로 압수수색하는 과정서 수사팀장인 정진웅 부장검사와 한 검사장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사무실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을 압수 시도했다. 충돌은 한 검사장이 변호인을 부르기 위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푸는 과정서 일어났다. 

한 검사장 측은 입장문을 통해 “갑자기 소파 건너편에 있던 정진웅 부장이 탁자 너머로 몸을 날리면서 한 검사장의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한 검사장 몸 위로 올라타 한 검사장을 밀어 소파 아래로 넘어지게 했다”며 “그 과정서 정 부장은 한 검사장 위에 올라타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얼굴을 눌렀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중앙지검은 “피압수자의 물리적 방해 행위 등으로 인해 담당 부장검사가 넘어져 현재 병원 진료 중”이라고 말했다. 이후 정 부장검사가 병원서 링거를 맞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한 검사장은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입장이고, 서울중앙지검은 압수수색 과정서 몸싸움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검사장은 사건이 일어난 당일 독직폭행 혐의로 정 부장검사를 서울고검에 고소하고 감찰을 요청했다. 독직폭행은 검사나 경찰관 등이 수사 과정서 직권을 남용해 피의자 등에게 폭행을 가하는 것을 뜻한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의 ‘육탄 수사’를 두고 검찰 내부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4개월 이상 끌고 온 사건서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수사팀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가 한 검사장에 대해 ‘수사 중단’을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 압수수색
검사끼리 물리적 충돌 벌어져

지난달 24일 수사심의위에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비롯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 대표, 한 검사장이 참석했다. 수사심의위는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 공소 제기 여부를 두고 수사팀과 사건 관계인들의 의견서를 검토하고 의견진술을 청취, 질의와 토론·숙의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이 전 기자에 대해서는 수사 계속 및 공소제기가, 한 검사장에 대해서는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이 나왔다. 수사심의위의 의결 내용은 권고사항일 뿐이다. 하지만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검찰서 받아들이지 않은 적은 없어, 이번 한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정면으로 불복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의 압수수색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김찬년 판사는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압수수색한 검찰의 처분이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전 기자가 제기한 준항고를 일부 인용해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 2대, 노트북 1대를 압수수색한 서울중앙지검의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준항고는 판사·검사·사법경찰관의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제기하는 절치다. 
 

▲ 링거 맞고 있는 정진웅 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재판부는 검찰이 이 전 기자와 변호인에게 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은 지난 4월29일 이 전 기자의 주거지와 채널A 본사 등을 압수수색 했지만 채널A의 압수수색은 소속 기자들의 반발로 일시 중지됐다. 

이후 5월14일 그랜드하얏트호텔서 채널A 관계자를 통해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 2대와 노트북 1대를 건네받는 방식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당시 채널A는 검언유착 의혹의 자체 진상조사를 위해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보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전 기자는 5월22일 압수물 포렌식에 참관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했다가 노트북과 휴대전화가 자신도 모르는 새 압수된 데 반발해 준항고를 신청했다. 

권고 무시
밀어 붙여?

재판부는 “준항고인(이 전 기자)이 채널A 압수수색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그 이유는 언론 노출을 우려했기 때문일 뿐 영장 집행 참여를 포기하려는 뜻이 아닌 것은 검찰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은 그랜드하얏트호텔서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건네받기 전 준항고인과 변호인을 참여시키고 영장을 제시한 뒤 압수수색을 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은 “관련 규정과 기존 절차에 비춰 본건 압수수색은 적법하다고 판단된다”며 “(이 전 기자의) 휴대폰과 노트북은 검찰 압수 전 이미 포맷된 자료로서 증거 가치가 없고, 이 전 기자의 구속영장 심사의 주요 자료로 쓰인 바도 없었으며 이미 반환됐다”고 재항고 의사를 밝혔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 녹취록과 관련한 KBS 오보에 서울중앙지검 간부가 연루돼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KBS는 지난달 18일 9시 뉴스를 통해 이 전 기자가 부산서 한 검사장을 만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 전 기자가 총선 관련 유 이사장에 대한 취재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한 검사장이 동조하고 독려했다는 것이다. 또 ‘유 이사장은 정계 은퇴를 했다. 그러니 수사하더라도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다’ 는 취지의 말과 또 이 내용을 ‘총선을 앞두고 어떤 시점에 과연 이걸 보도해야 하느냐’ 라는 이야기도 오갔다고 했다.

하지만 KBS 보도 이후 이 전 기자의 변호인 측에서 보도 내용이 실제 녹취록의 내용과 다르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 검사장 측도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대화가 있었던 것처럼 꾸며낸 완전한 허구며 창작에 불과하고 보도 시점과 내용도 너무나 악의적”이라며 KBS 보도 관계자 등을 서울남부지검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 한동훈 검사장 ⓒ문병희 기자

KBS는 결국 다음날 사과 방송과 함께 오보임을 인정했다. 이 과정서 KBS가 제3의 인물로부터 청부, 하명을 받아 보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언유착 오보방송 진상규명을 위한 연대 서명’에 참여한 직원 105명은 “진상조사를 실시해 해당 인물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오보를 낸 KBS법조팀은 “누군가의 하명 또는 청부로 이뤄진 보도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최근 일부 언론서 KBS 오보의 배경에 서울중앙지검 핵심 간부와 여권인사의 관여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28일 <조선일보>는 KBS 시스템에 올라온 ‘취재 발제문’을 언급하면서 오보의 상당 부분을 누군가로부터 전달받아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이 ‘누군가’가 서울중앙지검 핵심 간부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취재원으로 지목된 해당 간부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 노리자
날려버린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의 연이은 ‘헛발질’을 두고 일각에선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실제 한 검사장은 지난 2월13일 이 전 기자와 대화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서 “딱 하나야. 무조건 수사를 막겠다. 권력 수사를 막겠다. 그런 일념 밖에 없어서 그렇지”라고 언급했다. 

이 전 기자가 “수사 기소 검사 분리 이건 진짜, 어떻게 그런 생각을 끄집어내는지”라고 말한 것에 대한 답변이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자는 방안을 내놨다가 검찰과 법조계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일선 검사들까지 비판의 대열에 합류하자 추 장관은 전국 검사장회의를 소집하려 했으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일각에선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이하 라임사태)나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이하 옵티머스 사태) 등 여권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나오고 있는 사모펀드 수사를 민감하게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 라임 사태와 옵티머스 사태는 청와대 전 행정관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라임 사태와 관련해 뇌물을 받고 라임 검사와 관련한 정보를 흘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최근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에도 반성문을 여러 건 제출하는 등 당초 입장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상호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라임 사태와 연루돼 검찰에 구속됐다. 라임 사태 몸통으로 지목받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86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2002년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국민경선대책위원회 위원장대표를 지낸 이씨는 대표적인 친노 인사다.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서는 옵티머스 윤모 이사의 부인인 이 전 청와대 행정관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전 행정관은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옵티머스 계열사 해덕파워웨이서 사외이사로 일하다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옮긴 뒤, 옵티머스 사태가 불거지자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막으려?
직제 개편 이어 지검장 떠나

검찰은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정관계 로비 의혹을 살펴보고 있지만 수사 동력은 많이 떨어진 상태다. 지난 1월 법무부는 증권범죄 사건에 특화된 서울남부지검의 비직제 조직인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을 폐지하고 공판부로 바꿨다. 

합수단은 검찰 직제 개편 과정서 사라진 직접수사 부서 13개 중에 포함됐다. 합수단은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릴 만큼 증권 범죄에 있어서는 두각을 나타낸 바 있다. 합수단이 맡던 사건들은 금융조사 1, 2부로 넘어갔다. 검사와 수사 인력들도 공판부로 뿔뿔이 흩어졌다. 

2013년 5월 출범한 합수단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에서 전문 인력을 파견 받아 자본시장 범죄에 특화된 수사를 벌여왔다. 하지만 출범 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증권범죄에 대한 전문성 약화가 우려됐다. 
 

여기에 송삼현 서울남부지검장이 검찰을 떠났다. 윤 총장과 동기인 송 지검장은 서울남부지검장으로 배치돼 금융사건을 총괄하는 재경지검장으로 1년여간 재직하며 라임 사태, 신라젠 사건 등을 수사했다. 송 지검장의 퇴진으로 라임 사태 수사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면서 최근 검찰총장 무력화를 위한 마지막 방점이 찍히는 모양새다. 지난달 27일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이하 검찰개혁위)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제도 개혁’에 대해 심의·의결한 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이를 고검장들에게 분산시키는 내용이 담긴 권고안을 내놨다.

검찰총장은 구체적인 사건에 관여해서는 안 되고 검찰 행정·사무에 관한 일반적인 지휘권만 갖게 되는 내용 등이 핵심이다.

법무부는 검찰개혁위가 권고안을 내놓은 지 하루 만에 “형사사법의 주체는 검찰총장이 아닌 검사”라며 개혁안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입법으로 지원 의사를 전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현재 장관급으로 대우받고 있는 검찰총장을 차관급으로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검찰개혁위가 권고하면 법무부가 이를 수용하고, 집권여당서 힘을 실어주는 식이다. 

식물총장 넘어
아예 무력화

검찰개혁위의 권고안대로 진행될 경우 윤 총장은 말 그대로 ‘이름뿐인’ 검찰총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추 장관 취임 이후 단행된 두 번의 검찰 인사서 이미 측근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는 수사지휘권을 사실상 수용하면서 수사서 배제됐다. 추가 검찰 인사가 윤 총장에게는 마지막 카운터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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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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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