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7월’ 공수처와 검찰 인사 관전포인트

윤석열, 추풍에 낙엽 될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7월, 검찰 조직이 또 한 번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청와대와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 시기를 7월로 보고 있다. 이 시기엔 검찰 인사도 예정돼있다. 지난 1월, 두 번의 인사로 손발이 다 잘린 경험이 있는 윤석열 총장에게 7월도 잔인한 달이 될까.
 

▲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상춘재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태년,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오찬을 겸한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서 문 대통령은 “공수처 7월 출범이 차질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열리면 공수처법 시행을 위한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특수부 죽고
형사부 살고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서도 공수처의 7월 출범을 위해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을 신속하게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에는 공수처장 임명 절차가 규정돼있지 않아 법안 처리가 되지 않으면 공수처의 7월 출범은 어려울 수 있다. 

당장 청문회 대상을 정하고 있는 국회법에 공수처장이 빠져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를 담당할 국회 상임위도 국회법을 통해 정해야 한다. 또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통해 ‘임명동의안 회부’ 조항에 공수처장을 포함시켜야 한다.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이를 개정해 통과시키려 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검찰 입장에선 공수처 출범보다 더 가시권에 들어온 게 인사 문제다. 추미애 법무부의 시그널이 여러 차례 감지되면서 검찰 내부에선 이미 7월 인사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취임한 이후 폭풍처럼 진행됐던 1월 인사 규모에 버금가는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검사장은 총 다섯 자리가 공석이다.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물러난 자리에 고기영 전 서울동부지검장이 영전했고 이수권 대검 인권부장이 서울동부지검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대전과 대구, 광주고검 차장 자리도 현재 비어있다. 

이미 인사의 틀은 어느 정도 정해졌다. 지난달 18일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권의 공정한 행사를 위한 검사 인사제도 개혁’에 대해 심의·의결하고 18차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는 검찰 인사서 특수·공안·기획 분야가 주요 보직을 독점하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검사장 등 기관장 임용 때 형사·공판부 경력자를 우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 공수처 다음달 출범 강조
추, 같은달 검찰 인사 예고

위원회는 검찰의 중심을 형사·공판부로 이동하기 위해 검사장과 지청장(차장검사가 있는 지청)에 전체 검찰 내 분야별 검사 비중을 반영해 형사·공판부 경력 검사를 5분의 3 이상 임용하라고 권고했다. 또 전국 검찰청의 형사·공판부장과 대검찰청 형사부·공판송무부 과장은 형사·공판부서 재직 기간의 3분의 2 이상 형사사건을 처리한 경력이 있어야 맡을 수 있도록 권고했다. 

위원회는 “검사가 기수와 관계없이 관리자 또는 전문가로서 각자의 역할을 하는 수평적인 구조로 재구성돼야 조직 내·외부 영향서 벗어나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권고안을 차기 검사 인사부터 즉시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법무부는 위원회 권고에 대해 “검사 인사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적극 공감하고 지속해서 개선을 추진해왔다”며 “향후에도 권고안 등을 참고해 추가 개선 방안을 검토·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1월 인사 때와 마찬가지로 7월 인사 역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힘을 빼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검찰 내 특수통 검사들은 이번 인사에서도 법무부의 칼날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 특수부는 문재인정부 들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부침이 심했다. 특수부는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 대형 경제사건 등을 수사한다. 경찰서 송치한 일반 형사사건이나 일부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부와 달리 자체적으로 범죄 사실을 인지해 수사한다. 이른바 인지수사 부서다.

문정부서 검찰 특수부는 적폐 청산의 칼이면서 축소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졌다. 문정부 초대 검찰총장 문무일 총장은 취임 직후 특수부 인력을 줄이고 형사부 검사를 늘리는 자체 개혁에 나섰다. 

조직 엘리트서
개혁 대상으로

당시 대검은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강화, 지청 단위 특수전담 부서 폐지, 형사부 전담 엄부 ‘브랜드화’ 추진, 고검의 항고사건 직접수사 강화 등 형사사건 처리 충실화를 뼈대로 하는 형사부 강화 방안 시행에 들어갔다. 그 결과 전국 41개 지청 특수전담과 일부 지검 특수부가 폐지됐고, 대검 반부패부와 강력부를 통합하는 등 문무일 총장 체제서 특별수사 조직은 큰 변화를 맞았다. 

지난해 7월 윤석열 총장이 문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취임하면서 특수통 검사들은 반짝 약진했다. 윤 총장 취임 이후 진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서 특수통 검사들은 주요 보직을 차지했다. 서울중앙지검 1∼3차장검사부터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주요 보직까지 ‘윤석열 사단’이 전진 배치됐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검찰과 청와대의 갈등이 시작됐다. 이 과정서 특수부는 문 전 총장 때와 마찬가지로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검찰 개혁이 언급될 때마다 특수부는 축소와 폐지의 대상으로 언급됐다. 
 

▲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윤 총장은 지난해 10월1일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하고 전국의 모든 검찰청에 설치된 특수부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검찰 개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나온 개혁안이다. 그러면서 문 전 총장 체제서 7개 지검으로 줄었던 특수부는 윤 총장 체제서 3개로 또 다시 축소됐다.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조 전 장관은 윤 총장의 개혁 방안 발표 일주일 만에 검찰 개혁 추진 관련 대국민 발표를 진행했다. 법무부는 검찰의 특수부 폐지 건의를 반영해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3개 검찰청에만 ‘반부패수사’ 부서로 명칭을 변경해 최소한도로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인천·수원·대전·대구·광주·부산지검에 남아있던 특수부는 현재 서울과 대구, 광주지검에만 남아있다.

수원·인천·부산·대전 4개 검찰청의 특수부는 형사부로 전환됐다.

50→7→3
특수부 잔혹사

검찰 조직서 특수부라는 명칭이 사라진 건 1973년 이후 46년 만이다. 특수부는 1973년 1월 대검에 특수부가 창설되면서 수사국 역할을 물려받았다. 이듬해 서울과 부산지검에도 특수부가 생겼다. 대검 특수부는 1981년 중앙수사부(중수부)로 확대 개편됐다. 검찰총장 하명사건 수사는 물론 범죄 정보와 형사 정책 관련 여론 수집도 맡았다. 


대검 중수부와 검찰청 특수부를 오간 특수통 검사들은 조직 내 엘리트로 통했다. 하지만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수사에 특수부 검사들이 자주 투입되는 만큼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특수부 검사들은 국민검사와 정치검사를 오가며 입방아에 올랐다. 

특수부 축소를 골자로 하는 문정부의 검찰 개혁 방향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지난해 10월 자유한국당(현 통합당) 김도읍 의원은 문 정부 출범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규모가 이전 정부에 비해 늘어났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김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매년 8월 기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는 2013년 16명, 2014년 23명, 2015년 28명, 2016년 23명, 2017년 25명, 2018년 43명, 2019년 35명을 기록했다. 

특히 박근혜정부 말기인 2016년 8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는 23명이었지만 문정부 출범 이후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25명, 43명으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해당 시기는 문정부 출범 초 적폐 청산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던 때와 맞물린다. 
 

김 의원은 당시 “현 정부는 출범 직후 적폐 청산을 한다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2배 가까이 키우더니 검찰이 조국 수사를 하자 갑자기 특수부를 없앤다고 한다”며 “검찰 개혁의 진정성을 누가 믿겠는가. 문정부의 검찰 개혁을 명분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문정부 들어 여러 차례에 걸쳐 조직이 축소된 특수부는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추 장관이 법무부에 입성하면서 또 다시 된서리를 맞았다. 조 전 장관 때는 특수부 부서 자체를 뒤흔드는 방식이었다면 추 장관은 인사를 통해 검찰총장의 손발을 자르는 식이다. 

1월 인사만큼 큰 규모?
검찰 장악력 높이려고?


추미애 법무부는 지난 1월8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을 비롯한 윤 총장의 대검 참모진은 모두 교체됐다.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전보된 한동훈 부장은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와 청와대 감찰무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었고, 제주지검장으로 전보된 박찬호 부장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이었다.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감찰국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 전통적으로 특수통 검사들이 독식해온 자리가 물갈이됐다. 검찰 조직 내 빅4로 불리는 요직 중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전보된 이성윤 지검장 정도였다. 추 장관의 첫 검찰 인사로 특수통이 몰락했다는 말이 나왔다.

여기에 검찰의 직접수사를 축소하고 형사·공판부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검찰직제 개편안이 시행되면서 반부패수사부와 공공수사부는 또 다시 쪼그라들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는 4개서 2개로, 공공수사부는 3개서 2개로 줄었다. 검찰이 특별수사단 같은 임시 수사조직을 만들 경우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1월23일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서도 법무부는 옛 특수부 등 특정 부서 중심의 기존 검찰 인사를 ‘조직 내 엘리트주의’로 규정하고 이를 탈피해 형사·공판 업무를 맡아온 검사들을 우대한다는 인사 원칙을 내세웠다. 형사·공판부 우대 원칙은 일반검사 인사서도 적용됐다.

법무부는 “일선 기관장이 추천한 우수 검사들의 인사 희망을 적극 반영하되 형사·공판부서 업무를 수행해온 검사를 주요 부서에 발탁하겠다”고 밝혔다. 

추 장관이 취임한 후 두 차례 단행된 검찰 인사, 직제개편 등을 통해 ‘윤석열 사단’은 해체 수순을 밟았다. 법무부서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을 받아들여 7월 인사를 단행할 경우 검찰 조직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일각에선 법무부가 윤 총장과 직접적인 힘겨루기가 아니라 간접적인 압박으로 검찰 조직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명숙 의혹
인사 전 포석?

추 장관의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언급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은 한 전 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사건서 검찰 수사팀이 증인에게 허위 증언을 종용했다는 진정을 인권감독관에게 배당했다. <뉴스타파>가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과정의 의혹을 제기한 지 한 달 만이다. 추 장관은 사건이 배당된 날 언론 인터뷰서 “이번 사건을 진정 사건 정도로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 장관의 언급은 당시 한 전 총리 수사를 담당했던 수사팀이 특수통 검사들이었다는 점에서 ‘윤석열 힘빼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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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