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7월’ 공수처와 검찰 인사 관전포인트

윤석열, 추풍에 낙엽 될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7월, 검찰 조직이 또 한 번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청와대와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 시기를 7월로 보고 있다. 이 시기엔 검찰 인사도 예정돼있다. 지난 1월, 두 번의 인사로 손발이 다 잘린 경험이 있는 윤석열 총장에게 7월도 잔인한 달이 될까.
 

▲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상춘재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태년,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오찬을 겸한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서 문 대통령은 “공수처 7월 출범이 차질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열리면 공수처법 시행을 위한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특수부 죽고
형사부 살고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서도 공수처의 7월 출범을 위해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을 신속하게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에는 공수처장 임명 절차가 규정돼있지 않아 법안 처리가 되지 않으면 공수처의 7월 출범은 어려울 수 있다. 

당장 청문회 대상을 정하고 있는 국회법에 공수처장이 빠져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를 담당할 국회 상임위도 국회법을 통해 정해야 한다. 또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통해 ‘임명동의안 회부’ 조항에 공수처장을 포함시켜야 한다.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이를 개정해 통과시키려 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검찰 입장에선 공수처 출범보다 더 가시권에 들어온 게 인사 문제다. 추미애 법무부의 시그널이 여러 차례 감지되면서 검찰 내부에선 이미 7월 인사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취임한 이후 폭풍처럼 진행됐던 1월 인사 규모에 버금가는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검사장은 총 다섯 자리가 공석이다.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물러난 자리에 고기영 전 서울동부지검장이 영전했고 이수권 대검 인권부장이 서울동부지검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대전과 대구, 광주고검 차장 자리도 현재 비어있다. 

이미 인사의 틀은 어느 정도 정해졌다. 지난달 18일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권의 공정한 행사를 위한 검사 인사제도 개혁’에 대해 심의·의결하고 18차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는 검찰 인사서 특수·공안·기획 분야가 주요 보직을 독점하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검사장 등 기관장 임용 때 형사·공판부 경력자를 우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 공수처 다음달 출범 강조
추, 같은달 검찰 인사 예고

위원회는 검찰의 중심을 형사·공판부로 이동하기 위해 검사장과 지청장(차장검사가 있는 지청)에 전체 검찰 내 분야별 검사 비중을 반영해 형사·공판부 경력 검사를 5분의 3 이상 임용하라고 권고했다. 또 전국 검찰청의 형사·공판부장과 대검찰청 형사부·공판송무부 과장은 형사·공판부서 재직 기간의 3분의 2 이상 형사사건을 처리한 경력이 있어야 맡을 수 있도록 권고했다. 

위원회는 “검사가 기수와 관계없이 관리자 또는 전문가로서 각자의 역할을 하는 수평적인 구조로 재구성돼야 조직 내·외부 영향서 벗어나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권고안을 차기 검사 인사부터 즉시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법무부는 위원회 권고에 대해 “검사 인사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적극 공감하고 지속해서 개선을 추진해왔다”며 “향후에도 권고안 등을 참고해 추가 개선 방안을 검토·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1월 인사 때와 마찬가지로 7월 인사 역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힘을 빼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검찰 내 특수통 검사들은 이번 인사에서도 법무부의 칼날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 특수부는 문재인정부 들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부침이 심했다. 특수부는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 대형 경제사건 등을 수사한다. 경찰서 송치한 일반 형사사건이나 일부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부와 달리 자체적으로 범죄 사실을 인지해 수사한다. 이른바 인지수사 부서다.

문정부서 검찰 특수부는 적폐 청산의 칼이면서 축소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졌다. 문정부 초대 검찰총장 문무일 총장은 취임 직후 특수부 인력을 줄이고 형사부 검사를 늘리는 자체 개혁에 나섰다. 

조직 엘리트서
개혁 대상으로

당시 대검은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강화, 지청 단위 특수전담 부서 폐지, 형사부 전담 엄부 ‘브랜드화’ 추진, 고검의 항고사건 직접수사 강화 등 형사사건 처리 충실화를 뼈대로 하는 형사부 강화 방안 시행에 들어갔다. 그 결과 전국 41개 지청 특수전담과 일부 지검 특수부가 폐지됐고, 대검 반부패부와 강력부를 통합하는 등 문무일 총장 체제서 특별수사 조직은 큰 변화를 맞았다. 

지난해 7월 윤석열 총장이 문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취임하면서 특수통 검사들은 반짝 약진했다. 윤 총장 취임 이후 진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서 특수통 검사들은 주요 보직을 차지했다. 서울중앙지검 1∼3차장검사부터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주요 보직까지 ‘윤석열 사단’이 전진 배치됐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검찰과 청와대의 갈등이 시작됐다. 이 과정서 특수부는 문 전 총장 때와 마찬가지로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검찰 개혁이 언급될 때마다 특수부는 축소와 폐지의 대상으로 언급됐다. 
 

▲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윤 총장은 지난해 10월1일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하고 전국의 모든 검찰청에 설치된 특수부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검찰 개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나온 개혁안이다. 그러면서 문 전 총장 체제서 7개 지검으로 줄었던 특수부는 윤 총장 체제서 3개로 또 다시 축소됐다.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조 전 장관은 윤 총장의 개혁 방안 발표 일주일 만에 검찰 개혁 추진 관련 대국민 발표를 진행했다. 법무부는 검찰의 특수부 폐지 건의를 반영해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3개 검찰청에만 ‘반부패수사’ 부서로 명칭을 변경해 최소한도로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인천·수원·대전·대구·광주·부산지검에 남아있던 특수부는 현재 서울과 대구, 광주지검에만 남아있다.

수원·인천·부산·대전 4개 검찰청의 특수부는 형사부로 전환됐다.

50→7→3
특수부 잔혹사

검찰 조직서 특수부라는 명칭이 사라진 건 1973년 이후 46년 만이다. 특수부는 1973년 1월 대검에 특수부가 창설되면서 수사국 역할을 물려받았다. 이듬해 서울과 부산지검에도 특수부가 생겼다. 대검 특수부는 1981년 중앙수사부(중수부)로 확대 개편됐다. 검찰총장 하명사건 수사는 물론 범죄 정보와 형사 정책 관련 여론 수집도 맡았다. 


대검 중수부와 검찰청 특수부를 오간 특수통 검사들은 조직 내 엘리트로 통했다. 하지만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수사에 특수부 검사들이 자주 투입되는 만큼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특수부 검사들은 국민검사와 정치검사를 오가며 입방아에 올랐다. 

특수부 축소를 골자로 하는 문정부의 검찰 개혁 방향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지난해 10월 자유한국당(현 통합당) 김도읍 의원은 문 정부 출범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규모가 이전 정부에 비해 늘어났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김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매년 8월 기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는 2013년 16명, 2014년 23명, 2015년 28명, 2016년 23명, 2017년 25명, 2018년 43명, 2019년 35명을 기록했다. 

특히 박근혜정부 말기인 2016년 8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는 23명이었지만 문정부 출범 이후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25명, 43명으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해당 시기는 문정부 출범 초 적폐 청산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던 때와 맞물린다. 
 

김 의원은 당시 “현 정부는 출범 직후 적폐 청산을 한다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2배 가까이 키우더니 검찰이 조국 수사를 하자 갑자기 특수부를 없앤다고 한다”며 “검찰 개혁의 진정성을 누가 믿겠는가. 문정부의 검찰 개혁을 명분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문정부 들어 여러 차례에 걸쳐 조직이 축소된 특수부는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추 장관이 법무부에 입성하면서 또 다시 된서리를 맞았다. 조 전 장관 때는 특수부 부서 자체를 뒤흔드는 방식이었다면 추 장관은 인사를 통해 검찰총장의 손발을 자르는 식이다. 

1월 인사만큼 큰 규모?
검찰 장악력 높이려고?


추미애 법무부는 지난 1월8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을 비롯한 윤 총장의 대검 참모진은 모두 교체됐다.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전보된 한동훈 부장은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와 청와대 감찰무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었고, 제주지검장으로 전보된 박찬호 부장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이었다.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감찰국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 전통적으로 특수통 검사들이 독식해온 자리가 물갈이됐다. 검찰 조직 내 빅4로 불리는 요직 중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전보된 이성윤 지검장 정도였다. 추 장관의 첫 검찰 인사로 특수통이 몰락했다는 말이 나왔다.

여기에 검찰의 직접수사를 축소하고 형사·공판부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검찰직제 개편안이 시행되면서 반부패수사부와 공공수사부는 또 다시 쪼그라들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는 4개서 2개로, 공공수사부는 3개서 2개로 줄었다. 검찰이 특별수사단 같은 임시 수사조직을 만들 경우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1월23일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서도 법무부는 옛 특수부 등 특정 부서 중심의 기존 검찰 인사를 ‘조직 내 엘리트주의’로 규정하고 이를 탈피해 형사·공판 업무를 맡아온 검사들을 우대한다는 인사 원칙을 내세웠다. 형사·공판부 우대 원칙은 일반검사 인사서도 적용됐다.

법무부는 “일선 기관장이 추천한 우수 검사들의 인사 희망을 적극 반영하되 형사·공판부서 업무를 수행해온 검사를 주요 부서에 발탁하겠다”고 밝혔다. 

추 장관이 취임한 후 두 차례 단행된 검찰 인사, 직제개편 등을 통해 ‘윤석열 사단’은 해체 수순을 밟았다. 법무부서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을 받아들여 7월 인사를 단행할 경우 검찰 조직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일각에선 법무부가 윤 총장과 직접적인 힘겨루기가 아니라 간접적인 압박으로 검찰 조직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명숙 의혹
인사 전 포석?

추 장관의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언급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은 한 전 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사건서 검찰 수사팀이 증인에게 허위 증언을 종용했다는 진정을 인권감독관에게 배당했다. <뉴스타파>가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과정의 의혹을 제기한 지 한 달 만이다. 추 장관은 사건이 배당된 날 언론 인터뷰서 “이번 사건을 진정 사건 정도로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 장관의 언급은 당시 한 전 총리 수사를 담당했던 수사팀이 특수통 검사들이었다는 점에서 ‘윤석열 힘빼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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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