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VS 주호영의 주도권 샅바싸움

‘전략가 vs 전략가’ 협치 어렵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1대 국회의 시작을 장식할 거대 양당의 신임 원내사령탑이 정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정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기 위해 야당과의 협치에 주력할 전망이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재건과 쇄신의 닻을 올려 대선서 설욕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양당 신임 원내대표들이 21대 국회를 맞이하는 포부를 비롯해 여러 현안들에 대한 이들의 입장을 정리했다.
 

▲ 인사 나누는 김태년(더불어민주당)·주호영(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고성준 기자

 

오는 30일 새로운 국회가 열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4선 김태년 의원이,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에서는 5선 주호영 의원이 각 당을 이끌 원내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이들은 21대 국회의 첫 1년을 이끌면서, 임기 4년의 분위기를 좌우할 중책을 맡게 됐다.

“일하자” 공감
딴 사안 이견

민주당 김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당권파 친문이다. 지난 20대 국회 마지막 원내대표 경선서 이인영 전 원내대표에게 패해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에는 과반을 획득해 결선 투표 없이 바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의 강점은 청와대와 두루 소통할 수 있는 ‘친문(친 문재인)’이라는 점이다. 이해찬 대표와도 친분이 두텁다. 이 외에도 그는 정책과 디테일에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 김재원 의원은 그를 ‘정치 천재’라며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는 그런 지략과 정책적인 측면,  전략적인 측면서 대단한 분”이라 칭찬했다.

반면 통합당 주 원내대표는 ‘검증된 전략가’로 꼽힌다. 법조인 출신으로 평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성격 덕분에 정치권에선 협상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계파색이 옅은 온건 보수에 속한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통합당은 21대 국회서 180석에 이르는 ‘슈퍼여당’을 상대해야 한다. 당 이미지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 강경파보다는 협상할 줄 아는 원내사령탑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 당선소감서 코로나 정국 및 총선 참패를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라 어깨가 무겁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코로나19로 경제위기가 다가오는 이 시기에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를 맡게 돼 어깨가 매우 무겁다. 의원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겠다. 통합의 리더십으로 당을 하나로 모으고, 당·정·청의 역량을 위기 극복에 집중시키겠다.(지난 7일, 국회 당선인 총회)

▲(주) 책임감이 어깨를 많이 누르고 있다. 이제 우리당은 바닥까지 왔다. 1,2년 안에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재집권을 할 수 없고, 그야말로 역사서 사라지는 정당이 될 것이라는 절박감을 갖고 있다. 패배의식을 씻어내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 최선을 다해 당을 재건하고, 수권정당이 되도록 하는 데 앞장서겠다.(지난 8일, 국회 당선인 총회)

두 신임 원내대표 모두 전술에 능한 전략가들이기 때문에 21대 국회는 시작부터 불꽃 튀는 원내 협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슈퍼여당을 이끌며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문재인정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다음 대선 전까지 통합당을 혁신해야 할 중책을 맡게 됐다. 통합당은 이번 총선서 103석을 얻는 데 그치며, 전국 단위 선거서 4번 내리 패배했다.

‘사사건건’ 같은 질문 다른 답변
두 신임 원내사령탑 대충돌 예고

두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국회서 처음으로 공식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서 20여분 동안 진행됐다. 이들은 서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협치’를 강조했다.

▲(김) 여당 원내대표로서 매우 논리적이고 유연한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국정 동반자로서 늘 대화하고 협의하며 국민들이 기대하는 국회를 만들겠다.(지난 14일, 원내대표 회동)


▲(주) 21대 국회를 시작하는 첫 해에 존경하는 김 원내대표를 모시고 일할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정부와 여당을 적극적으로 도와 국난에 가까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데 협조하겠다.(지난 14일, 원내대표 회동)

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두 분이 신속히 만나 저녁을 먹으며 원만하게 이야기를 끌어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최근 형제복지원 피해자의 국회 농성으로 관심을 끈 과거사법에 대해 “문제없이 이번 본회의서 처리될 수 있다는 의견이 교환됐다”고 밝혔다.

두 원내대표 회동 이후 지난 20일 국회에서는 과거사법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N번방 방지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원내대표 회동서 악수 나누고 있는 김태년(더불어민주당)·주호영(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고성준 기자

김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첫 과제로 ‘일하는 국회법’을 꼽았다. 일하는 국회법에는 정기회가 없는 달에도 매달 임시회를 개회하고, 윤리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불출석에 대한 징계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일하는 국회’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이라 개원 직후 양당의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김) 국회 운영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20대 국회가 들었던 ‘이게 국회냐’ 질타를 ‘이것이 국회다’라는 찬사로 바꿔야 한다. 국회 개혁의 핵심은 숙의의 총량은 유지하되, 결정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상시국회 제도화, 법사위 체계 및 자구심사권 폐지, 복수 법안심사소위원회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21일, 국회 정책조정회의)

▲(주) 일하는 국회에 찬성한다. 국정 협조할 건 과감하게 협조하겠다. 국가적 위기 상황서 국회가 처리해야 할 현안이 많기 때문에 일하는 국회는 저희도 찬성이다.(8일, 당선인 총회)

치열한
수 싸움

체계·자구 심사가 법안 지연의 수단으로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법사위에 넘어온 법안 가운데 체계·자구 수정한 것이 절반 정도 될 만큼 손볼 때가 많다. 자칫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지난 19일, <세계일보> 인터뷰)

지난 20대 국회서 보였던 동물 국회, 식물 국회로 인해 일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이에 21대 국회 당선인들은 지난 21일 ‘대한민국 4.0 포럼-새로운 21대 국회를 위하여’를 열어, 일하는 국회를 21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법안서도 양당의 신임 원내대표는 이견을 보였다.

지난 5월18일은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민주당과 통합당 인사들은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여했다. 당시 주 원내대표는 기념식 마무리 순서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주 원내대표는 당내서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흘러나온 막말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아울러 5·18 관련 법안 처리를 약속하면서, 당의 극우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서 발언하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병희 기자

다만 주 원내대표는 역사 왜곡 처벌과 관련해서는 신중론을 취하고 있다. 그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역사 왜곡 처벌 강화 부분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막을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헌법 학자라든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난 다음,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 전두환씨 등이 거짓된 주장을 못하도록 역사 왜곡 처벌법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 전씨는 5월 광주를 피로 물들인 학살 주범이고, 5·18을 둘러싼 가짜뉴스의 온상이다. 북한개입설도 당시 신군부서 나왔다. 5·18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 학살 책임자가 끝까지 죄를 부정하며 활개를 치도록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다. 진상조사위 활동이 과거처럼 미완으로 끝나지 않게 전폭적으로 뒷받침할 예정이다. 1000억원이 넘는 추징금도 환수할 방법을 찾겠다.(19일, 국회 원내대책회의)

▲(주) 5·18 희생자와 유가족, 상심하셨던 모든 국민께 죄송한 마음이다. 당 일각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모욕하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이어왔다. 아물던 상처를 덧나게 했던 일들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개인의 일탈이 마치 당 전체의 생각인양 확대 재생산되며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일으키는 일은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 5·18을 기리는 국민 보통의 시선과 마음가짐에 눈높이를 맞추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지난 16일,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성명)

21대 국회
첫 과제는?

역사 왜곡 처벌과 관련한 법안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나 공청을 거쳐야 한다. 진상규명조사위원회 권한 확대에는 압수수색 권한을 진상조사위원회에 주자는 조항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지난 19일, CBS 인터뷰)


최근 민주당은 진상규명과 더불어 역사 왜곡 처벌 강화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와 왜곡 등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민주당이 강경한 대응을 하고 있는 만큼 5·18 관련 법안은 물론이고, 이와 관련한 역사 왜곡 처벌법 입법 역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례위성정당과의 합당 여부도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다. 주 원내대표와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하 한국당) 원유철 대표는 지난 14일 합당 논의 기구를 만들어 조속한 시일 내에 합당을 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잘된 일’이라면서도 준연동형 비례제 폐지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주) 통합당과 한국당의 조속한 합당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합당 수임기구를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양당 대표는 여야 합의 없이 ‘4+1’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폐해를 지난 21대 총선서 확인한 만큼, 20대 국회 회기 내 폐지시켜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지난 14일, 국회 합동 기자회견)
 

▲ 지난 19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의 면담 자리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김) 통합당과 한국당의 합당은 잘된 일이다. 이렇게 하는 게 순리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제 폐지는 다음 선거가 4년 후에 치러지는데, 그걸 지금 옵션으로 걸 필요는 없다. 그건 핑계를 위한 핑계, 샅바싸움에 불과하다.(지난 14일, 국회)

통합당과 한국당은 오는 29일까지 합당을 결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통합당과 조속한 합당을 이루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으나 합당 지연을 염두에 둔 듯한 여러 행보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주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초선 당선인들과 만찬서 한국당과 “최대한 빠른 합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이런저런 이유가 자꾸 나와 조만간 합당하는 결론이 날 것 같지는 않다”고 아쉬움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당이 성사되면 통합당의 지역구 당선인(84명)과 한국당의 비례대표 당선인(19명)을 합쳐 103석이 된다.

김, 코로나19 인한 경제극복 주력
주, 절박감으로 보수 쇄신에 앞장

반면 민주당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당을 마무리 한 상태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민주당은 원 구성에 집중하는 반면 통합당은 결속과 쇄신에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은 원 구성의 법정시한을 지키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통합당은 당선인 워크숍서 지도부 체제를 구축해 당을 정상화시킬 계획임을 전했다.

▲(김) 20대 국회가 원 구성에 14일을 소요해 역대 최단기록을 세웠지만 법정시한을 지키진 못했다. 21대 국회는 20대 국회보다 시간을 더 단축하고 반드시 법정시한을 준수해야 한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도 21대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오직 국민을 위해 원 구성 법정시한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적극적으로 간절하게 통합당과 협상하겠다.(지난 21일, 국회 정책조정회의)

▲(주) 당선인 워크숍에서는 21대 총선 분석·평가가 있을 것이다. 한국당과의 통합 문제, 당 혁신 방안, 지도부 체제 구성 등을 다 정리하고 논의할 것이다. 워크숍을 계기로 국민이나 당원에게 ‘통합당이 정말 많이 바뀌어가고, 이제 좀 희망을 가질 수 있겠구나' 하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성공적 연찬회가 되길 기대한다.(지난 21일, 당선인 워크숍)

20대 국회 입법 활동을 사실상 마무리 지은 양당은 어떤 법안을 가장 먼저 추진할까. 민주당은 코로나19의 재유행에 대비해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반면 통합당은 국민 부담 경감 및 경제 활성화 법안과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해소 법안 등을 1호 법안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통합당에서는 당내 추진 요구가 높은 선거제 개정안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 당선자 25명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준연동형비례대표제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선거제 개정안을 공동으로 발의할 예정이다.

대선 D-2년
입법 경쟁

여야 모두 다음 국회서 추진할 법안들을 물색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21대 국회에서는 입법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선이 2년 남은 시점에서 입법에 성과를 냄으로써 국민들에게 유능한 이미지를 부각하겠다는 전략이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통합당 ‘윤미향 저격’ 작전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정치권 역시 공방전으로 들어섰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정의연도 외부 기관을 통해 회계 감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가 나온 뒤에 입장을 정해도 늦지 않다”고 유보적 입장을 반복했다.

이어 “저희는 공당이기 때문에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며 “30년 동안 우리 사회에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국제적으로 연대하고 보편적 인권 문제까지 승화시키는 데 많은 역할을 했던 운동 자체가 폄훼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통합당은 윤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진상 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TF 위원장은 곽상도 의원이 맡았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지난 21일 당선인 워크숍서 “진상을 규명하고 수사와 사퇴를 촉구하고, 국정조사 추진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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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