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꽃놀이패

장관이 판 깔고 여당이 부채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연일 두들겨 맞고 있다. 집권여당에선 ‘자진 사퇴’ 요구가 나오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입만 열면 윤 총장에게 맹공을 퍼붓는 중이다. 공교롭게도 윤 총장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질수록 그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단숨에 대권주자로 뛰어오르는 모양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권주자 여론조사서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범보수 후보 가운데서는 1위다. 지난달 3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6월22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서 윤 총장은 10.1%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의원(30.8%), 이재명 경기도지사(15.6%)의 뒤를 이었다. 윤 총장은 이번 조사서 처음으로 대상에 포함됐다. 

야권 1위
깜짝 등장

홍준표 의원(5.3%),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4.8%), 오세훈 전 서울시장(4.4%),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3.9%) 등 범보수 진영 후보들은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리얼미터는 “윤 총장이 ‘모름·무응답’ 등 유보층과 홍준표·황교안·오세훈·안철수 등 범보수·야권주자의 선호층을 흡수했다”며 “이낙연·이재명과 함께 3강 구도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앞서 조짐은 있었다. <세계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월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 윤 총장은 10.8%를 얻었다. 이낙연 의원(32.2%)에 이어 2위다. 황교안 전 대표(10.1%)보다도 높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보도가 나간 후 윤 총장은 “여론조사 후보군서 빼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한국갤럽이 2월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서도 윤 총장은 5%의 선호도를 얻어 이 의원(25%), 황 전 대표(10%)에 이어 3위에 올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번 윤 총장 지지율의 배경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자 보수층이 집결했다는 것이다.

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추 장관이 윤 총장을 때리면서 키워줘 마치(윤 총장의) 선거대책본부장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이어 “(추 장관은)김여정처럼 후계자가 되고 싶은 거 아니냐”며 “김여정과 흡사한 그런 톤에 ‘잘라먹었다’며 북한서 쓰는 말(투를 사용해 윤 총장을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검 안팎서 ‘총장 흔들기’
추, 비판에 되레 지지율↑

추 장관은 올해 1월 취임 직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윤 총장과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21대 총선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이후에는 비판 수위가 더 높아졌다. 실제 최근 민주당 지도부서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윤 총장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고 함구령까지 내렸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추 장관은 민주당의 목소리에 더해 윤 총장에 직격탄을 날리는 등 ‘윤 총장 때리기’ 최전선에 나선 상태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고성준 기자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진 시점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이 수사 과정서 증언을 강요했다는 내용의 진정이 접수되면서부터다. 이 진정 사건을 어디에 배당할지를 두고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정면으로 맞붙었다. 법무부는 진정 사건을 대검 감찰부로 이관했는데, 윤 총장은 징계 시효가 끝났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넘겼다. 


진정 사건 배당을 둘러싼 핑퐁 싸움이 이어졌고, 이 과정서 추 장관은 여러 차례에 걸쳐 윤 총장을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국회 의원회관서 민주연구원 주최로 열린 ‘초선의원 혁신포럼’서 “윤 총장이 검찰총장법 8조에 의한 저의 지시를 어기고 지시의 절반을 잘라먹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관이 재지시를 내리는 것은)검찰의 치명적인 오욕”이라며 “(장관)말을 안 들어서 재지시를 내렸다고 검찰사에 남아보라. 장관이 그렇게 할 정도로(총장이) 개혁 주체가 되지 못하고 개혁 대상이 돼버렸다는 게 증명이 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법무부 장관이 말 안 듣는 총장이랑 일해본 적도 없고 재지시를 해본 적도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이 강요미수 혐의로 수사 중인 채널A 이모 기자 사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도 추 장관과 윤 총장은 대립 중이다. 추 장관 취임 이후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이성윤 지검장과의 갈등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윤 총장 입장에서는 검찰 안팎서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사사건건
작심 비판

앞서 윤 총장은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대검 전문수사자문단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대검에 보고했지만, 대검 측은 주요 수사기록을 검토한 뒤 구속영장 청구는 물론 강요미수 혐의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전문수사자문단 회부 결정은 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의 결정에 대해 추 장관은 “아주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전문수사자문단에 대해 질의하는 과정서 나온 답변이다. 

그러면서 “규정에 따르면 전문수사자문단은 피의자 측이 요청할 근거가 없다”며 “그런데 수사팀의 이의제기에도 피의자의 요청을 받아 전문수사자문단을 꾸린다면 아주 나쁜 선례가 된다는 우려 제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무혐의 결론을 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를 한 것에 추 장관은 “수사팀도 같은 의심을 하며 (자문단 구성에)강력히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전문수사자문단 중단을 지시하는 게 타당하다’고 하자 “여러 지적들에 대해 더 상세한 보고를 듣고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검찰 내부서도 ‘윤석열 흔들기’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서 “대검찰청 전문수사자문단 관련 절차 중단을 건의했다”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이성윤 지검장이 윤 총장에게 항명을 하고 나섰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수사팀은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 독립성을 부여해달라고 촉구했다. 특임검사는 검사의 범죄에 관한 사건에만 예외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로, 특임검사로 임명되면 독립성 보장을 위해 최종 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 보고한다. 2010년 8월 스폰서 검사 논란 이후 도입됐다. 사실상 대검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검찰 내부
항명 사태


수사팀은 “자문단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동시 개최 및 자문단원 선정과 관련된 논란 등 비정상적이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초래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한 관련 사실관계와 실체적 진실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단계서 자문단을 소집하면 시기나 수사 보안 등의 측면서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검은 “혐의 입증에 자신 있다면 자문단에 참여하라”며 요청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이 기자와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철 전 대표 사이에 말을 전달한 인사들이 있었던 만큼 신중하게 정황을 파악하고, 의혹 제기의 배경까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이 수사를 지휘해 온 대검 지휘협의체서도 범죄 구조의 독특한 특수성 때문에 여러 차례 보완 지휘를 했고, 풀버전의 영장 범죄사실을 확인하려 했으나 수사팀은 지휘에 불응했다”며 “이런 상황을 보고 받은 윤 총장이 부득이하게 자문단에 회부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대검은 “이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고 했다면 범죄 성립과 혐의 입증에 대해 지휘부서인 대검을 설득했어야 한다”며 “범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설득하지 못한 상황서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달라고 하는 것은 수사의 기본마저 저버리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이 지검장의 공개 항명 사태가 일어난 다음날에도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두 기관의 충돌로 국민의 불편과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며 “우려와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먼저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윤 총장을)지금까지 지켜봤는데 더 지켜보기 어렵다면 결단할 때 결단하겠다”고 경고성 발언을 날렸다. 

‘현직 검찰총장이 야권의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블랙코미디’(민주당 김진애 의원)라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그 부분에 대해 관심을 두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여 “거품” 확대 해석 경계
야 “대선후보될 수 있어”

윤 총장이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것을 두고 야권과 여권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뚜렷한 대권주자가 없는 야권에선 윤 총장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고, 여권은 한시적인 현상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통합당 이만희 의원은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대는 소신과 추 장관 등으로부터 온갖 외압에도 굴하지 않는 자세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라디오서 밝혔다. 이 의원은 “때릴수록 윤 총장의 지지율이 오르니까 민주당에선 함구령까지 내렸다”며 “통합당의 당헌·당규에 따른 정당한 절차를 거치면 누구든지 당의 대선주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합당 김무성 전 의원은 윤 총장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자기 일에 소신과 의미를 갖고 굽히지 않고 나아가는 그런 지도자를 국민이 원하고 있다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윤 총장의 급부상이 이른바 야권의 잠룡들에게도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병희 기자

반면 여권에선 ‘거품’ ‘신기루’ 등으로 진단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지난달 30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서 “어떤 나라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 참 기가 막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기본적으로 윤 총장은 정치인이 아니며 가진 역량이 총장이란 지위서 비롯된 것이 많다”며 “총장으로서 어떤 일을 했느냐가 계속 평가받을 것이므로 일단은 거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깎아내렸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야권에는 도대체 대통령 후보가 없지 않느냐”며 “잠시 신기루처럼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에 대해서는 “자기 영역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여권에서도
“자제해야”

여권서도 추 장관의 행보에 대한 공개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미애 장관님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조 의원은 ‘검찰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위해서라도 추 장관의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일련의 언행은 제가 30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광경으로서 당혹스럽기까지 해 말문을 잃을 정도”라며 “거친 언사로 검찰 개혁과 공수처의 조속한 출범의 당위성을 역설하면 할수록 논쟁의 중심이 추 장관의 언행의 적절성에 집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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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