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처갓집의 비밀

부잣집 사위 ‘발목 잡힐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해소되지 못한 의혹은 망령처럼 떠돈다. 진실에 다다를 때까지 의혹에는 살이 붙는다. 많은 유명인들이 의혹 속에서 살아간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국정감사, 청문회서 깨끗이 씻어내지 못한 의혹이 최근 방송 보도를 통해 또 다시 불거졌다. 배우자와 장모가 얽혀있는 의혹, 윤 총장 처갓집의 비밀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 윤석열 검찰총장 ⓒ나경식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정부 들어 가장 승승장구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승진한 지 2년 만인 지난해 7, 문무일 검찰총장에 이어 43대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로 좌천성 인사 등 수모를 당한 지 6년 만에 검찰 수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

좌천 검사서
검찰총장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윤 총장은 1991, 무려 9수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4년 대구지검을 시작으로 대검 중앙수사부 중수1과장(2011),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2012) 등에서 일했다. 늦깎이 검사였지만 여러 대형 사건 수사를 전담하면서 검찰 내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2007년 변양균 전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과 신정아 전 교수 사건, 씨앤(C&)그룹 비자금 수사, 부산저축은행 수사 등을 주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고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을 구속시키기도 했다.

윤 총장은 박근혜정부 첫 해인 20134월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차출되면서 검사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는다. 그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자 논란으로 낙마한 후에도 검찰 수뇌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사를 강행했다. 201310월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보고·결재 없이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그해 국정감사서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과 조영곤 지검장 등의 수사 외압이 있었다는 폭로와 함께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른바 항명파동의 중심에 선 윤 총장은 이후 수사 일선서 배제된 뒤 대구고검, 대전고검 등을 전전했다.

좌천 검사였던 그는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에 참여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쏴 올렸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윤 총장을 수사팀장으로 발탁했고, 그는 특검 활동 내내 수사 전반을 주도했다.

20175월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대전고검 검사였던 윤 총장을 검찰의 핵심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일하던 2년간 국정농단과 사법 농단 등 문재인정부의 대표 정책인 적폐 청산수사를 진두지휘했다.

배우자·장모 의혹 또 다시
국정감사·청문회 방송까지

문 대통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6월 윤 총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했다. 이 또한 파격적인 인사로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검찰총장으로 직행하는 일은 윤 총장을 제외하곤 전례가 없었다. 그는 청문회를 거쳐 지난해 7월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다.

윤 총장은 법과 원칙대로를 기조로 내세우며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 비리 의혹 사건, 청와대 선거 개입·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사건을 지휘하고 있다. 이 과정서 추미애 법무부와 사사건건 갈등을 빚으며, 야 양쪽서 사퇴 압박도 받고 있지만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그런 윤 총장의 주변을 2년 넘게 맴도는 망령이 있다. 바로 배우자 김건희 코바나 컨텐츠 대표와 장모 최모씨를 둘러싼 의혹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725일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 동석하면서 화제로 떠올랐다.


윤 총장과 김 대표는 지난 20123월 결혼했다. 당시 두 사람의 나이는 김 대표가 40, 대검찰청 중수1과장이던 윤 총장이 52세였다. 김 대표는 최근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윤 총장 장모 최모씨의 둘째 딸로 알려져 있다.
 

▲ 윤석열 장모 보도 예고편 ⓒMBC

김 대표는 2018<주간조선>과의 인터뷰서 나이 차도 있고 오래 전부터 그냥 아는 아저씨로 지내다 한 스님이 나서서 연을 맺어줬다가진 돈도 없고 내가 아니면 영 결혼을 못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윤 총장과) 결혼할 때 남편은 통장에 2000만원밖에 없을 정도로 가진 것이 없었다결혼 후 재산이 늘기는커녕 오히려 까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 부인이라고 해서 전업주부만 할 수 없지 않느냐며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김 대표는 2009년 주식회사 제임스앤데이빗 엔터테인먼트코리아서 현재 사명으로 바꾼 코바나컨텐츠를 운영하고 있다. 코바나컨텐츠는 문화·콘텐츠 제작 및 투자업체로 까르띠에 소장품전, 샤갈전, 반 고흐전, 고갱전 등 유명 예술 전시를 주관했다.

12세 연하와
2012년 결혼

지난 3월 공개된 ‘2019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공개당시 윤 총장은 법무·검찰 고위직 간부 중 가장 많은 재산인 65억원을 신고했다. 이중 49억원가량의 예금이 김 대표의 소유인 것으로 파악됐다. 12억원 상당의 건물과 2억원 상당의 토지도 김 대표 명의의 재산이다. 윤 총장 본인 명의의 예금은 21400만원 정도로 드러났다.

윤 총장의 배우자 김 대표와 장모 최씨에 대한 의혹은 지난 201810월 국정감사장서 한 차례 불거졌다.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서 피해자 9명이 저를 찾아와서 ‘(윤석열)장모로부터 사기를 당해 30억원을 떼였다. 장모 대리인은 징역 받아서 살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사기의 주범인 장모는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윤 지검장이 배후에 있다는 하소연을 했다고 말했다.

장 의원에 따르면 제보자들은 윤 총장의 장모가 딸인 김 대표의 친구인 김모씨와 공모해 허위 잔고증명서를 떼는 데 관여하고, 이를 토대로 차용을 받은 뒤 수표가 부도나면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으로 형사처벌이 이뤄졌지만 윤 총장의 장모는 처벌받지 않은 것을 두고 윤 총장의 영향력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
 

▲ 윤석열 검찰총장과 부인 김건희씨 ⓒ청와대

윤 총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장 의원의 의혹 제기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국감장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저는 정말 모르는 일이고 중앙지검에는 ()친인척 관련 사건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3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면 고소가 됐을 텐데 대체 어느 지검에 고소·고발이 들어왔는지 아시느냐”며 제가 관여했다는 증거가 있느냐. 아무리 국감장이지만 이거 너무하신 거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는 곳마다
고소·고발전


지난해 78일 열린 윤 총장의 인사청문회서도 김 대표와 최씨에 대한 의혹이 흘러 나왔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기 전부터 김 대표의 코바나컨텐츠가 진행한 전시회에 검찰 수사 중인 대기업이 대거 협찬했다는 의혹 장모가 연루된 사기사건 무마 의혹 등을 두고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특히 최씨가 의료인이 아니면서 명의를 빌려줘 의료재단을 설립하도록 해 요양급여비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챙긴 사건, 최씨 지인이 통장 잔고를 위조해 여러 명에게 수십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사건 등에 연루됐지만 모두 처벌을 면했다는 의혹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최씨를 사기·사문서위조 및 행사·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후보자였던 윤 총장 측은 사건 관련 내용은 알지 못하고 수사·재판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쟁점이 되리라 여겨졌던 의혹들은 실제 인사청문회에선 일절 다뤄지지 않았다. 최씨에 관한 의혹도 언급이 거의 없었다. 2018년 국정감사서 의혹을 제기했던 미래통합당 장제원 의원도 제가 장모 사건에 윤 후보자가 배후에 있다는 고리를 풀지 못했다그래서 장모 얘기는 안 하려고 한다고 했을 정도다.

당초 김 대표와 최씨에 대한 맹탕 검증은 예상됐던 바였다. 김 대표와 최씨 등 윤 총장의 가족은 인사청문회 증인서 제외됐고, 김 대표의 미술 전시회를 후원한 대기업 관계자 등도 참고인 채택이 이뤄지지 않았다.

20184<중앙일보>가 보도한 김 대표가 도이치모터스의 자회사인 도이치파이낸셜 전환사채를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매입했다는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당시 증인으로 채택된 권오수 회장이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고, 윤 총장은 관련 증거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사실 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다.


“알지 못한다…관여 안했다” 일관
법무부 감찰 원하는 국민청원도

이 같은 의혹은 지난달 17<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한 차례 더 언급됐다. <뉴스타파>2013년 당시 경찰 내사 보고서를 인용해 권 회장이 20102011년 주식시장서 주가조작 세력으로 활동하던 이모씨와 함께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서 김 대표가 주가조작에 돈을 투자하는 일명 쩐주’(전주)로서 관여했다는 것.

<뉴스타파> 보도가 나간 직후 경찰청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권 회장에 대한 내사를 진행한 것은 맞지만 김 대표는 내사 대상도 아니었고 접촉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도 “(윤 총장) 흠집내기라고 반발했다. 김 대표의 투자 시점이 윤 총장과 결혼하기 전이라는 반박도 나왔다.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9MBC <스트레이트>는 윤 총장의 장모 최씨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심층보도했다. <스트레이트>는 최씨의 의혹을 넘어서 윤 총장이 장모의 행적을 알고 있었는지, 사건에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 윤석열 검찰총장

대한민국의 검사가 2000명이 넘는데 검찰총장의 친인척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는 검사가 있다면 그동안 취재한 자료를 다 넘겨드리겠다고도 했다. 이날 방송은 8.0%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주 대비 1.2%p 오른 수치로 상당한 후폭풍이 일었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지난 10방송(<스트레이트>)를 보고 2000명의 모든 검사를 비겁한 자로 오해할 분들이 많으실 듯하다속상해할 적지 않은 후배들을 대신해 법률과 현실을 짧게 설명드리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전국의)2000명의 검사 중 수사 관할이 있는 검찰청 검사는 극히 일부고, 관할권이 있는 검찰청 검사라 하더라도 배당 기록에 치여 숨쉬기도 벅찬 형사부 검사들에게 인지 수사할 여력을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형사부 검사들은 관할권이 있더라도 방송을 보고 수사에 착수할 여력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리더십
흔들리나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윤석열 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MBC <스트레이트>를 언급하면서 공정하고 청렴해야 할 직위에 있는 자가 이런 비위 의혹에 있다는 건 검찰조직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고 국민에게 정의 실현은 허울이라는 자괴감을 심어준다고 밝혔다. 해당 청원에는 52000(13일 오전 8시 기준)이 동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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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