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α’ 야권 합당 시나리오

‘원팀’이라더니 독불장군 입맛대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미래통합당이 총선 참패로 표류하는 가운데 미래한국당과 합당하지 않는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미래한국당이 독자적으로 교섭단체를 꾸린다면 실리를 얻는 지점도 분명 있지만 국민들로부터 ‘꼼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일각에선 미래한국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과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하 한국당)의 합당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만약 한국당이 독자 세력화에 나서면 교섭단체를 꾸린 후 원내 3당이 돼 통합당의 아군 세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초선으로 구성된 한국당이 통합당보다 더 개혁 보수다운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초선 파워
어느 쪽으로?

지난달 한국당은 통합당 측 인사를 초대하지 않고 20대 현역의원·21대 국회의원 당선자 합동 워크숍을 개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더불어시민당과 초선 워크숍을 함께 치른 것과는 대비돼 일각에선 한국당이 개별 정당의 길을 걷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워크숍서 한국당 원유철 당 대표의 발언 역시 논란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당시 원 대표는 “한국당은 야당으로서 정치적 공세가 아닌 실질적 대안과 정책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말해 하나의 독립된 정당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

정치권서 한국당의 독자 노선 시나리오가 계속해 제기되자 원 대표는 지난 4일 “통합당의 지도체제가 정비되면 합당을 진행하겠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통합당 지도체제에 대한 최종적 상황이 정리가 안 됐다”며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할지, 비상대책위가 들어설지 등 지도체제가 정리되면 당연히 시기와 절차, 방식을 협의해 합당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이 총선 참패로 인해 지도부 공백 및 내분이 계속되는 상황인 만큼 좀 더 추이를 지켜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달리 한국당은 독자 노선의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국당 지도부가 21대 총선서 컷오프 된 뒤 무소속으로 당선된 일부 의원에게 물밑서 한국당 이적 의사를 살피는 등 교섭단체 구성의 움직임이 있었다.

한국당 독자노선? 또 기승부리는 꼼수
통합당 중진 “빠른 시일 내에” 목소리

하지만 무소속 당선인 4명(홍준표·윤상현·권성동·김태호) 모두 중량급 인사들이라 포섭이 녹록지 않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통합당 출신 무소속 당선인들은 한국당 합류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권성동 의원은 통합당에 이미 복당 신청서를 낸 상태고, 윤상현 의원은 복당 신청에 있어 “예의상이라도 주민들의 뜻을 묻고 의견수렴하는 절차를 가져야 된다”며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지켜볼 예정이다.

통합당 일각에선 무소속 의원의 합류가 어렵다면, 이른바 ‘의원 꿔주기’를 통해서라도 한국당이 별도의 교섭단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향후 국회서 진행될 각종 협상서 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보수 쇄신 분위기가 형성되는 와중에 통합당이 굳이 꿔주기를 강행하는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민주당이든 통합당이든 (의원 꿔주기)테이프를 끊으면 추태가 나오는 것”이라며 “의원 꿔주기는 단순히 연대 합당과는 다른 차원의 편법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어 테이프를 끊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이번 총선서 비례대표 19석을 얻어 당선인을 한 명만 더 당으로 영입하면 교섭단체 요건인 20석을 충족할 수 있다. 만약 통합을 하지 않는다면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한국당이 교섭단체 역할을 한 후, 대선 전 통합당과 합당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사실상 통합당이 21대 국회 전반기에 우군 역할을 할 교섭단체를 따로 두는 격이기에 당 입장에선 국회 논의는 물론 당 살림 차원서도 실리가 더 크다.

각종 협상
선점 싸움

먼저 한국당이 교섭단체가 되면 현재 문재인정부의 검찰 개혁 핵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추천위원 추천권 등의 권한을 누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야당 몫 2명을 통합당과 한국당이 모두 차지할 수도 있다. 아울러 원 구성 때 상임위원장 배분에 참여할 수 있고, 한국당 몫으로 국회부의장 자리도 가져갈 수 있다.

특히 국가가 정당에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을 더 많이 챙길 수 있는 점은 큰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한국당은 이번 총선에 앞서 통합당 여상규·박맹우·백승주 의원을 영입해 55여억원의 보조금을 더 확보해 총 61억원을 챙겼다. 이 외에도 정책 및 입법을 보좌하는 정책연구위원을 국가 비용으로 둘 수 있고, 별도의 입법지원비도 받을 수도 있다.
 

▲ 회동 갖는 미래통합당 중진 의원들 모임

하지만 통합당 중진의원들 사이에서는 합당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통합당이 이번 총선서 한국당을 내세운 것은 지난해 ‘4+1 협의체’가 통과시킨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항하기 위한 고육책에 불과했기에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당은 선거 시즌에 ‘꼼수정당’이라는 국민들의 지탄에도 불구하고, 통합당과 원팀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총선 후 합당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지금 와서 한국당이 독자적인 교섭단체를 구성한다면 명분도 없을 뿐더러 국민들에게 또다시 실망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통합당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은 페이스북에 “미래한국당이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비쳐선 안 된다”며 “연동형비례제를 반대하며 정당방위로 급조한 당”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이라는 계열사를 거느릴 형편이 못 된다. 본사인 통합당으로 빨리 합치는 것이 순리”라고 밝혔다.

이번에도
역시나?

통합당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구)도 “미래한국당과의 즉각적인 합당을 촉구한다”며 “정무적 판단이니, 공수처장 추천위원 수니, 정당 보조금이니 이런 말로 국민들께 또다시 꼼수로 보이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일각에선 한국당이 독자 교섭단체로 전환할 경우 향후 자매정당으로서 원팀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당 내에서 당권을 키우고 싶은 사람들의 사심이 들어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통합당 한 의원는 “합당이 차일피일 미뤄진다면 미래한국당서 당 대표·원내대표를 하고 싶은 사람들의 사심이 들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현재 비대위 출범을 두고 혼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원내대표가 새로 뽑히더라도 비대위 전환 여부까지 확정이 되어야 하고, 합당은 전국위원회를 열어야 성사되며 이에 대한 권한은 비대위원장에게 있기 때문에 합당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당 윤영석 의원(경남 양산시갑)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앞으로 원내대표가 뽑히면 5월 또는 6월 중에 국회의 원구상 협상과 함께 통합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당과 국민의당의 공조 시나리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번 총선서 3석을 확보한 국민의당과 손을 잡는 것이 의원 꿔주기나 무소속 당선인의 합류보다 대외적으로는 더 나은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민의당 역시 이번 총선서 3석을 얻는 데 그쳐 안철수 대표가 홀로 중도실용 노선을 지키는 일은 무망한 공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선거철 ‘형제 정당’ 자처
3석 얻은 국민의당과 케미?

통합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지난 6일 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연합교섭단체’를 구성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서 “통합당 출신 무소속 당선인의 한국당 입당과는 별개로 국민의당 같은 경우도 미래한국당과의 연합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지난 4일, 범야권을 향해 “야권에 주어진 시대적 요구와 혁신 과제를 함께 공유하고 혁신 경쟁에 나서자”며 합동 총선평가회를 제안한 바 있다.

정치권에선 안 대표의 합동 총선평가회 제안이 연대를 염두에 두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발언으로 보고 있다. 다른 범주의 정당과 총선 결과를 함께 평가하는 일은 사실상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는 미래한국당 자체를 거대 양당의 불법과 꼼수로 탄생한 정당으로 본다”며 “연합해 교섭단체를 만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른 국민의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라며 “논의(진행)된 건 없다”며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일축했다.
 

▲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

한국당 조수진 대변인은 이 최고위원을 향해 “다른 정당의 한 최고위원이 연일 한국당에 대해 이런저런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며 각을 세웠다. 조 대변인은 미래한국당과 미래통합당이 지난 연말 ‘선거악법’으로 인해 분가가 불가피했지만, 현재는 법률적으로 다른 정당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총선서 두 정당이 합당을 전제로 형제 정당임을 자처하며 선거 전 공동 선언식서 ‘둘째 칸 찍기’ 퍼포먼스를 진행해 표심을 유도한 것과는 사뭇 결이 다른 행보다.

반면 통합당에선 꼼수라는 비판을 불식시키고자 한국당의 독자 행보설을 일축하고 있다. 5선의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 역시 “미래한국당과는 빨리 합칠수록 좋다”는 의견을 냈다.

“여러 가능성
열려 있어”

한국당 합당 논의는 통합당의 새 원내지도부에 넘겨진 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21대 총선서 통합당은 84석을 얻으며 굴욕적인 참패를 당했지만 한국당은 비례대표 19석으로 비례대표 의석 수 1등을 차지했다. 총선 참패 후 한국당이 원내 교섭단체를 결성한다면 통합당의 쇄신 약속은 물거품이 되는 셈이다. 통합당 차기 지도부에 대해서도 명분없는 형제 정당에 대한 책임론과 국민적인 비난이 크게 일 것으로 보인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당 독자노선, 술렁이는 정치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6일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하 한국당)서 독자 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그런 일이 없도록, 정상적 국회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함께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항간에 한국당서 교섭단체 구성 여부로 여러 논의가 있는 모양인데 제발 부탁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국민들로부터 지난 선거 과정서 꼼수 비례정당을 만들었다고 여야가 엄청난 지탄을 받았다. 달게 받아야 할 지탄이었다”며 “다시는 그런 지탄을 받지 않도록 국회가 구성되고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1대 국회는 무엇보다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는, 일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 민주당은 새로운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법률이 정한 시한 내에 개원하고 6월 첫 국회부터 본격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하겠다”며 “통합당도 새로운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데 21대 국회의 출발이 국민들에게 희망이 되도록 협력해달라”고 촉구했다.

민생당은 지난 7일 한국당과 국민의당의 연합 교섭단체 구성 가능성과 관련해 ‘바른미래당 창당 당시의 예로 보건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한국당과 통합을 결정해도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민생당 이연기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안 대표는 언제나 일구이언한 적이 없다고 강변하지만 한솥밥을 먹어본 이들로서는 실소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늘 자기중심적이고 자의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변인은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만 해도 그렇다. 국민의 뜻이 하늘의 뜻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서도 굳이 이번 총선은 여당의 승리가 아니라 야당의 패배라고 규정한다’며 ‘여당의 승리에 공감하는 민심은 천심서 제외해버릴 태세다. 선거 결과에 대해 나라 망하는 길이라고 저주를 퍼붓고 떠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설>
 



<기사 속 기사> [반론보도문] ‘85만원 의혹 노웅래 의원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 관련

본지는 지난 3월17일자 보도에서 ‘<단독>‘85만원 의혹’ 노웅래 의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제하로 보도한 바 있습니다.

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서울 마포갑)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경찰에서 수사를 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 노웅래 의원 측은 “신년하례식과 관련해서는 마포갑 지역구 국회의원 경쟁후보 측의 악의적인 고발”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신년하례식 행사는 노웅래 의원이 주관한 행사가 아니며, 핵심당원으로 단순 참석한 행사”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노웅래 의원은 현재 피고발인 신분일 뿐이며, 수사기관으로부터 공식적인 조사나 수사대상이 전혀 아니며, 출석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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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