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 검사내전 막전막후

지들끼리 물고 뜯고 ‘체통을 지키옵소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 안팎이 시끄럽다. 청와대, 법무부와 대립각을 세우더니 최근에는 검사들 사이서도 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상명하복을 조직 시그니처로 삼았던 검찰 내부에 항명 사태가 일어난 것. 외부의 적과 싸우다 내전이 발생한 모양새다.
 

항명은 명령이나 제지에 따르지 않고 반항함, 또는 그런 태도를 뜻한다. 엄격한 명령체계가 존재하는 조직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지시를 무시했을 때 항명하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법에 있던
복종 문화

검찰은 윗사람이 명령하면 아랫사람은 따라야 한다는 상명하복이 법조항으로 명문화된 역사가 있는 조직이다. 1949년 검찰청법이 제정됐을 때부터 2003년 개정되기까지 검찰청법 7(검사동일체의 원칙)에는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해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고 명시됐다.

검찰총장을 피라미드의 정점으로 전국의 검사들이 상사의 명령에 복종하는 시스템은, 50년 넘게 조직을 지탱하는 근간으로 작용했다. 정부도 검찰의 강력한 기수문화를 이용해 기수파괴 인사를 단행, 검사 수십명의 옷을 벗기기도 했다.

20031230일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삭제됐다. 검찰청법 7(검찰사무에 관한 지휘·감독)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해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 검사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제1항의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해 이견에 있을 때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상사의 지휘와 감독에 따라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 강도가 완화됐다. 또 수사검사가 상사의 지휘와 감독에 다른 의견이 있을 경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도 생겼다. 그럼에도 복종이라는 표현이 담긴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여전히 검찰조직의 대표적인 시그니처로 유지돼왔다.

상갓집서 “네가 검사냐”
상명하복 조직문화 균열

최근 항명이라고 부를 만한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검찰 조직문화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이번 항명 논란에는 검찰총장과 핵심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 반부패강력부장 등이 관련돼있어 조직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발단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취임 5일 만에 단행한 검찰 고위간부 인사다.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대검검사급(검사장) 간부 32명의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청와대의 선거개입·감찰 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을 비롯,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검 참모진이 모두 갈렸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나경식 기자

검찰 핵심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 반부패강력부장, 공공수사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이른바 빅4에는 각각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 심재철 서울남부지검 1차장, 배용원 수원지검 1차장,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이 이동했다. 이날 법무부의 인사를 두고 정치권은 검찰 대학살’ ‘공정한 중용등 엇갈린 의견을 쏟아냈다.

그로부터 닷새 만인 지난달 18일 양석조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이 서울 강남의 한 장례식장서 조국 전 장관 사건 처리를 두고 직속상관인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에게 조 전 장관이 왜 무혐의냐” “당신이 검사냐며 반말 섞인 항의를 한 일이 일어났다.

심 부장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하고 사흘 뒤 윤 총장 주재로 열린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조 전 장관 기소 여부를 놓고 열린 회의에 참석해, 조 전 장관의 무혐의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발령 후
갈등 심해져

추 장관은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대검 간부 상갓집 추태 관련 법무부 알림입장문을 내고 검찰 간부들을 질타했다. 추 장관은 대검의 핵심 간부들이 예의를 지켜야 할 엄숙한 장례식장서 술을 마시고 고성을 지르는 등 장삼이사도 하지 않을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법무검찰의 최고 감독자인 법무부 장관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들이 여러 차례 장례식장서 보인 각종 불미스러운 일들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았다이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검찰의 잘못된 조직문화를 바꾸고 공직기강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양 선임연구관은 지난달 23일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및 평검사 인사서 대전고검 검사로 보임됐다. 사실상 좌천성 인사라는 평이다.

윤 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기소 건마다 갈등을 빚고 있다. 두 사람은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 건을 두고 충돌했다. 최 비서관은 법무법인 청맥의 변호사로 일하던 201710월 조 전 장관 아들 조모씨의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 대학원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팀은 지난달 14일부터 최 비서관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 지검장은 결재하지 않았다. 이 과정서 윤 총장이 이 지검장에게 여러 차례 직·간접적으로 최 비서관을 기소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이 지검장이 윤 총장의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지난달 23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최 비서관을 재판에 넘겼다.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의 갈등은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으로 비화됐다. 법무부는 검찰이 최 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한 것에 대해 적법한 절차를 위반한 날치기 기소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적법절차의 위반 소지가 있는 업무방해 사건 기소 경위에 대해 감찰의 필요성을 확인했다며 감찰 카드를 꺼내들었다.

법무부·지검장
총장까지 협공?

대검은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전체 검찰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검찰총장의 권한과 책무에 근거해 최 비서관에 대한 기소가 적법하게 이뤄졌음을 알려드린다고 반박했다.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가 검찰총장이기 때문에 윤 총장의 승인을 받은 공소제기는 문제없다는 주장이다.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 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주요 피의자에 대한 기소 여부를 두고 또다시 충돌했다. 송철호 울산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장환석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13명의 기소 여부를 두고 이 지검장이 홀로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 윤석열 검찰총장 ⓒ나경식 기자

지난달 29일 대검 청사서 윤 총장과 이 지검장,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등이 참석한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서 이 지검장은 기소해야 한다고 의견을 낸 다른 참석자들과 달리 소환조사 등 수사를 보완해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또 전문수사자문단, 부장검사 회의 등 회의체에 이 사건을 올리자고 했다.

이 지검장을 제외한 다른 참석자들은 증거와 법리 등에 비춰 기소가 충분한 상태고,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 신속한 기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결국 윤 총장은 이 지검장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13명의 기소를 결정해 지시했다. 기소는 차장 전결로 처리됐고 대검 회의록에 이 지검장의 이견도 남겼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28최근 검찰 사건처리 절차의 의사결정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발생하고 보도되면서 국민들로서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검찰이 사건처리 과정서 검찰청법과 위임전결 규정 등의 절차를 준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장 ‘나홀로 반대’
법무부 차관 향한 작심 비판 글도

이어 형사사건에서는 실체적 진실규명 못지않게 절차적 정의가 중요하다중요사안의 처리에 관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부장 회의 등 내부 의사결정 협의체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등 외부 위원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문을 대검을 비롯해 전국 66개 검찰청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의 이견은 법무부 공문의 취지와 궤를 같이 한다. 반면 윤 총장은 중간간부 인사 발령이 이뤄지는 3일 전까지 울산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간부 인사를 통해 이미 대검 참모진이 모두 교체됐고, 중간간부 인사서도 실무책임자가 상당수 교체되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 갈등은 이걸로 끝이 아니다. 지난달 29일에는 후배 검사가 법무부 차관을 작심 비판하는 글이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라왔다. 정희도 대검찰청 감찰2과장은 법무부 차관께라는 제목의 글에서 법무부가 검찰에 의사결정을 할 때 내·외부 협의체를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 검찰청법을 위반한 위법행위라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이어 정 과장은 장관은 정치인이지만 차관은 정치와는 거리가 먼 순수한 법률가라며 이런 위법에 눈감지 말고 직을 걸고 막았어야 한다고 김오수 법무부 차관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러 차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하셨다. 더 이상 법률가의 양심을 저버리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정 과장은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검사내전>도 언급했다. <검사내전>은 지방서 일하는 검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그는 윗사람이 바뀌면 많은 변화가 생긴다. 어떤 사람은 그 변화에 순응하고 어떤 사람은 저항하며 끝까지 길들여지는 것을 거부하고 어떤 사람은 잘 대처해 자신을 지킨다는 이선웅 검사(이선균)의 독백을 인용했다.


항명하면
좌천된다?

검사 됐으면 출세 다한 거다. 추하게 살지 마라초임시절 어느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다. 위법에 순응하지 않겠다. 가짜 검찰 개혁, 정치 검찰은 거부하겠다법률가의 양심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정 과장은 지난달 13일에도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두고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기 위한 인사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중간간부 인사로 청주지검 형사1부장으로 전보 조치됐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열 검찰총장 미래는? 2년 임기 채울까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되면서 2년 임기가 법으로 보장됐다. 하지만 임기를 채운 총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전임인 문무일 전 검찰총장 포함 8명에 불과하다. 임기제 도입 후 취임한 총장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16개월이 채 안 된다. 심지어 5~6개월만에 물러난 총장도 여럿 있다.

임기 채운 총장 8명뿐

문 전 총장의 전임인 김수남 전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키고 자진 사퇴했다. 당시 김 전 총장은 임명권자를 구속했다는 점에서 도의적 책임을 진다고 했다. 채동욱 전 총장은 국정원 댓글사건을 수사하다 혼외자 논란이 불거지면서 7개월 만에 물러났다. 윤 총장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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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