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VS 법무부’ 제3라운드 관전포인트

법 장군 검 멍군…다음 수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총장 윤석열)과 법무부(장관 추미애)의 갈등이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있다. 잠잠해질 만하면 어디선가 불씨가 날아와 다시 불타오르는 모양새다. 코로나19의 지역 확산으로 국내외 모든 이슈가 잠식되고 있는 상황서도 그들만의 리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취임했다. 지난해 1014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표가 수리된 이후 80일 만이다. 당 대표까지 지낸 5선 국회의원 경력의 추 장관이 구원투수로 등장하면서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이 예고됐다.

조국 이어
구원투수로

추 장관은 취임 다음날인 3일 법무부 대강당서 진행된 취임식서 검찰 개혁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이제 가장 힘들고 어렵다는 검찰 개혁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됐다우리 법무부는 검찰 개혁의 소관부처로서 역사적인 개혁 완수를 위해 각별한 자세와 태도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 개혁은 그 어려움만큼이나 외부의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을 것이라며 이제는 검찰 안에서도 변화와 개혁을 향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서는 검찰의 안과 밖에서 개혁을 향한 결단과 호응이 병행되는 줄탁동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검찰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검찰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검찰과 법무부는 인사권과 기소권으로 공방을 벌였다. 추 장관이 검찰 인사를 단행하면 검찰은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된 관계자들을 기소하는 식이다. 그 사이 검찰개혁 법안이 통과되면서 검찰 내부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1라운드 검찰 인사’= 추 장관은 취임 닷새 만인 지난달 8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검찰인사위원회를 통해 진행된 인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검찰청 참모진이 모두 교체됐다. ‘윤 총장의 손발이 모두 잘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와 청와대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은 각각 부산고감 차장검사와 제주지검장으로 전보됐다. 그 자리에 심재철 서울남부지검 1차장과 배용원 수원지검 1차장이 왔다.

서울중앙지검장은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이 맡게 됐고,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총괄한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은 법무부 감찰국장으로 보임됐다. 이 검사장은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이다. 두 사람 모두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에 파견된 경력이 있다.

검 인사·선거개입 의혹 기소
추 장관 취임 후 연이어 충돌

검찰과 법무부는 고위간부 인사를 앞두고 이미 충돌 중이었다. 법무부는 법에 명시된 대로 검사 인사안에 대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겠다며 윤 총장에게 법무부 청사로 오라고 했다. 하지만 대검은 구체적인 인사명단을 보여줘야 의견을 낼 수 있다며 거절했다. 두 기관은 각자의 입장을 담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내는 등 인사 발표 직전까지 갈등을 빚었다.

추 장관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 다음날인 지난달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사위 이후에도 얼마든지 의견 개진이 가능하다고,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무려 6시간을 기다렸다그러나 검찰총장은 3의 장소로 인사의 구체적 안을 가지고 오라고 법령에 있을 수 없고 관례에도 없는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2라운드 무더기 기소’=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재판에 넘겼다. 법무부서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발표하기로 한 날이었다. 이날 인사서 청와대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수사팀의 차장검사는 전원 교체된 반면 부장검사는 대부분 유임됐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최 비서관은 2017년 법무법인 청맥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조 전 장관의 아들 조모씨가 본인 사무실서 인턴을 했다며 허위로 증명서를 발급하고 입시에 활용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조 전 장관의 아들이 2017110월 자신의 법무법인 사무실서 문서 정리와 영문 번역 업무를 보조하는 인턴활동을 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써주고 지도 변호사명의 인장을 찍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최 비서관 기소 과정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윤 총장의 지시를 거부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항명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수사팀이 이 지검장에게 최 비서관을 기소해야 한다고 거듭 요청했지만 답이 없었고, 윤 총장이 직접 지시했음에도 따르지 않았다는 것.

인사 문제
법무부 선공

검찰의 최 비서관 기소에 법무부는 적법절차를 위반한 업무방해 사건 날치기 기소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최 비서관의 기소 경위를 감찰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검찰의 기소에 대해 날치기 기소라고 규정했다. 대검은 윤 총장의 지시에 따른 적법한 기소였다고 맞섰다.

법무부는 입장문을 통해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반부패수사2부장은 22일 검찰총장의 지시가 있었다며 검사 인사 발표 전 최 비서관을 기소하겠다고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보고했다서울중앙지검장은 기소를 하지 말자는 취지가 아니라 현재까지의 서면조사만으로는 부족해 보완이 필요하고, 본인 대면조사 없이 기소하는 것은 수사 절차상 문제가 있으므로 소환조사 후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구체적 지시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반부패수사2부장이 검사 인사 발표 30분 전에 지검장의 결재와 승인도 받지 않은 채 기소를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적법절차의 위반 소지가 있는 업무방해 사건 기소 경위에 대해 감찰의 필요성을 확인했고 이에 따라 감찰의 시기, 주체, 방식 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관련자들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이날 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기소했다.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문모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등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 수사와 송 시장 선거공약 논의에 참여한 청와대 인사들도 함께 재판을 받게 됐다.

13명 기소
검도 공격

검찰은 송 시장이 20179월 황 전 청장에게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관련 수사를 청탁하고, 송 전 부시장은 같은 해 10월 문 전 행정관에게 비위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제보를 토대로 범죄첩보서를 작성한 문 전 행정관, 첩보를 울산경찰청에 전달한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 이를 넘겨받아 수사한 황 전 청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3라운드 수사·기소 분리’= 앞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 비공개 논란으로 한바탕 난리가 난 이후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는 잠시 훈풍이 불었다. 지난 6일 추 장관은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 8층 접견실서 윤 총장과 회동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그동안 검찰과 법무부가 충돌했던 사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은 회동 뒤 앞으로 권력기관 개혁을 앞두고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 협조할 일이 아주 많다대통령도 각별히 국가수사 총역량을 유지하는 원칙서 기관 간 개혁을 협조하라는 당부 말씀을 전하며 서로 소통해 나가자, 오늘 개소식은 소통하는 의미로 아주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도 공감해줬다고 덧붙였다.
 

▲ 윤석열 검찰총장

하지만 잠잠해지는 듯 했던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은 지난 11일 추 장관의 기자간담회 발언으로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이전과 달리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다가 검사장회의까지 예정돼있어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추 장관은 지난 11일 과천 법무부 청사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 내에서 수사와 기소 주체를 분리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검찰 직접수사의 중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범죄 혐의점을 인지한 검사가 직접 수사를 담당하고 기소 결정권까지 갖는 현 체제에서는 검사가 독단과 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게 법무부 입장이다.

추 장관은 검사장회의를 소집했다. 법무부장관 주재의 검사장회의는 2003년 강금실 당시 법무부장관 이후 17년 만이다. 윤 총장은 검사장회의 참석 대상이 아닌 만큼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추 장관이 꺼내든 수사·기소 주체 분리 카드에 윤 총장을 비롯한 검사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윤 총장은 지난 13일 부산지검 방문 당시 직원 간담회서 수사는 형사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소추에 복무하는 개념이라며 컴퓨터 앞에서 조서를 치는 게 수사가 아니다. 소추와 재판을 준비하는 게 수사고, 검사와 수사관의 일이라고 말했다. 수사와 기소는 한 덩어리라는 입장이다.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
일선 검사들까지 집단 반발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과 관련해 일선 검사들의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는 일본이 주요 선진국 대비 무죄율이 극도로 낮은 이유는 이른바 정밀 사법이라는 일본의 소극적 기소 관행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추 장관이 수사와 기소 주체를 분리해야 한다는 근거로 일본의 제도를 내세운 것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이수영 대구지검 상주지청 검사는 수사 없는 기소, 기소를 염두에 두지 않는 수사가 가능한지 모르겠다소추라는 행위를 결정하기 위해 수사 절차가 필요불가결한 것인데, 필요불가결한 행위를 마치 칼로 자르듯이 인위적으로 쪼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의 반발은 검사장회의로까지 번졌다. 일선 검사들은 검사장회의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이 회의록 공개는 전례가 없다고 맞받으면서 논쟁이 가열됐다. 주요 사안이 논의되는 자리인 만큼 회의를 생중계하거나 회의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검사들의 입장과, 회의록 공개 불가라는 법무부 방침이 맞선 것이다.
 

▲ 검사장 취임식

추 장관은 검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모든 개혁은 누군가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그러나 고민하고 풀어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 내 수사·기소 주체 분리 추진과 관련해 조직적 반발이 있다면서도 국민 중심으로 볼 때 이 개혁의 방향이 옳다고 주장했다.

21일 열릴 예정이던 검사장회의는 연기됐다. 코로나19 국내 확진환자가 하루 사이에 무더기로 늘어나는 등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을 감안해서다. 법무부는 지난 19일 출입기자들에게 전국 검사장회의 연기 결정이라는 제목의 문자를 보냈다.

검사장회의
돌연 연기

그러면서 오늘 대구·경북지역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18(19일 오후8시 기준)이 발생하는 등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되는 심각한 비상상황이 발생했다일선 검사장들이 관할한 지역서 코로나19 확산 관련 대응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전국 검사장회의를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염 상황이 소강상태에 들어간 이후 회의를 반드시 개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에 대한 검사들의 반발에 부담을 느껴 검사장회의를 연기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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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