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 잡은 안철수 혁신위원장, 국민의힘 살릴까?

김용태 “인적 청산 여부가 핵심”
정가 “인요한 전례 답습 말아야”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2일,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의사 출신’ 안철수 의원이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고, 국민과 다시 호흡하는 정상 정당의 처방전을 만들겠다”며 당 쇄신 의지를 천명했다.

이날 안 혁신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사망 선고 직전의 코마(Coma, 의식불명) 상태에 놓여 있다”며 “정당의 목적은 정권 획득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선 패배는 정당으로서 가장 큰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당은) 대선 패배 후 한 달이 지났는데도 꼼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악성 종양이 이미 뼈와 골수까지 전이돼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여전히 자연 치유를 믿고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건강한 야당의 존재가 자유민주주의에서 가장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국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며 “저 안철수가 메스를 들겠다. 과거의 잘못은 철저히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해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선을 두고 정가에선 당 혁신에 있어 명분 있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안 혁신위원장은 12·3 비상계엄을 비판해 왔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에도 찬성표를 던지는 등 당 쇄신을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기 때문이다.

또 그가 수도권 4선 중진이면서도 특정 계파에 기울지 않은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점을 들어 혁신안 실행 과정에서 당내 갈등을 잘 조율해 나가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당에 남아있는 낡은 의식과 관행, 문화를 모두 벗어던지고 혁신의 길을 힘 있게 이끌어가기 위해 4선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모시겠다”며 “안 의원은 이공계 출신으로 의사, 대학교수, IT 기업 CEO를 두루 경험해 과감한 당 개혁의 최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향후 혁신위 운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안철수 혁신위원장은) 혁신에 대한 일관성이 있었던 의원이라 당내에서 나름 기대치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혁신위는 당을 잘못 이끌었던 사람들에 대해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느냐가 핵심인데 그것을 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대위원장 당시) 지역을 돌면서 당원이나 지지층들은 인적 개혁과 혁신을 굉장히 많이 바란다는 것을 느꼈다”며 “국민의 기대치를 충족하기 위해 혁신위는 강도 높은 개혁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고, 제가 생각할 때 국민께서 바라는 혁신은 인적 청산”이라고 주장했다.

‘인적 청산이 김문수·한덕수 후보 교체 파동 당시 지도부 출당도 염두에 둔 이야기냐’는 취지의 기자 질문엔 “그건 혁신위에서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혁신위가 진부하거나 기술적인 측면의 혁신을 내놓는다면 국민들 성에 안 찰 거라는 생각이 든다”는 김 전 비대위원장은 자신이 제안했던 5대 개혁안에 대해 “거창해 보이지만 개혁이라고 포장하기에도 죄송한 것들이고, 우리가 바뀌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합의점인데 (당 지도부는) 이마저도 하지 못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달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송 원내대표가 “(5대 개혁안은 추후 구성될) 혁신위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또 (개혁안이) 당원투표로 진행되면 또 다른 분열이나 갈등이 혹시 없을지 짚어보겠다”고 협상을 유보한 데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당초 김 비대위원장은 6·3 대선 패배 직후부터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등 5대 개혁안 실행을 당내 지도부에 거듭 요구했으나 결국 총의를 모으지 못한 채 지난달 임기가 끝난 바 있다.

일각에선 이미 당 대표격인 비대위원장의 개혁안조차 무시되는 상황에서 산하 기구인 혁신위가 과연 당 쇄신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그간의 전례를 살펴보더라도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지난 2023년 10월23일, 김기현 대표 체제 당시 인요한 혁신위가 꾸려지면서 인 위원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강한 혁신을 예고했다.

하지만 ‘원내 지도부·중진 의원들에 제22대 총선 불출마 및 수도권 출마 요구’ 등 공천 관련 5대 혁신안이 당사자들의 반발로 무산되면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해산한 바 있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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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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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