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월' 공주교대 사태 막전막후

“쥐도 새도 모르게 블랙리스트 올랐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 운영에 있어 총장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총장은 교수와 학생, 직원 등 학내 구성원을 이끌고 방향을 잡는 학교의 수장이다.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공주교대는 현재 2년 넘게 총장 자리가 비어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내 구성원이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공주교대 총장’을 검색하면 안병근 전 총장의 얼굴이 뜬다. 안 전 총장은 공주교대 제7대 총장으로 2016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재임했다. 공주교대 홈페이지 ‘총장 동정’ 게시판에 올라온 글도 2020년 1월10일이 마지막이다. 제8대 총장이 정해지지 않은 탓이다. 

비어 있는
총장 소식

공주교대는 안 전 총장 퇴임 이후 2년3개월째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이 기간이 앞으로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총장 임용 제청을 두고 공주교대와 교육부 사이의 줄다리기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

교육부 장관의 임용 제청 재량권과 대학의 자율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양새다. 

4년제 국립대학교인 공주교대는 총장을 임명할 때 교육부의 임용 제청, 청와대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학에서 투표를 통해 선출된 1~2순위 총장 후보자를 교육부에서 검증한 후 교육부 인사위원회에서 가부를 정하면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임용 제청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최종 임용 여부는 국무회의에서 결정된다.

공주교대는 2019년 9월24일 개교 이래 최초로 직선제 총장 선거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이명주 교육학과 교수가 66%의 득표율을 받아 1순위 총장 후보자로 결정됐다. 학생 82%, 교수 63%, 직원 및 조교 80% 등 학내 구성원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공주교대 개교 81년 만에 처음으로 모교 출신 총장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개교 최초로 직선제 선거
구성원 높은 지지로 1순위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한 건 교육부의 임용 제청이 늦어지면서부터다. 당초 공주교대 제8대 총장은 2020년 1월에 임기를 시작했어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의 임용 제청 결과는 그보다 한 달 늦은 2020년 2월10일에야 나왔다.

교육부는 이 교수의 임용 제청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는 이 교수에 대한 임용 제청 거부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교육부가 국립대 총장의 임용 제청을 거부할 때는 반드시 사유를 밝히도록 하는 대법원 판례가 존재한다. 아이러니한 점은 해당 판례 또한 국립대학이자 원격대학인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송대) 총장 임명 과정에서 내홍을 겪으며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2014년 7월 방송대는 류수노 농학과 교수를 1순위 총장 후보자로 뽑았다. 류 교수는 총장 임기 첫날 교육부의 임용 제청 거부 공문을 받았다. 그는 교육부를 상대로 ‘총장 임용 제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1심에서는 류 교수의 손을, 2심에서는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교육부는 2심 패소 이후 2018년 2월 류 교수에 대한 임용 제청을 진행했다. 류 교수는 1순위 후보자로 추천된 지 무려 40개월 만에 방송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대법원은 “대학이 추천한 총장 후보자를 임용 제청에서 제외한 경우 임용 제청의 구체적 제한 사유가 있는지, 총장 적격성 심사 결과가 어떠한지를 재판부가 심리하고 판단해야 함에도 이를 시행하지 않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성이 있다”고 2심 결과를 뒤집었다. 

총장 임명
계속된 잡음

이 교수는 이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삼아 교육부를 상대로 ‘총장 임용 제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교육부가 임용 제청을 거부하면서 근거와 이유를 전혀 제시하지 않은 부분이 행정절차법을 위반했다는 것. 실제 당시 교육부는 ‘총장 임용 후보자 재추천 요청’ 공문만 공주교대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절차법 23조는 “행정청은 처분을 할 때 ▲신청 내용을 모두 그대로 인정하는 처분인 경우 ▲단순 반복적인 처분 또는 경미한 처분으로서 당사자가 그 이유를 명백히 알 수 있는 경우 ▲긴급히 처분할 필요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재판 결과는 1심과 2심에서 엇갈렸다. 1심은 교육부의 처분을 ‘위법’으로 판단했지만 2심은 ‘적법’으로 봤다. 2020년 2월13일 교육부가 보낸 ‘총장 임용 후보자 심의 결과 통보’ 공문이 쟁점이 됐다. 이 교수는 임용 제청 거부 사유를 밝힌 해당 공문을 2월14일에 받았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임용 제청 거부 공문과 사유를 밝힌 공문이 동시에 오지 않았다는 것.

1심은 이 교수의 주장을 인정해 “심의 결과 통보가 총장 후보 재추천 요청과 실질적으로 하나의 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총장 후보 재추천 요청과 심의 결과 통보를 하나의 행정 처분으로 볼 수 있다”며 “행정절차법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 이 교수는 최종 패소했다. 

지난 6일 대전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교수는 당시 교육부의 처분에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교육부가 임용 제청을 거부한다고 밝힌 다음날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거부 사유를 밝힌 공문을 받기까지 3일 동안 약 40건의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며 “교육부는 언론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의 임용 제청 거부 사유도 납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대전교육감 선거 출마 당시 받은 벌금형 ▲과태료 지연 납부로 인한 압류건 ▲주의‧경고 등 대학의 행정처분 등을 사유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이 3가지 사유를 찾기 위해 나는 물론 아내의 인생까지 먼지털이, 저인망식으로 싹 훑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9년 10월 이 교수는 1순위 총장 후보자로 추천된 이후 진행한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에서 7대 비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문재인정부는 고위공직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불법적 재산 증식 ▲위장 전입 ▲연구 부정 행위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 등 7대 비리를 저지른 경우 인사에서 원천 배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0년 1월 국가정보원 관계자가 전화로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등에 대해 물었을 때도 이 교수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만일 7대 비리에 해당됐거나 부동산 투기 등의 문제가 있었다면 교육부는 신나서 거부 사유에 포함시켰을 것”이라며 “내가 두 손 들고 항복할 만한 문제가 없었기에 궁색한 사유를 들이댄 것”이라고 항변했다. 

거부 사유 3개
해명도 안 들어

그러면서 “더 분통 터지는 부분은 교육부에서 단 한 차례도 내게 해명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다른 국립대 총장의 경우 임용 제청 전에 의혹 등에 대해 후보자에게 물어 확인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나는 교육부로부터 단 한 번의 연락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최근 고성환 방송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7대 비리에 해당하는 세금 탈루 의혹(1369호 <단독> 방송대 총장 알박기-교육부 이중잣대 추적)에도 총장에 임명된 것을 두고도 이 교수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교육부의 기준으로 내가 총장이 못됐다면 방송대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어야 한다. 하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는 건 교육부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주교대 사건 당시 언론은 박근혜정부 시절 ‘좌편향 검정교과서’를 비판한 내용의 칼럼 때문에 이 교수가 문정부의 미움을 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015년 그는 한 언론에 “현행 검정 역사 교과서는 균형을 상실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격하하고 폄훼하며 친북적으로 모호하게 기술된 측면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중략)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는 것은 차선책으로 불가피한 고육지책이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실었다. 

이 교수는 해당 칼럼이 총장 임용 제청 거부의 결정적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글은 교육학자로서 의견을 밝힌 것이지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갖고 쓴 게 아니다”라며 “지금까지도 특정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성향을 밝히는 등 정치적 목적으로 활동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문재인정부의 블랙리스트가 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7대 비리에 해당 안 되는데도….
교육부, 상고심 기각으로 “절대 안 돼”

현재 공주교대와 교육부는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다. 교육부는 공주교대에 총장 임용 후보자를 재추천하라는 입장이고, 공주교대는 이 교수를 임용 제청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총장 선거를 진행한 공주교대 총장 임용 후보자 추천위원회는 “교육부에서 밝힌 거부 사유는 총장직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결정적 하자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거부 사유는 학내 구성원이 모두 참여한 직선제 선거 과정에 이미 반영됐기에 임용 제청 거부의 재량권 행사는 상식적으로 수긍할 수 없고 직선제에서 교육부 장관의 임용 제청 재량권은 헌법의 기본권인 대학의 자율성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직선제 선거에서 이 교수가 구성원의 높은 지지를 받은 바, 투표 결과를 존중해달라”고 강조했다. 

교육부 국립대학정책과 관계자는 “공주교대 총장 후보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교육부가 최종 승소했다. 이를 근거로 공주교대에 총장 후보자 재추천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공주교대에서 총장 후보자 재추천을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시기는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방송대 류 교수의 경우와 모순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부는 당시 류 교수가 제기한 소송의 2심에서 패소하고도 그를 임용 제청했다. 이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 교육부 국립대학정책과 관계자는 “1월에 발령받아 해당 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이 교수는 문정부의 결자해지 혹은 차기 정부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지만 현재 나를 총장으로 임명하는 데 법적 걸림돌은 없다”고 주장했다. 몇몇 법무법인에서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현재 기준으로 교육부 장관이 이 교수를 공주교대 총장으로 임용 제청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것. 

이 교수는 2019년 총장 후보자 선거 당시 내세운 공약을 최근 상황에 맞춰 재정립하고 있다. 총장이 된다면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가속화되고 있는 대학 위기를 타파할 방법을 고민하는 한편, 확보하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공주교대의 부흥을 이끌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학내 구성원과 지역 사회 관계자의 변함없는 지지에 부응하겠다고도 했다.

2심 지고도
임명하더니?

“교육부는 우리 공주교대를 지방의 작은 대학으로 여겨 공문 한 장으로 좌지우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대학은 교원을 양성하는 학교입니다.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굴복하면 대학 민주주의, 대학 자율성 역시 무너지게 됩니다. 제 사례를 계기로 대학 민주주의, 대학 자율성이 정착될 수 있길 바랍니다.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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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