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살려준 건국대 이사장 기사회생의 이면

1년 만에 손바닥 뒤집은 교육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유자은 건국대 이사장이 기사회생했다. 교육부가 유 이사장의 해임 처분을 철회하기로 결정한 것. 겉으로는 1년 넘게 이어진 건국대 이사장 해임 문제가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교육부는 건국대 법인에 유자은 이사장의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처분을 철회한다고 통보했다. 2020년 11월 교육부가 건국대 법인의 사모펀드 옵티머스자산운용 투자 건과 관련해 유 이사장의 해임 절차를 밟겠다고 밝힌 지 1년여 만이다. 

1년 만에
정반대 결과

2020년 8월 말 경 건국대 법인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에 120억원을 투자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2020년 옵티머스자산운용이 공공기관 매출 채권 등 안전 자산에 투자한다며 펀드 상품을 판매한 후 실제로는 사모사채 등에 투자하면서 3300여명, 5000억원대 피해가 발생했다. 

건국대 법인은 2020년 1월 수익사업체인 더클래식500의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옵티머스자산운용에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 교육부의 용도변경 허가 없이 투자한 부분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또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120억원 전액을 손실당할 위기에 처했다.

교육부는 2020년 9월 현장조사를 거쳐 11월 건국대 법인에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 부당 ▲더클래식500의 투자 손실 ▲이사회 부실 운영 등 3개 항목을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신분상 조치 ▲행정상 조치 ▲별도 조치를 나눠 처분했다. 


교육부는 이사장과 감사의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사 5명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 건국대 법인 전·현직 실장 2명, 더클래식500 사장 등 4명은 문책, 중징계 요구 통보를 지시했다.

학교법인에는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유가증권 운용 지침 및 손실 보전 방안 강구 이행 등의 행정상 조치를 처분했다. 그와 별도로 유 이사장과 최종문 당시 더클래식500 사장을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한다고 밝혔다. 

옵티머스 펀드투자 120억원
보통재산 vs 기본재산 쟁점

교육부의 처분에 앞서 2020년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화두로 떠올랐다. 유 이사장은 2020년 10월7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사모펀드 120억원 투자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언론 보도가 나온 6월에야 투자 사실을 알게 됐다”고 답변한 바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출석한 2020년 10월26일 교육부 종합감사에서도 건국대 법인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문제가 쟁점이 됐다. 이날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건국대는 2017년에도 임대보증금 393억원을 보전하라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며 “상습적이라 교육부의 관리 부실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장관은 이 자리에서 건국대 법인의 투자 과정에서 사립학교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처분심사위원회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원칙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로부터 1년 뒤 교육부는 유 이사장에 대한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처분을 거둬들였다. 건국대 법인이 교육부의 시정명령 사항을 모두 이행했다는 게 이유였다.


건국대 법인은 옵티머스 펀드 투자금 120억원을 전액 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 절차 강화 ▲이사회 전문성 강화 ▲내부 감사 제도 정비 등 시정 요구에 대한 이행계획을 제출했다고 한다.

교육부는 건국대 법인에 경고 처분을 하면서도 “추후 검찰이 기소 의견으로 유 이사장을 송치하고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을 내부적으로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검찰, 무혐의
법원, 문제 있다

건국대 법인은 “학교법인은 지난 1년여간 교육부의 지적사항과 시정요구에 따른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고 내부 규정과 관리 체계를 새로 다져왔다”며 “앞으로도 재발방지를 위해 엄격한 관리 시스템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교육부의 처분에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달 27일 교육부 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부는 결국 사학 권력과 기득권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않았음을 뼈아프게 확인했다”며 “공정을 표방하며 사학 권력에 기대 진정으로 평등한 교육과 평등한 지역 의료를 강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희망을 짓밟아 버리는 교육부와 유은혜 교육부 장관을 준열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교육부의 이번 결정 이전에 건국대 법인과 교육부, 건국대 법인과 노조 등의 공방이 1년 가까이 치열하게 전개됐다는 점이다. 특히 교육부는 직접 유 이사장과 최 전 사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고,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도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임 처분 철회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교육부가 유 이사장과 최 전 사장을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한 건은 서울동부지검에서 지난 5월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건국대 법인 측이 투자한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수익용 기본재산이 아닌 보통재산으로 봤다. 

120억원 
전액 회수

사립학교법 28조에 따르면 수익용 기본재산의 경우 학교 법인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고 교육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보통재산일 경우 이 같은 절차는 필요 없다. 다시 말해 더클래식500의 임대보증금 120억원이 보통재산이기 때문에 투자 과정에서의 절차를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

또 검찰은 120억원이 사모펀드에 투자됐고 개인적으로 쓰이지 않았으며, 투자 손실을 끼친 부분 역시 고의성을 입증할 수 없다고 봤다. NH투자증권이 120억원을 전액 반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투자 손실도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NH투자증권은 2020년 10월 36억원, 지난해 6월 84억원 등 총 120억원을 건국대 법인에 반환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유 이사장과 최 전 사장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반발, 서울고검에 항고했다. 당시 노조는 “검찰의 이 같은 처분은 사립학교 운영을 관리 감독하는 교육부의 입장에도 전면 위배되는 판단”이라며 “더욱 중요한 것은 교육기관인 사학에 만연해 있는 온갖 비리를 눈감아주고 오히려 적법하다고 사학비리를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도 당시 검찰의 판단에 반발했다. 관할청인 교육부에서 건국대 법인의 투자를 두고 사립학교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는데, 검찰이 이를 문제없다고 처분하면서 학교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줬다는 것이다. 또 불기소 통지문에 건국대 법인의 주장을 그대로 담았다고도 했다.

유, 국감서 “사립학교법 위반”   
소송 다 이겨놓고 해임 철회 왜?

교육부는 검찰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검찰총장에게 의견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건국대 법인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도 1심 승소한 바 있다. 건국대 법인은 지난해 2월 교육부 현장조사 결과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3월에는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해 3월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데 이어 7월 본안소송에서도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 엇갈린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임대보증금의 펀드 투자에 교육부 허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임대보증금이 기본재산은 아니지만, 투자금 손실로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경우 부동산이 경매에 부쳐져 기본재산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건국대 법인 측은 옵티머스 펀드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확인해 투자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원금 손실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금융상품을 매입한 자체가 자금을 건전하지 않게 운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건국대 법인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 사이에도 교육부의 유 이사장 해임 절차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해 7월 교육부는 유 이사장 해임을 계고한 데 이어 9월 청문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국대 안팎에서는 유 이사장이 해임되고 관선 이사가 파견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을 정도. 이 같은 기류는 12월 초까지만 해도 유지된 것으로 전했다. 

12월 이후
기류 바뀌었나?

건국대 법인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청문 이후 교육부의 통보가 늦어지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교육부 장관이(건국대 법인의 투자에 대해) 사립학교법 위반이라고 못을 박았고, 행정소송에서도 교육부가 이겼기 때문에 상황이 이렇게 180도 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건국대 잔혹사’ 1년 내내 의혹으로 몸살

건국대는 지난 1년 옵티머스자산운용 투자 건 외에도 ‘가짜 수산업자’ 사건으로 몸살을 앓았다.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된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는 건국대 옵티머스 사건에서 유자은 건국대 이사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데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김씨는 유 이사장의 모친이자 건국대 전 이사장인 김경희 전 이사장과 골프 회동 등을 한 정황과 함께 무혐의 처분을 내린 부서의 해당 부장검사가 이 부부장검사와 연수원 동기라 의혹을 샀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도 휘말려

이 부부장 검사는 김씨로부터 명품 지갑, 자녀 학원비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건국대는 해당 의혹에 대해 “학교법인과 학교는 이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어떠한 형태로든 해당 사건과 학교를 연관 짓는 확인되지 않는 추론과 보도에 동요하지 마실 것을 당부드린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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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