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송대 총장 알박기? 교육부 이중잣대 추적

뭐가 그리 급해서 ‘후다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립대 총장 임명을 두고 교육부의 이중잣대가 도마에 올랐다. 비슷한 논란의 총장 후보자에 대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린 것. 대학-교육부-청와대로 이어지는 국립대 총장 인사시스템이 ‘보이지 않는 손’에 휘둘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공정성과 일관성에서 나온다. 사안에 따라 달라지는 잣대는 불신의 시작이다. 특히 인사 과정에서 기준이 흔들리면 시스템 자체를 믿을 수 없게 된다. 의혹과 논란으로 얼룩진 인사는 그 꼬리표를 평생 떼어낼 수 없다. 

흔들리는
일관성

최근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송대) 총장 임명 과정에서 인사시스템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졌다. 총장 후보자에 대한 교육부와 청와대의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 나아가 국립대 총장에 대한 검증 기준이 후보자에 따라 ‘널을 뛴다’는 의혹도 나왔다. 

1972년 3월9일 ‘한국방송통신대학설치령’에 근거해 개교한 방송대는 올해 개교 5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설치령이 폐지되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설립및운영에관한법률’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방송대는 국립대학이면서 국내로는 최초, 세계 기준으로는 영국 오픈 유니버시티에 이은 두 번째 원격대학이다. 학생 수와 규모 면에서 국내 원격대학 중 가장 인지도가 높다. 50년 동안 80만명이 넘는 동문을 배출했다.


1993년 3월1일 ‘한국방송통신대학’에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학교의 수장이 ‘학장’에서 ‘총장’으로 바뀌었다. 앞서 6명의 학장이 이른바 방통대를 이끌었고, 이후 7명의 총장이 방송대의 선장 역할을 맡았다. 

지난 4일, 방송대 제8대 총장으로 고성환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취임했다. 고 신임 총장은 1985년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서강대 연구교수, 한국어세계화재단 수석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03년부터 방송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교무부처장, 교양교육원장, 인문과학대학장, 통합인문학연구소장 등 방송대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총장 임명권이 이사장에게 있는 사립대학과 달리 국립대학은 총장 임명 때 교육부와 청와대의 결정이 중요하다. 대학에서 투표를 통해 선출된 1~2순위 총장 후보자를 교육부에서 검증한 후 교육부 인사위원회에서 가부를 정하면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최종 임명 여부는 국무회의에서 결정된다.

국립대 총장 검증 논란
겸직·체납 의혹에도 취임

고 신임 총장은 방송대 총장 임용후보자 선거에 기호 2번으로 출마했다. 그는 ‘뉴노멀시대, 대학교육의 새로운 표준’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사용자 중심의 디지털 학습 환경으로 혁신 ▲교직원 처우 개선 ▲교원의 교육·연구 활동 지원 강화 등 8개 공약을 내세웠다.

지난해 11월24일 방송대 총장추천위원회가 실시한 선거에서 고 신임 총장은 결선투표 끝에 1순위 총장 후보자로 결정됐다.


문제는 고 신임 총장을 둘러싼 의혹들이다. 현재 그는 ▲겸직 위반 ▲세금 체납 ▲재산신고 누락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교육부는 지난해 10월25일~11월5일 진행한 방송대 종합감사에서 총장 후보자 관련 의혹을 인지했다. 그럼에도 총장 임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방송대 안팎에서는 그 배경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 신임 총장은 2007년 방송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2004년 5월 설립된 ㈜윌튼메이라는 회사의 이사, 대표이사, 사내이사 등을 지냈다. 윌튼메이는 분양대행업·부동산 컨설팅·부동산 연구 및 기획용역업·부동산 임대업 등을 하는 회사로 2017년 12월 해산됐다. 

국립대 교수는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겸직을 위해서는 기관장 승인이 필요하다. 국가공무원법 제64조(영리 업무 및 겸직 금지) 제1항은 ‘공무원은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선거 과정서
의혹 드러나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5조(영리업무 금지)에도 ▲공무원이 상업, 공업, 금융업 또는 그 밖의 영리적인 업무를 스스로 경영해 영리를 추구함이 뚜렷한 업무 ▲공무원이 상업, 공업, 금융업 또는 그 밖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의 이사, 감사 업무를 진행하는 무한책임사원, 지배인‧발기인 또는 그 밖의 임원이 되는 것을 막고 있다.

방송대 전임교원 임용계약서 5조(을의 의무) 역시 ”을은 교육공무원으로서 제 법령과 본교의 제 규정을 성실히 준수하고 최선을 다해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며 이를 위해 모든 역량과 기술을 최대한 발휘한다‘는 부분이 존재한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고 신임 총장은 윌튼메이 설립부터 해산에 이르기까지 약 13년(2004~2017년) 동안 교무부처장(2010년 9월~2016년 9월), 국어국문과장(2017년 1월~2018년 12월) 등의 보직을 맡았다. 고 신임 총장이 기관장의 승인 없이 최소 10년 이상 겸직한 사실은 총장 후보자 선거가 있기 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당시 윌튼메이의 회사 사정이다. 고 신임 총장이 깊숙이 관여해온 윌튼메이는 서울시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릴 정도로 자금 상황이 좋지 않았던 걸로 추정된다. 

2016년 10월17일 기준 서울시가 공개한 ‘기공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법인)’에는 고 신임 총장이 윌튼메이의 대표자로 올라있다. 윌튼메이는 2013년 7월에 서울시가 부과한 지방소득세 등 38건 총 4200만원의 세금을 체납했다.  

앞서 2014년에는 저축은행 대출 문제로 윌튼메이와 고 신임 총장 앞으로 5억원가량의 채무가 발생했다.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는 윌튼메이와 고 신임 총장을 상대로 대여금 소송을 제기했다. 

공주교대 27개월째 총장 공석
정부에 밉보이면 임명 안 된다?


윌튼메이는 2006년 12월 ○○○○저축은행과 연 이자율 13%, 지연배상금률 연 25%로 45억원에 대한 여신거래약정을 체결했다. 만료일은 6개월 뒤인 2007년 6월로 정했다. 이 과정에서 고 신임 총장이 윌튼메이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을 섰다.

이후 2012년 3월 ○○○○저축은행이 파산하면서 예금보험공사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됐다. 

당시 재판부는 윌튼메이와 고 신임 총장이 예금보험공사에 5억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여기에 2013년 11월12일부터 채무를 모두 변제하는 날까지 연 25%의 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도 내렸다.

고 신임 총장의 항소는 ‘화해권고 결정’으로 마무리됐다. 고 신임 총장은 해당 채무를 최소 2018년까지 변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예금보험공사가 고 신임 총장을 상대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진행할 당시 채무액은 10억원 이상으로 불어난 상태였다. 대여금 소송에서 지급하라고 선고한 5억500만원에 이자가 5억1000만원가량 붙었던 것.

방송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시기부터 고 신임 총장의 급여가 압류되기 시작했다. 방송대가 국립대학이다 보니 고 신임 총장의 채무에 있어 ‘대한민국’이 제3채무자로 지정됐기 때문. 다시 말하면 방송대는 최소 2018년부터 고 신임 총장의 채무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방송대 관계자에 따르면 압류는 지난해 12월에 이르러서야 해제됐다. 고 신임 총장이 1순위 총장 후보자로 선출된 이후다.

이 과정에서 고 신임 총장은 방송대 인문대학장(2020년 1월~2021년 9월) 보직을 맡았지만 채무사실 등 재산과 관련된 신고를 하지 않았다. 공직자윤리법 제3조에 따르면 교육공무원 중 총장과 부총장, 대학원장, 학장 등은 재산등록 의무자로 분류된다. 

2018년부터
급여 압류

이 같은 논란에도 교육부는 고 신임 총장에 대한 임명 제청을 청와대에 요구했고, 청와대 역시 최종 승인했다. 교육부 국립대학정책과 관계자는 “국립대 총장 임명은 교육부 인사위원회에서 가부를 결정한다. 인사위원회에서 오간 내용이나 구성 등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또 방송대 종합감사 과정에서 고 신임 총장 관련 의혹을 인지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감사 내용에 대해서는 감사관실에 문의하라며 말을 아꼈다. 방송대 종합감사를 진행한 감사 관계자는 “감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내용도 말할 수 없다”면서 “대학의 이의신청기간 등을 거쳐 6~7월쯤 돼야 최종 감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대 관계자들은 “고 신임총장은 국가공무원법, 즉 실정법을 위반했다. 교육부가 종합감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인지했음에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인사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망가뜨렸다”며 “또 문재인정부는 고위공직 후보자 임명 과정에서 세금 탈루를 7대 비리에 포함시켰다. 그럼에도 고 신임 총장에 대한 최종 승인이 이뤄진 점이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문정부는 ‘7대 비리 관련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에서 세금 탈루가 드러날 경우 임용을 원천 배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고 신임 총장은 세금 탈루와 관련해 ▲본인 또는 배우자가 국세기본법 및 지방세기본법에 따라 고액‧상습 체납자로 명단이 공개된 경우에 해당된다는 주장이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방송대 총장 관련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 신임 총장 임명과 동시에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는 공주교대 총장 임명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대와 마찬가지로 국립대학인 공주교대는 현재 2년3개월째 총장이 공석이다.

교육부가 1순위 총장 후보자 이명주 공주교대 교수에 대해 임용 제청을 거부한 것.

공주교대는 2019년 9월24일 직선제로 총장 선거를 실시했다. 이때 공주교대 출신 이 교수가 구성원의 지지를 받아 1순위 총장 후보자로 결정됐다. 하지만 2020년 2월 교육부가 이 교수에 대한 임용 제청을 거부하면서 상황이 틀어졌다.

이 교수는 즉시 소송을 제기했고 교육부로부터 임용 제청 거부 사유를 받았다.

이 교수가 받은 거부 사유는 ▲2004~2008년 대전교육감 출마 과정에서 받은 벌금형 ▲주정차 위반, 과속 등 과태료 지연 납부로 인한 압류 ▲대학에서 받은 경고·주의 등의 행정처분 등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사안만 놓고 보면 공주교대 총장 후보자 관련 논란이 방송대에 비해 경미해 보인다. 비슷한 논란이라면 두 총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결과가 같았어야 한다. 하지만 공주교대는 총장이 공석이고, 방송대는 무리 없이 총장을 앉혔다”며 “교육부의 잣대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국립대 총장 임명 과정에서 청와대의 입김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공주교대 사건 당시 교육부의 임명 제청 거부가 이 교수의 ‘정치 성향’ 때문이라는 의혹이 나온 바 있다. 이 교수가 박근혜정부 시절 ‘좌편향 검정교과서’를 비판한 점이 현 정부의 미움을 샀다는 주장이다. 

교육부 감사
미리 알았다?

방송대는 앞서 2014년 9월 이후 무려 40개월 동안 총장이 공석이었던 ‘흑역사’가 있다. 2018년 2월 류수노 총장이 취임하기까지 지리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고 신임 총장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 임기를 불과 한 달 남긴 상황에서 발 빠르게 이뤄졌다. 방송대 관계자들은 “이것이야말로 ‘알박기’가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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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