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송대 총장 알박기? 교육부 이중잣대 추적

뭐가 그리 급해서 ‘후다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립대 총장 임명을 두고 교육부의 이중잣대가 도마에 올랐다. 비슷한 논란의 총장 후보자에 대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린 것. 대학-교육부-청와대로 이어지는 국립대 총장 인사시스템이 ‘보이지 않는 손’에 휘둘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공정성과 일관성에서 나온다. 사안에 따라 달라지는 잣대는 불신의 시작이다. 특히 인사 과정에서 기준이 흔들리면 시스템 자체를 믿을 수 없게 된다. 의혹과 논란으로 얼룩진 인사는 그 꼬리표를 평생 떼어낼 수 없다. 

흔들리는
일관성

최근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송대) 총장 임명 과정에서 인사시스템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졌다. 총장 후보자에 대한 교육부와 청와대의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 나아가 국립대 총장에 대한 검증 기준이 후보자에 따라 ‘널을 뛴다’는 의혹도 나왔다. 

1972년 3월9일 ‘한국방송통신대학설치령’에 근거해 개교한 방송대는 올해 개교 5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설치령이 폐지되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설립및운영에관한법률’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방송대는 국립대학이면서 국내로는 최초, 세계 기준으로는 영국 오픈 유니버시티에 이은 두 번째 원격대학이다. 학생 수와 규모 면에서 국내 원격대학 중 가장 인지도가 높다. 50년 동안 80만명이 넘는 동문을 배출했다.


1993년 3월1일 ‘한국방송통신대학’에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학교의 수장이 ‘학장’에서 ‘총장’으로 바뀌었다. 앞서 6명의 학장이 이른바 방통대를 이끌었고, 이후 7명의 총장이 방송대의 선장 역할을 맡았다. 

지난 4일, 방송대 제8대 총장으로 고성환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취임했다. 고 신임 총장은 1985년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서강대 연구교수, 한국어세계화재단 수석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03년부터 방송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교무부처장, 교양교육원장, 인문과학대학장, 통합인문학연구소장 등 방송대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총장 임명권이 이사장에게 있는 사립대학과 달리 국립대학은 총장 임명 때 교육부와 청와대의 결정이 중요하다. 대학에서 투표를 통해 선출된 1~2순위 총장 후보자를 교육부에서 검증한 후 교육부 인사위원회에서 가부를 정하면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최종 임명 여부는 국무회의에서 결정된다.

국립대 총장 검증 논란
겸직·체납 의혹에도 취임

고 신임 총장은 방송대 총장 임용후보자 선거에 기호 2번으로 출마했다. 그는 ‘뉴노멀시대, 대학교육의 새로운 표준’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사용자 중심의 디지털 학습 환경으로 혁신 ▲교직원 처우 개선 ▲교원의 교육·연구 활동 지원 강화 등 8개 공약을 내세웠다.

지난해 11월24일 방송대 총장추천위원회가 실시한 선거에서 고 신임 총장은 결선투표 끝에 1순위 총장 후보자로 결정됐다.


문제는 고 신임 총장을 둘러싼 의혹들이다. 현재 그는 ▲겸직 위반 ▲세금 체납 ▲재산신고 누락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교육부는 지난해 10월25일~11월5일 진행한 방송대 종합감사에서 총장 후보자 관련 의혹을 인지했다. 그럼에도 총장 임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방송대 안팎에서는 그 배경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 신임 총장은 2007년 방송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2004년 5월 설립된 ㈜윌튼메이라는 회사의 이사, 대표이사, 사내이사 등을 지냈다. 윌튼메이는 분양대행업·부동산 컨설팅·부동산 연구 및 기획용역업·부동산 임대업 등을 하는 회사로 2017년 12월 해산됐다. 

국립대 교수는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겸직을 위해서는 기관장 승인이 필요하다. 국가공무원법 제64조(영리 업무 및 겸직 금지) 제1항은 ‘공무원은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선거 과정서
의혹 드러나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5조(영리업무 금지)에도 ▲공무원이 상업, 공업, 금융업 또는 그 밖의 영리적인 업무를 스스로 경영해 영리를 추구함이 뚜렷한 업무 ▲공무원이 상업, 공업, 금융업 또는 그 밖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의 이사, 감사 업무를 진행하는 무한책임사원, 지배인‧발기인 또는 그 밖의 임원이 되는 것을 막고 있다.

방송대 전임교원 임용계약서 5조(을의 의무) 역시 ”을은 교육공무원으로서 제 법령과 본교의 제 규정을 성실히 준수하고 최선을 다해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며 이를 위해 모든 역량과 기술을 최대한 발휘한다‘는 부분이 존재한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고 신임 총장은 윌튼메이 설립부터 해산에 이르기까지 약 13년(2004~2017년) 동안 교무부처장(2010년 9월~2016년 9월), 국어국문과장(2017년 1월~2018년 12월) 등의 보직을 맡았다. 고 신임 총장이 기관장의 승인 없이 최소 10년 이상 겸직한 사실은 총장 후보자 선거가 있기 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당시 윌튼메이의 회사 사정이다. 고 신임 총장이 깊숙이 관여해온 윌튼메이는 서울시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릴 정도로 자금 상황이 좋지 않았던 걸로 추정된다. 

2016년 10월17일 기준 서울시가 공개한 ‘기공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법인)’에는 고 신임 총장이 윌튼메이의 대표자로 올라있다. 윌튼메이는 2013년 7월에 서울시가 부과한 지방소득세 등 38건 총 4200만원의 세금을 체납했다.  

앞서 2014년에는 저축은행 대출 문제로 윌튼메이와 고 신임 총장 앞으로 5억원가량의 채무가 발생했다.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는 윌튼메이와 고 신임 총장을 상대로 대여금 소송을 제기했다. 

공주교대 27개월째 총장 공석
정부에 밉보이면 임명 안 된다?


윌튼메이는 2006년 12월 ○○○○저축은행과 연 이자율 13%, 지연배상금률 연 25%로 45억원에 대한 여신거래약정을 체결했다. 만료일은 6개월 뒤인 2007년 6월로 정했다. 이 과정에서 고 신임 총장이 윌튼메이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을 섰다.

이후 2012년 3월 ○○○○저축은행이 파산하면서 예금보험공사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됐다. 

당시 재판부는 윌튼메이와 고 신임 총장이 예금보험공사에 5억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여기에 2013년 11월12일부터 채무를 모두 변제하는 날까지 연 25%의 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도 내렸다.

고 신임 총장의 항소는 ‘화해권고 결정’으로 마무리됐다. 고 신임 총장은 해당 채무를 최소 2018년까지 변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예금보험공사가 고 신임 총장을 상대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진행할 당시 채무액은 10억원 이상으로 불어난 상태였다. 대여금 소송에서 지급하라고 선고한 5억500만원에 이자가 5억1000만원가량 붙었던 것.

방송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시기부터 고 신임 총장의 급여가 압류되기 시작했다. 방송대가 국립대학이다 보니 고 신임 총장의 채무에 있어 ‘대한민국’이 제3채무자로 지정됐기 때문. 다시 말하면 방송대는 최소 2018년부터 고 신임 총장의 채무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방송대 관계자에 따르면 압류는 지난해 12월에 이르러서야 해제됐다. 고 신임 총장이 1순위 총장 후보자로 선출된 이후다.

이 과정에서 고 신임 총장은 방송대 인문대학장(2020년 1월~2021년 9월) 보직을 맡았지만 채무사실 등 재산과 관련된 신고를 하지 않았다. 공직자윤리법 제3조에 따르면 교육공무원 중 총장과 부총장, 대학원장, 학장 등은 재산등록 의무자로 분류된다. 

2018년부터
급여 압류

이 같은 논란에도 교육부는 고 신임 총장에 대한 임명 제청을 청와대에 요구했고, 청와대 역시 최종 승인했다. 교육부 국립대학정책과 관계자는 “국립대 총장 임명은 교육부 인사위원회에서 가부를 결정한다. 인사위원회에서 오간 내용이나 구성 등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또 방송대 종합감사 과정에서 고 신임 총장 관련 의혹을 인지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감사 내용에 대해서는 감사관실에 문의하라며 말을 아꼈다. 방송대 종합감사를 진행한 감사 관계자는 “감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내용도 말할 수 없다”면서 “대학의 이의신청기간 등을 거쳐 6~7월쯤 돼야 최종 감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대 관계자들은 “고 신임총장은 국가공무원법, 즉 실정법을 위반했다. 교육부가 종합감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인지했음에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인사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망가뜨렸다”며 “또 문재인정부는 고위공직 후보자 임명 과정에서 세금 탈루를 7대 비리에 포함시켰다. 그럼에도 고 신임 총장에 대한 최종 승인이 이뤄진 점이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문정부는 ‘7대 비리 관련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에서 세금 탈루가 드러날 경우 임용을 원천 배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고 신임 총장은 세금 탈루와 관련해 ▲본인 또는 배우자가 국세기본법 및 지방세기본법에 따라 고액‧상습 체납자로 명단이 공개된 경우에 해당된다는 주장이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방송대 총장 관련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 신임 총장 임명과 동시에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는 공주교대 총장 임명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대와 마찬가지로 국립대학인 공주교대는 현재 2년3개월째 총장이 공석이다.

교육부가 1순위 총장 후보자 이명주 공주교대 교수에 대해 임용 제청을 거부한 것.

공주교대는 2019년 9월24일 직선제로 총장 선거를 실시했다. 이때 공주교대 출신 이 교수가 구성원의 지지를 받아 1순위 총장 후보자로 결정됐다. 하지만 2020년 2월 교육부가 이 교수에 대한 임용 제청을 거부하면서 상황이 틀어졌다.

이 교수는 즉시 소송을 제기했고 교육부로부터 임용 제청 거부 사유를 받았다.

이 교수가 받은 거부 사유는 ▲2004~2008년 대전교육감 출마 과정에서 받은 벌금형 ▲주정차 위반, 과속 등 과태료 지연 납부로 인한 압류 ▲대학에서 받은 경고·주의 등의 행정처분 등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사안만 놓고 보면 공주교대 총장 후보자 관련 논란이 방송대에 비해 경미해 보인다. 비슷한 논란이라면 두 총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결과가 같았어야 한다. 하지만 공주교대는 총장이 공석이고, 방송대는 무리 없이 총장을 앉혔다”며 “교육부의 잣대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국립대 총장 임명 과정에서 청와대의 입김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공주교대 사건 당시 교육부의 임명 제청 거부가 이 교수의 ‘정치 성향’ 때문이라는 의혹이 나온 바 있다. 이 교수가 박근혜정부 시절 ‘좌편향 검정교과서’를 비판한 점이 현 정부의 미움을 샀다는 주장이다. 

교육부 감사
미리 알았다?

방송대는 앞서 2014년 9월 이후 무려 40개월 동안 총장이 공석이었던 ‘흑역사’가 있다. 2018년 2월 류수노 총장이 취임하기까지 지리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고 신임 총장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 임기를 불과 한 달 남긴 상황에서 발 빠르게 이뤄졌다. 방송대 관계자들은 “이것이야말로 ‘알박기’가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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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