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비박산' 대선 패배 후폭풍

당 깨지고 감옥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오는 9일에 드디어 대통령이 누구인지 정해진다. 양당은 선대위 인물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부 내각을 미리 그려보는 등 기분 좋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는 법. 누구도 패배의 상황은 그려 보지 않는다. 선거에서 지면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할지 계산해보는 것 역시 양당이 할 일이다.

초보 정치인은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만을 연구하지만, 고단수 정치인은 선거에서 잘 지는 방법까지 함께 연구한다. 각 선대위에 포진돼있는 고단수 정치 전략가들 또한 요즘 ‘잘 지는 방법’을 한창 연구 중이다. 대선 승리만큼 중요한 게 피해를 최소화하며 지는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선거는 
또 있다

경험 많은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지더라도, 다음 선거가 또 돌아온다는 것을 그동안 무수히 많이 경험했다. 이번 대선에는 유난히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렇게 대선후보의 흠결이 많이 있던 적도 없었고, 이렇게 지지층이 결집되지 못했던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후보 개개인의 ‘역대급’ 리스크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대선판을 짜내고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양측의 선대위는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후보들이 개개인의 비리 문제에 고개 숙이는 모습은 이미 유권자들에게 익숙한 뉴스가 됐고, 양 선대위는 각종 문제 끝에 저마다의 쇄신 과정을 거쳐야 했다.


경선에 참여했던 경쟁자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최종 대선후보를 견제해왔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두 후보가 패배의 성적표를 받아든다면, 후폭풍은 전례 없는 수준이 될 것이다.

지금 선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양당 주요 인사들에 대한 쇄신부터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중이고, 최악의 경우 당명 교체까지 갈 것이라는 예측이 정계에 떠돌고 있다.

이만큼 ‘가볍지 않은’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얻을 것과 잃을 것을 치열하게 계산해야 한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기 마련이다.

이런 계산 속에서 누군가는 분명히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후보 본인은 물론이고, 그를 도왔던 공신 모두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이들은 경선 과정에서부터 이재명계와 이낙연계, 둘로 갈라져서 싸워왔다.

이낙연 전 대표를 도왔던 정운현 전 공보단장은 최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아직도 캠프 사이의 앙금이 남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낙연 캠프 측에서는 이재명 대선후보를 당 지도부가 경선에서 대놓고 밀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끝까지 경합을 벌였던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처음부터 송영길 대표는 이재명 후보를 도아왔다”고 공공연하게 발언한 바 있다. 당시 이 후보와 송 대표 측은 크게 반발했지만 국민 여론은 이 전 대표 측의 발언에 더욱 공감했다.

실제로 두 사람의 전략적 연대가 지난해 초부터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여당 내 1위 대선후보 주자와 당 대표 3파전에 참전 주자였던 이 후보, 송 대표는 전략적인 연대를 형성했다. 


‘86그룹’(80대 학번, 60년대생)이라는 교집합 이외엔 큰 공통분모가 없었기에 많은 사람들은 둘의 연대를 의아해했지만, 곧 ‘반 이낙연’이라는 명분 때문이라는 것이 보도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대급 초박빙 선거…후유증도 역대급?
이재명에 줄 댄 민 의원들 물갈이 조짐

당 대표를 노리고 있던 송 대표는 친문(친 문재인) 계파가 내세운 홍영표 의원과 민평련계의 우원식 의원을 앞지를 ‘세력’이 필요했다. 어느 쪽의 지지도 받지 못했던 송 대표가 택한 길은 ‘반문(반 문재인)’ ‘반 이낙연’ 전략이었다.

자신은 어느 계파에도 속해있지 않은 투명한 후보이기에 본인에게 표를 달라는 것이었다.

여기에 호응한 것이 이 후보다. 여권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리며 승승장구했지만, 누구보다 당내 세력이 필요한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격적인 당권 경쟁이 시작되기 전, 이 후보는 주변인들에게 ‘누구를 도와줘야 할지’ 수차례 자문을 구했다고 전해진다.

3개의 선택지에서 이 후보가 송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은 본인의 이익 때문이었다.

‘적통’에 과하게 집착하는 친문에서 대권주자로 클 수가 없기에, 또 과거에 비해 많이 ‘약해진’ 민평련계의 지지를 얻는다 해도 크게 힘이 될 것 같지는 않았기에, 남아 있는 단 하나의 선택지인 송 대표를 선택했다.

‘친문’계에는 이미 이 전 대표가 대권주자로 내정돼있었다. 이 후보가 친문 의원들 모두를 설득해 이 전 대표를 이겨내는 것은 고작 몇 개월의 시간으론 불가능했다.

여의도에서 정치해본 경험이 없는 ‘0’선 의원인 이 후보에게 주어진 시간은 전당대회 후 경선 시작 전까지인 고작 3개월뿐이었다.

민평련계는 김근태 의원의 별세 이후, 힘이 많이 약해진 집단으로 평가받는다.

제 18대 대선에서 손학규 전 의원을 과반 이상 지지했던 이들은 이후 주요 인사들이 여러 갈래로 진영을 이탈하며 갈 길을 잃은 상황이다. 또, 집단 특성상 정치적으로 큰 결단을 내는 데에도 인색하다. 


일부 평론가들은 이것이 이들 계파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이유라고 평가하지만, 사실 이 부분이 오히려 이들의 최대 약점이라는 의견에 더 많은 사람이 동의하고 있다.

“책임질 일이 없다”는 말은 그만큼의 권한을 가져본 적 없는 집단이라는 소리와 똑같은 뜻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쩔 수 없던 선택을 해야만 했던 이 후보는 송 대표의 전략적 연대를 펼쳐 크게 성공했다. 둘은 현재 각각 최종 대선후보, 당 대표 자리까지 올라왔다.

할 수 없이
상부상조

민주당 지도부는 경선 과정에서 중립을 지켰다고 주장하지만, 경선 후 상대 후보 측에서 볼멘소리가 나왔던 만큼, 송 대표가 완벽하게 공정을 지켰다고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대선 패배 시, 가장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송 대표를 필두로 내세운 민주당 내 ‘이재명계’ 의원들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송 대표는 지난 1월25일 기자회견을 열고, 불출마 선언과 재보궐선거에 무공천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대선에서 지면 곧 본인과 본인의 계파 모두가 당내 입지가 곤란해질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본인의 살을 내어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친문계와 민평련계에 속하지 못한 이재명계 의원은 약 40~50명으로 파악된다.

선대위에서 상대적으로 눈에 많이 띄고 있는 우상호 의원도 여기에 속한다. 우 의원 역시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로, 정당 내에서 계파정치의 혁신을 줄곧 외쳐왔다. 당내 입지가 적어진 이들 모두 대선 패배의 결과를 책임지거나 계파를 이탈해 다른 쪽에 줄을 서야 하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의 경우도 민주당만큼 어지러운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대선 몇 주 전에서야 가까스로 원팀 모양새는 갖췄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더 많은 내홍을 겪었다.

가장 큰 원인은 윤석열의 측근들, 이른바 ‘윤석열 핵심 관계자’(윤핵관)와 이준석 대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의 갈등이다.

‘세력’ 없이 당 대표로 추대된 이 대표는 경선이 끝나고 나서 부터 국민의힘 선대위에 크고 작은 논란을 만들어왔다.

줄곧 윤 후보와 그의 측근들을 비판하며 쇄신의 목소리를 높였던 이 대표는 윤핵관들을 콕콕 찝으며 언급한 뒤, 선대위를 박차고 나간 바 있다. 나간 횟수도 두 차례나 된다.

처음 선대위를 박차고 나간 것은 지난해 11월 말에 이르러서다.

‘이대남(20대 남자)’표의 결집을 완성한 윤 후보는 ‘이대녀(20대 여자)’표도 노리기 위해 이수정 교수와 신지예 전 정치네트워크 대표를 영입했다.

영입 과정에서 이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윤핵관이 경기대학교 이수정 교수를 영입했고, 이 교수가 이를 수락했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며 “지금까지 우리 당이 선거를 위해 준비했던 과정과 방향이 반대되는 것이고, 지지층의 재구성과 전략의 재구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윤 후보와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본인 스스로 설로만 돌던 ‘당 대표 패싱’을 자인한 셈이다.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후보에게 밀렸던 윤 후보가 국민의힘의 최종 대선후보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당내의 세력을 본인 쪽으로 규합한 점이 컸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본인의 관계자를 다수 양산해냈다. 권성동, 장제원, 윤한홍 의원이 대표적이다. 

권 의원은 어렸을 때부터 윤 후보와 알고 지낸 죽마고우 사이로 널리 알려져 있다. 경선 내내 윤 후보의 비서역할을 수행하던 그는 당 영입부터 대통령 후보 출마, 그리고 대선 본선에서까지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현재 국민의힘에서 실세 중 실세로 평가받는 그는 선대위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비서실장직에 임명되기도 했다.

윤핵관 3명
저마다 인연

장 의원은 경선부터 윤 후보를 지켜온 수문장으로 “내가 직접 윤석열을 검증했다”며 정치에 막 입문한 윤 후보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줬다.

실제로, 2018년 국회법제사법위원으로 일했던 장 의원은 당시 검찰총장으로 일했던 윤 후보에게 매서운 질문의 공격을 던졌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윤 후보의 가족 비리와 본인 비리를 차례차례 밝히며 국회 인사청문회서 윤 후보를 공격했다. 

래퍼인 아들 노엘이 음주운전 문제를 일으키며 난처한 상황에 빠지자, 장 의원은 당시 윤 후보에게 캠프에서 물러날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윤 후보는 끝까지 만류하며 그의 사표 수리를 마지막까지 뒤로 미뤘다. 이때 만들어진 끈끈한 인연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이뤄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 회동에서도 장 의원은 윤 후보의 ‘전권 대리인’ 역할을 맡으며 윤-안 단일화를 이끌어낸 바 있다.

윤한홍 의원과 윤 후보와의 인연은 윤 후보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대립각을 세울 때부터 이어졌다. 당시 검찰개혁을 시도하던 추 전 장관은 윤 후보와 크게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이때 윤 후보를 윤 의원이 도와줬다. 윤 의원은 법사위 소속으로 추 전 장관의 저격수 역할을 맡아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윤 의원도 경선이 시작되자마자 윤석열 캠프에 합류에 전략 기획부총장을 맡았다.

이 대표가 지난해 12월 초, 김 전 비대위원장과 함께 돌아올 당시 윤 후보는 “윤핵관들을 선대위에서 모두 물러나게 하겠다”며 초강수를 띄었다. 이때 이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모두 물러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아직 그들이 물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윤·안 회동에서 활약한 장 의원만 보더라도, 이들의 의심이 다분히 합리적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윤석열 문고리 3인방 행보 주목
잘 질 준비에 들어간 고단수들

당 대표와 대선후보 측근 간의 기싸움은 여러 모로 국민의힘의 많은 지지층을 이탈시켰다. 국민의힘을 지키고 있는 기득권과 이를 쇄신하고자 하는 젊은 당 대표, 그리고 그가 데리고 온 김 전 비대위원장 간의 줄다리기는 많은 이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표가 야권의 또 다른 후보였던 안 전 대표에게 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를 문정부가 만들었다고 광고하지만, 안 후보를 빅3로 올려놓은 것은 윤핵관과 이 대표”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끝내 단일화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나, 이들의 이탈세가 완전히 다시 돌아왔을지는 미지수다.

안 후보와의 단일화 시점은 여론조사 발표가 금지되는 기간, 이른바 ‘깜깜이 기간’ 직전인 지난 3일에서야 이뤄졌기 때문이다. 깜깜이 기간 직전까지 안 후보의 지지율은 10%에 근접해있었다.

산술적으로 계산한다면 약 10%의 지지도가 윤 후보에게 돌아가야 맞겠지만, 많은 정치 평론가들은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선거 패배 시 안 그래도 세력이 없었던 이 대표의 입지는 곧바로 사퇴설로 불거질 전망이다. 홍보전에서 톡톡한 역할을 했다고는 하지만, 대표로서 당내 통합을 이뤄내지 못했고, 마지막에 합류한 안 대표와의 단일화에서도 걸림돌 역할만 했을 뿐, 활약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안 대표는 단일화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를 향해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이 대표에 존칭도 붙이지 않고 거리를 뒀다.

윤핵관 3인과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들은 저마다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할 상황이다.

특히 윤 후보의 문고리 3인방이라고 알려진 ‘권성동·장제원·윤한홍 의원’은  당내 주류에서 ‘비주류’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친윤계가 절대 다수인 국민의힘 특성상 윤 후보에게 줄을 댄 모두가 책임질 일은 피해가겠지만, 누군가는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최악보단
차악으로
 

선거의 패배 시나리오를 그리는 일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생각하기 싫어 외면하고 방치한다면, 더 최악의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하기 싫은 일을 마주할 때 본인의 약점은 줄어든다. 양 캠프의 대다수는 승리한다는 확신을 갖고 선거운동에 임해야겠지만 조금 더 현명한 정치 원로들이라면, 졌을 경우 또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심상정은 어떻게 될까?

양강 후보에 비해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선거 후를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심 후보는 기대 이하의 지지율을 등에 안고 선거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지지율 부진에 낙담해 지난달 초 칩거에 들어간 후 선대위 전면 쇄신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큰 반전은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번이 심 후보의 마지막 대선’이라는 의견을 조심스레 내비치고 있다.

이번 대선이 네 번째인 심 후보는 이제 본인의 뜻을 이어줄 다음 정의당의 대통령 후보를 물색해야 한다.

심 후보의 숙원인 다당제 실현과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개혁을 이뤄줄 정의당의 다음 대선주자가 누가 될지 정의당 지지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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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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