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대선' 막판 변수 다섯

‘수습 불가’ 최후의 한 방만 남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통령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누구하나 아직까지도 확실한 우세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여러 가지 의혹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탓이다. 정치권에서는 현 상황에서 논란이 발생하면 앞으로 대선 주자들에게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지지율은 여전히 박스권에 갇힌 상태다. 논란이 하나만 터져도 지지율이 한쪽으로 기운다. 양당 대선후보들은 승기를 잡기 위해 빠른 사과와 함께 타개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본부장
리스크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서로 비슷한 변수가 존재한다. 내용만 다를 뿐 굵직한 키워드는 비슷하다. 먼저 본인을 비롯한 가족 리스크가 있다. 

이른바 ‘본부장 리스크’다. 이 후보의 본부장 리스크는 ‘본인, 부인, 장남’이 일으킨 논란을 뜻한다. 앞선 상황에서 이 후보는 장남 이씨의 상습 도박, 성매매 의혹은 재빠른 사과로 빠르게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설 연휴간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에게 황제 의전 논란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불거졌다. 별정직 7급 공무원 A씨가 5급 사무관 배모씨의 지시로 김혜경씨의 음식 배달, 의류 정리, 이 후보 장남의 퇴원 수속 등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일을 해왔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김혜경씨가 복용하는 호르몬제를 의료기관에서 대리로 처방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배씨가 직접 자신이 복용할 약을 처방했다고 해명했으나 A씨가 해당 약이 폐경치료제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김씨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도 함께 거론됐다. A씨 개인카드를 통해 소고기를 먼저 결제한 뒤 다음 날 취소 후 법인카드로 재차 결제하도록 했다는 의혹이다. 

구매된 소고기는 배씨의 지시에 따라 가격표를 뗀 뒤 아이스박스에 담아 이 후보의 자택으로 배달까지 시켰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민주당내에서는 그동안 윤 후보에게 가해진 가족 리스크 문제가 이 후보에게 가해지자 당황스러운 분위기다. 

민주당은 발 빠르게 수습을 시도했다. 김씨가 직접 나서 전적으로 자신의 불찰이라며 국민께 송구하다는 입장문을 밝혔다. 빠른 수습을 통해 이 후보에게도 논란이 번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늘 도움을 받은 게 아니다”라는 입장 발표가 부메랑이 됐다. 이 후보 역시 지사로서 직원이 당한 부당행위와 배우자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힘은 김씨 논란에 즉각 공세를 퍼붓는 중이다. 그동안 윤 후보의 발목을 잡아온 가족 리스크가 이 후보에게로 옮겨간 셈이다. 

이 후보와 김씨가 입장문을 냈음에도 논란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김씨는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이미 터질 건 다 터졌다?
가족 문제 또 터지면 끝

지난 9일, 8분간 송구하다며 직접 사과했다. 그러면서 수사가 있다면 철저히 임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표명했다.

일각에선 너무 짧은 시간의 사과였고, 적절한 해명이 아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국민 사과가 오히려 국민의힘에게 공격 빌미를 제공한 꼴이 됐다. 국민의힘은 김씨와 이 후보, 배씨 등을 강요죄, 의료법위반죄, 직권남용죄로 고발까지 진행했다.

이 후보 입장에서는 악재로 비친다. 내조에 있어서 김씨는 그동안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에 비해 한발 앞선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향후 의혹이 추가적으로 발생한다면 앞으로 김씨와 함께하는 행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가족 리스크는 비단 이 후보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윤 후보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요양급여 불법 수급 혐의를 받는 윤 후보의 장모 최모씨가 1심과 달리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재로선 대선 전까지 3심 판결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내에선 장모 최씨의 2심 결과로 부담을 덜었다는 반응이 나오지만 아직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여전히 다른 사기 사건 등으로 얽혀있는 데다가, 최근에는 처가가 소유한 땅이 19만평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민주당 본부장(윤석열 인·인·모) TF단 조사 결과 윤 후보의 처가가 서울, 경기 등 약 60곳의 땅을 소유했다며 공시지가만 340억원 이상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최씨가 토지 취득 과정에서 불법과 편법을 일삼았다는 게 민주당 측 주장이다.

현재 경기 성남 일대에 소유한 16만평의 토지는 사문서를 위조하고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해 취득됐다는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7시간 녹취록’이 공개됐지만 김건희씨에 대한 여론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었다. 이 시점에 김건희씨는 자신의 공식 프로필 사진까지 찍으며 본격 등판까지 예고된 상태다. 그러나 최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가담 의혹이 불거지면서 다시 윤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현안대응 TF는 김건희씨가 2010년부터 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당시 유통 주식 7.5%인 82만주를 보유한 주주였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당초 매수 금액이 적은 탓에 주가 조작을 할 수 없었다는 해명과 달리 민주당은 주가 조작에 김씨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장동
프레임

김씨는 2010년 이후 주식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윤 후보 역시 사실이 아니라며 김씨의 주가 조작 가담 혐의를 부인해왔다. 민주당은 주가 조작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던 2011년과 2012년 주식 거래 내역을 공개하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동안 김건희씨의 여러 논란은 꾸준히 윤 후보의 발목을 잡아왔다. 최근 등판이 가시화됐던 만큼 해당 의혹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채 등장한다면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두 후보에게 여전히 배우자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향후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가족 리스크에 따라 후보 본인에게 치명타가 가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역대 대선에서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들이 후보를 지원하며 무게감 있는 역할을 해왔다. 그런 만큼 가족 리스크가 터지면 대선후보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정치권에서도 두 후보의 향후 가족 리스크가 재차 촉발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대장동 문제의 경우도 이 후보와 윤 후보에게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두 후보는 특검을 띄우며 서로에게 대장동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공세를 퍼붓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역시 특검을 하자며 서로에게 대장동 프레임을 씌우기에 연일 목소리를 높인다. 다만 아직까진 대장동 의혹에서 이 후보가 더 불리한 측면이 있다. 대장동과 관련된 인물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과 대장동 개발 관련 인물들의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최측근 중 한 명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이 무혐의를 받았지만 수사를 받으며 이 후보가 수세에 몰렸고, 앞으로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에 대해 추가적인 유착 관계가 드러난다면 이 후보에게는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윤 후보 역시 대장동에 관련돼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앞선 상황에 윤 후보의 아버지 집을 김만배씨의 누나가 구입했다는 점에서 한 차례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윤 후보는 김만배씨를 직접 본 적 없다며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당시에는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직접 사과하면서 김만배씨와의 유착 의혹에서 벗어났다.

단일화
결론은?

최근에는 윤 후보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윤 후보와의 관계를 언급한 것. 녹취록에 따르면 김만배씨는 ‘윤 후보와 욕하며 싸우는 사이’라며 윤 후보를 더 이상 봐주는 게 한계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김만배씨는 연일 윤 후보와 가까움을 주장한다. 민주당은 녹취록을 고리로 윤 후보에게 맹공을 퍼붓는 중이다. 

해당 의혹에 대해 윤 후보는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내놨다. 10년간 검사를 하면서 김씨와 차 한잔도 마시지 않았다는 게 윤 후보의 주장이다. 

이 같은 발언은 김씨가 윤 후보와 사이가 가깝다고 주장했던 말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더욱이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구속됨에 따라 윤 후보에게도 악재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전직 국민의힘 의원이 돈을 받았다는 점에서 파장은 윤 후보에게도 미칠 수 있다. 결국 윤 후보 역시 명확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장동 프레임에 씌워지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대목이다.

향후 검찰의 수사 방향에 따라 대장동 프레임에 갇히는 후보에게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동시에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유도 대장동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풀이된다. 

가족을 비롯한 본인의 리스크도 상당하자 두 후보의 비도덕성, 비호감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해도 여전히 박스권에 갇힌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은 국민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게 반사이익으로 돌아왔다. 

대선 막판에 후보 단일화도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이 후보의 경우 소속한 곳이 집권 여당이라는 이점이 있으나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오가지만 이 후보는 이보다도 처진다.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 단일화를 염두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안 후보가 그동안 문정부를 타격하며 정권교체 필요성을 강조해왔지만 민주당에서는 안 후보를 향해 연일 러브콜을 보내는 중이다. 안 후보는 도덕성 면에서 검증됐고, 전문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반면 윤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도 야권의 초미의 관심사다.

단일화, 토론…마지막 승부처
여전히 아른거리는 후보교체론

두 후보는 단일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애써 선을 그으며 만일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전면에 나서는 인물이 본인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내에서도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높은 탓에 반드시 단일화 문제를 매듭짓고 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원희룡 정책본부장과 이준석 대표의 의견 차도 뚜렷하다. 원 본부장은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어필해온 반면 이 대표는 단일화가 필요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안 후보는 지지율 10%를 오가며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다만 그 역시 단일화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며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이번에도 양보하게 된다면 안 후보의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 있다는 평가가 내려지는 탓이다.

윤 후보와 국민의당 안 후보의 단일화가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다가 지난 13일, 안 후보가 국민 경선을 통한 단일화를 제안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담판식 단일화’를 고수하며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낸 상태다.

일각에선 단일화를 논하기엔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대선 막판 자신에게 이슈를 끌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 요소라는 인식이 강하다. 

단일화와 함께 중요한 변수는 토론이다. 첫 번째 토론 결과 이 후보는 기대에 미치는 못하는 성적을 거뒀고, 이전과 같은 시원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윤 후보는 기대보다 잘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또다시 말실수를 반복했다. 

시청률이 40%를 기록했을 만큼 토론은 이번 대선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분야 역시 정치, 경제 검증 등으로 확정됨에 따라 향후 두 후보가 대처 등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대통령으로서 부족한 후보라는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

이 밖에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합류한 점도 걸림돌이다. 두 인물이 각각 원팀으로 합류했지만 여전히 원팀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전 대표와 홍 의원은 경쟁 과정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를 높은 수위로 타격해왔다. 이 전 대표는 이 후보에게 대장동 의혹을 제기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홍 의원 역시 윤 후보와 원팀 행보를 보이지만 여전히 긴장감이 감돈다. 이전까지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며 윤 후보를 향한 날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합류 직전에는 선대본부와 갈등 상황까지 겪었다. 

일각에선 오히려 두 인물이 합류하면서 원팀을 이룬 점이 대선후보의 행보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두 인물의 지지 층을 이 후보와 윤 후보가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후보교체론 여론이 높았던 만큼 이 후보는 이 전 대표의 지지 세력을, 윤 후보는 홍 의원의 지지 세력을 흡수해야만 한다. 

터지면
끝난다

이번 대선이 근소한 차이로 당락을 결정지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은 만큼 더 이상의 리스크는 후보의 위기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양쪽이 (가족 리스크 문제를)잘 매듭짓지 못한다면 막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도덕성 등 리스크가 재차 불거진다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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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