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투성이' 반쪽 대통령의 한계

혈투 끝 후유증 ‘외다리 집권’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지난 9일 있었던 대선에서 대한민국은 절반으로 갈라졌다. 1번을 찍은 국민과 2번을 찍은 국민의 차이가 고작 25만명이었던 것이다. 유독 박빙이었고, 유독 심한 혐오를 양산해낸 이번 대선은 당선인에게 수많은 숙제를 안겼다. 그중 하나가 ‘국민 통합’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은 갈라진 대한민국을 이제 ‘하나’로 통합해내야 한다. 시작부터 상처 입은 반쪽짜리 당선인이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향후 5년을 책임질 대통령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당선됐다. 지난 10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 당선증을 받은 윤 후보는 현재 당선인 신분으로 대통령 취임식을 기다리고 있다. 윤 당선인은 오는 5월10일, 대한민국의 정식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48.6 vs 47.8
양분된 표심

정부 인수위원회 구성에 한참 힘을 쏟고 있는 윤 당선인은 지금 어떤 나라를 만들어갈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0일 대통령 당선 인사에서 “선거운동을 하면서 나라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게 어떤 건지, 국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경청해야 하는지를 배웠다”며 “이제 경쟁은 끝났고,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우리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서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하나가 돼야 한다’는 뜻에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


대통령선거운동부터 윤 당선인은 각종 비리 의혹에 상처가 이미 많이 나 있다. 갈라치기를 이용한 선거운동에 국민은 분열돼있으며, 여소야대의 현재 정치 구조상 힘 있는 정책 추진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수많은 기록을 깨며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의 당선으로 진영이 번갈아 두 번씩 대통령을 배출했던 이른바 ‘정권 10년 주기설’이 깨졌고, ‘서울법대생은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는 정치권에서만 돌던 암묵적인 징크스도 깨졌다.

또 항상 대통령을 맞혀왔던 제주도민의 대선 기록도 이번에 깨졌다. 제주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52.59%를 득표하며 윤 당선인을 앞질렀으나, 이 후보는 끝내 낙선했다.

충청도와 제주도는 그동안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렸다. 선거철마다 민심은 요동쳤고, 충청도와 제주도 유권자들은 진보 진영의 후보와 보수 진영의 후보를 번갈아가며 투표해왔다. 이들은 꽤 정확한 판단을 내리며 그동안의 대통령 당선을 모두 견인했다. 

반면, 호남과 영남은 항상 같은 진영의 후보만을 뽑아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들은 특정 후보에 몰표를 찍어주며 호남은 진보, 영남은 보수라는 공식을 공고히 했다.

뿌리 깊은 지역주의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이번 선거로 다시 한번 깨달았다.


영·호남 지역주의 여전
여 버리고 남 택해 신승

지난 9일 오후 7시경, 방송 3사와 종편 보도 채널 등은 각자가 실시한 출구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1% 포인트 남짓의 차이로 윤 후보의 승리였다. 실시간으로 결과를 본 국민의힘 지도부는 적잖이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당초 10% 포인트 내외의 차이를 보이며 낙승할 것이라 예상했던 당 내부의 여론조사와 크게 차이나는 결과였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가 말 그대로 오차범위 내의 차이였기에, 승리를 확신했던 지도부는 당선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내부 조사와 크게 달랐던 점은 호남 민심의 향방이었다. 국민의힘은 호남에서 20% 중반대의 성적을 거둘 것이라 예측했으나, 윤 당선인은 호남에서 10% 초반대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다.

호남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와 달리 본 대선에서 이 후보에게 몰표를 찍어준 것이다. 윤 당선인은 그나마 영남에서 70%와 60%의 표를 챙겨와 이 후보와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대선 성적표를 받아듬과 동시에 윤 당선인은 ‘지역주의 타파’라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그가 말한 ‘하나’가 되기 위해선 지역주의를 최우선으로 타파해야 한다.

지난달 광주를 찾은 윤 당선인은 “제게는 지역주의 자체가 없다”며 국민 통합을 이뤄 호남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기필코 이뤄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위대한 지도자였다“고 호남 민심 사기에 열중했다.

윤 당선인은 그간 호남에 큰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운동기간 내 무려 8번이나 호남에 찾아가 지지를 호소했고, 선거운동 중간에는 광주 복합쇼핑몰 공약도 내걸었다.

그는 “대전·대구·부산 어디를 가도 있는 복합쇼핑몰이 광주에만 없다”며 ”어떨 때는 복합쇼핑몰에 가기 위해 대전도 올라 가신다“고 쇼핑몰의 필요성을 역설한 뒤 ”당선된다면 광주에 복합쇼핑몰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해당 공약에 많은 호남 유권자들이 열광했다. 지역 주민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섬세한 공약이라는 찬사가 이어지며 호남에서의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 윤 당선인은 이때 “호남에서 잘하면 30%도 받을 수 있겠다”며 상기된 기분을 전한 바 있다.

비록 기대만큼의 득표율을 채우진 못했으나, 10%대의 비교적 준수한 득표율을 받은 윤 당선인은 이제 호남과의 새로운 인연을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하나’가 되기 위해선 그가 그동안 공언한 약속들과 지역주의를 없앨 다양한 정책 실현이 시급하다.


쫙쫙∼
갈라지다

윤 당선인은 호남에서뿐 아니라 ‘이대녀’에게서도 외면받았다. 일찌감치 ‘이대남(20대 남성)’에게 집중한 선거 유세를 시작한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의도적으로’ 이대녀를 외면한 채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70년대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역을 갈라놨던 것처럼, 이번 대선에서는 국민의힘이 남자와 여자를 반으로 갈라놨다. 

젠더 갈등을 부추긴 가장 큰 사건은 윤 당선인이 지난 1월 초 SNS에 올린 일곱 글자 공약, ‘여성가족부 폐지’다.

뚜렷한 설명 없이 급작스럽게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윤 당선인은 대통령이 되면 특임 부처인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새로운 젠더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공약에 이른바 이대남은 열광했고, 이대녀는 반기를 들었다.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는 여가부 폐지 공약이 이준석 당 대표의 강한 주장으로 실현됐다고 전했다. 정계 정문가들은 지난해 5월 치뤄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이대남들의 화력을 경험한 이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도 같은 전략을 구상한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이대남들의 결집은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주된 원인이 됐다.

지난해 말 국민의힘은 각종 내홍과 논란으로 여러 차례 홍역을 치렀다. 윤 당선인은 국민의힘 경선에서 최종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마자 지지율이 50%가 넘어갈 정도로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이 대표와의 갈등과 페미니스트 출신 인사들의 영입, 그리고 김종인 대표의 사퇴 논란 등을 거치며 지지율이 급격히 빠져나갔다.

빠져나가는 지지율에 당황한 윤 당선인은 황급히 이 대표와 재결합을 추진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 대표를 선대위에 다시 불러들였다. 이 대표가 돌아오자마자 단행한 것이 이대남들에 대한 결집 시도였다.

돌아온 이 대표의 활약 덕분에 이대남 중심의 국민의힘 지지자 결집은 손쉽게 이뤄졌다. 주효하게 먹혀 들어간 지지층 결집은 윤 당선인의 지지율을 빠르게 회복하게 만들었다. 

물론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전략이었으나, 이대녀들에게 상처가 남은 것도 사실이다. 이제 선거는 끝났고 윤 당선인은 이제 국민을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그동안 외면해온 이대녀들에 대한 정책과 비전은 무엇인지 제시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윤 당선인이 직면한 문제는 반쪽짜리 지지율에서 그치지 않는다.

끝나지 않은 가족들의 비리 의혹도 풀어야 할 문제다. 예비 영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은 현재 3회 공판기일까지 열려 있고, 윤 당선인의 장모 최모씨는 잔고 위조 공모 등 여러 가지의 죄목으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가시지 않은 
각종 의혹들

현직 대통령의 가족에 대한 수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질지에 의문을 품는 국민들에게 윤 당선인은 해명부터 해야 한다.  

김씨는 윤 당선인이 대선 운동 내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의혹에 휩싸인 김씨를 전면에 내세워 선거운동을 하면 불리할 것이라는 선대위의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단 한 번 국민에게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는데, 그것은 본인의 허위 경력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이었다. 

기자회견에서 김씨는 “나 때문에 남편이 비난받는 현실에 가슴이 무너진다.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며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만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기자 회견을 통해 본인의 허위 경력을 인정하면서 향후 영부인이 되어도 겸손할 것을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김씨는 유튜브 영상 기사와의 통화 녹음이 유출되며 다시 한번 홍역을 치르게 된다.

약 7시간가량 녹음된 파일에는 김씨가 미투 운동을 비하하고 선대위의 비선 실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담겨있어 큰 파장을 일으켰다. 

통화가 유출된 뒤, 오히려 통화를 녹음한 촬영 기사의 의도가 뭇매를 맞으며 큰 피해는 없이 넘어갔지만, 그간 본적 없던 대선후보 배우자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경험한 국민들은 아직도 김씨를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영부인 없이 홀로 입성?
여소야대 돌파 해법은?

이를 잘 알고 있는 김씨는 지난 9일 윤 당선인의 청와대 입성이 기정사실화되자 <뉴스1>과 인터뷰 갖고 “당선인이 국민께 부여받은 소명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미력하게나마 곁에서 조력하겠다.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회의 그늘진 곳에 당선인이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윤 당선인의 당선 확실 소식이 전해지는데도 개표상황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선인과 함께 투표하고 당선 감사 인사를 하는 그동안의 관습을 깨버린 것이다.

또 윤 당선인은 지난 선거운동 과정에서 영부인을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 폐지’와 ‘영부인 호칭을 미사용’을 공약 했다. 공약이 이뤄진다면 김씨는 역대 영부인 중 가장 적은 수준의 의전을 받게 된다.

현재 정치구조 또한 윤 후보의 편이 아니다. 지금 제21대 의회는 민주당이 과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재보궐선거에서 4석이 늘어난 국민의힘이지만 170석 이상을 확보한 민주당 의회는 2024년까지 계속 이어진다.

대통령의 업무 특성상 의회 동의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윤 당선인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대통령의 역할은 극도로 제한된다. 앞으로 있을 행정부와 입법부의 마찰은 정계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우려하고 있는 사태다. 

2022년부터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는 윤 당선인은 적어도 3년간 이 같은 민주당 다수의 의회와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한다. 다음 총선에서 여당이 된 국민의힘이 더 많은 의석을 가져온다고 해도, 그때는 이미 임기의 절반가량이 지나간 시점이다.

지금 같은 여소야대 형국은 반쪽 대통령으로 시작한 윤 당선인에게 더욱 부담을 가하는 상황인 것이다. 

더욱이 현재 산재해있는 가족 비리와 본인이 연루된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수사가 구체적으로 진척된다면, 국회에서 탄핵안까지 거론될 수 있다.

지역이 반으로, 성별이 반으로, 영부인의 역할이 반으로, 그리고 권력도 반으로 쪼개진 상황에서 윤 당선인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다.

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 우위였던 상황에서 이 후보에게 25만표 차까지 따라잡힌 윤 당선인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겸손한 자세로 대통령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분열, 갈등…
통합 최우선

국민들 또한 임기 시작부터 상처가 많이 난 대통령을 이제는 국민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본인이 뽑지 않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반대나 무의미한 비난을 보내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유권자의 자세다. 국민 통합은 당선인이 책임져야할 숙제가 맞지만, 통합을 해야 할 당사자들은 국민 본인들이기 때문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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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