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 윤석열이 그리는 대한민국

문정부와 무조건 반사·반대로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난 10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는 당선 인사문을 통해 “오직 국민만 보고 가겠다.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뱉은 말이 될지, 지키는 약속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현재 윤 당선인에게는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태다. 

개표 결과는 끝까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초박빙으로 흘러갔다. 초반만 해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앞서자 국민의힘 당내는 잠시 초조함이 맴돌았다. 그러나 개표 50% 완료 이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역전에 성공하며 골든 크로스를 이뤄냈다. 

불안한 출발
컨벤션 효과

윤 당선인은 정치의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신고식은 X파일에 담긴 내용이 떠오르면서 시작됐다. 처가 리스크 등이 촉발되고 나서부터는 불안함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선 초보 정치인의 한계라며 윤 당선인의 출마 명분이 정권교체 하나뿐이라는 지적도 쏟아졌다. 이런 탓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민의힘 후보 교체론까지 언급될 정도였다.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컨벤션 효과는 쉽게 꺼지지 않았다. 꾸준히 대세론을 이어간 셈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결정된 뒤에도 윤 당선인은 줄곧 위기를 맞았다. 


지지율이 20%대까지 급락하며 야권도 함께 불안함에 휩싸였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던 윤 당선인은 결국 전략 수정을 통해 승부수를 던졌다. 

선대위를 전면 개편해 기동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었다. 전면 개편 이후 현재 가장 큰 이슈인 코로나19 방역체계 문제, 부동산, 안보 문제,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띄워 문재인정부를 본격적으로 타격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국민의힘 전략은 통한 모양새다. 대선투표 결과 0.73%p 차이로 승리를 거머쥐며 이 후보와 희비가 엇갈렸다. 25만표 불과한 차이였다. 윤 당선인은 1987년 직선제로 개헌된 이후 최소 격차로 당선됐다.

그는 당선이 확정된 이후 10대공약을 앞세워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현재 눈앞에 당면한 과제가 산더미다. 

윤 당선자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코로나19 문제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겪는 피해가 막심하다. 거리두기 대책 역시 오락가락한다는 비판 속에 확진자 수는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중이다.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정부가 고심 끝에 방역의 고삐를 완화했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본격적으로 취임한 이후 윤 당선인의 첫 시험대는 코로나19 대처로 영향받은 사회 전반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데서 펼쳐진다. 자신이 내놓은 공약 중 1순위로도 코로나19 상황 해결 필요성을 앞세운 바 있다.


취임 직후 코로나19 대책 1순위
아우성 부동산 문제 해결 급선무

임기 시작과 동시에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직속기구인 코로나 긴급구조 특별본부를 설치할 예정이다. 

계획으로 ▲방역 지원금 지원 ▲영업시간 제한 철폐 ▲임대료 나눔제도 추진 등을 밝혔다. 거리두기 체계 역시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임시병동 신축 ▲실내 바이러스 저감장치 지원 ▲정부 차원의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인과관계 증명 등이 골자로 진행된다. 

윤 당선인이 내놓은 코로나19 대책에 대한 예산 규모는 50조원으로 예상된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고민거리긴 하겠지만 1호 공약인 만큼 조만간 2차 추경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경제 회복 문제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윤 당선인의 임기 5년 첫 출발의 성공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대목으로 보인다. 

민심 획득에 필요한 두 번째 단추는 부동산 문제 해결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집값 안정을 꾀하겠다며 부동산 문제를 건드렸다. 문정부 5년 동안 쏟아진 부동산 대책은 무려 30개에 달한다. 

대책은 오히려 문제를 지속적으로 야기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으면서 문정부를 향한 민심이 등을 돌리게 된 계기 중 하나로 작용했다.

집값 해결
기업 주도

여기에 더해 지난해 3월 LH 사태까지 터지면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 문정부의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문정부 역시 부동산 대책 실패를 사실상 인정했다. 

다급하게 민주당에서 양도세 완화와 서울 용적률 상향 등 규제 완화 카드를 급히 내놨지만 반응은 싸늘할 뿐이었다. 정치권에서는 부동산 문제가 이번 대선에서 승부를 가른 지점으로 보고 있다. 

윤 당선인 역시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연일 타격해왔다. 대선 기간 가장 날카롭게 파고든 공략 포인트였다. 

부동산 문제 해결은 10대 공약에 포함됐다. 용적률 상승과 수도권 3기 신도시를 발전시켜 임기 동안 전국에 250만호 이상 건설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중 수도권에 공급하겠다고 밝힌 주택은 150만호에 이른다. 


공급량 250만호, 청년 원가주택 30만가구와 역세권 첫 집 20만가구도 포함돼있다.

이 밖에 물량은 민간 주도를 통해 공급할 예정이다. 민간분양으로는 119만 가구, 공공분양으로는 21만가구를 목표치로 설정했다. 임대 부분을 살펴보면 공공임대는 50만가구, 민간임대는 11만가구다. 

수요에 집중해오던 문정부와는 전혀 반대 방향인 정책이다. 주택 공급에 주력하면서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공공택지의 단계적 개발도 고려하려는 셈이다. 

부동산세도 전면 재개편할 방침이다.

공정한 일자리 약속
각종 규제 철폐·완화

생애 첫 주택 구입자의 취득세를 면제하거나 1%로 낮추고, 1주택자에게는 보유세를 완화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장기적 폐지와 보유세 완화 등도 계획 중이다. 


우선 종부세를 폐지해 지방세인 재산세와 통합하고 100%로 인상 예정인 공정시장가액비율(재산세 부과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을 현 수준인 95%로 동결한다.

결국 부동산세를 단순 시장 관리 목적이 아닌 조세 원리에 따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문정부 들어 종부세는 이중과세 논란이 제기돼온 바 있다. 이밖에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향, 신혼부부 청년 등은 주택 구매 자금이나 전세대출을 저금리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윤정부 역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역풍을 거세게 맞을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이 존재한다. 향후 정책의 안정화 등을 꾀해야 민심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풀어야 할 숙제는 부동산 문제 해결뿐만 아니다. 일자리 창출 문제 역시 조속히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앞서 문정부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산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열린 채용 시장도 고령층 공공 일자리만 제공하는 결과로 돌아오자 고용 성장을 막았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현 상황에서는 30대와 40대 취업자 수도 줄어든 양상을 띤다. 

직접 일자리 정책 역시 ‘세금 알바’라는 별명이 붙었다. 일자리 문제는 차기 정부에서 개편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대상으로 꼽힌다. 

윤 당선인은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기조를 강하게 드러내며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일자리 정책을 경제 성장과 따로 보지 않고 같은 기류로 본다는 게 특징 중 하나다. 

선제타격
양성평등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정 경쟁 확립과 규제 혁신, 지역 발전을 도모한다. 디지털 전환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기반 및 혁신인재를 양성하고 고용 친화적 환경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견기업의 신산업 진출을 돕는다. 투자유치를 통한 성장을 도모해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게 취지다. 

공공보다는 기업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방점이 찍혀있다. 공공 일자리 창출을 강조해오던 문정부의 방향성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외교 문제도 민심의 향방을 결정하는 ‘키’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이 취임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면서 종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남북공동연락소 폭파, 연이은 미상 발사체 발사 등이 이어지자 사실상 종전 선언이 불가하다는 인식이 짙다. 

윤정부에서는 한미동맹과 북한에 대한 핵 대응 등 외교안보 정책 전반에 걸쳐 전략이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관계도 유화책보다는 상호주의에 입각하는 데 주안을 뒀다.

문정부에서 눈치 전략으로 한미의 연합 방위 태세가 약해진 탓에 신뢰감이 낮아졌다는 게 윤 당선인의 시선이다.  윤 당선인은 이전에도 강력한 힘을 골자로 한 대북정책을 강조해왔다.

킬 체인, 한국형 아이언 돔 조기 전력화, 사드 추가 배치, 선제타격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같은 발언으로 북한과의 관계 설정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외교·안보 강화 중요
여성가족부 폐지 계획

또 윤 당선인이 민주당 정권에서 무너진 한미동맹을 재건하겠다고 밝힌 만큼 미국과의 공조 강화를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로 설정할 수 있다는 게 정계의 중론이다. 외신도 일제히 문정부와 윤정부가 반대 성향의 외교를 펼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중국에 대한 강경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중국에 높은 무역 의존도를 지닌 탓이다. 일각에선 이런 점에서 윤 당선인이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외교 문제와 함께 국민 통합 역시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여느 때보다 젠더 갈라치기가 심했다는 말이 나온다. 젠더갈등은 한국사회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고질병 중 하나다.

윤 당선인이 국민의힘 내홍을 수습한 뒤 가장 먼저 띄운 것은 여성가족부 폐지다. 그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아동, 가족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별도 부처의 신설을 공약했다.

당초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선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한다고 공약했으나 청년보좌역들의 의견 등의 입장이 반영된 뒤 폐지로 수정됐다. 윤 당선인은 선거 전날까지도 SNS상에 여성가족부 폐지를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성범죄, 무고죄의 처벌 강화 등을 함께 올렸다. 선거가 임박하자 끊임없이 쏟아지는 갈라치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함이라고 해석된다. 여성을 위한 공약이 있다는 것을 함께 보여주며 윤 당선인이 지속적으로 언급한 국민 통합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여성계의 극심한 반발로 여성가족부 폐지가 당장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무한 책임
통합 정치

윤 당선인은 당선 소감으로 “무한한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 앞에 섰다”며 “편 가르지 않고 통합 정치를 하겠다. (당선은)통합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로 국민의 뜻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인의 장막’ 윤석열 사람들

윤석열 당선인의 인사를 두고 벌써부터 하마평이 나돈다.

윤핵관 2인방으로 중 한 명으로 불린 권성동 의원은 임명직보다는 당 대표직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회자된다. 

또 다른 윤핵관으로 불린 장제원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라는 공을 세웠다. 

이런 까닭에 장 의원은 가장 먼저 비서실장에 내정됐다. 

단일화에 동의한 안 대표는 국무총리 1순위로 언급된다.

정치권에서는 윤 당선인이 통합 정치를 강조한 만큼 안 대표가 윤정부 1대 국무총리가 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선대본부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 실세로 떠오른 원희룡 정책본부장은 경기도지사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거론된다.

이 밖에 윤 당선자의 측근으로 불리는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민정수석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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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