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물에 그 밥' 윤석열 내각 의혹 총정리

20명 중 2명만 날아가도 치명타?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본격적인 국회 인사청문회 시간이 다가왔다. 하루에도 몇 번씩 후보자에 대한 의혹들이 터져 나온다. 이런 탓에 여소야대 형국에서 차기 정부에서 장관 후보로 내정된 인물들의 가시밭길이 예고된다. 과연 후보자들이 이번 청문회를 통과해 윤석열정부에 무사히 합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인사청문회는 역사적으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 의회가 대통령의 정무직 인사를 통제하기 위한 장치로 등장했다. 대통령이 정무직 공무원의 임명권을 전적으로 가질 경우 행정수반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과 인사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입맛따라…
트로피 인선?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개정된 국회법에서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면서 국회에서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을 위한 청문회가 시작됐다. 청문회는 대통령이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에서 후보에 대한 적격성을 검증하는 단계다. 

그동안 청문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후보로 오른 인물의 사퇴와 지명 철회가 이어졌다. 임명된 이후 여론의 비판에 이기지 못해 낙마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청문회 대상자의 문제로 보통 병역기피, 부동산, 이해충돌 등이 자주 등장하는 메뉴다. 최근에는 후보자의 도덕성까지 도마 위에 오르며 검증대가 한층 강화된 양상을 띤다. 


최근 인수위에서 차기 윤석열정부 1기 내각을 발표하면서 장관 후보자가 결정됐다. 총리를 비롯해 19명에 이르는 내정자들이 혹독한 검증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 청문회 준비에 몰두 중이다. 

검증을 시작하기도 전에 신선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윤 당선인은 능력에 의한 내각 발표라며 후보자들의 능력이 출중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언급한 후보자의 능력과는 별개로 후보자들이 밟아온 행적을 살펴보면 청문회에서 가시밭길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송곳 검증을 예고하면서 청문회가 후보들에게는 더욱 혹독한 시간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의 의혹들이 낱낱이 공개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후보들의 대표적인 논란은 사외이사 역임으로 인한 이해충돌, 부동산과 재산 문제, 가족 문제 등이다.

지속적인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인물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이다. 

본인 둘러싼 의혹 투성이 후보자
자녀 포함 배우자 가족 문제 논란

내각 발표에서 가장 먼저 지명된 한덕수 총리 후보자의 경우 민주당에서 반발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사라는 말이 나왔다. 그가 과거 노무현정부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역시 최근 각종 의혹이 나오면서 여론의 반응이 좋지 않다. 한 총리 후보자의 논란은 크게 3가지다.  


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기획재정부에서 김앤장으로 이직한 관료의 평균 연봉은 2억6000만원이다. 같은 기간 한 총리 후보자는 김앤장으로부터 2억7700만원의 급여와 상여금 2억4000만원을 합쳐 5억17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았다.

관료 평균 연봉의 2배 높은 수준으로 급여 자체는 평균과 비슷하지만 상여금을 연봉과 비슷하게 받았다. 김앤장 고문과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지내며 그가 받은 보수는 총 39억원에 달한다. 

미국 모빌사와의 이해충돌 논란도 빚어졌다. 한 총리 후보자는 과거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주택을 미국 통신업체의 자회사에 10년간 임대해 6억원이 넘는 임대소득을 얻었다. 자회사인 모빌오일코리아는 1996년 석유개발공사 주관 해외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한 총리 후보자는 상공자원부와 청와대, 통상산업부 고위 관료를 지냈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화가인 한 총리 후보자 배우자 최씨에 관련된 의혹도 함께 불거졌다. 고위공직자 가족이 예술계 등에 몸담으면 인사청문회에서 늘 논란이 불거지는 대목 중 하나다. 그림 판매가 급격한 재산 증가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는 점이다.

최씨는 2012년 첫 개인전을 진행한 뒤 2014년까지 7점을 팔았다. 

최씨의 그림은 부영주택과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배우자인 송씨가 샀다. 현재 최씨의 재산은 한 후보자 공직 퇴임 이후인 2012년부터 약 10년 동안 12억원가량 증가했다. 이 같은 이유로 한 총리 후보자 배우자는 이해충돌 논란이 발생한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최씨 예금이 지난해 4월부터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며 미술품 판매가 재산 급증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한 총리 후보자 측은 개인적인 친분으로 판매했고, 공직 이후 판매해 이해충돌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밖에 한 총리 후보자에게는 100억원 주택 매물 의혹, 에쓰오일 사외이사 연 8000만원 급여 의혹 등이 쏟아졌다. 이런 탓에 한 총리 후보자는 하루에만 3건이나 해명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인사청문회
관전 포인트

한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가장 큰 논란을 빚고 있는 인물은 정 복지부 장관 후보자다. 정 후보자는 이른바 ‘조국 사태 시즌2’라며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이 특혜 논란을 겪고 있다. 정 복지부 장관의 자녀는 각각 2016년(딸), 2017년(아들) 순으로 의대 특별편입 전형으로 합격했다.

아들에게 불거진 의혹은 학부생 시절 KCI급 논문 2편을 공동저자로 등재된 논란이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당시 유일한 학부생이었다. 해당 사안은 아들이 실제 논문에 기여 했는지가 핵심 관건이다. 


또 아들이 합격한 전형은 2017년 신설된 전형으로 해당 전형에 지원하면서 사실상 아르바이트에 가까운 사안을 학생 연구원으로 기재했다는 논란도 함께 떠올랐다. 

아들에 관한 의혹은 계속 이어진다. 2010년 신체검사 결과 현역 대상이었는데 5년 뒤인 2015년에는 4급(사회복무 요원)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재검에서 척추협착을 진단받았다. 척추협착은 척추 신경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누르는 질환으로 진단서는 경북대병원 정형외과에서 발급받았다. 진단서를 받을 당시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의 진료처장(부원장)이었다. 

4급 판정을 받은 뒤 정 후보자의 아들은 대구지방법원에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복무했다. 국회는 해당 의혹에 대해 MRI와 CT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정 후보자가 이를 거부하면서 논란이 한층 더 격화된 양상이다. 논란이 가중되자 정 후보자의 아들은 재검을 받았고 2015년과 같은 4급 판정이 내려졌다. 

딸 역시 경북대 편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북대병원 편입 당시 정 후보자의 딸이 2차 구술평가에서 3명의 면접관으로부터 모두 만점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문제는 면접을 진행했던 관계자가 정 후보자와 친분이 있다는 부분이다. 정 후보자의 1년 선배인 A 교수는 정 후보자의 자녀 편입 전형 총책임자였다. 만점을 준 위원 3명 역시 모두 정 후보자의 지인으로 밝혀졌다. 


해당 사실이 드러나자 정 후보자의 이해충돌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 후보자에 대한 여론도 들끓고 있다. 결국 정 후보자가 부당행위는 없었다며 직접 해명에 나섰다. 아들의 경우 다시 신체검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정 후보자 자녀에 대한 문제는 본인으로까지 번졌다. 과거 ‘출산은 애국, 암 특효약은 결혼’이라는 칼럼과 ‘3미터 청진기로 여성을 진료해야 한다’는 칼럼을 써 여론의 공분을 샀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당선인이 공정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정 후보자의 임명 강행이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본인과 자녀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선 발표부터 이슈가 된 한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검증의 칼끝이 향했다. 윤 당선인의 황태자라고 불리는 한 후보자는 인선 발표 전 검언유착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일각에선 무혐의 이후 등판해 논란이 적을 것이라 예상됐지만 그에게도 여러 의혹이 불거졌다. 한 후보자는 배우자와 공동 소유한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를 전세로 임대한 점이 문제로 거론된다.

이전 정권과
다른 게…

지난해 12억원 정도였던 보증금이 1년 새 5억원이 넘게 올라 한 후보자가 임대차보호법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와서다. 임대차보호법에서는 직전 계약의 5%를 초과해 올릴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농지법을 어겼다는 의혹도 있다. 한 후보자는 과거 부친의 사망으로 강원도 춘천시에 있는 밭을 상속받아 소유하다가 2017년에 매도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농지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한 후보자는 해당 의혹에 대해 상속 이후에도 모친 등이 농사를 계속 지었다고 적극 반박에 나섰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검찰에서 무혐의 결론을 내렸던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포렌식을 위한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오픈하지 않았던 점 때문에 재차 비판 여론이 들끓는다.

청문회에서도 한 후보자의 검언유착 사건을 주요 쟁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해당 자리에서 한 후보자는 무혐의를 받은 점과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의 선대본부에서 활약한 뒤 내정자로 발표된 현직 의원 출신 후보에게도 마찬가지로 검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선대본부 개편 이후 실세로 자리 잡았던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의혹의 시선이 쏠린다. 

2012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은 여당이 선거 승리를 위해 외교문서까지 공개했던 사건으로 당시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다. 권 후보자는 과거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과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으며 비판 대상이 된 바 있다. 

최근에는 과거 권 후보자 형제가 소유했던 법인의 비상장 주식이 국내 공직자 신고 내역만 등재돼있고, 홍콩의 주주명부에는 누락돼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보도 즉시 권 후보자는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청문회에서는 권 후보자가 통일부 장관 후보자라는 점에서 과거 대화록 유출 사건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선대본부 실세였던 원 후보자는 제주도지사 시절의 논란이 불거지는 양상이다. 대표적으로는 제주신공항 강행, 제주 오등봉 개발사업 특혜 논란이다.

원 후보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일축했으나 청문회에서 특혜를 두고 대장동과 비슷한 프레임이 씌워질 경우 큰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과거 논란에 발목 잡힐 수 있다. 그는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10인 회의 멤버 중 1인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이해충돌, 도덕성 검증까지 도마
창과 방패 수위 높은 대결 예상

이 밖에 후보로 내정된 인물들의 의혹도 빗발친다. 앞서 윤정부는 여가부 폐지를 강하게 내세웠다.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현숙 후보자의 경우 내정 자체가 논란이다. 그는 과거 여가부 강화를 꾸준히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청문회에서 과거 자신의 입장과 배치되는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소명할지가 주목된다. 

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굵직한 기업에서 사외이사를 지냈다. 보수는 총 7억8500만원에 이른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본인이 소유한 벤처기업을 통해 자문위원을 지낸 곳에 일감을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인수위 출범 직전 삼성전자 사외이사에 임명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는 과거 맥쿼리, 두산인프라코어 사외이사,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 등을 지냈다. 다만 비서실장직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는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농협경제지주 사외이사를 맡아 역시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한국외대 총장 재임 당시 제자 성추행·성희롱 혐의로 중징계를 받은 교수에게 포상을 했고, 본인 역시 총장 때 사외이사를 지내며 셀프 허가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박 후보자는 과거 1994년 4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경남아파트를 구입한 뒤 같은 해 8월에 전입했다. 이 무렵 배우자 권씨는 같은 달에 강남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한 바 있다.

박진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는 그의 장남이 2018년 말 엔서스그룹 운영 부사장으로 채용돼 운영관리자로 근무하고 있다는 게 문제로 떠올랐다. 해당 회사의 관계사는 과거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는 의혹과 함께 해당 회사의 설립지 역시 조세피난처로 이용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합동참모본부 차장직을 지내며 실제로는 관사에 거주했으나 서울, 경기 등지에 주택을 보유해 논란이 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모친이 실거주하는 아파트에 가액보다 높은 근저당권을 설정해 입길에 올랐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비위로 인해 고용부가 감사해 해임 요청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으며 김영란법 위반 등으로 비위가 적발된 이력이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160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는데, 예금 대부분이 특허 수입이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현재까지 큰 논란거리는 없다. 다만 조만간 국회에서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밝히느냐에 따라 조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연일 의혹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위원장 안철수)도 난감한 분위기다. 인사 검증을 거쳤다고 해명했지만 더 큰 의혹들이 연속으로 발생하고 있다. 후보자들은 공통적으로 “청문회를 통해 해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청문회에서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할 경우 비판 여론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총리 및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두고 국회에서는 전운마저 흐른다. 민주당의 강도 높은 공격과 국민의힘의 철판 방어태세가 예상된다.

험난한 
앞길 예고

인사청문회는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로 예정돼있다. 첫 시작은 한 총리 후보자다. 청문회의 결과에 따라 차기 윤정부에 대한 신뢰도도 함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에 발목이 잡힌다면 차기 정부가 시작부터 순풍 대신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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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