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물에 그 밥' 윤석열 내각 의혹 총정리

20명 중 2명만 날아가도 치명타?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본격적인 국회 인사청문회 시간이 다가왔다. 하루에도 몇 번씩 후보자에 대한 의혹들이 터져 나온다. 이런 탓에 여소야대 형국에서 차기 정부에서 장관 후보로 내정된 인물들의 가시밭길이 예고된다. 과연 후보자들이 이번 청문회를 통과해 윤석열정부에 무사히 합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인사청문회는 역사적으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 의회가 대통령의 정무직 인사를 통제하기 위한 장치로 등장했다. 대통령이 정무직 공무원의 임명권을 전적으로 가질 경우 행정수반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과 인사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입맛따라…
트로피 인선?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개정된 국회법에서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면서 국회에서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을 위한 청문회가 시작됐다. 청문회는 대통령이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에서 후보에 대한 적격성을 검증하는 단계다. 

그동안 청문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후보로 오른 인물의 사퇴와 지명 철회가 이어졌다. 임명된 이후 여론의 비판에 이기지 못해 낙마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청문회 대상자의 문제로 보통 병역기피, 부동산, 이해충돌 등이 자주 등장하는 메뉴다. 최근에는 후보자의 도덕성까지 도마 위에 오르며 검증대가 한층 강화된 양상을 띤다. 


최근 인수위에서 차기 윤석열정부 1기 내각을 발표하면서 장관 후보자가 결정됐다. 총리를 비롯해 19명에 이르는 내정자들이 혹독한 검증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 청문회 준비에 몰두 중이다. 

검증을 시작하기도 전에 신선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윤 당선인은 능력에 의한 내각 발표라며 후보자들의 능력이 출중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언급한 후보자의 능력과는 별개로 후보자들이 밟아온 행적을 살펴보면 청문회에서 가시밭길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송곳 검증을 예고하면서 청문회가 후보들에게는 더욱 혹독한 시간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의 의혹들이 낱낱이 공개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후보들의 대표적인 논란은 사외이사 역임으로 인한 이해충돌, 부동산과 재산 문제, 가족 문제 등이다.

지속적인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인물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이다. 

본인 둘러싼 의혹 투성이 후보자
자녀 포함 배우자 가족 문제 논란

내각 발표에서 가장 먼저 지명된 한덕수 총리 후보자의 경우 민주당에서 반발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사라는 말이 나왔다. 그가 과거 노무현정부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역시 최근 각종 의혹이 나오면서 여론의 반응이 좋지 않다. 한 총리 후보자의 논란은 크게 3가지다.  


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기획재정부에서 김앤장으로 이직한 관료의 평균 연봉은 2억6000만원이다. 같은 기간 한 총리 후보자는 김앤장으로부터 2억7700만원의 급여와 상여금 2억4000만원을 합쳐 5억17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았다.

관료 평균 연봉의 2배 높은 수준으로 급여 자체는 평균과 비슷하지만 상여금을 연봉과 비슷하게 받았다. 김앤장 고문과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지내며 그가 받은 보수는 총 39억원에 달한다. 

미국 모빌사와의 이해충돌 논란도 빚어졌다. 한 총리 후보자는 과거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주택을 미국 통신업체의 자회사에 10년간 임대해 6억원이 넘는 임대소득을 얻었다. 자회사인 모빌오일코리아는 1996년 석유개발공사 주관 해외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한 총리 후보자는 상공자원부와 청와대, 통상산업부 고위 관료를 지냈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화가인 한 총리 후보자 배우자 최씨에 관련된 의혹도 함께 불거졌다. 고위공직자 가족이 예술계 등에 몸담으면 인사청문회에서 늘 논란이 불거지는 대목 중 하나다. 그림 판매가 급격한 재산 증가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는 점이다.

최씨는 2012년 첫 개인전을 진행한 뒤 2014년까지 7점을 팔았다. 

최씨의 그림은 부영주택과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배우자인 송씨가 샀다. 현재 최씨의 재산은 한 후보자 공직 퇴임 이후인 2012년부터 약 10년 동안 12억원가량 증가했다. 이 같은 이유로 한 총리 후보자 배우자는 이해충돌 논란이 발생한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최씨 예금이 지난해 4월부터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며 미술품 판매가 재산 급증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한 총리 후보자 측은 개인적인 친분으로 판매했고, 공직 이후 판매해 이해충돌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밖에 한 총리 후보자에게는 100억원 주택 매물 의혹, 에쓰오일 사외이사 연 8000만원 급여 의혹 등이 쏟아졌다. 이런 탓에 한 총리 후보자는 하루에만 3건이나 해명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인사청문회
관전 포인트

한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가장 큰 논란을 빚고 있는 인물은 정 복지부 장관 후보자다. 정 후보자는 이른바 ‘조국 사태 시즌2’라며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이 특혜 논란을 겪고 있다. 정 복지부 장관의 자녀는 각각 2016년(딸), 2017년(아들) 순으로 의대 특별편입 전형으로 합격했다.

아들에게 불거진 의혹은 학부생 시절 KCI급 논문 2편을 공동저자로 등재된 논란이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당시 유일한 학부생이었다. 해당 사안은 아들이 실제 논문에 기여 했는지가 핵심 관건이다. 


또 아들이 합격한 전형은 2017년 신설된 전형으로 해당 전형에 지원하면서 사실상 아르바이트에 가까운 사안을 학생 연구원으로 기재했다는 논란도 함께 떠올랐다. 

아들에 관한 의혹은 계속 이어진다. 2010년 신체검사 결과 현역 대상이었는데 5년 뒤인 2015년에는 4급(사회복무 요원)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재검에서 척추협착을 진단받았다. 척추협착은 척추 신경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누르는 질환으로 진단서는 경북대병원 정형외과에서 발급받았다. 진단서를 받을 당시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의 진료처장(부원장)이었다. 

4급 판정을 받은 뒤 정 후보자의 아들은 대구지방법원에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복무했다. 국회는 해당 의혹에 대해 MRI와 CT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정 후보자가 이를 거부하면서 논란이 한층 더 격화된 양상이다. 논란이 가중되자 정 후보자의 아들은 재검을 받았고 2015년과 같은 4급 판정이 내려졌다. 

딸 역시 경북대 편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북대병원 편입 당시 정 후보자의 딸이 2차 구술평가에서 3명의 면접관으로부터 모두 만점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문제는 면접을 진행했던 관계자가 정 후보자와 친분이 있다는 부분이다. 정 후보자의 1년 선배인 A 교수는 정 후보자의 자녀 편입 전형 총책임자였다. 만점을 준 위원 3명 역시 모두 정 후보자의 지인으로 밝혀졌다. 


해당 사실이 드러나자 정 후보자의 이해충돌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 후보자에 대한 여론도 들끓고 있다. 결국 정 후보자가 부당행위는 없었다며 직접 해명에 나섰다. 아들의 경우 다시 신체검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정 후보자 자녀에 대한 문제는 본인으로까지 번졌다. 과거 ‘출산은 애국, 암 특효약은 결혼’이라는 칼럼과 ‘3미터 청진기로 여성을 진료해야 한다’는 칼럼을 써 여론의 공분을 샀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당선인이 공정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정 후보자의 임명 강행이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본인과 자녀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선 발표부터 이슈가 된 한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검증의 칼끝이 향했다. 윤 당선인의 황태자라고 불리는 한 후보자는 인선 발표 전 검언유착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일각에선 무혐의 이후 등판해 논란이 적을 것이라 예상됐지만 그에게도 여러 의혹이 불거졌다. 한 후보자는 배우자와 공동 소유한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를 전세로 임대한 점이 문제로 거론된다.

이전 정권과
다른 게…

지난해 12억원 정도였던 보증금이 1년 새 5억원이 넘게 올라 한 후보자가 임대차보호법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와서다. 임대차보호법에서는 직전 계약의 5%를 초과해 올릴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농지법을 어겼다는 의혹도 있다. 한 후보자는 과거 부친의 사망으로 강원도 춘천시에 있는 밭을 상속받아 소유하다가 2017년에 매도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농지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한 후보자는 해당 의혹에 대해 상속 이후에도 모친 등이 농사를 계속 지었다고 적극 반박에 나섰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검찰에서 무혐의 결론을 내렸던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포렌식을 위한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오픈하지 않았던 점 때문에 재차 비판 여론이 들끓는다.

청문회에서도 한 후보자의 검언유착 사건을 주요 쟁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해당 자리에서 한 후보자는 무혐의를 받은 점과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의 선대본부에서 활약한 뒤 내정자로 발표된 현직 의원 출신 후보에게도 마찬가지로 검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선대본부 개편 이후 실세로 자리 잡았던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의혹의 시선이 쏠린다. 

2012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은 여당이 선거 승리를 위해 외교문서까지 공개했던 사건으로 당시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다. 권 후보자는 과거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과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으며 비판 대상이 된 바 있다. 

최근에는 과거 권 후보자 형제가 소유했던 법인의 비상장 주식이 국내 공직자 신고 내역만 등재돼있고, 홍콩의 주주명부에는 누락돼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보도 즉시 권 후보자는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청문회에서는 권 후보자가 통일부 장관 후보자라는 점에서 과거 대화록 유출 사건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선대본부 실세였던 원 후보자는 제주도지사 시절의 논란이 불거지는 양상이다. 대표적으로는 제주신공항 강행, 제주 오등봉 개발사업 특혜 논란이다.

원 후보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일축했으나 청문회에서 특혜를 두고 대장동과 비슷한 프레임이 씌워질 경우 큰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과거 논란에 발목 잡힐 수 있다. 그는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10인 회의 멤버 중 1인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이해충돌, 도덕성 검증까지 도마
창과 방패 수위 높은 대결 예상

이 밖에 후보로 내정된 인물들의 의혹도 빗발친다. 앞서 윤정부는 여가부 폐지를 강하게 내세웠다.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현숙 후보자의 경우 내정 자체가 논란이다. 그는 과거 여가부 강화를 꾸준히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청문회에서 과거 자신의 입장과 배치되는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소명할지가 주목된다. 

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굵직한 기업에서 사외이사를 지냈다. 보수는 총 7억8500만원에 이른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본인이 소유한 벤처기업을 통해 자문위원을 지낸 곳에 일감을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인수위 출범 직전 삼성전자 사외이사에 임명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는 과거 맥쿼리, 두산인프라코어 사외이사,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 등을 지냈다. 다만 비서실장직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는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농협경제지주 사외이사를 맡아 역시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한국외대 총장 재임 당시 제자 성추행·성희롱 혐의로 중징계를 받은 교수에게 포상을 했고, 본인 역시 총장 때 사외이사를 지내며 셀프 허가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박 후보자는 과거 1994년 4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경남아파트를 구입한 뒤 같은 해 8월에 전입했다. 이 무렵 배우자 권씨는 같은 달에 강남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한 바 있다.

박진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는 그의 장남이 2018년 말 엔서스그룹 운영 부사장으로 채용돼 운영관리자로 근무하고 있다는 게 문제로 떠올랐다. 해당 회사의 관계사는 과거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는 의혹과 함께 해당 회사의 설립지 역시 조세피난처로 이용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합동참모본부 차장직을 지내며 실제로는 관사에 거주했으나 서울, 경기 등지에 주택을 보유해 논란이 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모친이 실거주하는 아파트에 가액보다 높은 근저당권을 설정해 입길에 올랐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비위로 인해 고용부가 감사해 해임 요청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으며 김영란법 위반 등으로 비위가 적발된 이력이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160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는데, 예금 대부분이 특허 수입이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현재까지 큰 논란거리는 없다. 다만 조만간 국회에서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밝히느냐에 따라 조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연일 의혹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위원장 안철수)도 난감한 분위기다. 인사 검증을 거쳤다고 해명했지만 더 큰 의혹들이 연속으로 발생하고 있다. 후보자들은 공통적으로 “청문회를 통해 해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청문회에서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할 경우 비판 여론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총리 및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두고 국회에서는 전운마저 흐른다. 민주당의 강도 높은 공격과 국민의힘의 철판 방어태세가 예상된다.

험난한 
앞길 예고

인사청문회는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로 예정돼있다. 첫 시작은 한 총리 후보자다. 청문회의 결과에 따라 차기 윤정부에 대한 신뢰도도 함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에 발목이 잡힌다면 차기 정부가 시작부터 순풍 대신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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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