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물에 그 밥' 윤석열 내각 의혹 총정리

20명 중 2명만 날아가도 치명타?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본격적인 국회 인사청문회 시간이 다가왔다. 하루에도 몇 번씩 후보자에 대한 의혹들이 터져 나온다. 이런 탓에 여소야대 형국에서 차기 정부에서 장관 후보로 내정된 인물들의 가시밭길이 예고된다. 과연 후보자들이 이번 청문회를 통과해 윤석열정부에 무사히 합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인사청문회는 역사적으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 의회가 대통령의 정무직 인사를 통제하기 위한 장치로 등장했다. 대통령이 정무직 공무원의 임명권을 전적으로 가질 경우 행정수반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과 인사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입맛따라…
트로피 인선?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개정된 국회법에서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면서 국회에서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을 위한 청문회가 시작됐다. 청문회는 대통령이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에서 후보에 대한 적격성을 검증하는 단계다. 

그동안 청문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후보로 오른 인물의 사퇴와 지명 철회가 이어졌다. 임명된 이후 여론의 비판에 이기지 못해 낙마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청문회 대상자의 문제로 보통 병역기피, 부동산, 이해충돌 등이 자주 등장하는 메뉴다. 최근에는 후보자의 도덕성까지 도마 위에 오르며 검증대가 한층 강화된 양상을 띤다. 


최근 인수위에서 차기 윤석열정부 1기 내각을 발표하면서 장관 후보자가 결정됐다. 총리를 비롯해 19명에 이르는 내정자들이 혹독한 검증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 청문회 준비에 몰두 중이다. 

검증을 시작하기도 전에 신선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윤 당선인은 능력에 의한 내각 발표라며 후보자들의 능력이 출중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언급한 후보자의 능력과는 별개로 후보자들이 밟아온 행적을 살펴보면 청문회에서 가시밭길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송곳 검증을 예고하면서 청문회가 후보들에게는 더욱 혹독한 시간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의 의혹들이 낱낱이 공개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후보들의 대표적인 논란은 사외이사 역임으로 인한 이해충돌, 부동산과 재산 문제, 가족 문제 등이다.

지속적인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인물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이다. 

본인 둘러싼 의혹 투성이 후보자
자녀 포함 배우자 가족 문제 논란

내각 발표에서 가장 먼저 지명된 한덕수 총리 후보자의 경우 민주당에서 반발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사라는 말이 나왔다. 그가 과거 노무현정부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역시 최근 각종 의혹이 나오면서 여론의 반응이 좋지 않다. 한 총리 후보자의 논란은 크게 3가지다.  


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기획재정부에서 김앤장으로 이직한 관료의 평균 연봉은 2억6000만원이다. 같은 기간 한 총리 후보자는 김앤장으로부터 2억7700만원의 급여와 상여금 2억4000만원을 합쳐 5억17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았다.

관료 평균 연봉의 2배 높은 수준으로 급여 자체는 평균과 비슷하지만 상여금을 연봉과 비슷하게 받았다. 김앤장 고문과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지내며 그가 받은 보수는 총 39억원에 달한다. 

미국 모빌사와의 이해충돌 논란도 빚어졌다. 한 총리 후보자는 과거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주택을 미국 통신업체의 자회사에 10년간 임대해 6억원이 넘는 임대소득을 얻었다. 자회사인 모빌오일코리아는 1996년 석유개발공사 주관 해외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한 총리 후보자는 상공자원부와 청와대, 통상산업부 고위 관료를 지냈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화가인 한 총리 후보자 배우자 최씨에 관련된 의혹도 함께 불거졌다. 고위공직자 가족이 예술계 등에 몸담으면 인사청문회에서 늘 논란이 불거지는 대목 중 하나다. 그림 판매가 급격한 재산 증가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는 점이다.

최씨는 2012년 첫 개인전을 진행한 뒤 2014년까지 7점을 팔았다. 

최씨의 그림은 부영주택과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배우자인 송씨가 샀다. 현재 최씨의 재산은 한 후보자 공직 퇴임 이후인 2012년부터 약 10년 동안 12억원가량 증가했다. 이 같은 이유로 한 총리 후보자 배우자는 이해충돌 논란이 발생한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최씨 예금이 지난해 4월부터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며 미술품 판매가 재산 급증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한 총리 후보자 측은 개인적인 친분으로 판매했고, 공직 이후 판매해 이해충돌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밖에 한 총리 후보자에게는 100억원 주택 매물 의혹, 에쓰오일 사외이사 연 8000만원 급여 의혹 등이 쏟아졌다. 이런 탓에 한 총리 후보자는 하루에만 3건이나 해명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인사청문회
관전 포인트

한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가장 큰 논란을 빚고 있는 인물은 정 복지부 장관 후보자다. 정 후보자는 이른바 ‘조국 사태 시즌2’라며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이 특혜 논란을 겪고 있다. 정 복지부 장관의 자녀는 각각 2016년(딸), 2017년(아들) 순으로 의대 특별편입 전형으로 합격했다.

아들에게 불거진 의혹은 학부생 시절 KCI급 논문 2편을 공동저자로 등재된 논란이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당시 유일한 학부생이었다. 해당 사안은 아들이 실제 논문에 기여 했는지가 핵심 관건이다. 


또 아들이 합격한 전형은 2017년 신설된 전형으로 해당 전형에 지원하면서 사실상 아르바이트에 가까운 사안을 학생 연구원으로 기재했다는 논란도 함께 떠올랐다. 

아들에 관한 의혹은 계속 이어진다. 2010년 신체검사 결과 현역 대상이었는데 5년 뒤인 2015년에는 4급(사회복무 요원)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재검에서 척추협착을 진단받았다. 척추협착은 척추 신경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누르는 질환으로 진단서는 경북대병원 정형외과에서 발급받았다. 진단서를 받을 당시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의 진료처장(부원장)이었다. 

4급 판정을 받은 뒤 정 후보자의 아들은 대구지방법원에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복무했다. 국회는 해당 의혹에 대해 MRI와 CT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정 후보자가 이를 거부하면서 논란이 한층 더 격화된 양상이다. 논란이 가중되자 정 후보자의 아들은 재검을 받았고 2015년과 같은 4급 판정이 내려졌다. 

딸 역시 경북대 편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북대병원 편입 당시 정 후보자의 딸이 2차 구술평가에서 3명의 면접관으로부터 모두 만점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문제는 면접을 진행했던 관계자가 정 후보자와 친분이 있다는 부분이다. 정 후보자의 1년 선배인 A 교수는 정 후보자의 자녀 편입 전형 총책임자였다. 만점을 준 위원 3명 역시 모두 정 후보자의 지인으로 밝혀졌다. 


해당 사실이 드러나자 정 후보자의 이해충돌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 후보자에 대한 여론도 들끓고 있다. 결국 정 후보자가 부당행위는 없었다며 직접 해명에 나섰다. 아들의 경우 다시 신체검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정 후보자 자녀에 대한 문제는 본인으로까지 번졌다. 과거 ‘출산은 애국, 암 특효약은 결혼’이라는 칼럼과 ‘3미터 청진기로 여성을 진료해야 한다’는 칼럼을 써 여론의 공분을 샀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당선인이 공정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정 후보자의 임명 강행이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본인과 자녀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선 발표부터 이슈가 된 한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검증의 칼끝이 향했다. 윤 당선인의 황태자라고 불리는 한 후보자는 인선 발표 전 검언유착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일각에선 무혐의 이후 등판해 논란이 적을 것이라 예상됐지만 그에게도 여러 의혹이 불거졌다. 한 후보자는 배우자와 공동 소유한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를 전세로 임대한 점이 문제로 거론된다.

이전 정권과
다른 게…

지난해 12억원 정도였던 보증금이 1년 새 5억원이 넘게 올라 한 후보자가 임대차보호법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와서다. 임대차보호법에서는 직전 계약의 5%를 초과해 올릴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농지법을 어겼다는 의혹도 있다. 한 후보자는 과거 부친의 사망으로 강원도 춘천시에 있는 밭을 상속받아 소유하다가 2017년에 매도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농지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한 후보자는 해당 의혹에 대해 상속 이후에도 모친 등이 농사를 계속 지었다고 적극 반박에 나섰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검찰에서 무혐의 결론을 내렸던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포렌식을 위한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오픈하지 않았던 점 때문에 재차 비판 여론이 들끓는다.

청문회에서도 한 후보자의 검언유착 사건을 주요 쟁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해당 자리에서 한 후보자는 무혐의를 받은 점과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의 선대본부에서 활약한 뒤 내정자로 발표된 현직 의원 출신 후보에게도 마찬가지로 검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선대본부 개편 이후 실세로 자리 잡았던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의혹의 시선이 쏠린다. 

2012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은 여당이 선거 승리를 위해 외교문서까지 공개했던 사건으로 당시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다. 권 후보자는 과거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과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으며 비판 대상이 된 바 있다. 

최근에는 과거 권 후보자 형제가 소유했던 법인의 비상장 주식이 국내 공직자 신고 내역만 등재돼있고, 홍콩의 주주명부에는 누락돼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보도 즉시 권 후보자는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청문회에서는 권 후보자가 통일부 장관 후보자라는 점에서 과거 대화록 유출 사건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선대본부 실세였던 원 후보자는 제주도지사 시절의 논란이 불거지는 양상이다. 대표적으로는 제주신공항 강행, 제주 오등봉 개발사업 특혜 논란이다.

원 후보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일축했으나 청문회에서 특혜를 두고 대장동과 비슷한 프레임이 씌워질 경우 큰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과거 논란에 발목 잡힐 수 있다. 그는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10인 회의 멤버 중 1인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이해충돌, 도덕성 검증까지 도마
창과 방패 수위 높은 대결 예상

이 밖에 후보로 내정된 인물들의 의혹도 빗발친다. 앞서 윤정부는 여가부 폐지를 강하게 내세웠다.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현숙 후보자의 경우 내정 자체가 논란이다. 그는 과거 여가부 강화를 꾸준히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청문회에서 과거 자신의 입장과 배치되는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소명할지가 주목된다. 

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굵직한 기업에서 사외이사를 지냈다. 보수는 총 7억8500만원에 이른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본인이 소유한 벤처기업을 통해 자문위원을 지낸 곳에 일감을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인수위 출범 직전 삼성전자 사외이사에 임명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는 과거 맥쿼리, 두산인프라코어 사외이사,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 등을 지냈다. 다만 비서실장직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는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농협경제지주 사외이사를 맡아 역시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한국외대 총장 재임 당시 제자 성추행·성희롱 혐의로 중징계를 받은 교수에게 포상을 했고, 본인 역시 총장 때 사외이사를 지내며 셀프 허가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박 후보자는 과거 1994년 4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경남아파트를 구입한 뒤 같은 해 8월에 전입했다. 이 무렵 배우자 권씨는 같은 달에 강남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한 바 있다.

박진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는 그의 장남이 2018년 말 엔서스그룹 운영 부사장으로 채용돼 운영관리자로 근무하고 있다는 게 문제로 떠올랐다. 해당 회사의 관계사는 과거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는 의혹과 함께 해당 회사의 설립지 역시 조세피난처로 이용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합동참모본부 차장직을 지내며 실제로는 관사에 거주했으나 서울, 경기 등지에 주택을 보유해 논란이 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모친이 실거주하는 아파트에 가액보다 높은 근저당권을 설정해 입길에 올랐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비위로 인해 고용부가 감사해 해임 요청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으며 김영란법 위반 등으로 비위가 적발된 이력이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160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는데, 예금 대부분이 특허 수입이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현재까지 큰 논란거리는 없다. 다만 조만간 국회에서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밝히느냐에 따라 조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연일 의혹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위원장 안철수)도 난감한 분위기다. 인사 검증을 거쳤다고 해명했지만 더 큰 의혹들이 연속으로 발생하고 있다. 후보자들은 공통적으로 “청문회를 통해 해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청문회에서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할 경우 비판 여론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총리 및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두고 국회에서는 전운마저 흐른다. 민주당의 강도 높은 공격과 국민의힘의 철판 방어태세가 예상된다.

험난한 
앞길 예고

인사청문회는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로 예정돼있다. 첫 시작은 한 총리 후보자다. 청문회의 결과에 따라 차기 윤정부에 대한 신뢰도도 함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에 발목이 잡힌다면 차기 정부가 시작부터 순풍 대신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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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