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갈법' 야누스 민주당 막가는 노림수

정녕 독박이 두렵지 않은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정부는 스스로 ‘촛불 정부’라 칭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규명을 위해 촛불을 든 시민들의 지지로 만들어진 정부라는 뜻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언론 보도에서 시작됐다. 문정부 역시 그 공을 잊지 않았지만 출범 4년차 들어서면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

지난 19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문체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위원회 대안으로 상정해 가결했다. 

일사천리
밀어붙여

전체 위원 16명 중 찬성은 9명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위원들과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위원들은 상임위원장석을 에워싸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도종환 위원장은 그대로 기립 표결을 진행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 등 ‘가짜 뉴스’에 대해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언론사가 허위·조작 보도를 한 경우 매출의 1만분의 1(하한선)부터 1000분의 1(상한선)까지 배상액이 부과될 수 있다.

배상액 선정이 어려울 경우 1억원까지 부과 가능하다.


법조계에서는 발생한 손해 정도와 무관하게 언론사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산출하는 방식은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손해배상액에 하한선을 두는 것이 기본 법리와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정정보도 시 기존 보도와 동일한 시간·분량 및 크기로 싣도록 규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정 대상의 내용이 기존 보도의 일부일 경우 분량을 기존 보도 대비 절반 수준으로 하도록 했다.

특히 인터넷의 경우 정정보도 청구만 받아도 무조건 청구 사실을 해당 기사에 병기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정 요건이 되는지 따지기 전에 오보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허위·조작 보도와 관련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과실 추정’ 조항도 명확성이 떨어진다. 대법원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가 진실하지 않더라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책임을 면제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김의겸 의원 동원해 강행 처리
언론·시민단체 반발 나몰라라

하지만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해 보도하거나 계속·반복적으로 허위·조작 보도를 한 경우, 제목과 기사 내용이 달라 제목을 왜곡하는 경우, 사진 등 시각 자료와 기사 내용이 달라 왜곡하는 경우에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돼있다.

이때 입증 책임은 언론사에 있다. 일반적으로 손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쪽에 입증 책임이 있던 이전까지의 사법체계 개념과는 다른 방향이다. 이 때문에 언론사에 입증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은 우려가 제기될 만한 부분을 일부 반영해 수정했다는 입장이다. 이날 가결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서 고위공직자와 기업 임원 등을 배제하고 입증 책임을 피해자(원고)로 명확히 하는 등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를 일부 반영했다. 

그러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근거가 되는 ‘고의 또는 중과실’을 추정할 수 있도록 한 6개 조항을 4개 조항(▲보복적·반복적인 허위·조작 보도로 피해 가중 ▲허위·조작 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정정·추후 보도를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제목·시각 자료를 조합해 왜곡)으로 압축했다는 입장이다.

개념이 모호해 악용 가능성이 제기된 부분이다. 

국민의힘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많은 야당 의원이 기립 요구인지 거수 요구인지도 제대로 못 듣고 앉아 있었는데도 여당 의원들을 기립시켰고, 김의겸 의원이 제일 먼저 기립했다”며 “교조주의” “불법 표결” “의회 폭거”라고 성토했다. 

야 반발
역부족?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언론 관련 단체들과 시민단체들도 크게 반발했다. 국내 언론 7개 단체(관훈클럽, 대한언론인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언론에 재갈 물린 위헌적 입법 폭거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과정을 두고 “반대의 목소리는 조금도 용납할 수 없다는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했으며 국회법의 취지를 무시한 반민주적 행태, 과거 군사정권 시절보다 못한 수준의 국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언론중재법 개정안 폐기를 요구하면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내는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 단체도 “‘언론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최대한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노골적인 의사 표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 강행 처리로 민주당은 또 다시 언행 불일치와 내로남불의 늪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말았다”며 “문재인정부 언론개혁의 민낯을 보여준 중대한 변곡점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민주적 절차를 무력화한 채 의석수를 등에 업고 법안을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을 수정해 표결한 것에 대해서도 “법안 내용을 수정했다고 주장하지만 강행 처리를 위한 요식행위였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8월 처리
가능성↑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민주당의 수정 개정안에 “시민피해 구제를 높이기 위한 핵심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특히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에 대해 전면 수정을 요구한 것과 관련 “여전히 문제를 안은 채 일부만 수정됐다”며 “입증책임 배분 요건을 보완하고 언론의 비판적 역할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내용을 전면 수정하라는 요구가 수용되지 않은 것도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닷새 숙려 기간을 거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다. 법안 심사의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를 통과할 경우, 이르면 25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8월 안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 6월24일 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한 지 두 달 만이다. 

청와대 역시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잘못된 언론 보도로 본 피해를 구제하는 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는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언론중재법에 대해 세계신문협회나 국제언론인협회 등에서도 언론 자유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며 원론적 입장만 내놨던 청와대가 개정안 추진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고의·중과실 조항 수정했지만…
“요식 행위 불과해” 비판 나와

이 관계자는 “헌법 제21조와 신문법 제3조에서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두텁게 보장하면서도 언론에게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면 안 된다는 사회적 책임도 명시하고 있듯이 잘못된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구제가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은 국회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야당과 언론계·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선이 7개월 남짓 남은 상황에서 언론을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법안을 처리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표면상으로는 ‘허위·조작 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를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 민주당의 눈은 내년 대선에 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오는 10월 대선후보 선출 전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해 최종 후보의 부담을 덜어주려 한다는 분석이다.

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언론이 후보 검증을 위해 내놓을 비판적 보도를 막기 위해 미리 선제공격을 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심심찮게 제기된다. 

실제 일부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조국 사태, 4·7 재보궐선거 패배 등이 언론 보도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들은 검찰개혁과 함께 언론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끊임없이 내비쳤다. 이런 요구가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완패한 이후 급속도로 커졌다는 것.

민주당이 정치권 안팎의 거센 비판에도 법안을 밀어붙이는 배경엔 지지층의 분노도 포함돼있다는 주장이다. 재보선 참패로 사실상 검찰개혁이 물 건너 간 상황에서 분노한 지지층을 달래고 규합하기 위해 언론개혁이라는 당근을 제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욕먹어도
괜찮다고?

다시 말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을 때 제기될 비판보다 법안을 포기했을 때 이뤄질 지지층 이탈이 민주당에는 더 악재로 보였다는 뜻이다. 정권재창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태에서 핵심 지지층이 등을 돌리면 대선 로드맵 자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분석을 한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다른 민주당 입법 폭주
‘언론법에 가려졌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안’ ‘사립학교법 개정안’ 등도 일사천리로 의결했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8일 환경노동위원회는 법안소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치를 두고 여야 간 이견이 나왔지만 감축 목표 수치를 35% 이상으로 수정한 뒤 여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교육위원회도 이날 사립학교 교원의 신규채용 시험을 교육청에 의무적으로 위탁하게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 등 회부된 법안 7건의 의결을 강행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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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