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근 대형 산불로 가택 및 농업시설들이 전소되는 등의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경북 안동지역 피해 주민에게 국내 유수의 통신사가 위약금 지불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지역 카페)에 ‘안동 화재로 인한 부모님 집 전소…OO 대응책’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한 누리꾼의 성토 글이 게재된 것.
글 작성자 A씨는 “부모님께서 이번 안동 산불로 인해 하루아침에 사시던 터전이 하나 건질 것 없이 전소됐다”며 “오갈 곳조차 없는 부모님인데 위약금 얘기를 하니 회사 입장에선 맞는 얘기지만 너무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마을 전체가 산불로 몇 채 남지 않고 모두 타 버려서 부모님도 넋이 나가신 채 정신을 못 차리고 계시다”며 “이미 모두 전소된 상태로, 집안에 있는 가전도 모두 타 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OO에 안동 산불로 다 타버려서 해지하려 한다고 전화했더니 이 와중에도 위약금을 내라고 했다”며 “이재민들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기계처럼 형식적인 말투로 규정상 위약금은 어쩔 수 없이 내야 된다는데 10년 넘게 사용했던 게 정말 진절머리나도록 싫어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다른 기업들은 조금이라도 도움주려 애쓰는데 이런 큰 기업이 얼마나 그 위약금 받아먹고 잘되려고 그러는지(모르겠다). 하루아침에 터전조차 잃어버리신 부모님 보면 눈물부터 나는데 너무 속상해서 여기라도 끄적이며 욕 좀 하고 싶었다”고 마무리했다.
“얼른 나라에서 대책을 세웠으면 좋겠다”는 회원 댓글에 A씨는 “경북 예천 수해 때도 이런 경우가 발생해 3 통신사에서 약관 만든하고 하더니 여태 말뿐이었나 보다”면서 “고객 잃기는 싫고, 오갈 곳도 없는 이재민들에게 위약금 얘기부터 꺼내면서 해지 대신 정지를 강요하는 게 학을 떼게 만든다”고 한탄했다.
“의성에 있는 집이 전소돼 인터넷 물어보니까 이전 설치하라고 했다. 이전 설치해서 할인혜택 받으라는 어이없는 얘기해서 화나긴 했는데 아직 산불 대응 매뉴얼이 없어 내부서 계획 나오면 다시 연락해주기로 했다”는 다른 회원은 “상담사도 돈 받고 매뉴얼대로 말하는 사람이라 대응이 기계적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화가 나긴 하지만 대응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보려고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회원이 “저도 부모님 집 전소돼 정수기 해지도 아니고, 일시정지 물어봤더니 피해사실증명서를 보내라고 했다”고 어이없어하자 A씨는 “이런 대응이 너무 아쉽고 속상하다”고 답했다.
A씨는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이재민 분들도 이런 경우가 있는 것 같아 참 안타까운 마음이다. 옷가지 하나 제대로 가지고 나오지 못하고 불길을 피해 겨우겨우 도망쳐 나오신 분들인데 속상할 따름”이라며 “하루 빨리 모든 게 제자리를 찾길 바라며 저희와 같이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게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힘내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해당 글은 4777명이 조회했고, 23명이 좋아요 버튼이 눌렀으며 54개의 댓글이 달려 있다(1일 기준).
논란이 일자 업체 측은 “직원의 응대 미숙”이라며 “현재 모든 (해지)요청은 약관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의 인터넷 서비스 및 인터넷 전화 약관에 따르면, 재난재해로 인해 주거시설이 유실이나 전파 및 반파돼 장기간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할 경우,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또 이용 고객의 사정으로 서비스 이용을 중단하고자 하는 경우 1년에 3회 이내, 3개월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일시정지가 가능하다.
일각에선 이처럼 약관에 명시돼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지할 경우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고 안내한 것은 단순 직원 실수나 응대 미숙으로 치부하기는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같은 국내 통신사의 아쉬운 응대로 인해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주민들은 다시 한번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앞서 지난달 26일, 해당 업체는 경북도와 울산 등지서 발생했던 산불 피해 현장 복구 및 지역주민들에 대한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 10억원을 기탁했던 바 있다. 이날 업체는 “산불로 갑작스럽게 피해를 입은 지역주민들에게 성금과 현장 지원 활동이 도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