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경북 북부지역을 강타한 대형 산불 진화에 나선 소방관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에 노출된 모습이 잇따라 공개되며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 25일 소방관 A씨는 자신의 스레드 계정에 ‘소방관 저녁밥’이라는 태그와 함께 사진 한 장을 게재했다.
해당 사진에는 밥을 만 미역국과 김치, 콩자반 반찬이 일회용 그릇에 담겨 방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모습이 담겼다.
A씨는 “오후 2시부터 오후 8시까지 불 끄고 온 소방관의 저녁식사”라며 “진수성찬은 아니어도 백반 정도는 챙겨줄 수 있는 거 아니냐. 소방관들뿐만 아니라 힘들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시는 분들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해당 게시물을 접한 누리꾼들은 “교도소 죄수들이 먹는 밥보다 못하네” “목숨 걸고 애써주시는 분들의 처우가 이 정도라니” “기부금 지원받은 건 다 어디로 갔냐” “차라리 편의점 도시락이라도 주지” 등 부실한 식단에 속상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주일째 이어지는 산불 진화 작업에 소방관들의 끼니도 문제지만 피로도 또한 극에 달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한 소방관은 지난 25일 엑스(X, 옛 트위터)에 “너무 힘들다. 어떻게 24시간을 버티지”라는 글과 함께 방화복 상의를 벗고 야외 주차장에 누워 있거나, 방화복을 입은 채 소방차 옆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공개했다. 방화복과 얼굴에는 산불 진화 과정서 생긴 검은 그을음이 선명했다.
경북 의성서 시작된 불이 안동, 영덕 등 5개 지역으로 확산하며 물자 공급도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전날인 27일에는 하회마을과 산청 동당마을에서는 소방관들이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진화작업을 이어가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시민들의 따뜻한 응원은 계속되고 있다.
경북 의성서 3년째 펜션을 운영 중인 30대 여성 최모씨는 지난 25일 SNS 계정에 밤낮으로 고생 중인 소방관들을 위해 숙소를 무료로 제공하고 컵밥, 라면, 침구류를 마련했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이런 것뿐이다. 주민들 모두 힘닿는 데까지 도움을 드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길이 번진 안동에서는 한 40대 여성이 편의점 선결제를 통해 소방관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해당 여성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배달플랫폼을 통해 ‘아무 편의점이나 선결제하고 필요한 분께 나눠줄 수 있냐’고 편의점 사장님께 여쭤보니 사장님도 ‘좋은 곳에 잘 나눠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소방관들을 향한 기부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 해피빈을 통한 ‘소방관과 산불진화대원의 보호장비 지원 등을 위한 모금사업’에는 28일 오후 기준 18억여원이 넘는 기부금이 모였다.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소방관과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들은 맹렬한 불길과 싸우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내던지지만, 정작 자신들의 생명을 보호할 장비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방화복을 세탁하지 못하는 단순한 이유로, 수많은 영웅들이 암과 폐질환이라는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며 모금 목표액을 4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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