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수준” 사흘째 이어진 LA 산불로 일대 ‘초토화’

현재 6명 사망·18만명 이상 대피
경제 손실 규모 500억 달러 추산
바이든, 원인으로 ‘기후변화’ 지목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일대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내륙 지역은 진화가 진행됐지만 해안은 여전히 진척이 더디거나 불길이 오히려 커지는 상황이다.

9일(현지시각) 미국 <CNN>과 <AP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재 퍼시픽 팰리세이즈, 이튼, 허스트, 우들리, 올리바스, 리디아, 선셋 등 총 7곳서 대형 산불이 LA 일대를 잿더미로 만들고 있다.

이번 산불로 최소 6명이 사망하고 18만명 이상이 대피 명령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위험 지역에 있는 약 20만명은 추가 대피 경고 상태에 놓여 있다.

크리스틴 크롤리 LA 소방국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서 “이번 산불은 LA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자연재해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지 소방 당국은 산불이 가장 처음 발생한 서부 해안가에 위치한 퍼시픽 팰리세이즈는 진압률이 0%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밤 1만5832에이커(64㎢) 수준이던 산불 면적은 이날 오전 9시58분 기준 1만7234에이커(70㎢)로 더 커졌다. 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4.5㎢)에 15배 달하는 규모다.


북부 샌퍼넌도 밸리서 발생한 허스트 산불(면적 3.5㎢)은 진압률 10%, LA 북단 매직마운튼 인근서 발생한 리디아 산불(면적 1.4㎢)은 진압률 40% 수준이다.

할리우드 거리 북쪽 산지서 발생한 선셋 산불은 피해 면적 43에이커(0.17㎢) 수준서 멈추며 이 지역 대피령은 이날 오전 7시경 해제됐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어제부터 바람이 잦아들어 항공 진화 작업이 가능해졌다”며 “할리우드와 스튜디오 시티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서북부 밴나이즈 분지서 발생했던 우들리 산불도 30에이커(0.12㎢)를 태우고 완전히 진압됐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카운티 동부 내륙서 발생한 이튼 산불은 그나마 전날의 피해 면적 1만600에이커(43㎢)에 머물며 확산이 멈췄다. 다만 이 지역의 화재 발원지인 알타데나 일대는 화재 초기 불길의 급속한 확산으로 순식간에 많은 피해를 입었다. 수색 및 복구 작업이 본격화되면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로버트 루나 LA 카운티 보안관은 “일부 지역은 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며 “사망자 숫자에 관한 정보가 불충분하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정확한 숫자를)아직 모른다”고 설명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이하 JP모건)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한 경제 손실 규모는 약 500억달러(약 73조원)로 추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산불 가운데 역대 최고 피해액은 지난 2018년 북부 캘리포니아주 캠프 산불 당시에 기록된 125억달러(약 18조2500억원)였다.


보험사들이 감당해야 할 피해 액수도 200억달러(약 29조2000억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전날 추정치(100억달러)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JP모건은 “산불이 진화되지 않을 경우 보험 손실이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있 다“고  경고했다.

전기 공급도 대부분 끊긴 상태다. 미국의 정전 현황 집계 사이트 파워아우티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현지시각) LA 카운티 내 20만9896가구(상업시설 포함)의 전기 공급이 차단됐다.

대니얼 스웨인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기후과학자는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이번 산불은 미국 역사상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산불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서 열린 대책회의서 산불 상황에 대해 “최악이다. 캘리포니아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고 파괴적”이라고 진단하며 “이 상황을 극복하고 결국에는 회복하고 재건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산불 원인에 대해선 “지구는 온난해지고 있으며 그것은 현실이다.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가 올바른 판단을 내린다면 대응 능력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진압 초기 당시 어려움을 야기한 ‘물 부족’ 사태와 관련 “추가 화재 우려 탓에 전력을 차단하면서 물을 끌어 올리는 펌프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캘리포니아 소방 당국이 발전기로 펌프를 다시 작동시키고, 소화전의 물이 더는 부족하지 않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연방정부의 복구 비용을 100% 늘릴 것”이라며 “앞으로 180일 동안 들어가는 비용의 100%를 부담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비용은 잔해 제거, 임시 숙소, 응급구조대원 급여, 그리고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에 사용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연방 소방관 400명, 국방부 소속 산불 진화 인력 500명, 소방 헬리콥터와 항공기 30대, 국방부 C-130 수송기 8대 등 연방 차원의 인력과 장비를 동원했다”며 “캐나다로부터도 소방관과 소방 항공기를 추가로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전례 없이 종말이 온 것 같다”며 “안타깝게도 많은 보험회사가 피해를 본 많은 가족의 보험을 취소해 그들의 회복력을 지연시키거나 추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이 있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18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변은 없었다”<br> 이재명, 21대 대통령 당선

“이변은 없었다”
이재명, 21대 대통령 당선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4일, 전날 전국적으로 실시됐던 제21대 대통령선서서 49.42%(1728만7514표)의 지지를 받아 당선을 확정지었다. 오전 5시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개표가 100% 완료된 상황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41.15%(1439만5639표)를 8.27%의 차이로 따돌리고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골든 크로스’로 접전을 펼칠 것이라는 국민의힘 예상과는 달리 다소 여유 있는 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40대 기수론’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8.34%(291만7523표)의 지지를 받는 데 그치면서 선거비용 절반을 보전받을 수 없게 됐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0.98%(34만4150표),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0.10%(3만5791표)를 기록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개표 초반부터 우세를 보였다. 30%의 개표 상황서 이미 지상파 방송 3사는 그의 당선 유력을 보도하기 시작했으며 오후 11시40분경에는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은 과반 특표는 실패했지만, 총 1728만여표를 받으며 역대 대선 최다 득표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지역별로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해 광주, 대전, 세종, 충청, 전라, 제주 등 전국 다수 지역서 1위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대선서 이 대통령 당선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서울, 세종, 충청권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들은 지난 20대 대선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밀렸던 데 반해 이 대통령은 모두 김 후보에게 우세인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 이재명 47.13% VS 김문수 41.55% ▲경기 이재명 52.20% VS 김문수 37.95% ▲인천 이재명 51.67% VS 김문수 38.44%로 이 대통령이 모두 앞섰다. ‘캐스팅 보터’로 불리는 대전·세종 및 충청권에서도 충남 47.68%, 충북 47.47%를 기록해 김 후보에 우위를 보였다. 세종서도 55.62%를 얻어 김 후보(33.21%)와 큰 격차를 보였다. 지역별로 보면 ▲대전 이재명 48.50% VS 김문수 40.58% ▲세종 이재명 55.62% VS 김문수 33.21% ▲충남 이재명 47.68% VS 김문수 43.26% ▲충북 이재명 47.47% VS 김문수 43.22%로 각각 집계됐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한 파면으로 열린 조기 대선 성격상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바 있다. 이런 연유로 과연 김 후보가 이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적잖은 관심이 쏠렸다. 무엇보다 비상계엄의 여파를 직격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던 서울 및 수도권 유권자들의 표가 이 대통령에게로 향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오전 12시가 넘어 인천 계양구 자택서 나와 배우자 김혜경 여사와 서울 여의도 소재의 더불어민주당 당사로 이동해 선거대책위원회를 찾아 격려했다. 이후 국회의사당 앞에 마련돼있는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는 대국민 연설을 통해 “다시는 군사 쿠데타가 없도록 반드시 지켜내갰다”며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회복시키는 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일, 평화롭고 공존하는 안정된 한반도를 만드는 일을 나머지 사명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지지하지 않은 그분들도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혐오와 대결을 넘어 존중하고 공존하고 협력하면서 함께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아가는 진정한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중앙선관위가 당선인을 선언하면 공식적으로 대통령 임기 및 직무를 시작하게 된다. 북핵 문제를 비롯,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정책, 선거로 인한 국론 분열, 민생 경제 등 이 대통령이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