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지지율과 이재명 딜레마

‘50% 키맨’ 드디어 만나나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아직도 만나지 않았다. 야당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이야기다. 마주쳐도 어색한 눈빛만 보낼 뿐이다. 지지율 하락 때는 이 대표에게 득이 될 만남이 불발됐다. 지금은 윤 대통령이 조금 더 유리한 위치다. 이제 두 인물이 정말로 만날 때가 된 듯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최고 지지율인 40%를 기록했다. 1년 동안 윤 대통령은 지지율을 많이 까먹었다. 인사 문제 등 각종 악재들로 인해 취임 3개월 만에 지지율이 30%대까지 하락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지율은 더 내려가 20%까지 주저앉았다. 대통령실의 측근 채용 의혹, 김건희 여사 논란, 강제동원, 양곡법·간호법 거부권 사용 등이 이유다. 

변하는
국정기조

그러나 초반부터 밀어붙인 외교의 영향과 북한을 향한 강한 태도로 안보를 강조하며 지지율 반등이 시작됐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연속적으로 30%후반대~40%대를 기록 중이다. 국정 지지율이 5주 연속 상승하면서 12주 만에 이뤄낸 결과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현재 흐름을 이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을 때 지지를 보내줬던 중도층의 이탈이 심했다. 대부분 대선 기간 지지를 보내준 이들이다. 중도층 이탈의 이유는 일본과의 외교 문제와 69시간 근로제 논란 때문이었다.

어느 한쪽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이 많은 2030의 이탈이 컸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국민의힘에게도 곧바로 영향이 갔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에게 뒤처지기 시작한 때다.

본격적으로 다시 지지율 상승이 이뤄진 시기는 연속적인 순방외교를 펼쳤을 때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마무리와 누리호 3차 발사 성공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정치권에선 민주노총의 불법집회 대응,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도 지지율이 상승한 이유로 보고 있다. 보수 진영 출신의 대통령으로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취임 직후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호남의 호감도도 높았다. 대선 기간에도 지속적으로 호남에 공을 들였던 덕에 보수 대통령으로서는 가장 높은 표를 받았다. 점차 지지율이 상승하자, 윤 대통령도 자신감을 얻은 모양새다. ‘소통’을 강조해온 행보를 다시 펼칠 기세다. 얼마 전 SBS <동물농장> 출연에 이어 조만간 기자회견도 열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1주년을 맞았으나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지 않았다. 이번에 기자회견이 열리면 도어스테핑이 중단된 뒤, 약 반년 만에 공식적으로 자리가 마련되는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지지율 회복에 따른 자신감을 표시 차원으로 읽힌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지율 상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일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외교의 영향도 있지만, 송영길 전 대표의 돈봉투 살포 및 김남국 의원 코인 거래 의혹 등 민주당의 악재에 반사이익을 얻었을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지지율을 대선 직후 수준인 50%선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윤석열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에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용산 개각설까지 언급되면서 내각 개편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지지율 상승에 힘입어 국정운영의 기조가 점차 변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시점서 결국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나야 지지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최장 기간 등 돌린 대통령과 야당 대표
당내서도 회담 필요하단 목소리 커져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TV 토론을 예고해 정치 대화의 복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협치와 신경전의 미묘한 기류가 흐르지만, 거대 양당의 대표가 만난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모아진다. 두 양당 대표는 모두 복잡한 당내 현안으로 인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책토론은 그런 면에서 서로에게 득이 될 수 있다. 

다만 서로의 처해 있는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목적이 강해 보인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동반 상승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그동안 강조해왔던 당정일체가 무색해졌다. 민주당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비롯해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법안들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 등을 끌어가며 다시 핵심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데도 불구하고 주도권을 내주며 이리저리 치이기 바쁘다.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도 힘들어졌다. 

정부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라야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더 오르기 마련이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곡선을 그려야만 국민의힘도 민주당에 정국 주도권을 찾아오기도 수월하다. 

앞서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지속적으로 만남을 제안했던 바 있다. 그는 윤 대통령 당선 직후 두 차례나 ‘영수회담’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대통령실 측은 단독 회담을 거절하고 다자 회담을 요구했다. 결국 만남은 그렇게 미뤄졌고, 지난해 8월,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3분간 짧게 통화를 나눈 게 전부였다. 

이후로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두 인물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당시에도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회담을 요청했으나 윤 대통령이 이를 거절했으며 짧은 통화도 즉흥적으로 이뤄졌다. 이진복 정무수석이 이 대표에게 제안했고, 이 대표가 이에 대해 응하면서다. 

기약없이
깜짝 만남?

이 대표의 만남 요청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난해 9월에도 민생 회담을 제안했으나 역시 다자 회담을 고집했다. 

최근 있던 조계사 방문 때도 어색한 악수에 따른, 미묘한 기류만 흘렀고 별 다른 이야기는 오가지 않았다. 그 사이 국민의힘은 혼란을 거듭했고, 당은 지금도 여러 사안으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지도부 내부의 잡음은 사라졌으나, 존재감이 크지 않다.


국정 초반에는 윤 대통령을 만나는 게 오히려 이 대표에게 유리했던 측면이 있었다. 대선서 패배했음에도 먼저 손을 내밀어 정국에 선제적이라는 여론을 형성할 수 있었고, 이 대표도 이를 잘 활용했다. 

이 대표는 줄곧 자신을 저격해왔던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기 위해 대구를 찾았다. 앞서 김 대표는 홍 시장을 상임고문직서 해촉시킨 바 있다. 

이런 시점서 만난 이 대표와 홍 시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를 두고 여권 내에선 홍 시장에 대한 징계 목소리까지 나왔다. 홍 시장이 이 대표와 만남을 가졌던 속내는 결국 중도층을 붙잡으려는 심산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지지세가 약해지면서, 중도층이 증가하고 있는 현재 표면상으로 협치의 이미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사실상 시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상황이 달라진 만큼 윤 대통령에겐 이 대표를 지금 만나는 게 적기로 보인다. 오히려 당내서 협치해야 한다는 요구와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중이다.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 역시 위기는 매한가지로 ‘이재명 회의론’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민주당도 다시 한번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가 나뉘어 각종 사안마다 내부서 혼란을 거듭 중이다. 


중도층
끌어오기

이런 상황 속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을 앞서고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을 잡기 위해 민생, 청년에 방점을 찍고 보수당이 해왔던 행보와 다른 길을 걸으려 안간힘이지만, 이렇다 할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이 표면적으로라도 화해하는 모습을 연출해줘야 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중도층과 무당층이 충분히 움직일만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지지를 보내는 세력은 충성도가 높은 세력이 아니다. 단순히 반사이익으로 인해 잠깐 지지를 보내는 정도다. 

야당 대표와 만나지 않은 최장기록을 쓴 인물이 바로 윤 대통령이다. 대통령과 야당은 협력과 견제의 관계다. 협상과 타협으로 국정을 이끌어가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홍 시장(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이 약 340일 만에 첫 만남을 가졌던 기간보다 더 길다. 그 사이 여당 지도부와의 만남은 자주 있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해 정진석 전 비대위원장, 김 대표, 당 지도부, 연찬회 등 상당히 많은 이를 만나왔다. 

윤 대통령이 원래 이 대표를 만날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선 인사 당시 “국민을 위한 정치, 민생을 살리고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는 대통령과 여당만으로는 불가하다”며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시정연설서도 “국정 주요 사안을 의회 지도자와 의원들과 긴밀하게 논의하겠다. 그래야 마땅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야당과의 관계가 점점 악화된 탓은 민주당의 발목잡기에만 있는 것은 아닌 듯 보인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서로 간에 생각이 너무 다르다는 걸 꼽았다. 경찰국 예산을 받아주면 지역 상품권 예산을 늘리겠다고 했는데 끝까지 문제삼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유리해진 상황에 먼저 손 내밀어야
총선 끝나고 물러난 다음에야 조우?

또 이 대표가 각종 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 검찰 수사에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일각에선 피의자와 만나는 격이라는 인식서 비롯됐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 4월 임기를 마친 민주당 박홍근 전 원내대표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동이 불발이 된 점에 대해 아쉽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대통령실은 이진복 정무수석이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에게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하며 아예 이 대표를 패싱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비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로 정치권서도 합리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친명 지도부가 탐탁지 않던 차에 대통령실이 박 원내대표에게 먼저 제안한 것.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당 대표가 먼저라며 일단 같은 편인 이 대표의 편을 들었다. 

여당은 소수고 야당은 다수다. 국민의힘이 주도권을 되찾고 윤 대통령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자신들의 지지율까지 포기하면서 민주당을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결국 당내서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그러는 사이 이 대표는 다시 윤석열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정부 역할은 국민을 때려 잡는 게 아니라는 말로 윤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작심 비판했다. 또 직전 윤 대통령 당선 1주년 토론회서도 “진정한 의미의 자유가 아니라 방임을 넘어선 방치”라며 “1년간 사회의 모든 분야서 거대한 후퇴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이 대표가 대표직서 물러날 경우, 신속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주도권
되찾기

지금은 윤 대통령과 여당이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시스템이다. 여야 관계는 뒷전이고 우리 편만 챙기고 있는 셈이다. 이미 대통령은 민주당을,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비판 수위를 높혀가고만 있다. 대통령실도 공식 회동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인 탓에 회담은 여전히 기약이 없는 상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만남은 서로에게 득으로 앞으로도 이 대표가 제안할 수 있다. 그때는 윤 대통령도 만남을 가져야 한다”며 “야당과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제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기현-이재명 토론은 언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토론 날짜가 점차 윤곽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양당은 토론을 위해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다. 

TV토론 실무단인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구자근 당 대표 비서실장, 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과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이 만나 TV 토론 날짜·의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협상을 추가로 이어간다.

구체적인 의제 등을 설정하기 위함이다.

아직까지 토론의 주제 등은 정확하게 정해진 게 없다.

정치권에 따르면 TV 토론은 6월 중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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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