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정인균 기자 = 무소속이 된 김남국 의원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의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과 국민의힘에서 일제히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의 코인 투자 자체를 비난하고 있고, 민주당 비명계 의원들은 김 의원의 탈당이 더 큰 징계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인식하고 있다. 김 의원이 내년도 총선서 공천을 받기 위해 속이 뻔히 보이는 위장 탈당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 아래서다.
무소속 김남국 의원의 ‘코인 게이트’가 열린 것은 한 일간지가 단독 보도하면서부터다. 지난 5일 <조선일보>는 “15억의 재산을 신고했던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대량의 위믹스 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직전인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에 이를 인출했다”고 최초 보도했다.
코인 부자
실제 국회 공보실 자료에 따르면 김 의원은 자산 신고에 15억3378만원을 제출했으며 이 중 건물이 8억원, 예금이 4억원 순으로 문제될 게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후 누리꾼들의 제보 및 타 언론들의 후속 보도가 이어지면서 김 의원이 국내 게임회사 위메이드가 만든 위믹스 코인을 보유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김 의원은 지난해 1월부터 2월까지 위믹스 코인 80여만개를 보유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으며 이는 최고 60억원의 가치를 지닌 규모로 알려졌다.
사실 암호화폐 거래로 이익을 남기는 행위가 크게 논란이 될만한 사안은 아니다. 실제로 2021년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본인이 암호화폐 거래를 통해 큰돈을 벌었다고 공공연하게 자랑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2021년 5월22일 서울 여의도 정치문화플랫폼 하우스(how’s)서 지지자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서 같은 당 김웅 의원이 이 전 대표에게 “코인으로 얼마를 벌었느냐”고 물었고, 이 전 대표는 “선거를 몇 번 치를 정도로 벌었다”며 “선거비용에 대한 관점은 다르겠지만 지난 선거를 치렀던 비용이 선관위에 있으니 보면 된다”고 대답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정계나 지지자 중 그 누구도 이 전 대표의 코인투자를 문제 삼지 않았다.
김 의원이 문제가 되는 지점은 의정활동 중의 코인 거래 및 지역구 등에서 ‘거지 코스프레’를 하고 다녔던 점이다. 김 의원 지역구인 안산 지역의 한 지지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김 의원이 돈 없는 척하고 다녔다는 점에서 분개함을 느낀다”며 “지역구서 늘 서민의식을 강조했고 본인도 구멍 난 운동화를 신는다거나 낡은 옷을 입는 등 가난한 사람인 척 돌아다녔다”고 주장했다.
탈당했는데도…계속되는 비판 왜?
60억원대 자산가의 거지 코스프레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의 유튜브 채널 <정청래 TV떴다!>에 출연해 간절하게 후원금을 호소하는 모습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당시 김 의원은 “청년 분들 후원해주기 힘들겠지만 좋은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말하자, 정 의원은 “그냥 한 푼 줍쇼라고 말해라”며 말을 잘랐다. 그러자 김 의원이 “한 푼 줍쇼”라고 인사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당시에도 김 의원은 수십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던 상태라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김 의원은 상경 후 월 100만원을 벌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사연을 전하기도 했고, 매일 라면만 먹고 다닌다며 ‘가난한’ 정치인 코스프레를 이어왔다.
이 같은 그의 이중적인 행보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여론이 악화되자 민주당은 쇄신 의회총회를 열고 진상조사단을 출범시켰다. 쇄신 의총은 6시간가량 이어졌고, 의원들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오후 10시30분경 “위법이 아니라는 이유로, 동료 의원이라는 이유로 우리 자신에게 관대하고, 해야 할 일을 방기하지 않았는지 자성한다”며 “국민 상식에 맞는 정치윤리를 바로 세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해당 의총에 참석한 한 의원은 쇄신 의총 직후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의원들의 갑론을박은 주로 쇄신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였다”며 “김남국 의원에 대한 징계는 모두가 주장하는 바였으며 여기에 대한 이견은 없었다. 이미 탈당한 상태지만 김 의원은 당 차원의 강력한 징계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적 문제없으나 도덕적 문제
비슷한 상황 이, 김 벤치마킹?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쇄신 의총이 시작하기도 전에 사실상 김 의원의 ‘당원권 정지’에 의원들의 의견이 모인 상태였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쇄신 의총 결과 발표가 있던 날 오전, 이미 SNS에 탈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본인의 SNS에 “앞으로 무소속 의원으로서 부당한 정치공세에 끝까지 맞서서 진실을 밝혀내겠다”며 탈당의 이유를 “부당한 정치공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지지자들은 그의 탈당을 두고 “책임지려는 모양”이라고 치켜세우고 있지만 당내 사정을 잘 아는 의원들은 그가 ‘징계를 피할 목적으로’ 당을 나갔다고 보고 있다.
이날 이원욱 의원은 SNS에 “우려한대로 김남국 의원이 탈당 수순을 밟았다. 당의 징계 절차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냐”며 “당원에 대한 사과 운운하며 국민에 대한 책임은 피해가는 꼼수 탈당”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민주당의 당헌·당규 상 김 의원의 탈당을 막을 방법은 없다. 본인의 뜻에 따라 당을 나가겠다는 의원을 막을 현행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무소속이 되면 민주당은 당 차원서 징계를 내리기도 까다로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법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 자유 의사에 근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14일 오후 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당규상 민주당은 탈당계 접수 2일 이내에 해당 당원을 명부서 말소해야 한다.
이를 두고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도 똑같은 방법으로 당의 징계를 회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은 한발 더나아가 김 의원의 탈당을 이 대표가 ‘종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으며 이 대표가 김 의원의 상황을 참고해 후에 본인의 사법 리스크 문제를 처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꼼수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이 대표의 재판이 시작되면 그에 대한 징계 논의가 나올 것이 분명하다”며 “김남국 의원의 사례를 참고하면 이 대표 또한 당을 먼저 탈당한 뒤 후에 다시 복귀할 전략을 세울 가능성이 있다. 현재 김 의원의 상황과(이 대표의 문제가) 거의 똑같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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