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코인 투자 보호법, 왜?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7.10 15:55:17
  • 호수 1435호
  • 댓글 0개

“그래도 당한다” 피해 막기 역부족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국회를 통과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거래소 내부의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에 집중했다. 거래소는 반겼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투자 피해 사고는 대부분 거래소 밖에서 일어나는데, 시세조종 등 마켓메이킹(MM)을 무슨 수로 막느냐는 것이다. MM 세력은 투자자가 몰리면 인공지능 자동매매로 팔아치우고 수백억을 챙긴다. 1초에 수백 건의 거래가 가능한 ‘봇’과의 싸움이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발의된 지 약 20개월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특금법’ 이후 첫 관련 법안이다. 김남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코인 사태가 속도를 높였다는 의견도 있다.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야 이견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향후 가상자산업 규제 및 보호를 위한 기반이 생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호법, 뭐?

법안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국회는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금지 등을 골자로 한 1단계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입법 과정엔 숱한 희생이 따랐다. ‘테라 루나 사태’ 등으로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다.

지난 4월25일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 문턱을 넘었던 법안은 지난달 11일, 정무위를 통과했다. 소위를 통과한 지 2개월 여만에 국회의 모든 문턱을 넘은 셈이다. 이번 법안은 본회의 통과 시점 1년 뒤부터 시행된다. 1단계 법안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가 이용자의 예치금을 고유재산과 분리해야 한다.

특히, 공신력 있는 기관에 예치 또는 신탁하도록 했다. 또 이용자의 가상자산 중 일정 비율 이상은 인터넷과 분리해 손댈 수 없게 한다. 실질적으로 보유하되, 오프라인 상태의 가상자산 지갑에 보관해 손실을 예방하는 것이다.


보험 가입도 의무로 명시했다. 앞으론 이용자 관련 피해 사례를 법적으로도 처벌할 수 있게 됐다.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선 자본시장과 유사하게 규정했다. 

구체적으로는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행위’ ‘시세조종 행위’ ‘부정거래 행위’ 등을 금지한다. 또 불공정거래 위험성이 높은 ‘자기발행 가상자산 거래’를 제한했다. 특히 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출금을 차단할 수 없도록 했다.

또 가격·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변동하는 거래를 상시 감시한다. 불공정 거래 행위가 발견될 시 금융당국 등에 보고한다. 위반 시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고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쌍수 든 거래소…속뜻은?
MM 세력, 무슨 수로 막나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검사 및 조치 권한도 명확히 했다.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정무위는 가상자산의 국제기준이 가시화되면 2단계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2단계는 가상자산 발행과 공시 등 시장질서 규제를 보완하는 방향을 띤다. 한국은행은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자료요구권도 갖게 됐다. 가상자산이 통화 및 금융안정 정책 수립에 필요할 것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거래소 측은 법안 통과에 대해 기대감을 표했다. 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의 김재진 상임부회장은 “2단계 법안도 국회서 속히 논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거래소 10개사로 구성된 가상자산 대표자 협의체(VXA)도 환영했다.


VXA는 “법안 통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점을 높이 산다”면서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당국의 조사 권한이 마련된 만큼 자율 경쟁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용자 보호법의 내용은 희망적이다. 일각에서는 거래소 중심의 규제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코인 투자자 A씨는 “상장도 안한 코인들을 규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코인 발행 규제가 시급하다는 의미다. 가상자산 사업자 라이선스를 취득한 운용사도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해 피해가 막심하다. 이들은 사업자 범주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시세조작단을 규제할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매수·매도 양 방향에 호가를 제시해 투자 흐름을 뒷받침하는 이들은 증권사나 다름없다. 가상자산 시장서의 MM은 시세조작, 자전거래 등으로 변질됐다. 거래소들은 감시 체계를 각자 구축하고 있다.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 등이 대표적인 대안이다.

두나무는 시세조종을 방지하고자 머신러닝 기술을 개발했다. 거래소들은 법안 개정에 따라 이상거래 탐지 후 조치할 수 있는 근거를 바라고 있다. 거래소의 초기 대응에 대한 권한은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다.

‘트레이딩 봇’ 초당 수백 건 거래 
2단계 입법 앞두고 연구용역 착수

의심거래를 빠르게 탐지해 사전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가상자산업계에서 MM은 정확한 위치도, 간판도 없이 그림자처럼 움직인다. 하나의 지갑서 1초에 수백 건의 자동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트레이딩 봇’은 막을 길이 없다.

이는 거래소 계좌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주소를 활용한다. 100개의 매도 주문을 걸어도 봇이 100개 매수를 통해 시세를 조작한다. 공직자의 가상자산 보유에 대한 신고도 강화됐다. 금융위는 6개월 이내 가상자산 관련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으로 명확히 했다. 

현재 금융위 공무원 행동강령에는 ‘현재 직무를 수행하거나 또는 수행했던 공무원’으로만 규정됐다. 과거 직무수행자 기준이 불분명한 셈이다. 금융위는 해당 공무원이 보유 중인 가상자산 종류와 취득일, 수량, 금액 등을 기재하도록 했다.

‘가상자산 보유 사실 신고서’ 서식도 새로 만들었다. 지난 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무원 행동강령’ 개정훈령안을 행정 예고했다.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의 정의 규정도 신설했다. 훈령 속 조문을 ‘가상통화’서 ‘가상자산’으로 정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2단계 입법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한다. 국회는 금융위에 연구용역 등의 방법을 소관 상임위에 제출·보고하라고 했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3일 2단계 입법과 관련한 윤곽을 잡았다. 사업자의 가상자산 발행, 자금조달 등과 관련한 보완 입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동매매의 덫

이에 따라 금융위는 늦어도 다음 달까지 2단계 입법을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연구용역에는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 과정서 이해상충 문제 해소 방안’ 등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의 정교화를 논의하기도 했다. 가상자산 예치·운용 사업자는 규율 적용 여부가 모호한 상황이다. 최근 입·출금 중단 사태로 문제가 된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 등은 가상자산 운용사다. 현재 입법체계에선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 시장질서 규제를 보완하는 등의 2단계 법안이 실효성을 갖추게 될지 주목된다.

<smk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