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경기도지사 당내 경선’이라는 경기장이 민주당 진영에 차려졌다. 경기 참가를 희망하는 선수들이 하나둘씩 몸을 풀고 올라와 경쟁자들과 눈싸움을 하고 있다. 여러 명의 선수 중 유독 두 선수가 서로의 눈을 피하고 있지 않다. 안민석 의원과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다.
지난 대선에서 대한민국은 반으로 갈라졌다. 총 14명의 후보가 나온 다자구도였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표를 양분하며 초접전을 펼쳤다. 양 후보를 향한 높은 충성도는 곧 타 후보를 향한 적대 감정으로 변질됐다.
내부 총질
본인이 지지하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지지자들은 경쟁 후보를 욕하기 바빴다. 그때 생긴 내상을 대한민국은 아직 치료도 못하고 있다.
대선에서 생긴 양측에 대한 혐오 감정이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혐오를 풀어갈 것인지 윤 당선인은 해법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요즘 분위기는 이때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지방선거 본경선이 시작하기도 전에 예비후보들의 신경전이 한창이다. 이 중 몇몇 후보는 주워 담을 수 없는 말로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고 있다.
민주당 진영에서 경기도지사 공천을 탐내는 인물은 총 다섯명이다.
당선이 유력하고 무게감이 있는 자리인 만큼 거론되는 민주당 인물도 하나같이 중진들이다. 특히, 경선 때부터 이재명 상임고문의 곁을 지킨 인물들이 눈에 띈다. 조정식 의원과 안민석 의원은 각각 시흥을과 오산 지역구에서 5선을 지낸 베테랑 중진 의원들이다.
이들은 지난 대선에서 일찌감치 이 고문의 곁을 지켜온 인물들이다.
대선 때 이 고문을 발 벗고 나서서 돕지 않은 중진들로는 염태영 전 수원시장과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있다. 그는 경기도의 심장 경기도청이 소재한 수원에서 내리 3선을 시장으로 뽑혔다. 행정직 경험으로는 염 전 시장이 단연 압도적이다.
최 전 수석은 최근에서야 출마 의지를 드러냈는데, 그 또한 4선의 청와대 집무 경험까지 한 경험이 있어 잔뼈가 굵은 정치인으로 통한다.
마지막 다섯째로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가 있다. 청와대 전 경제부총리로 잘 알려진 그는 민주당과의 인연을 최근에서야 시작했다.
김 대표는 문재인정부와 대립각을 펼치며 대선 레이스에 참여했다. 현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날을 세워온 그는 정권교체를 슬로건으로 대권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오르지 않는 지지율과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위기에 당착한 김 대표의 손을 잡은 게 이 고문이다. 민주당 대선주자였던 그는 대선을 한 달가량 앞두고 김 대표와의 단일화를 공식 선언했다. 문정부와 대립했던 그가 민주 진영으로 들어오는 데에는 이 고문의 설득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때 시작된 김 대표와 민주당의 인연은 아직도 이어지는 중이다.
지방선거 예비후보들 신경전 한창
뜨거운 감자 경기지사 5명 하마평
민주당 내부인의 제보에 따르면, 이 고문은 민주당 물밑에서 영향력을 아직도 행사하고 있다. 6월 지선을 넘어 8월 민주당 당권까지 노리고 있는 이 고문의 숨은 뜻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의 영향력이 김 대표에게도 뻗친다면 그의 경기도지사 출마는 어느 정도 힘을 받는 모양새를 취한다. 대선에서 ‘건투’한 이 고문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당내에서 크나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신입생 김 대표가 경기도지사 유력 예비후보로 급부상한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민주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면서 경선 룰은 아직 뚜렷하게 정해지지 않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여론조사 100%, 여론조사 50%+권리당원 투표 50%, 권리당원 투표 100%, 시민배심원단 경선 등 네 가지 중 하나로 결정된다.
민주당은 “이 중 여론조사 50%+권리당원 투표 50%가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김 대표에게 희소식이다.
당내 입지가 좁아 권리당원 투표에서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 대표가 이 고문과 여론조사의 힘을 얻는다면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 선대위에서 총괄특보단장을 맡아 대선 현안 관련 논란이 쏟아져 나올 때 선봉에서 싸워왔다.
당초 ‘무계파’로 널리 알려진 안 의원은 민주당 내부에서 쓴소리를 도맡아 하며 당의 개혁을 주장했다. 그동안 당내에 쓴소리를 하면서 많은 적을 만들어왔기 때문일까.
안 의원은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5선을 한 중진 의원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최고위원이나 원내대표 등 당의 중책을 맡아본 적이 없다. 안 의원은 당내에서 자신의 세력을 키우지 못하는 등 리더십을 입증한 적 없다.
그랬던 그를 최근에 ‘친이(친 이재명)계’로 분류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작년부터 민주당 내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이 고문을 안 의원이 오랫동안 도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디에도 속해본 적 없는 안 의원을 ‘친이계’로 분류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정치 경험과 인지도가 남다른 만큼, 그를 ‘어느 계’에 넣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유가 어쨌든 이 고문과의 인연을 후광으로 업고 나온 두 후보는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고 평가된다. 인지도와 여론조사 결과가 다른 후보들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김 대표와 안 의원은 요즘 서로에 대한 언급을 자주하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안 의원이다. 안 의원은 “김 대표는 유약하신 분”이라며 “그런 분이 지사를 지내게 된다면 아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손잡고 협치한다고 할 텐데 그러면 민주당 당원들이 얼마나 절망스럽겠느냐”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김 대표는 “관료들이 유약하다고 얘기하면 그럼 정치인들은 뭐냐”며 “굉장히 실례되는 표현”이라고 맞받아쳤다.
점입가경
둘의 싸움은 서로 경기도에서 얼마나 살았는지를 언급하며 더욱 불타올랐다. 본선이 시작하기도 전에 내부 총질이 점입가경인 셈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선 때 갈라진 대한민국처럼, 민주당도 절반으로 갈라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