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장조 비서실장’ 유영민 임명 노림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1.01.04 10:10:02
  • 호수 13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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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 막을 히든카드 꺼내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뒤를 이어 문재인정권 ‘순장조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후임 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함께할 예정이다. <일요시사>는 문 대통령이 유영민 신임 비서실장을 선택한 이유를 추적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오는 8일 취임 2년을 맞을 예정이었다. 정치권은 이날을 전후로 노 전 실장의 교체를 예상한 바 있다. 앞서 노 전 실장 등 청와대 참모 6명은 사의를 표명했다. ‘똘똘한 한 채’ 논란으로 부동산 민심을 악화시킨 책임을 지겠다는 것. 당시 노 전 실장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었다.

여론 뭇매
결국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노 전 실장의 똘똘한 한 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여과 없이 쏟아졌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당 대표 출마 선언 후 기자들과의 문답 중 “(노 전 실장의 청주 집 처분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합당한 처신과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태년 원내대표 역시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비판받을 소지가 여럿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으며, 김남국 의원도 “매우 부적절한 행동으로 보인다. 지역구 주민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이해찬 당시 대표는 부동산 민심을 악화시킨 노 전 실장을 향해 불쾌한 심경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논란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노 전 실장의 사표를 반려했다. 정치권은 후임자 찾기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임기를 채우는 쪽을 선택하는 문 대통령의 인사 철학도 노 전 실장의 유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비서실장 교체는 시간문제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노 전 실장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사태의 책임을 지고 지난해 12월28일 다시 한 번 사의를 표명하려 했으나, 주위의 만류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문 임기 끝날 때까지…
노영민 후임으로 임명

다만, 문 대통령에게 후임 비서실장에 대한 의견과, 후임이 정해지면 언제든 물러날 뜻이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노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30일 다시 한 번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에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김종호 민정수석 등과 함께 사표를 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담을 덜어주고, 국정일신의 계기로 삼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의를 표했다”면서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문 대통령이 백지 위에서 국정운영을 구상할 수 있도록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 청와대 ⓒ고성준 기자

정치권은 문 대통령이 신년연휴 동안 장고에 들어간 뒤 노 전 실장을 교체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8일은 노 전 실장이 취임 2년을 맞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청와대 참모는 통상적으로 2년의 임기를 채우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더구나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1월 중순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3기 청와대 참모진을 소개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문 대통령은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노 전 실장의 후임으로 낙점했다. 그동안 민주당 내부에서는 우윤근 전 주러시아 대사,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 중 한 명이 후임으로 발탁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유영민 신임 비서실장의 발탁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깜짝 인사’라는 평이다.

국정 운영
부담 더나?

유 신임 비서실장은 지난 2016년 1월15일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영입한 두 번째 기업인 출신이다. 첫 번째는 민주당 양향자 의원이었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의 양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광주 서을에 당선됐다.

유 비서실장은 민주당 입당 당시 “영입 제안을 받고 고민이 많았다”며 “내가 살아온 환경과 인간관계 전반이 민주당과는 거리가 있고 당의 최근 모습 또한 많은 실망을 줬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당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간절한 몸부림을 보면서 미래에 대한 좋은 희망을 갖게 됐다. 정치가 건강해질 수 있는 일이라면 국가를 위해서도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유 비서실장은 부산대 수학과를 졸업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의 전문 경영인으로 LG전자에 오래 몸담았다. LG CNS 부사장,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포스코ICT 사업총괄 사장,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 등이 주요 이력이다. ‘국내 CIO(최고정보책임자) 1세대’라는 독특한 이력도 보유하고 있다.
 

▲ ⓒ박성원 기자

유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이 직접 영입한 친문 인사다. 민주당이 유 비서실장을 입당시킬 당시 문 대통령은 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문 대통령과 같이 부산 출신인 유 비서실장은 20대 총선에서 해운대갑에 출마했지만,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에게 패했다. 

이후 유 비서실장은 문재인정부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지난 2017년 7월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는 유영민 당시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으로 여야가 공방을 펼친 바 있다. 야권은 보은 인사 논란과 자녀 특혜 채용 의혹, 배우자의 위장 전입 의혹을 제기했다.

LG 출신
전문경영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이하 한국당)은 유 후보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인 건호씨와의 인연으로 장관 후보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청문회에서 “노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LG전자 부하직원인)건호씨 결혼식에서 유 후보자를 만나 ‘우리 아들을 잘 봐달라’고 인사했다”며 “이후에(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유 후보자 부부와 식사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G전자는 미래 대비에 실패한 기업이다. 문 대통령이 LG전자 상무 출신을 미래 한국의 책임자라고 내놓은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유 후보가 LG전자에서 귀인을 만난 것 같다. 노씨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 올 수 있었겠나”라고 쏘아붙였다.

배우자의 위장전입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배우자가 경기도 양평군 농지 일대 주택를 소유하고 있는데 투기목적이 아니냐는 것. 유 후보자는 “위장전입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부인이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해명했다.

유 후보자는 각종 의혹에 낮은 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특히 자녀 특혜채용 의혹에 대해 “(특혜채용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살 만하고, 사과드린다”며 “압력을 행사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너무 저자세다. 의혹이 없는데 왜 사과까지 하나”라고 말할 정도였다.

유 비서실장은 지난 2019년 9월 장관 임기를 끝마치고 21대 총선에 출마했다. 이번에도 출마 지역은 해운대갑이었다. 하 의원과의 ‘리턴매치’였다. 하 의원은 개표 중반부터 큰 표 차로 유 비서실장을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두 번째 고배였다. 

문 대통령이 유 비서실장을 노 전 실장의 후임으로 깜짝 발탁한 이유에 대해 정가에서는 소문이 무성하다. 첫 번째는 내년 4월에 열리는 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겨냥한 인사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굳이 그를 선택한 이유는?
매서워진 재계 민심 잡으려?

민주당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부산시장을 국민의힘에 내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이 우려할만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과 <부산일보>의 의뢰로 지난해 12월22일부터 23일까지 이틀간 조사하고 같은 달 28일 발표한 부산시장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야권 후보가 1, 2위를 차지했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에 문 대통령에 이은 청와대 2인자인 비서실장 자리에 부산 인사를 앉혀 민주당 측 부산시장 후보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 꾸준히 들렸다. 한때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서실장설이 정치권에서 나온 이유다. 이 전 수석 역시 부산 출신이다.

두 번째는 ‘재계 민심잡기’라는 해석이다. 기업가 출신인 유 비서실장은 장관 퇴임 이후 기업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산업에 대한 강연을 이어갔으며, 지난 2014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자유창의교육원 교수로 활동한 바 있다.
 

▲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고성준 기자

유 비서실장은 과학기술 전문성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청와대와 콘셉트가 일치한다는 점, 문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과 소통이 원만할 만큼 유연한 성격을 지녔다는 점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현재 문재인정권을 향한 재계 민심은 악화일로에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경제상황도 재계 민심이 나빠지는 데 영향을 미쳤지만,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재계가 지난해 12월29일 국회를 찾아 중대재해법에 대한 염려와 애로사항을 호소했다. 경영책임자 처벌, 법인 벌금 부과,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 등이 ‘4중 처벌’에 해당한다는 우려였다.

중대재해법
재계 부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1소위원장인 민주당 백혜련 의원과 법사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을 만나 중대재해법에 대해 “4중 처벌 규정은 가혹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기업과 사업주에게 일방적인 책임을 묻는 것보다 재해 예방 정책부터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는 의견이다. 

손 회장의 국회 방문은 사전 약속 없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재계가 중대재해법에 대한 정부안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외식업계 역시 지난해 12월31일 “중대재해법에 영세 소상공인까지 범죄자로 내모는 독소조항이 포함돼있어 답답한 상황”이라며 “소상공인이 가장 반발하는 조항은 ‘다중이용업소 처벌 조항’으로, 다중이용업소에서 발생하는 사망·상해 사고에 대해서도 해당 업주를 처벌할 수 있다는 규정”이라고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여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정의당은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은 유족과 단식농성에 들어간 상태다. 이들은 중대재해법 정부안에 대해 정부가 재계 편들기에 나섰다고 비판한다. 

뿐만 아니라 협상 파트너인 국민의힘과의 대화에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 결국 문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재계 민심에 밝은 유 비서실장을 노 전 실장의 후임으로 선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실패로 끝난 노영민 체제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교체 시점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늦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8월 노 전 실장을 포함해 5명의 청와대 참모진이 일괄사표를 제출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노 전 실장의 유임을 결정했다.

최고 책임자만 살아남은 것이다.

부동산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은 진정되지 않았다.

유임 이후 약 5개월 동안 민심은 바닥을 향해 나아갔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더욱 심화되며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인 40%가 무너졌다.

결국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문제로 대국민 사과를 하는 참사까지 일어났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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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