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문’ 당권장악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7.09 10:54:35
  • 호수 1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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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문 범문 신문…친문 권력화 조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친문(친 문재인)이 분화하고 있다. 진문(진짜 친문)·뼈문(뼈 속 깊이 친문)·범문(범 친문)·신문(새로운 친문) 등 종류도 다양하다. 더불어민주당 8·25전당대회(이하 전대)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여기에 진문 의원으로 구성된 부엉이 모임이 실체를 드러내면서 당내 기류가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정치권에선 친문을 뿌리로 한 여러 하위 계파를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분류하는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을 종합하면 뼈문은 18대 대선 이전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지근거리서 활동했던 최측근 그룹을 의미한다.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과 친문 중진인 이해찬·최재성 의원, 2012년 대선 캠프서 활동했던 김경수 경남도지사,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이 이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된다.

2012년부터
문파 분류

진문은 지난 19대 대선을 전후로 문 대통령의 당선을 도운 그룹이다. 주로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정부서 근무했던 인사들과 19대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서 근무했던 인사들이 이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뼈문과 진문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아 양쪽 모두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되는 인사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전해철 의원이 진문의 좌장격으로 분류되면서 동시에 뼈문의 일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범문은 주로 초선 의원들로 문 대통령이 영입한 인사들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신문은 6·13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친문을 자처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전대를 앞두고 뼈문·진문·범문을 아우르는 모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부엉이’ 모임이다. 부엉이라는 이름은 여러 의미로 해석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한 부엉이바위를 연상케 하는가 하면, 부엉이처럼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고 달(Moon)인 문 대통령을 지킨다는 의미라고 한다. 

부산 지역에선 문 대통령이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별명이 부엉이였다는 말도 들려온다.

이러한 정치권의 해석은 과하지 않다. 

부엉이 모임의 일원인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부엉이의 뜻에 대해 “봉하마을의 부엉이바위를 잊지 말자, 노 전 대통령이 추구하셨던 철학과 정신을 기억하자, 이런 의미”라며 “어두운 저녁에 활동을 하는 새가 부엉이다. 문재인정부가 힘들고 어려울 때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미로 부엉이라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엉이 모임의 회원 수는 40여명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는 그보다 적은 25∼30여명이라고 한다. 황희 의원이 주로 연락 등을 담당하며 간사 역할을 해왔다. 모임의 시작점을 두고는 말이 많지만 18대 대선서 문 대통령이 낙선한 이후 결성된 ‘담쟁이’ 모임이 지금의 부엉이 모임으로 진화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중론이다.

부엉이 모임은 출범 이후 세를 확장해왔다. 1차 부엉이 모임은 뼈문·진문의 모임이었다. 박범계·강병원·고용진·권칠승·황희 의원 등 노무현정부 청와대서 일했던 인사 약 15명 규모였다. 이후 20대 총선, 19대 대선, 6·13지방선거 등에서 민주당이 승승장구하면서 모임 참여자도 늘었다. 


안희정계와 이번 재보궐 당선인까지 합쳐져 지금의 규모로 성장했다.

25∼30여명
전해철 좌장

부엉이 모임의 일원인 박범계 의원은 “부엉이 모임은 1차 구성원들이 있었고 2차 구성원으로 지금은 확대돼있다”며 “1차 구성원 중심으로 말씀드리면 우리 당이 위기일 때, 문 대통령이 우리 당에 계실 때 분열의 난맥상 있는 시기에 빛나는 역할을 해준 의원 중심으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시로 모여 식사를 가졌다. 6·13지방선거가 끝나고 나서는 세 차례 정도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비는 따로 없이 선수가 높은 선배가 식사를 산다고 한다. 지난달 28일에는 서울 마포 인근서 신입회원 환영식을 열었다.

이에 정치권에선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 마포 쪽으로 이동해 모임을 가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부엉이 모임이 존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비문 일각에선 상대적 박탈감도 호소한다. 친문이 서로 친하게 지내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실체가 있는 모임을 가졌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앞서 ‘청우회’ ‘참정회’ 등 노무현정부 출신 고위 인사들의 친목 모임이 있었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모임이 공식적 채널을 통해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의 담쟁이 문정권 부엉이로
친노서 시작…묘한 당내 기류

부엉이 모임의 실체가 알려지면서 당내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모임에 속하지 않던 인사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욱 크다. 이들이 친문 후보 단일화, 친문 줄 세우기 등을 모의할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다. 

이 모임에는 이해찬, 박범계, 전해철 등 당권을 노리는 인사들이 속해 있다. 단일화 모의를 할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박범계 의원은 이미 전대 출마를 공식 발표했는데 민주당 당권주자 중 첫 스타트 주자다. 박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을 홀로 뛰게 하지 않겠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함께 조화를 이루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겠다”며 “당원과 대표가 혼연일체가 돼 10년, 20년 뒤 대한민국을 준비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박 의원 외에도 이해찬, 전해철, 최재성 의원 등 뼈문·진문으로 분류되는 당권주자들이 전대 출마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 안팎을 가리지 않고 부엉이 모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비문계의 대표 주자인 5선 이종걸 의원은 부엉이 모임과 관련해 “우물가에서 물을 퍼야지 숭늉을 찾으면 안 된다. 우물가에 온 우리에게 국민이 지시하고 지지해주는,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다. 그것부터 하고 난 다음 집에 가서 숭늉도 끓여 먹고 해야 한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온 몸을 던져 여태까지 정치적 역량을 총 결집 시키고 싶은 욕망이 있다”며 당권 도전을 시사했다.

야당서도 부엉이 모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친문 부엉이 모임이란 게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전대를 앞둔 세 결집이라고 하고 참가자가 수십명 이른다고 한다”며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집권당 핵심 의원들이 이런 모임에만 관심이 있는 것에 매우 안타깝고 무책임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친박 보고
배운 것 없나?

민주당과 개혁입법연대를 추진하는 정의당도 부엉이 모임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최석 대변인은 지난 3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이들(부엉이 모임)의 활동 목적은 문 대통령을 밤에도 지키는 부엉이가 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대통령의 친위조직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라며 “민주당 전대가 코앞이고 지방선거 압승과 함께 지지율이 고공행진 하는 중에 당 내외에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계파 모임이 결성된 것으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도 “집권당(민주당)은 대통령 권력에 치중하고 대통령 권력만을 위한 당 체제가 되기를 원하느냐”며 “수평적 당청 관계가 되지 못하고 당내 갈등으로 이어지면 우리처럼 위험해지고 망해갈 수 있다”고 비판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서 벌어졌던 공천 파동을 사례로 제시한 것이다. 당시 새누리당 간판을 달고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내걸어 소위 진박을 자처했다. 

이어 친박 실세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지방으로 내려가 선별적으로 후보와 만찬을 가져 ‘진박 감별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민심은 진박 감별을 탐탁찮게 바라봤다. 결국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둬 여소야대 정국을 불러왔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끄는 계기가 됐다.

이렇듯 민주당 안팎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뼈문·진문 인사들이 수습에 나섰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박범계 의원은 “언론에 이 모임의 존재 가치에 대한 기사가 아니라 전대와 관련해서 (이 모임이) 처음으로 보도됐다.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국민들의 눈이 중요하다. 적어도 전대 전까지는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총선·대선 치르며 세 불려
해산 발표, 정가는 ‘글쎄∼’

당권주자 중 한 명이자 부엉이 모임 좌장격인 전해철 의원은 팟캐스트서 “(부엉이 모임은) 조직적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닌 친목모임이다. 몇 년간 해왔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가 (전대를 앞두고)모여서 뭘 하고 있지 않으냐고 민감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친노·친문 모임이라고 (비판)해서 조직적으로 (활동)하지 못했고 이심전심으로 해온 모임”이라며 “지난 대선까지는 나름 역할을 하려 했지만, 이후에는 조직적으로 할 이유를 못 느껴 친목모임처럼 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당 안팎서 부엉이 모임이 문 대통령에게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자 해당 모임은 일단 해산하기로 했다. 회원인 전재수 의원은 지난 5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어제 모임 해산을 결정했다. 밥 먹는 모임이기 때문에 해산도 상당히 쉽다”고 밝혔다.

전해철 의원도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조금이라도 민감하고 문제 소지가 있는 것이면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며 “더구나 전대를 앞두고 이런 얘기가 나온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황희 의원도 자신의 SNS에 “뭔가 의도되고 목적이 있는 모임이 아닌 관계로 이렇게까지 오해를 무릅쓰고 모임을 계속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그동안 대선 경선에 고생했던 의원들 간 밥 먹는 자리였는데 그마저도 그만두려고 한다”고 전했다.

모임 해산?
누가 믿나

그러나 해당 모임이 완전한 의미의 해산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회원들도 “전대 후 연구모임으로 전환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어떤 형태로든 모임이 지속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지난 5일 논평을 통해 “비판이 쏟아지자 해산했다고 하지만 누가 믿겠는가. 일시적으로 모임을 중단하는 눈가림식 정치적 해산에 불과하다”며 “‘부엉이’ 모임은 계파 정치로의 회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장하성 국민연금 인사 개입?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 최고 책임자인 운용본부장(CIO) 후보를 추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서 “장 실장으로부터 국민연금 CIO 지원을 먼저 권유받았고, 인사수석실도 ‘지원서를 작성하기 전 어려움이 있으면 전화를 달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청와대는 관련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출입 기자를 통해 “장 실장이 국민연금 CIO 후보를 추천해 지원했다는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며 “장 실장은 추천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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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