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86(80년대 학번·60년대생)그룹’ 인사로 불렸던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6일 “저는 오늘부로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폭탄선언했다.
최 전 수석은 이날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근 20년을 정치를 해왔다.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에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며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제가 해야 할 시대적 소명이 있다고 믿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믿음을 실천하겠다는 포부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덕과 실력, 공인의 자세를 부러워하며 성장의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와 원칙, 선한 리더십을 존경하며 도전의 시간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과 함께했던 시련과 영광의 시간들과 함께 퇴장하겠다”고 말했다.
최 전 수석은 “첫 출마하던 20년 전의 마음을 돌이켜봤다. 제 소명이 욕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까지 무겁게 걸머지고 온 저의 소명을 이제 내려놓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또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소명이 필요하다. 그동안 함께해온 많은 분들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다”며 “잊지 않고 두고두고 갚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은 마지막 여지를 남겨두는 게 정치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에 단언을 꺼리는데 저는 단언컨대 이제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굳이 은퇴라는 말을 쓰지 않는 까닭은 이 비상한 시국에 혼자 버려두고 가는 짐이 너무 죄송스러워서”라며 “정치는 그만두지만 세상을 이롭게 하는 작은 일이라도 있다면 찾겠다”고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최 전 수석은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 대학생 시절, 민주화운동 및 학생운동으로 민주주의 쟁취에 앞장서면서 비교적 이른 나이에 정계에 입문해 86그룹으로 불렸다.
17대부터 20대까지 4선 의원을 지낸 정치인으로 정세균계로 분류되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에 당 사무총장으로 발탁되면서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로 불리기 시작했다.
21대 총선에서는 서울 송파을에 출마했다가 배현진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일각에선 최 전 수석의 이날 정계은퇴 선언이 친문계 몰락의 시초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패해 정권이 교체되면서 친문계 인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비록 대선에서 패하긴 했지만 민주당은 친이(친 이재명)계와 친낙(친 이낙연)계가 주축이 된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이계로 불리는 박홍근 의원이 선출되면서 당권을 장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초 박원순계로 분류됐던 박 신임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고문을 지지했고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친이계 측근으로 급부상했던 바 있다.
정가에서도 이미 대선 패배 후 민주당 내에서 계파 간 갈등은 시작됐다는 기류가 강하게 흘렀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민주당은 지도부 총사퇴 후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윤호중 전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앉혔다.
이는 비대위가 오는 6·1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틀어쥐고 있는 만큼 계파 간 공천 잡음을 최대한 적게 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