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2018 국회의원 결석왕 공개

혈세 받아먹고 출근도 안 하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다사다난했던 무술년이 지나고 2019년 기해년이 다가왔다. 기해년은 재물과 다산을 상징하는 황금돼지의 해다. 풍성한 한 해가 기대되면서도 올 한 해의 빈약한 성과가 눈에 밟힌다. 국회가 그랬다. 누군가는 성실히 의정활동에 임한 반면 누군가는 게으름을 피웠다. <일요시사>는 ‘2018년 국회 본회의'에 관련된 의원들의 출결 상황을 되짚어봤다.
 

▲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

참여연대서 운영하는 국회 감시 누리집 ‘열려라 국회’는 국회의원들의 출결 현황을 한눈에 보여준다. 물론 국회서 공개하는 본회의 회의록을 통해서도 국회의원들의 출결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회의록이 영상과 한글문서, 그리고 PDF 파일로 구성돼있어 출결 현황을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다. 

36차례 본회의
무단결석 분석

열려라 국회에 따르면 올 한 해 국회 본회의는 36차례 열렸다(오는 27일 열리는 임시국회 본회의 제외). <일요시사>는 지난 1월30일 열린 제356회 1차 본회의부터 예산안이 처리됐던 지난 8일 제364회 16차 본회의까지 국회의원들의 결석수를 열려라 국회를 통해 살펴봤다.

본회의는 국회 의사를 최종 결정하는 곳이다. 각 상임위원회서 심사된 안건은 이곳서 결정된다. 의안 심사 외에도 국정 전반에 대한 토론이 열리기도 한다.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 대정부질문, 각 교섭단체의 대표연설이 이곳서 열린다. 결국 본회의 출석은 의정활동의 기본 중에 기본이자 국회의원들의 책임성과 성실성을 판단할 수 있는 척도로 꼽힌다.

다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본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국회는 그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국회의원 출석부는 ‘출석’ ‘청가’ ‘결석’ ‘출장’으로 구성돼있다.


청가와 출장은 사유서를 작성하고 의장에게 제출해 결석한 경우를 뜻한다. 청가는 의원이 사고로 인해 출석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단결석은 사전에 어떠한 고지 없이 본회의에 나오지 않는 것을 뜻한다. <일요시사>는 결석 횟수를 계산할 때 청가와 출장을 모두 제외했다. 의원 겸직 장관과 의원직을 사퇴한 이들도 제외했다.

통계에 따르면 무단결석 최다 의원은 한국당 이우현·최경환 의원이다. 이들은 총 36차례 열린 본회의서 36번 불출석했다. 다만 최 의원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불법 수수 혐의로, 이 의원은 공천헌금과 뇌물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본회의에 출석할 수 없는 처지다. 

이들에 이어 무단결석을 가장 많이 한 국회의원은 총 22차례의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 의원 다음으로 무단결석을 많이 한 의원이 15차례인 것을 봤을 때 압도적인 횟수다. 조 의원은(대구 달서병) 3선 중진 의원이다. 

결석 최다 22회, 10번 넘는 의원도 6명
한국, 113명으로 1위…전원불참 경우도

무단결석을 10번 이상 한 국회의원은 총 5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광림·김세연·김재원·홍문종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다. 세부적으로 김광림·홍문종 의원이 15회, 김재원·김세연 의원이 13회, 심상정 의원이 10회 무단결석했다. 이들은 모두 중진 의원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김광림·김세연·김재원·심상정 의원 모두 3선 국회의원이다. 홍문종 의원은 4선 국회의원이다.  

무단결석 9회를 기록한 국회의원으로는 한국당 김영우·박명재·엄용수·윤상직 의원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유승민 의원이 9번 본회의장을 찾지 않았다.

무단결석이 8회에 달한 국회의원은 모두 6명이며 한국당 김성찬·윤한홍·이군현 의원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윤영일·황주홍 의원, 그리고 무소속 서청원 의원이 8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사진 왼쪽부터)김진표(더불어민주당)·홍문종(자유한국당)·유승민(바른미래당)·심상정(정의당) 의원

7회 무단결석을 한 국회의원은 한국당 김무성·여상규·윤영석·주광덕·홍문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진표·이상민 의원, 바미당 박주현·정병국 의원, 그리고 무소속 정태옥 등 10명이었다.

뒤이어 6회 무단결석을 기록한 국회의원은 총 13명으로 집계됐다. 한국당 김석기·김용태·김태흠·이장우·이학재·최교일·한선교 의원과 민주당 김두관·우상호·이해찬 의원, 평화당 김경진 의원, 그리고 바미당의 이태규 의원과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다.

5회 무단결석을 한 국회의원은 14명으로 한국당 김재경·김정훈·김진태·이명수·정종섭·정진석·추경호·황영철 의원, 평화당 박지원 의원, 그리고 바미당의 신용현·이상돈·이언주·지상욱 의원과 무소속의 강길부 의원이었다.

4회 무단결석을 한 국회의원은 모두 33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당 강석호·김학용·나경원·박맹우·박인숙·유재중·윤상현·이완영·이주영·이진복·주호영 의원, 평화당 김종회·이용주·정동영·정인화·조배숙·천정배·최경환 의원, 바미당 권은희·김동철·김삼화·김성식·김중로·박선숙·박주선·오신환·유의동·이찬열·임재훈·장정숙·정운천·주승용 의원, 그리고 정의당의 추혜선 의원이었다.

최다 22회
최소 1회

무단결석을 3번 한 국회의원은 총 40명이었다.

한국당 강효상·경대수·곽대훈·곽상도·김규환·김기선·김명연·김정재·김종석·김한표·민경욱·박덕흠·박순자·성일종·송석준·신보라·신상진·안상수·염동열·유기준·유민봉·윤종필·이양수·이은재·이채익·장석춘·전희경·정갑윤·함진규·홍철호 의원, 민주당 신창현·전혜숙·정재호 의원, 평화당 김광수 의원, 그리고 바미당 김관영·김수민·이동섭·채이배·하태경 의원과 민중당 김종훈 의원이었다.

무단결석을 2번 한 국회의원은 56명이었다. 한국당 강석진·권성동·김도읍·김상훈·김선동·김성원·김성태(비례)·김성태·김순례·김승희·김현아·문진국·박대출·박성중·백승주·송희경·심재철·원유철·윤재옥·이만희·이은권·이종구·이종명·이종배·이철규·이헌승·이현재·임이자·장제원·정양석·정용기·정우택·정유섭·조경태·조훈현·최연혜·홍일표 의원, 민주당 강창일·김한정·맹성규·박완주·박재호·안호영·이규희·이종걸·제윤경·최인호·홍의락 의원, 평화당 유성엽·장병완 의원, 바미당 이혜훈·최도자 의원 그리고 정의당 윤소하·이정미 의원과 무소속 손금주·이정현 의원이었다. 

무단결석을 1번 한 국회의원은 한국당 송언석 의원, 민주당 김병기·김성환·김종민·김현권·노웅래·민병두·박영선·백재현·손혜원·송갑석·신경민·안민석·오제세·이춘석·이훈·임종성·전해철·전현희·조정식·진영 의원으로 모두 21명이다.

각 정당서 2018년 동안 열린 본회의 기간 가장 많이 무단결석한 의원은 민주당의 김진표·이상민 의원, 한국당의 김광림·홍문종 의원, 바미당의 유승민 의원, 평화당의 황주홍·윤영일 의원, 그리고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이다.
 

▲ 국회 본회의장

무단결석을 한 국회의원의 수를 정당별로 따져보면 한국당 의원이 모두 11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의석수 전체에 해당하는 수다. 그 뒤로 민주당 38명, 바미당 29명, 평화당 14명, 정의당 5명 순이었다. 민중당과 대한애국당은 각각 1명씩이었다. 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은 모두 의석수만큼 결석했다. 무소속 의원의 경우 7명 중 5명이 본회의에 무단결석을 했다.

무단결석, 국회법으로 방지해도 무용지물
27일 마지막 본회의…또 말없이 안 올까?
 

당 차원서 전원불참석을 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5월24일 열린 제360회 4차 본회의의 경우 한국당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국회 본회의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제출한 헌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한국당 의원들의 전원불참으로 본회의 참석인원은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결국 투표 자체가 진행되지 못했고, 개헌안은 부결됐다.

당시 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는 “헌법을 스스로 지키지 않는 야당 의원들”이라며 날을 세웠다. 한국당 신보라 의원은 “대통령 개헌안을 철회해달라는 야4당의 간곡한 호소는 독선과 아집에 무시당했다”고 맞받아쳤다.

바미당도 김관영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 모두가 불참했다. 김 의원은 이날 “지방선거와 동시개헌이라는 약속을 저버린 한국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면서도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당시 여야 갈등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 차원의 전원불참석 사례는 한 번 더 있다. 지난 3일 열린 제364회 14차 본회의서 한국당과 바미당 그리고 평화당 의원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극심했을 때다.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은 “여야가 오후까지 합의하지 못할 경우 본회의를 열어 정부 예산안을 상정하고, 정부의 제안 설명을 진행하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야당은 완고했다. 한국당 김성태 당시 원내대표는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통해 “본회의를 일방적으로 개회하려는 것은 여야의 합의정신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출석 평균 257
결석 평균 25

바미당도 전원불참을 선언했고, 평화당 역시 전원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바미당 김관영 의원은 이날 오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금일 본회의가 개의되더라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며 “수정예산안을 향후 처리하기로 합의한 상황서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들과 합의 없이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소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평화당 장병완 의원도 문자메시지를 통해 “금일 본회의가 개의될 예정이지만 여야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평화당은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본회의 출석의원 수는 105명이었던 반면 결석 인원은 180명이었다. 2018년 본회의 중 가장 많은 의원이 결석한 때였다. 가장 적은 결석 인원을 기록했던 때는 지난달 29일에 열린 제364차 13차 본회의였다. 당시 출석한 의원은 287명이었던 반면 4명의 국회의원이 결석했다. 결석한 의원은 한국당 최경환·이우현 의원과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 그리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다.
 

▲ 문희상 국회의장

36차례 열린 본회의 중 평균 출석 의원 수는 257명, 평균 결석 의원 수는 25명이었다. 한 회당 257명 정도가 출석하고 25명 상당이 무단으로 결석했던 셈이다. 

국회법 제155조 12호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국회 집회일로부터 7일 이내에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 출석하지 아니하거나 의장 또는 위원장의 출석요구서를 받은 후 5일 이내에 출석하지 않았을 때 윤리특별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그 의결로써 징계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무단결석으로 징계를 받은 의원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윤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20대 국회 들어 접수된 징계안은 모두 19건이다. 이 중 국회의원의 무단결석을 이유로 접수된 징계안은 0건이다. 또한 국회 윤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8년에 접수된 징계안 중 국회의원의 무단결석과 관련된 건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은 개개인이 처해 있는 정치적 상황과 지역구 행사 등 본회의에 참석하기 어려운 이유가 아주 없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국회의원 스스로 본회의 참석에 엄격해야 한다. 본회의 참석은 국회의원의 신성한 의무”라고 전했다.

마지막 회의
유종의 미?

오는 27일 마지막 본회의가 국회서 열린다. 27일 임시국회 이전까지 열린 2018년 본회의서 의원들이 단 한 차례도 무단결석을 하지 않은 날은 없었다. 올해의 마지막 본회의에 몇 명의 국회의원들이 다시금 무단결석을 단행할지,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하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18 본회의 개근왕

올 한 해 동안 열린 본회의에 무단결석한 국회의원은 모두 158명이다(한국당 최경환·이우현 의원 제외). 반면 한 번도 빠짐없이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들도 있다. 이른바 ‘본회의 개근왕’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단 한 번도 청가나 출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34명의 의원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다. 

한국당과 바미당, 평화당은 모두 본회의에 전원 불참석한 경력이 있다. 또한 정의당 소속 의원들 모두 본회의에 불참한 전력이 있다. 민중당, 대한애국당 역시 마찬가지다. 청가서를 제출한 이용호 의원과 출장을 다녀온 적 있는 문희상 의원 등을 제외한 나머지 무소속 의원들은 한 차례 이상 본회의에 불참한 적 있다. 2018 본회의 개근왕들의 명단은 아래와 같다.

▲강병원(서울 은평구을) ▲김민기(경기 용인시을) ▲김병욱(경기 성남시분당구을) ▲김상희(경기 부천시소사구) ▲김영진(경기 수원시병) ▲김영호(서울 서대문구을) ▲김정우(경기 군포시갑) ▲김철민(경기 안산시상록구을) ▲김해영(부산 연제구) ▲박경미(비례대표) ▲박광온(경기 수원시정) ▲박용진(서울 강북구을) ▲박주민(서울 은평구갑) ▲박찬대(인천 연수구갑) ▲박홍근(서울 중랑구을) ▲백혜련(경기 수원시을) ▲서삼석(전남 영암군무안군신안군) ▲송기헌(강원 원주시을) ▲신동근(인천 서구을) ▲어기구(충남 당진시) ▲위성곤(제주 서귀포시) ▲유동수(인천 계양구갑) ▲윤일규(충남 천안시병) ▲윤준호(부산 해운대구을) ▲윤후덕(경기 파주시갑) ▲이원욱(경기 화성시을) ▲이후삼(충북 제천시단양군) ▲정성호(경기 양주시) ▲조승래(대전 유성구갑) ▲최운열(비례대표) ▲최재성(서울 송파구을) ▲표창원(경기 용인시정) ▲한정애(서울 강서구병) ▲홍영표(인천 부평구을) <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