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스캔들’ CY그룹의 민낯

곰팡이 식재료에 정산금은 차일피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유명 망고 프랜차이즈점 허유산의 가맹점 갑질이 도마 위에 올랐다. 회사는 이물질이 나온 망고를 가맹점에 공급하고 가맹점에 정산금을 지연 지급한 것을 인정했다. 다만 망고 생산업체와 유통업체의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허유산 본사가 소비자에게 전액 배상처리했다고 해명했다. 
 

▲ ⓒ허유산 홈페이지

CY그룹서 운영 중인 유명 망고 디저트 프랜차이즈 브랜드 허유산은 홍콩 여행 시 필수 방문코스로 꼽힐 만큼 인기있는 글로벌 브랜드로 한국에선 2017년 롯데월드에 1호점이 세워졌다.

가맹점 갑질 
허유산 논란

그런데 허유산 본사가 가맹점에게 곰팡이가 난 식재료를 공급하고 정산금도 차일피일 미루는 등 갑질을 자행하고 있어 가맹점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회사는 가맹점에게뿐만 아니라 퇴사직원의 급여 및 4대보험료도 체납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허유산은 곰팡이가 난 허니젤리와 상태가 좋지 않은 생망고를 공급하고 심지어 고무밴드, 머리카락 같은 이물질이 포함된 식재료를 공급해 고객들의 항의를 받았다. 또 망고가 핵심재료인데도 생망고 공급이 지연돼 애플망고를 갖다 주는 등 식재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허유산 현대백화점 판교점서 2017년 12월부터 2019년 8월까지 매장영업을 담당했던 A씨가 허유산의 가맹점 갑질을 고발한 바 있다.


A씨는 2017년 허유산과 용역계약을 하고 2019년 8월까지 매장을 운영했지만 영업을 한 18개월 동안 정산금이 제 날짜에 들어온 것은 처음 두 달뿐이었으며 이후부터는 정산금액을 한번에 주지 않고 한 달, 두 달씩 미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6개월이나 지연한 적도 있었다. 그나마 A씨가 국민청원에 올리면서 회사는 그제서야 지연된 정산 대금을 완료했다고 전했다.

A씨는 “허유산은 당연히 줘야할 정산금을 뒤늦게 지급했으면서도 당당하다”며 “정산금의 지연지급으로 인해 대출을 받아 직원 급여와 세금, 생활비 등을 감당해야 했다”고 그간의 마음고생을 토로했다.

이것은 A씨 뿐만이 아니었다. 정산금 지연 지급에 화가 난 가맹점주들이 수차례 CY그룹 최현열 명예회장과의 만남들 요구했으나 번번히 무산됐다. 또 허유산의 김수현 대표이사도 전화, 문자, 카톡 등 모든 유선 연결을 거부하고 이들과의 대화를 거부했다고 한다.

이에 허유산 측은 가맹점에 곰팡이 핀 허니젤리 및 고무줄 및 머리카락 등 이물질이 들어간 냉동 망고를 공급한 것에 대해 인정했다.

하지만 이것은 유통과정상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에 대해 허유산은 문제가 생긴 식자재에 대한 전량 폐기처리와 함께 전액 보상처리하고 해당 식재료의 제품 판매 금지 안내 및 교육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필리핀 현지 기후이상으로 카라바오 망고의 작황이 좋지않아 수급이 어려워 기존에 공급되던 ‘카라바오 망고’를 가격이 더 높은 고품질 ‘애플망고’로 1개월간 공급가격 변동없이 대체했다고 해명했다.


허유산 관계자는 운영상 정산금 지급이 지연된 시점이 있었던 것도 시인했다. 다만 현재 위탁 운영 정산금은 모두 지급완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본사의 갑질은 단순히 정산금을 지연 지급하는 선만이 아니었다.

위생불량
반짝 유행?

A씨는 2017년부터 2년간 허유산과 용역계약을 체결했지만 2년을 채우지 못했다.

본사는 개점 초기에 “CY그룹이 롯데가(家)기 때문에 백화점들과의 특수한 관계가 있으니 최소 2년 동안은 아무런 걱정 없이 영업을 할 수 있다”고 약속했지만 현대백화점과 허유산과의 계약이 종료되자 본사는 이 사실을 A씨에게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계약종료는 없으니 매출이나 신경쓰자’는 거짓말로 상황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고 전했다.

백화점 측이 보낸 계약 종료에 대한 내용증명에도 본사는 ‘내용증명이 온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계약 종료에 대한 것은 아니다. 백화점 측에서 협의를 하자는 내용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는 말로 안심을 시켰다는 것이다.

본사는 백화점서 매장이 철수하는 날까지 그 어떤 해명이나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 최현열

문제는 그 이후에도 불거졌다. A씨는 계약서상 보장된 보증금도 돌려 받지 못하고 있다. A씨와 허유산과의 용역계약서 상에 따르면 ‘이행 보증금 7000만원을 전액 반환하며 감각상각비용 3000만원에 대해서도 운영기간에 대한 N/24로 정해 반환하기로 한다’고 기재돼있다.

하지만 A씨는 “백화점서 철수한 2019년 8월 이후로 단 일원의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허유산 측에 지속적인 반환 이행을 요구했으나 실질적인 권한이 있는 김수현 대표이사는 어떤 방법을 통해서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으며 다른 직원들과의 통화해봐도 ‘돌려주겠으나 언제인지는 모르겠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앞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본사는 보증금 7000만원 중 5000만원은 돌려줘야 하지만 2000만원은 허유산 본사가 아닌 창업컨설팅 업체로 지급돼 협의되지 않는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A씨는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해 허유산 측에 지급명령정본을 보냈으나 허유산은 이에 반박, 이의신청을 해 민사재판으로 이관된 상태다.

해당 내용에 대해 허유산 측은 “보증금 5000만원은 회사와 당사자간 지급 협의가 됐지만 보증금 2000만원은 A씨가 회사와 유착관계가 없는 창업컨설팅 업체에 지급했기에 용역 계약서상 명시된 계약금 및 잔금의 이행을 정상적으로 이행 완료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A씨는 “허유산의 이사와 컨설팅업체 사이에 보증금 2000만원이 오고 간 정황이 드러나자 회사는 입금한 350만원은 인정한 뒤 모든 책임을 이사에게 돌리는 등 말을 계속 바꾸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허유산코리아는 영업팀을 따로 두지 않고 컨설팅업체에 허유산 영업팀 소속의 명함 제작해 주고 위탁운영 계약자를 모집했다. 이에 A씨는 허유산 이사의 요청으로 컨설팅업체에 계약금 2000만원을 입금했다.

만약 허유산과 컨설팅업체가 관련이 없다면 잔금이행이 완료되지 않아 매장 운영을 맡기지 않았어야 한다. 하지만 허유산 본사는 계약 당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회사는 보증금 반환이 문제가 되자 A씨가 20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태도를 바꿨으며 A씨와 소송공방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 업고? 
적정성 의혹

허유산이 속해 있는 최현열 CY그룹의 명예회장은 고(故) 신격호 회장의 동생인 신정숙의 남편, 즉 고 신격호 회장의 매제로 롯데물산·롯데캐논 사장을 역임한 뒤 남경사를 차려 롯데그룹서 독립 후 CY그룹의 총수가 됐다.

이 같은 배경으로 최현열 명예회장은 현재까지도 롯데그룹과 긴밀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허유산은 롯데월드 1호점 오픈이후 롯데백화점 명동점 등 다수의 롯데백화점에 매장이 개점될 수 있었다.

많은 가맹점주들이 허유산 브랜드를 택한 것은 CY그룹이 스스로 롯데가임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롯데가라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CY그룹은 롯데서 독립했다고 하나 여전히 이를 바탕으로 유통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롯데를 등에 업고 CY그룹은 지난해 5월 영암군청과 영암 농축산물의 공동이익 창출을 위한 상생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영암군은 이 업무협약을 통해 매력한우 브랜드를 롯데슈퍼와 CY글로벌 유통망에 입점했다.

하지만 A씨는 “CY그룹의 재무재표를 보면 영업이익이 2016년 -7억7665만원, 2017년 -9억8934원으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최대, 최고의 유통기업, 국내외 핵심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는 업체의 실적이라고 보기에 어려운 수치”라며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자체가 공정한 방식으로 업체를 선발하지 않고 단순히 롯데가라는 이유만으로 지자체의 권한을 이용해 재정성과 도덕성까지 부실한 기업에 이윤을 발생시켜 주는 것은 정경유착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A씨는 재정성과 도덕성 모두 부실한 CY그룹이 어떻게 영암군과 이러한 업무협약을 맺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확인하고자 지난해 11월부터 3차례나 영암군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영암군청에 민원을 제기했는데도 CY글로벌의 대표이사가 전화해 “허유산의 일은 잘 해결하도록 힘써 볼테니 영암군청서 전화 오면 이야기 잘해달라”고 부탁했다. 뿐만 아니라 A씨가 영암군청의 답변이 없어 다시 전화하자 이번에도 CY글로벌 대표이사가 전화를 해 “왜 또 군청에 전화를 했느냐”며 A씨를 질책했다는 것이다.

A씨는 “CY그룹과 영암군청이 무슨 관계기에 시시각각 보고가 되고 있는지 의심이 들 수 밖에 없었다”며 “CY글로벌 대표이사는 영암군과의 사업은 전동평 영암군수가 직접 CY그룹에 찾아와 ‘롯데에 상품을 넣을 수 있게 도와 달라’는 요청에 의해 이뤄졌으며 본인들에게는 큰 이득이 되지 않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영암군 관계자는 “영암군은 CY그룹과 업무협약을 맺었을 뿐 계약은 업체간에 이뤄진 것으로 영암군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협의 됐다고?
여전히 난항

허유산 측은 “언론사들은 사실관계 확인없이 문제제기 당사자의 입장만으로 추측성 보도를 했으며 제보자들은 비밀유지 계약을 지키지 않고 일방적인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허유산코리아 본사 및 가맹점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허유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현재 가맹점주 및 직원과 각종 소송공방 등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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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