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죄부 받아든 문제적 회장님

황제 보석하더니 족쇄도 풀어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윤석열정부가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기업인이 다수 포함된 사면 대상자는 현 정부가 경제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황제 보석’ 논란으로 파장을 일으켰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복권을 계기로 경영 복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14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사면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정한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을 심의·의결했다. 서민생계형 형사범, 특별 배려 수형자, 경제인, 정치인, 기업 임직원 등 2176명이 대상이다. 정부는 민생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사면 결정

사면 대상자 명단을 보면 이번 사면의 키워드는 단연 ‘경제 살리기’다. 사면 및 복권이 결정된 기업인은 총 12명에 달한다. 정부에서는 사면 대상자에 이름을 올린 기업인들이 경제 전반에 활력소가 돼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경제위기 극복 및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제인들의 진취적인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주요 경제인들에 관한 사면을 통해 대한민국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사면 및 복권이 결정된 기업인들의 면면은 꽤나 화려하다. 100억원대 배임 혐의로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은 복권됐다. 2019년 10월 배임수재 등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복권이 이뤄졌다.


2020년 횡령 등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이중근 전 부영그룹 회장, 운전기사에 대한 갑질로 2019년 11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던 이장한 종근당 회장도 복권됐다. 강정석 전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등 만기출소 후 취업제한 처분 적용 대상이었던 기업인들은 경영 일선 복귀를 점칠 수 있게 됐다.

다만 기업인이 포함된 광복절 특사에 대중이 마냥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는 건 아니다. 특정경제범죄법을 위반해 유죄를 선고받은 기업인이 특사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대한 부정적 인식이 부각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봐주기 수순
부정적 인식

이호진 전 회장은 1990년대 후반 미디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등 그룹의 사세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이호진 체제에서 그룹은 섬유, 금융업 등에 쏠렸던 사업구조를 다변화했고, 이를 통해 손꼽히는 대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이호진 전 회장은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의 지분 29.4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친인척을 포함한 우호 지분을 더하면 지분율은 50%를 넘긴다. 흥국생명에서도 이호진 전 회장은 지분율 56.30%로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다만 이호진 전 회장은 주요 계열사의 최대주주로 군림하는 것과 별개로, 표면상 경영 일선에서 10년 넘게 배제돼있다. 2012년 이래 회장직은 물론이고, 경영상 모든 보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앞서 이호진 전 회장은 2011년 1월 횡령·배임 혐의로 전격 구속된 전례가 있다. 이후 두 차례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2020년 6월이 돼서야 형이 확정됐다. 이후 검찰의 보석 취소 요청이 법원을 통해 받아들여졌고, 이호진 전 회장은 7년9개월여 만인 2020년 12월 재수감돼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이호진 전 회장은 만기 출소했음에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년간의 취업제한을 받아 경영에 나서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광복절 특별 복권 기업인 명단에 포함되면서 경영 보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복권 대상자가 됐다는 건 족쇄로 작용했던 취업제한 규칙이 풀렸음을 뜻한다. 이 경우 사실상 총수 없는 10년을 겪어야 했던 태광그룹은 한시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태광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이 물러나기 직전인 2011년에 30위권이었던 재계 순위가 올해 49위까지 추락했다.

광복절 특사 명단 포함
경영 복귀 수순 밟나

이번 사면 조치를 계기로 태광그룹의 하반기 경영 행보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당장은 이호진 전 회장의 복귀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되도록 빨리 경영 안정화에 나설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태광그룹의 지주사격인 티알엔은 이호진 전 회장의 지분이 51.83%, 장남 이현준씨가 39.36%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승계 작업과 함께 현준씨의 본격적인 경영 참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호진 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그룹 차원에서 발표한 중장기 투자계획을 완성시켜야 할 숙제가 뒤따른다. ‘총수 사면을 노린 보여주기식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수순이다.

태광그룹은 지난해 12월 장래사업·경영계획 공시를 통해 향후 10년간 총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감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기업 가치와 주주가치 제고, 대규모 고용 창출 등을 이끌어낸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호진 전 회장의 복권이 합당한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계속되고 있다. 그를 둘러싼 크고 작은 논란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 게 컸다. ‘황제 보석’ 논란이 대표적이다.

고용 창출?
약속 지킬까

이호진 전 회장은 2018년 10월 간암 환자임에도 음주와 흡연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고, 거주지와 병원을 이탈한 모습이 공개되면서 이른바 ‘황제 보석’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이호진 전 회장은 간암 수술 등을 사유로 재판부로부터 보석을 허가받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했기에 그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 거셌다.

최근 연이어 터진 태광그룹 관련 이슈 상당 부분이 이호진 전 회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됐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지난 3월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이호진 전 회장과 그룹 계열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공정위는 2019년 태광그룹 경영기획실 지시로 계열회사들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총수 일가 소유인 티시스와 메르뱅으로부터 김치와 와인을 일반 거래가격보다 비싸게 매수한 사실을 적발했다. 공정위는 해당 거래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며 계열회사들에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하고 이호진 전 회장에게도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후 이호진 전 회장과 계열사들은 공정위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고법에 취소소송을 냈고 지난해 2월 서울고법은 공정위가 계열사들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전 회장이 김치·와인 거래에 관여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회장에게 내린 시정명령은 위법하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 재판부는 “공정거래법은 특수 관계인이 기업집단에 가지는 영향력을 고려해 특수 관계인의 이익 제공행위에 대한 지시뿐 아니라 관여까지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에는 태광그룹이 2015년경부터 경영기획실을 통해 전체 계열사의 하청·협력사에 거래계약 조건으로 이호진 전 회장의 개인회사인 휘슬링락CC 골프장 회원권 매입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경제민주화시민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호진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이 밝힌 배임 혐의 금액은 1011억원이었다.

이호진 전 회장의 특사 명단 포함 가능성이 제기된 시점부터 시민단체들의 반대 목소리는 한층 더 커졌다. 실제로 광복절 특별사면 심사위원회를 앞둔 지난 9일 금융정의연대, 민주노총, 태광그룹혁신연대,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등 5개 사회단체는 이 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복권을 반대한다며 공동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원칙은
어디에…

시민단체 관계자는 “특별사면이 있을 때마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재벌 총수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행태는 유전무죄와 정경유착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며 “의혹과 논란이 끊이지 않던 이호진 전 회장을 굳이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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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