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촌 골판지 침대 등 '엉망진창' 2020 도쿄올림픽의 민낯

당최 즐겁지 않은 지구촌 축제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2020 도쿄올림픽이 현재 다른 이유로 뜨겁다. 각종 스캔들로 오명을 뒤집어썼기 때문이다. 여러 허점들도 발견되면서 벌써부터 ‘실패한 올림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쿄가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을 때만 해도 일본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올림픽을 통해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피해를 극복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서다. 그러나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로 올림픽이 1년가량 지연됐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일본은 올림픽을 강행했다. 

기대감
우려로

일본은 2013년 스페인, 터키와 함께 스포츠어코드에서 홍보 프레젠테이션을 열고 개최지로 선정받기 위해 열띤 유치전을 벌였다. 일본은 안정감을 주는 경제·치안 상황과 경기장 등 탄탄한 사회 인프라 시설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재앙 회복’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2011년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 등을 극복하는 모습을 집중 부각시키며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 결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마지막 투표에서 도쿄를 최종 개최지로 결정했다.

도쿄는 1964년 제18회 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로 올림픽을 개최하게 됐다. 


이번 유치전에서 도쿄는 유력한 개최 도시 후보로 꼽혔지만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 사건이라는 악재에 고전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가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전 세계가 후쿠시마 사고 때문에 걱정하지만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며 IOC 위원들의 표심을 붙잡았다.

이로써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아시아 최초 하계올림픽을 2회 이상 유치한 도시가 됐다.

도쿄가 가진 경제·치안의 안정감, 그리고 올림픽을 통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고통받은 자국의 부흥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가 통한 셈이다. 그러나 기대감은 이내 우려로 바뀌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도쿄올림픽의 취소 가능성까지 언급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올림픽을 취소할 경우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오랜 기간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일본으로서는 올림픽을 반드시 치러야 했다.

이번엔 당초 계획했던 대로 ‘부흥 올림픽’의 기치를 내걸고 일본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내세우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리어 1년 연기와 무관중 개최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는 데다, 올림픽으로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준비 꽝 진행 꽝’ 역대 최악의 대회
툭하면 문제 발생…곳곳 허점투성이

일본은 올림픽 개최를 통해 기대했던 직간접적 경제효과를 바랄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오히려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만이 기다리고 있는 현실이다. 도쿄올림픽은 1년 연기 비용을 포함해 올림픽 역사상 최대인 약 17조5560억원이 투입됐다.


특히 올해는 대지진 발생 후 10년이 되는 해다. 그런 의미에서 도쿄올림픽이 일본 국민들에게 재건이라는 상징성을 가진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는 약 25조원 규모의 경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나마 ‘올림픽 완전 취소(경제적 손실 약 46조8031억원 예상)’ 대신 차선책인 ‘무관중 개최’ 카드를 꺼낸 덕분에 손실 규모가 줄었다.

2021년에 개최됐지만 2020이라는 숫자를 유지하는 이유도 ‘경제적인 손해’를 줄이기 위함이다. 일본은 지난해 메달, 기념품, 로고 등의 제작이 끝난 상태였다. 일본올림픽위원회(JOC)는 “대회 이름 등을 바꿀 경우 추가적인 비용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끝난 유로 2020도 도쿄올림픽과 마찬가지로 1년 연기됐지만 ‘2020’을 그대로 사용했다. IOC와 일본 정부는 지난해 3월 도쿄올림픽 1년 연기를 공식 발표하며 대회 이름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그러나 일본의 막대한 손해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선택한 강행은 ‘무리수’였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사태를 발령했지만 확산세도 여전하다. 대회 개막 전부터 수십명의 올림픽 관계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축구선수들을 비롯해 다른 선수들도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가 늘었다. 곳곳에서 방역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호텔에 머무는 올림픽 관계자들은 매일 아침 건강관리 앱을 켜 체온과 건강 상태를 입력하고 자가 진단 키트로 셀프 검사도 해야 한다. 

수준 미달 
막대한 손실

그러나 앱 사용을 두고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다. 사용자가 GPS 정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 관계자들은 정부가 대비책으로 마련한 15분 외출 규칙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15분 외출이 몇 번이고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일본의 마스크 착용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19 방지에 시간제한을 적용하는 게 소용없다는 것이다. 

방역 허점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일본 내각관방 관계자는 “15분 외출 규칙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와 JOC가 함께 기획한 ‘버블 방역 시스템’의 구멍을 뒤늦게 인정한 셈이다.

코로나19 확산세로 각국 정상들도 도쿄올림픽 개막식 불참을 선언했다.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정상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일하다. 이는 파리 올림픽을 염두에 둔 행동으로 읽힌다.

각국 정상들의 대리인 참석도 30여개 나라에 그쳤다. 외교전이라고 표현되는 올림픽 개막식에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다. 


일본은 그동안 올림픽을 이용한 정치적 행보도 서슴지 않았다. 스가 총리는 국가 위신을 세우기 위해 올림픽이 중요함을 강조해왔다.

스가 총리는 올림픽 중지 여부를 결정할 때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이번 도쿄올림픽을 통해 장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림픽을 통해 동일본 대지진·원전 사고를 극복했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활용할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셈이다.

만약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쿄올림픽을 중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린다면, 국가의 위신은 추락하고 스가 총리는 위기 대응에 실패한 정치가로서 재임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일본에서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29.3%로 하락했다. 올림픽 개최를 통해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하려던 스가 총리의 당초 의도와는 정반대로 취임 1년 만에 위기에 직면했다. 일각에서는 스가 총리가 ‘단명 총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안하고
위태롭고

JOC도 올림픽이 개막하기 전 위기를 맞았다. 올림픽 개막을 5개월 앞두고 모리 요시로 JOC 전 회장의 발언도 문제됐다. 문제된 발언은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다. 해당 발언이 논란되자 일본 여론은 모리 전 회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외 언론을 통해 모리 전 회장의 발언이 보도되자, 모리 전 회장은 결국 사임했다. 사퇴 당시도 모리 전 회장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가와부치 사부로 전 일본축구협회장에게 회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드러나서다. 그러나 총리 관정의 반대로 사부로 전 협회장의 취임은 무산됐다. 

JOC는 급하게 후임 선정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모리 전 회장을 이어 취임한 인물은 여성 인사인 하시모토 세이코다.

JOC 자체적으로 성 차별로 실추된 이미지를 여성 회장 선출을 통해 쇄신하려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하시모토 회장도 ‘성 스캔들’에 휘말리며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는 당시 연맹 회장이었던 지위를 이용해 성추행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두고 JOC가 이미지 쇄신에만 급급해 성추행 전력을 지닌 회장을 선출했다는 점에서 악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음악 감독의 과거 학교폭력 문제도 발생했다. 개막식 음악 감독을 맡은 오야마다 케이고 감독이 장애를 앓고 있는 친구를 학대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재조명됐다.

오야마다 감독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친구를 뜀틀 속에 가두고, 배설물을 먹이는 등 학대 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개막을 4일 앞두고 스스로 물러났다. 각종 시설도 논란을 부추겼다. 참가 선수들은 골판지 침대의 안전성 등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저주받은 올림픽’ 오명
기업들도 잇단 불참 통보

일본은 환경을 고려하겠다며 골판지 침대를 제작했다. 해당 침대는 폭 0.9m, 길이 2.1m로 최대 200㎏까지 하중을 견딜 수 있다는 게 일본 측의 설명이다. 

침대가 튼튼하다고 자신감을 보인 반면 일부 선수들에게는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미국의 한 선수는 “누군가 내 침대에 소변을 보면 박스가 젖어 침대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비꼬았다.

골판지 침대가 선수들의 성관계를 막기 위해 제작했다는 말도 있다. 미국 언론은 골판지 침대를 두고 ‘안티 섹스 침대’라고 표현했다. 

또 골판지 침대와 관련한 정경유착 의혹도 있다. 국가사업에 쓰인 골판지 제품들이 아베 전 총리의 친형 회사에서 납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아베 전 총리의 친형은 2012년부터 지난 5월까지 미쓰비시그룹 계열사 미쓰비시상사 패키징 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도쿄올림픽이 ‘골판지올림픽’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방사능 문제도 해결된 사안이 아니다. 소프트볼의 개최지는 후쿠시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 때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났던 곳이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후쿠시마현 참사를 잘 극복했음을 만방에 알리고자 한다. 하지만 여전히 방사능 노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가득하다.

일본 대기업들의 올림픽 마케팅 불참도 마찬가지다. 파나소닉은 도쿄올림픽 광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파나소닉은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로서 IOC와 직접 계약을 맺은 기업 중에서도 최고액을 내는 후원사다. 

잇단 악수 
선수들 불만

도요타자동차도 불참을 선언했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올림픽과 관련된 TV 광고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본 내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중 개최되는 도쿄올림픽에 대한 여론 악화로 기업 이미지 하락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도쿄올림픽은 각종 스캔들과 코로나19 속에서 치러져 환영받지 못하는 올림픽이 됐다. 세계 각국의 선수단, 관계자가 모이다 보니 ‘세계인의 축제’가 자칫 코로나19의 확산 근거지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일본이 도쿄올림픽을 원활히 마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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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