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촌 골판지 침대 등 '엉망진창' 2020 도쿄올림픽의 민낯

당최 즐겁지 않은 지구촌 축제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2020 도쿄올림픽이 현재 다른 이유로 뜨겁다. 각종 스캔들로 오명을 뒤집어썼기 때문이다. 여러 허점들도 발견되면서 벌써부터 ‘실패한 올림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쿄가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을 때만 해도 일본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올림픽을 통해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피해를 극복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서다. 그러나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로 올림픽이 1년가량 지연됐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일본은 올림픽을 강행했다. 

기대감
우려로

일본은 2013년 스페인, 터키와 함께 스포츠어코드에서 홍보 프레젠테이션을 열고 개최지로 선정받기 위해 열띤 유치전을 벌였다. 일본은 안정감을 주는 경제·치안 상황과 경기장 등 탄탄한 사회 인프라 시설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재앙 회복’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2011년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 등을 극복하는 모습을 집중 부각시키며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 결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마지막 투표에서 도쿄를 최종 개최지로 결정했다.

도쿄는 1964년 제18회 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로 올림픽을 개최하게 됐다. 

이번 유치전에서 도쿄는 유력한 개최 도시 후보로 꼽혔지만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 사건이라는 악재에 고전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가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전 세계가 후쿠시마 사고 때문에 걱정하지만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며 IOC 위원들의 표심을 붙잡았다.

이로써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아시아 최초 하계올림픽을 2회 이상 유치한 도시가 됐다.

도쿄가 가진 경제·치안의 안정감, 그리고 올림픽을 통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고통받은 자국의 부흥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가 통한 셈이다. 그러나 기대감은 이내 우려로 바뀌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도쿄올림픽의 취소 가능성까지 언급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올림픽을 취소할 경우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오랜 기간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일본으로서는 올림픽을 반드시 치러야 했다.

이번엔 당초 계획했던 대로 ‘부흥 올림픽’의 기치를 내걸고 일본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내세우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리어 1년 연기와 무관중 개최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는 데다, 올림픽으로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준비 꽝 진행 꽝’ 역대 최악의 대회
툭하면 문제 발생…곳곳 허점투성이

일본은 올림픽 개최를 통해 기대했던 직간접적 경제효과를 바랄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오히려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만이 기다리고 있는 현실이다. 도쿄올림픽은 1년 연기 비용을 포함해 올림픽 역사상 최대인 약 17조5560억원이 투입됐다.

특히 올해는 대지진 발생 후 10년이 되는 해다. 그런 의미에서 도쿄올림픽이 일본 국민들에게 재건이라는 상징성을 가진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는 약 25조원 규모의 경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나마 ‘올림픽 완전 취소(경제적 손실 약 46조8031억원 예상)’ 대신 차선책인 ‘무관중 개최’ 카드를 꺼낸 덕분에 손실 규모가 줄었다.

2021년에 개최됐지만 2020이라는 숫자를 유지하는 이유도 ‘경제적인 손해’를 줄이기 위함이다. 일본은 지난해 메달, 기념품, 로고 등의 제작이 끝난 상태였다. 일본올림픽위원회(JOC)는 “대회 이름 등을 바꿀 경우 추가적인 비용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끝난 유로 2020도 도쿄올림픽과 마찬가지로 1년 연기됐지만 ‘2020’을 그대로 사용했다. IOC와 일본 정부는 지난해 3월 도쿄올림픽 1년 연기를 공식 발표하며 대회 이름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그러나 일본의 막대한 손해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선택한 강행은 ‘무리수’였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사태를 발령했지만 확산세도 여전하다. 대회 개막 전부터 수십명의 올림픽 관계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축구선수들을 비롯해 다른 선수들도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가 늘었다. 곳곳에서 방역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호텔에 머무는 올림픽 관계자들은 매일 아침 건강관리 앱을 켜 체온과 건강 상태를 입력하고 자가 진단 키트로 셀프 검사도 해야 한다. 

수준 미달 
막대한 손실

그러나 앱 사용을 두고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다. 사용자가 GPS 정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 관계자들은 정부가 대비책으로 마련한 15분 외출 규칙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15분 외출이 몇 번이고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일본의 마스크 착용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19 방지에 시간제한을 적용하는 게 소용없다는 것이다. 

방역 허점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일본 내각관방 관계자는 “15분 외출 규칙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와 JOC가 함께 기획한 ‘버블 방역 시스템’의 구멍을 뒤늦게 인정한 셈이다.

코로나19 확산세로 각국 정상들도 도쿄올림픽 개막식 불참을 선언했다.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정상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일하다. 이는 파리 올림픽을 염두에 둔 행동으로 읽힌다.

각국 정상들의 대리인 참석도 30여개 나라에 그쳤다. 외교전이라고 표현되는 올림픽 개막식에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다. 

일본은 그동안 올림픽을 이용한 정치적 행보도 서슴지 않았다. 스가 총리는 국가 위신을 세우기 위해 올림픽이 중요함을 강조해왔다.

스가 총리는 올림픽 중지 여부를 결정할 때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이번 도쿄올림픽을 통해 장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림픽을 통해 동일본 대지진·원전 사고를 극복했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활용할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셈이다.

만약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쿄올림픽을 중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린다면, 국가의 위신은 추락하고 스가 총리는 위기 대응에 실패한 정치가로서 재임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일본에서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29.3%로 하락했다. 올림픽 개최를 통해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하려던 스가 총리의 당초 의도와는 정반대로 취임 1년 만에 위기에 직면했다. 일각에서는 스가 총리가 ‘단명 총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안하고
위태롭고

JOC도 올림픽이 개막하기 전 위기를 맞았다. 올림픽 개막을 5개월 앞두고 모리 요시로 JOC 전 회장의 발언도 문제됐다. 문제된 발언은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다. 해당 발언이 논란되자 일본 여론은 모리 전 회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외 언론을 통해 모리 전 회장의 발언이 보도되자, 모리 전 회장은 결국 사임했다. 사퇴 당시도 모리 전 회장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가와부치 사부로 전 일본축구협회장에게 회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드러나서다. 그러나 총리 관정의 반대로 사부로 전 협회장의 취임은 무산됐다. 

JOC는 급하게 후임 선정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모리 전 회장을 이어 취임한 인물은 여성 인사인 하시모토 세이코다.

JOC 자체적으로 성 차별로 실추된 이미지를 여성 회장 선출을 통해 쇄신하려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하시모토 회장도 ‘성 스캔들’에 휘말리며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는 당시 연맹 회장이었던 지위를 이용해 성추행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두고 JOC가 이미지 쇄신에만 급급해 성추행 전력을 지닌 회장을 선출했다는 점에서 악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음악 감독의 과거 학교폭력 문제도 발생했다. 개막식 음악 감독을 맡은 오야마다 케이고 감독이 장애를 앓고 있는 친구를 학대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재조명됐다.

오야마다 감독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친구를 뜀틀 속에 가두고, 배설물을 먹이는 등 학대 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개막을 4일 앞두고 스스로 물러났다. 각종 시설도 논란을 부추겼다. 참가 선수들은 골판지 침대의 안전성 등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저주받은 올림픽’ 오명
기업들도 잇단 불참 통보

일본은 환경을 고려하겠다며 골판지 침대를 제작했다. 해당 침대는 폭 0.9m, 길이 2.1m로 최대 200㎏까지 하중을 견딜 수 있다는 게 일본 측의 설명이다. 

침대가 튼튼하다고 자신감을 보인 반면 일부 선수들에게는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미국의 한 선수는 “누군가 내 침대에 소변을 보면 박스가 젖어 침대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비꼬았다.

골판지 침대가 선수들의 성관계를 막기 위해 제작했다는 말도 있다. 미국 언론은 골판지 침대를 두고 ‘안티 섹스 침대’라고 표현했다. 

또 골판지 침대와 관련한 정경유착 의혹도 있다. 국가사업에 쓰인 골판지 제품들이 아베 전 총리의 친형 회사에서 납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아베 전 총리의 친형은 2012년부터 지난 5월까지 미쓰비시그룹 계열사 미쓰비시상사 패키징 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도쿄올림픽이 ‘골판지올림픽’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방사능 문제도 해결된 사안이 아니다. 소프트볼의 개최지는 후쿠시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 때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났던 곳이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후쿠시마현 참사를 잘 극복했음을 만방에 알리고자 한다. 하지만 여전히 방사능 노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가득하다.

일본 대기업들의 올림픽 마케팅 불참도 마찬가지다. 파나소닉은 도쿄올림픽 광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파나소닉은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로서 IOC와 직접 계약을 맺은 기업 중에서도 최고액을 내는 후원사다. 

잇단 악수 
선수들 불만

도요타자동차도 불참을 선언했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올림픽과 관련된 TV 광고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본 내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중 개최되는 도쿄올림픽에 대한 여론 악화로 기업 이미지 하락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도쿄올림픽은 각종 스캔들과 코로나19 속에서 치러져 환영받지 못하는 올림픽이 됐다. 세계 각국의 선수단, 관계자가 모이다 보니 ‘세계인의 축제’가 자칫 코로나19의 확산 근거지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일본이 도쿄올림픽을 원활히 마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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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