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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26일 00시01분

스포츠일반

선수촌 골판지 침대 등 '엉망진창' 2020 도쿄올림픽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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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최 즐겁지 않은 지구촌 축제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2020 도쿄올림픽이 현재 다른 이유로 뜨겁다. 각종 스캔들로 오명을 뒤집어썼기 때문이다. 여러 허점들도 발견되면서 벌써부터 ‘실패한 올림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쿄가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을 때만 해도 일본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올림픽을 통해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피해를 극복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서다. 그러나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로 올림픽이 1년가량 지연됐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일본은 올림픽을 강행했다. 

기대감
우려로

일본은 2013년 스페인, 터키와 함께 스포츠어코드에서 홍보 프레젠테이션을 열고 개최지로 선정받기 위해 열띤 유치전을 벌였다. 일본은 안정감을 주는 경제·치안 상황과 경기장 등 탄탄한 사회 인프라 시설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재앙 회복’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2011년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 등을 극복하는 모습을 집중 부각시키며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 결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마지막 투표에서 도쿄를 최종 개최지로 결정했다.

도쿄는 1964년 제18회 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로 올림픽을 개최하게 됐다. 

이번 유치전에서 도쿄는 유력한 개최 도시 후보로 꼽혔지만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 사건이라는 악재에 고전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가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전 세계가 후쿠시마 사고 때문에 걱정하지만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며 IOC 위원들의 표심을 붙잡았다.

이로써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아시아 최초 하계올림픽을 2회 이상 유치한 도시가 됐다.

도쿄가 가진 경제·치안의 안정감, 그리고 올림픽을 통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고통받은 자국의 부흥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가 통한 셈이다. 그러나 기대감은 이내 우려로 바뀌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도쿄올림픽의 취소 가능성까지 언급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올림픽을 취소할 경우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오랜 기간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일본으로서는 올림픽을 반드시 치러야 했다.

이번엔 당초 계획했던 대로 ‘부흥 올림픽’의 기치를 내걸고 일본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내세우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리어 1년 연기와 무관중 개최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는 데다, 올림픽으로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준비 꽝 진행 꽝’ 역대 최악의 대회
툭하면 문제 발생…곳곳 허점투성이

일본은 올림픽 개최를 통해 기대했던 직간접적 경제효과를 바랄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오히려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만이 기다리고 있는 현실이다. 도쿄올림픽은 1년 연기 비용을 포함해 올림픽 역사상 최대인 약 17조5560억원이 투입됐다.

특히 올해는 대지진 발생 후 10년이 되는 해다. 그런 의미에서 도쿄올림픽이 일본 국민들에게 재건이라는 상징성을 가진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는 약 25조원 규모의 경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나마 ‘올림픽 완전 취소(경제적 손실 약 46조8031억원 예상)’ 대신 차선책인 ‘무관중 개최’ 카드를 꺼낸 덕분에 손실 규모가 줄었다.

2021년에 개최됐지만 2020이라는 숫자를 유지하는 이유도 ‘경제적인 손해’를 줄이기 위함이다. 일본은 지난해 메달, 기념품, 로고 등의 제작이 끝난 상태였다. 일본올림픽위원회(JOC)는 “대회 이름 등을 바꿀 경우 추가적인 비용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끝난 유로 2020도 도쿄올림픽과 마찬가지로 1년 연기됐지만 ‘2020’을 그대로 사용했다. IOC와 일본 정부는 지난해 3월 도쿄올림픽 1년 연기를 공식 발표하며 대회 이름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그러나 일본의 막대한 손해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선택한 강행은 ‘무리수’였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사태를 발령했지만 확산세도 여전하다. 대회 개막 전부터 수십명의 올림픽 관계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축구선수들을 비롯해 다른 선수들도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가 늘었다. 곳곳에서 방역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호텔에 머무는 올림픽 관계자들은 매일 아침 건강관리 앱을 켜 체온과 건강 상태를 입력하고 자가 진단 키트로 셀프 검사도 해야 한다. 

수준 미달 
막대한 손실

그러나 앱 사용을 두고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다. 사용자가 GPS 정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 관계자들은 정부가 대비책으로 마련한 15분 외출 규칙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15분 외출이 몇 번이고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일본의 마스크 착용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19 방지에 시간제한을 적용하는 게 소용없다는 것이다. 

방역 허점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일본 내각관방 관계자는 “15분 외출 규칙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와 JOC가 함께 기획한 ‘버블 방역 시스템’의 구멍을 뒤늦게 인정한 셈이다.

코로나19 확산세로 각국 정상들도 도쿄올림픽 개막식 불참을 선언했다.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정상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일하다. 이는 파리 올림픽을 염두에 둔 행동으로 읽힌다.

각국 정상들의 대리인 참석도 30여개 나라에 그쳤다. 외교전이라고 표현되는 올림픽 개막식에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다. 

일본은 그동안 올림픽을 이용한 정치적 행보도 서슴지 않았다. 스가 총리는 국가 위신을 세우기 위해 올림픽이 중요함을 강조해왔다.

스가 총리는 올림픽 중지 여부를 결정할 때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이번 도쿄올림픽을 통해 장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림픽을 통해 동일본 대지진·원전 사고를 극복했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활용할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셈이다.

만약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쿄올림픽을 중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린다면, 국가의 위신은 추락하고 스가 총리는 위기 대응에 실패한 정치가로서 재임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일본에서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29.3%로 하락했다. 올림픽 개최를 통해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하려던 스가 총리의 당초 의도와는 정반대로 취임 1년 만에 위기에 직면했다. 일각에서는 스가 총리가 ‘단명 총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안하고
위태롭고

JOC도 올림픽이 개막하기 전 위기를 맞았다. 올림픽 개막을 5개월 앞두고 모리 요시로 JOC 전 회장의 발언도 문제됐다. 문제된 발언은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다. 해당 발언이 논란되자 일본 여론은 모리 전 회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외 언론을 통해 모리 전 회장의 발언이 보도되자, 모리 전 회장은 결국 사임했다. 사퇴 당시도 모리 전 회장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가와부치 사부로 전 일본축구협회장에게 회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드러나서다. 그러나 총리 관정의 반대로 사부로 전 협회장의 취임은 무산됐다. 

JOC는 급하게 후임 선정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모리 전 회장을 이어 취임한 인물은 여성 인사인 하시모토 세이코다.

JOC 자체적으로 성 차별로 실추된 이미지를 여성 회장 선출을 통해 쇄신하려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하시모토 회장도 ‘성 스캔들’에 휘말리며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는 당시 연맹 회장이었던 지위를 이용해 성추행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두고 JOC가 이미지 쇄신에만 급급해 성추행 전력을 지닌 회장을 선출했다는 점에서 악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음악 감독의 과거 학교폭력 문제도 발생했다. 개막식 음악 감독을 맡은 오야마다 케이고 감독이 장애를 앓고 있는 친구를 학대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재조명됐다.

오야마다 감독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친구를 뜀틀 속에 가두고, 배설물을 먹이는 등 학대 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개막을 4일 앞두고 스스로 물러났다. 각종 시설도 논란을 부추겼다. 참가 선수들은 골판지 침대의 안전성 등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저주받은 올림픽’ 오명
기업들도 잇단 불참 통보

일본은 환경을 고려하겠다며 골판지 침대를 제작했다. 해당 침대는 폭 0.9m, 길이 2.1m로 최대 200㎏까지 하중을 견딜 수 있다는 게 일본 측의 설명이다. 

침대가 튼튼하다고 자신감을 보인 반면 일부 선수들에게는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미국의 한 선수는 “누군가 내 침대에 소변을 보면 박스가 젖어 침대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비꼬았다.

골판지 침대가 선수들의 성관계를 막기 위해 제작했다는 말도 있다. 미국 언론은 골판지 침대를 두고 ‘안티 섹스 침대’라고 표현했다. 

또 골판지 침대와 관련한 정경유착 의혹도 있다. 국가사업에 쓰인 골판지 제품들이 아베 전 총리의 친형 회사에서 납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아베 전 총리의 친형은 2012년부터 지난 5월까지 미쓰비시그룹 계열사 미쓰비시상사 패키징 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도쿄올림픽이 ‘골판지올림픽’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방사능 문제도 해결된 사안이 아니다. 소프트볼의 개최지는 후쿠시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 때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났던 곳이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후쿠시마현 참사를 잘 극복했음을 만방에 알리고자 한다. 하지만 여전히 방사능 노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가득하다.

일본 대기업들의 올림픽 마케팅 불참도 마찬가지다. 파나소닉은 도쿄올림픽 광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파나소닉은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로서 IOC와 직접 계약을 맺은 기업 중에서도 최고액을 내는 후원사다. 

잇단 악수 
선수들 불만

도요타자동차도 불참을 선언했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올림픽과 관련된 TV 광고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본 내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중 개최되는 도쿄올림픽에 대한 여론 악화로 기업 이미지 하락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도쿄올림픽은 각종 스캔들과 코로나19 속에서 치러져 환영받지 못하는 올림픽이 됐다. 세계 각국의 선수단, 관계자가 모이다 보니 ‘세계인의 축제’가 자칫 코로나19의 확산 근거지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일본이 도쿄올림픽을 원활히 마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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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정권교체에 대한 여론은 정권 재창출에 대한 여론보다 높다. 그러나, 여당의 이재명 대선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지고 있진 않은 모양새다. 야권 대선후보가 여러 명이기 때문이다.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은 야권 대선후보를 하나로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대선후보들은 구체적인 단일화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선 전 단일화는 철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요 화두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대선후보들은 그동안 후보 단일화를 첫 번째 승리 조건으로 여기곤 했다. 2022년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식 대선후보 등록이 시작도 되기 전에 야권에서는 벌써부터 단일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힘의 내홍 논란을 딛고 약진을 이어간 후부터다. 좁혀진 차이 자존심 싸움 합친다고 무조건 당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야권 대선후보들은 단일화에 유독 집착한다. 1987년 대선에서 단일화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난 탓이다. 1987년에 제6차 국민투표로 대통령 5년 단임제가 확정된 후, ‘양김’의 김영삼·김대중 후보는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여권 대선후보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이기려면 야권 대선후보가 한 명이어야만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후보는 본인의 승리를 장담했다. 민주화에 대한 국민들의 강한 열망을 두 눈으로 확인한 후보들은 그 표가 다 본인에게 올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 김대중 후보는 ‘사자필승론’을 주장하며 다자구도가 오히려 본인에게 유리할 것이라 생각했다. 김대중 후보는 지역 표심을 중심으로 대선판을 그렸다. 그는 노태우·김영삼이 영남 표를 나눠 받고, 김종필이 충청 표를, 그리고 본인이 호남 표를 독식해 당선된다는 계산을 했다. 하지만 야권 단일화는 실패했고, 최종 대선에 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 모든 후보가 출마했다. 김 후보가 그렸던 대선 판세와는 달리, 실제 대선에선 지역색보다는 정치색이 후보들의 희비를 갈랐다. 보수 지지자들의 표는 한 명의 여당 후보에게 결집된 반면, 진보 지지자들의 표가 두 명의 야당 후보에게 분열된 것이다. 결국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으로 최종 당선됐다. 이때의 이변을 대한민국 역대 대선후보들은 잊지 않았다.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의 역사가 이후로 끊임없이 쓰여졌다. 1997년엔 김대중·김종필 후보가, 2002년엔 노무현·정몽준 후보가(정 후보 후에 지지 철회), 2012년에는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했다. 김대중 후보와 노무현 후보는 단일화 후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2012년 문재인 후보는 낙선했다. 사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입장에서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썩 반가운 주제는 아니다. 단일화설이 나온다는 의미는 두 후보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좁혀졌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후보 간의 지지율 추이는 과거에 비해 많이 좁혀졌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만해도 윤 후보는 야권의 압도적인 차기 대통령 감이었다. 지난해 5, 6월에 실시된 대통령 적합도 관련 모든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지금의 대선후보들을 크게 따돌리며 단독 질주했다. 지지율 급상승…선두권 합류 한계 ‘혼자는 어려워’ 어느 쪽 선택할까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리 의혹이 있는 정치계 인물 모두를 기소하는 강골 검사로 이름을 알렸던 윤 후보는 국민들에게 ‘공정과 정의’라는 기치로 큰 인기를 누렸다. 검찰총장 임기 시절 막바지에는 문재인 대통령,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과 대립각을 세우며 인기는 배가 됐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청와대 인사인 조국 전 민정수석의 비리를 조사하는 모양새는 윤 후보에게 공정하고, 정의롭다는 이미지를 강하게 주는 동시에 야권의 정치인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수개월간 이어진 ‘조국 수사 논란’은 윤 후보를 자연스레 야권의 잠룡으로 만들었다. 그런 그의 인기가 점차 사그라든 것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부터다. 공직자에서 정치인으로 직업을 한 번에 바꾼 윤 후보에게 정치인의 언행은 매우 어려운 것이었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선거운동을 이어갈 때마다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켰고, 정치부 기자들은 그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대중에게 여과 없이 전달했다.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이나 ‘부정식품이라도 먹어야 한다’는 발언 ‘개사과 논란’ 등 윤 후보는 정치인으로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여러 차례 노출하며 유권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지지율 2%였던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에게 경선 막판까지 쫓기는 초접전 양상을 허용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경선 때의 실책은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에도 이어졌다. “노동자 사망은 노동자 탓”이나 “부득이하게 국민의힘을 선택했다” “전두환을 지지하는 호남 사람들도 많다” 등의 실언을 쏟아내며 당 안팎에서 윤 후보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이 쏟아졌고, 이는 지지율 하락세로 이어졌다. 특히,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극심한 마찰을 겪을 당시에는 지지층인 ‘이대남’을 안 후보에게 내주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몇 주간 지지율 1위 자리를 허용했다. 정권교체 여론이 60%에 육박하는데도 여당의 후보에게 진다는 것은 윤 후보에게 매우 뼈아픈 지점이었다. 이는 “정권교체는 원하지만 윤 후보는 싫다”는 뜻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후보 교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왔고, 이때 안 후보와의 격차는 많이 좁혀졌다. “안 후보와 단일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크게 대두된 것도 이때다. 국민의힘? 국민의당? 요즘 야권 대선 레이스 양상은 홍 의원과의 경선 때를 떠올리게 한다. 야권 후보 중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던 윤 후보가 미미했던 지지율의 안 후보에게 추격 받고 있는 중이다. 경선 레이스와 대선 레이스의 한 가지 다른 점은 안 후보를 이긴다 해도 대선의 ‘최종 승자’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지지율을 안 후보에게 빼앗겨 야권 표가 분열되면 이 후보에게 대권을 내어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볼 때 윤 후보에게 단일화는 ‘달갑지는 않지만 꼭 해야 하는’ 숙제로 다가온다. 윤 후보에게 단일화는 자신의 지지율 하락을 인정하고, 승리를 위해서 야권의 선택지를 하나로 줄여야 하는 과정이다. 지난해만 해도, 윤 후보는 단일화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단일화에 대한 생각이 일절 없다”고 일관해왔다. ‘국힘 원팀’을 만드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서 국민의당까지 챙겨야 한다는 의견에 늘 난색을 표해온 것이다. 그러던 그가 지난 11일 “단일화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입장을 미온적으로 바꾸었다. 시험이 다가오자 숙제를 끝내는 학생처럼, 윤 후보도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 앞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압박을 서서히 받고 있는 것이다. 반면 안 후보 측의 입장은 아직도 강경하다. 본인으로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수차례 단일화를 경험한 안 후보는 그때마다 좋지 않은 기억을 쌓았다. 안 후보는 나름 큰 희생을 감수했는데, 그만한 결과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고 단일화의 기억을 회상한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그랬고, 2012년 대선 때도 그랬다. 안 좋은 기억 속에서 그는 항상 “안철수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 16일 안 후보는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안일화(안철수로 단일화)라는 말이 시중에 떠돈다고 하더라”며 “정권교체를 바라는 야권 지지자들이 어떤 후보가 더 적합한 후보인지, 더 확장성 있는 후보인지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 말했다. 이어 “내가 야권의 대표선수로 나가야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고, 국민 통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에게는 ‘중도 확장성’이라는 주요한 무기가 있다. 유권자들에게 안 후보는 보수색보다는 중도 색이 강한 후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으로부터 자유롭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는 늘 대립각을 세워왔다. 따라서 안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정권교체를 한다는 명분도 서고, 보수당을 찍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도 된다. 안 후보는 현재 대선 레이스에서 지지율이 윤 후보에게 크게 밀리고 있지만, 야권 단일화 적합도에서는 윤 후보보다 10%포인트 넘게 웃돈다. 안 후보가 말했듯이, 야권 대선후보로 가장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또 양보? 당선 포기? 반면, 윤 후보에게는 조직력이 있다. 비례대표 3석이 전부인 국민의당과는 달리 국민의힘은 국회 106석을 확보하고 있다. 전국에 지역구가 있으며 선거운동을 할 인력도 압도적으로 많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대선에서 ‘이겨왔던’ 전례가 많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배출한 경험이 있다. 민주당과 대립하며 어떻게 하면 승리할 수 있는지, 전략적으로도 경험적으로도 많은 데이터가 쌓여 있다. 또, 지지율 측면에서도 윤 후보가 안 후보보다 많이 앞서 있다.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로 올라온 안 후보지만, 국민의힘이 내홍을 끝내면서 윤 후보가 지지율을 거의 다 회복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7일 이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총회 자리에서 극적으로 화해하며 원팀 의지를 굳건히 했다. 이후 홍보전에 이 대표가 큰 힘을 실어주며 하락세를 그리던 윤 후보의 지지율은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순항이 이어지는 윤석열표 대선호가 안 후보와 단일화하는 것은 여러 모로 명분에 맞지 않는 상황이다. 정계 전문가들은 ‘윤일화’도, ‘안일화’도 아닌 ‘무일화’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있다. 양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하지 않고 끝까지 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후보 단일화를 하려면 여러 이해관계들이 맞아야 하고, 희생정신도 강해야 한다. 김대중·김종필의 이른바 ‘DJP연합’ 때처럼 말이다. 당시 김대중 후보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야권의 1위 대권주자로 달리고 있었다. 1997년 9월 <조선일보>가 공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대중 후보는 30%에 육박하는 지지율 받았고, 김종필 후보는 약 3%의 지지율을 받았다. 단순 수치만 봐도 10배가량 차이나는 것이었다. 단일화 없이도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김대중 후보였지만, 그는 김종필 후보에게 많은 부분을 양보하며 연합을 이뤄냈다. 김대중 후보가 김종필 후보 자택에 직접 찾아가 연합할 것을 제안하면서다. 현재의 안 후보처럼 아쉬울 게 없다며 갈지자 행보를 이어가던 김종필 후보는 김대중 후보를 만난 후, 연합에 동의하며 김대중정부에 들어가 일할 것을 약속했다. ‘실리냐 고집이냐’ 딜레마 완주하고 지방선거 출마? 김종필 후보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양보’ 덕분이었다. 이날 DJP연합 논의에서 김종필 후보는 내각제 개헌과 경제 부처 인사권이 보장된 ‘실세형 총리’의 자리를 약속받았다. 후에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국민의정부의 경제 관료들은 실제로 김종필 후보가 지명한 인사로 채워졌다.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대표적인 예다. 윤 후보가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성사시키려면, 안 후보에게 많은 것을 양보한 단일화를 제안해야 한다. 김대중 후보가 그랬듯, 차기 정부 인사들의 일부 인사권을 넘겨주고 힘 있는 자리를 약속하지 못한다면, ‘윤일화’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당시 김대중 후보만큼 윤 후보가 당내의 권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본인의 권력 의지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윤 후보 혼자 당내의 반대를 무릅쓰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안 후보 측 또한 김종필 후보처럼 윤 후보의 제안을 선뜻 수락하지는 않을 모양새다. ‘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대선에 참여했다’는 기존 입장이 여전히 흔들림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단일화를 하고 대선을 완주한 경험과 하지 않고 완주한 경험 모두 갖고 있다. 낙선을 하더라도 끝까지 대선을 완주해 이름값을 높인 뒤, 곧 있을 지방선거나 재보궐선거에 나가는 것도 그에게는 좋은 방법이다. 1997년 당시의 김종필 후보와는 달리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셈이다. 지지율이 높은 후보가 많은 것을 양보해서 지지율이 낮은 후보와 연합을 하는 ‘DJP연합’의 그림은 지금의 윤 후보와 안 후보가 ‘그려야 할’ 그림과 많이 닮아있지만, 맞지 않는 이해관계와 양보 의지가 없는 양 후보에게 ‘그릴 수 없는’ 그림이 돼있다. 국민의힘 이 대표는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저희의 지지층이 일시적으로 이전돼 수치가 상승한 것에 너무 고무돼 안일화 이런 말도 만드셨더라”며 “인터넷 가 보면 안일화보다는 간일화(간 보는 단일화)라는 단어가 더 뜬다”고 주장했다. “이번엔 다르다” 자신만만한 국민의힘 측의 입장과 안 후보에 대한 조롱이 섞인 발언이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이 대표는 내가 무서운 것”이라며 “정치인들은 아무런 신경 쓸 게 없으면 아예 언급하지 않는다. 위협이 될 때만 발언한다”며 맞받았다. 양측은 현재 단일화는커녕 갈등 양상으로 가기 직전이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권 단일화는? 야권이 만일 단일화에 기적적으로 성공한다면 여권도 단일화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선거에서는 같은 색의 후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진보색을 강하게 띠고 있는 정의당의 심상정 대선후보 또한 여권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이 후보는 지난해 10월 “중요한 분기점인 내년 대선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기 때문에 개혁 진영이 최대한 힘을 모아야 한다”며 “여권 대통합을 해야 한다. 심 후보 본인은 완주 의지를 표명하는데,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다. 그때 가서 우리가 함께 이길 수 있는 길을 국민이 제시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빙의 상황 속에서 상대가 단일화한다면, 개혁 진영도 뭉쳐야 한다는 게 이 후보의 의견이다. 그러나, 심 후보는 민주당과의 단일화를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는 “많은 국민이 ‘이런 대선은 본 적이 없다’며 혀를 차고 있다”며 “34년 양당 정치가 보여준 민낯의 끝판왕을 보여주고 있다고들 하신다. 그럼에도 염치없는 양당정치는 또 차악의 선택을 강요하려고 단일화에 대한 미련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지율 정체에 따른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해산과 며칠간의 칩거 후, 심 후보의 입장도 많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심 후보가 대선을 끝까지 완주해서 얻는 정치적 자산보다 단일화로 얻는 정치적 자산이 더욱 크다면, 여권의 단일화도 완전히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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