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촌 골판지 침대 등 '엉망진창' 2020 도쿄올림픽의 민낯

당최 즐겁지 않은 지구촌 축제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2020 도쿄올림픽이 현재 다른 이유로 뜨겁다. 각종 스캔들로 오명을 뒤집어썼기 때문이다. 여러 허점들도 발견되면서 벌써부터 ‘실패한 올림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쿄가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을 때만 해도 일본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올림픽을 통해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피해를 극복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서다. 그러나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로 올림픽이 1년가량 지연됐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일본은 올림픽을 강행했다. 

기대감
우려로

일본은 2013년 스페인, 터키와 함께 스포츠어코드에서 홍보 프레젠테이션을 열고 개최지로 선정받기 위해 열띤 유치전을 벌였다. 일본은 안정감을 주는 경제·치안 상황과 경기장 등 탄탄한 사회 인프라 시설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재앙 회복’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2011년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 등을 극복하는 모습을 집중 부각시키며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 결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마지막 투표에서 도쿄를 최종 개최지로 결정했다.

도쿄는 1964년 제18회 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로 올림픽을 개최하게 됐다. 


이번 유치전에서 도쿄는 유력한 개최 도시 후보로 꼽혔지만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 사건이라는 악재에 고전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가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전 세계가 후쿠시마 사고 때문에 걱정하지만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며 IOC 위원들의 표심을 붙잡았다.

이로써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아시아 최초 하계올림픽을 2회 이상 유치한 도시가 됐다.

도쿄가 가진 경제·치안의 안정감, 그리고 올림픽을 통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고통받은 자국의 부흥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가 통한 셈이다. 그러나 기대감은 이내 우려로 바뀌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도쿄올림픽의 취소 가능성까지 언급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올림픽을 취소할 경우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오랜 기간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일본으로서는 올림픽을 반드시 치러야 했다.

이번엔 당초 계획했던 대로 ‘부흥 올림픽’의 기치를 내걸고 일본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내세우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리어 1년 연기와 무관중 개최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는 데다, 올림픽으로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준비 꽝 진행 꽝’ 역대 최악의 대회
툭하면 문제 발생…곳곳 허점투성이

일본은 올림픽 개최를 통해 기대했던 직간접적 경제효과를 바랄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오히려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만이 기다리고 있는 현실이다. 도쿄올림픽은 1년 연기 비용을 포함해 올림픽 역사상 최대인 약 17조5560억원이 투입됐다.


특히 올해는 대지진 발생 후 10년이 되는 해다. 그런 의미에서 도쿄올림픽이 일본 국민들에게 재건이라는 상징성을 가진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는 약 25조원 규모의 경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나마 ‘올림픽 완전 취소(경제적 손실 약 46조8031억원 예상)’ 대신 차선책인 ‘무관중 개최’ 카드를 꺼낸 덕분에 손실 규모가 줄었다.

2021년에 개최됐지만 2020이라는 숫자를 유지하는 이유도 ‘경제적인 손해’를 줄이기 위함이다. 일본은 지난해 메달, 기념품, 로고 등의 제작이 끝난 상태였다. 일본올림픽위원회(JOC)는 “대회 이름 등을 바꿀 경우 추가적인 비용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끝난 유로 2020도 도쿄올림픽과 마찬가지로 1년 연기됐지만 ‘2020’을 그대로 사용했다. IOC와 일본 정부는 지난해 3월 도쿄올림픽 1년 연기를 공식 발표하며 대회 이름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그러나 일본의 막대한 손해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선택한 강행은 ‘무리수’였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사태를 발령했지만 확산세도 여전하다. 대회 개막 전부터 수십명의 올림픽 관계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축구선수들을 비롯해 다른 선수들도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가 늘었다. 곳곳에서 방역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호텔에 머무는 올림픽 관계자들은 매일 아침 건강관리 앱을 켜 체온과 건강 상태를 입력하고 자가 진단 키트로 셀프 검사도 해야 한다. 

수준 미달 
막대한 손실

그러나 앱 사용을 두고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다. 사용자가 GPS 정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 관계자들은 정부가 대비책으로 마련한 15분 외출 규칙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15분 외출이 몇 번이고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일본의 마스크 착용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19 방지에 시간제한을 적용하는 게 소용없다는 것이다. 

방역 허점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일본 내각관방 관계자는 “15분 외출 규칙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와 JOC가 함께 기획한 ‘버블 방역 시스템’의 구멍을 뒤늦게 인정한 셈이다.

코로나19 확산세로 각국 정상들도 도쿄올림픽 개막식 불참을 선언했다.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정상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일하다. 이는 파리 올림픽을 염두에 둔 행동으로 읽힌다.

각국 정상들의 대리인 참석도 30여개 나라에 그쳤다. 외교전이라고 표현되는 올림픽 개막식에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다. 


일본은 그동안 올림픽을 이용한 정치적 행보도 서슴지 않았다. 스가 총리는 국가 위신을 세우기 위해 올림픽이 중요함을 강조해왔다.

스가 총리는 올림픽 중지 여부를 결정할 때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이번 도쿄올림픽을 통해 장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림픽을 통해 동일본 대지진·원전 사고를 극복했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활용할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셈이다.

만약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쿄올림픽을 중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린다면, 국가의 위신은 추락하고 스가 총리는 위기 대응에 실패한 정치가로서 재임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일본에서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29.3%로 하락했다. 올림픽 개최를 통해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하려던 스가 총리의 당초 의도와는 정반대로 취임 1년 만에 위기에 직면했다. 일각에서는 스가 총리가 ‘단명 총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안하고
위태롭고

JOC도 올림픽이 개막하기 전 위기를 맞았다. 올림픽 개막을 5개월 앞두고 모리 요시로 JOC 전 회장의 발언도 문제됐다. 문제된 발언은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다. 해당 발언이 논란되자 일본 여론은 모리 전 회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외 언론을 통해 모리 전 회장의 발언이 보도되자, 모리 전 회장은 결국 사임했다. 사퇴 당시도 모리 전 회장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가와부치 사부로 전 일본축구협회장에게 회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드러나서다. 그러나 총리 관정의 반대로 사부로 전 협회장의 취임은 무산됐다. 

JOC는 급하게 후임 선정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모리 전 회장을 이어 취임한 인물은 여성 인사인 하시모토 세이코다.

JOC 자체적으로 성 차별로 실추된 이미지를 여성 회장 선출을 통해 쇄신하려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하시모토 회장도 ‘성 스캔들’에 휘말리며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는 당시 연맹 회장이었던 지위를 이용해 성추행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두고 JOC가 이미지 쇄신에만 급급해 성추행 전력을 지닌 회장을 선출했다는 점에서 악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음악 감독의 과거 학교폭력 문제도 발생했다. 개막식 음악 감독을 맡은 오야마다 케이고 감독이 장애를 앓고 있는 친구를 학대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재조명됐다.

오야마다 감독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친구를 뜀틀 속에 가두고, 배설물을 먹이는 등 학대 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개막을 4일 앞두고 스스로 물러났다. 각종 시설도 논란을 부추겼다. 참가 선수들은 골판지 침대의 안전성 등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저주받은 올림픽’ 오명
기업들도 잇단 불참 통보

일본은 환경을 고려하겠다며 골판지 침대를 제작했다. 해당 침대는 폭 0.9m, 길이 2.1m로 최대 200㎏까지 하중을 견딜 수 있다는 게 일본 측의 설명이다. 

침대가 튼튼하다고 자신감을 보인 반면 일부 선수들에게는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미국의 한 선수는 “누군가 내 침대에 소변을 보면 박스가 젖어 침대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비꼬았다.

골판지 침대가 선수들의 성관계를 막기 위해 제작했다는 말도 있다. 미국 언론은 골판지 침대를 두고 ‘안티 섹스 침대’라고 표현했다. 

또 골판지 침대와 관련한 정경유착 의혹도 있다. 국가사업에 쓰인 골판지 제품들이 아베 전 총리의 친형 회사에서 납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아베 전 총리의 친형은 2012년부터 지난 5월까지 미쓰비시그룹 계열사 미쓰비시상사 패키징 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도쿄올림픽이 ‘골판지올림픽’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방사능 문제도 해결된 사안이 아니다. 소프트볼의 개최지는 후쿠시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 때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났던 곳이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후쿠시마현 참사를 잘 극복했음을 만방에 알리고자 한다. 하지만 여전히 방사능 노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가득하다.

일본 대기업들의 올림픽 마케팅 불참도 마찬가지다. 파나소닉은 도쿄올림픽 광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파나소닉은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로서 IOC와 직접 계약을 맺은 기업 중에서도 최고액을 내는 후원사다. 

잇단 악수 
선수들 불만

도요타자동차도 불참을 선언했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올림픽과 관련된 TV 광고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본 내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중 개최되는 도쿄올림픽에 대한 여론 악화로 기업 이미지 하락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도쿄올림픽은 각종 스캔들과 코로나19 속에서 치러져 환영받지 못하는 올림픽이 됐다. 세계 각국의 선수단, 관계자가 모이다 보니 ‘세계인의 축제’가 자칫 코로나19의 확산 근거지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일본이 도쿄올림픽을 원활히 마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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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