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황선우 등 '스포테이너' 찜한 도쿄 스타들

아이돌·걸그룹 뺨치는 태극 남매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언제나 신선한 얼굴이 필요한 예능계에서 출연진 저변은 꾸준히 확대돼왔다. 코미디언이 주축이었던 예능계는 공개 코미디의 축소와 함께 개그맨 인재풀이 줄어들면서, 가수와 배우는 물론 유명 셀럽에 이어 스포츠 선수들까지 섭외했다. 최근 스포츠 예능의 전성기라 할 정도로 스포츠 선수들이 미디어에 진출했으며, 관찰 예능도 스포츠 전설의 일상을 소개한다. ‘2020 도쿄올림픽’이 한창인 요즘 예능계에서 탐낼 만한 스포츠 스타들이 쏟아지고 있다. 

스포츠 스타들을 TV에서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장르를 불문하고 여러 예능프로그램에서 얼굴을 비추고 있다. 스포츠 선수는 기본적으로 대중이 잘 알고 있고, 각종 유수의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전적이 있는 경우에는 호감도가 매우 높다. 

연예인급
펜싱 4총사

기본적으로 취재진으로부터 질문을 많이 받는 위치에 있어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이 훈련돼있으며, 때로는 예능인 못지않은 끼를 가진 이도 있다. 스포테이너의 조상 격인 강호동을 비롯해 안정환, 허재, 김동현, 현주엽, 박세리, 박찬호, 이동국, 이영표, 최용수 등 이름만 들어도 전설로 통용되는 스타들이 대중과 소통 중이다. 

스포테이너 전성시대의 시초는 JTBC <뭉쳐야 찬다>다. 안정환 감독을 중심으로 여러 종목의 스포츠 스타들을 한데 모아 전국의 축구 동호회 회원들과 승부를 벌인 이 프로그램은 수많은 스포츠 스타를 조명했다. 

축구 실력이 뛰어나면 뛰어난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또는 입담이 좋거나 아니면 슬랩스틱 코미디와 같은 장면을 만들거나, 어떤 방면으로든 출연한 선수를 재밌게 소개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호탕한 웃음에 재밌는 장면을 워낙 많이 만들어낸 허재가 예능계를 흔드는 방송인으로 급부상했다.


이 외에도 김병현, 여홍철, 이형택, 윤동식, 김요한, 이대훈 등 비교적 덜 알려진 스포츠 선수들도 대중에 인식되는 기회가 됐다.

<뭉쳐야 찬다>의 출연진은 각종 프로그램으로 뻗어나갔다. 관찰 예능이나 토크쇼, 또는 유튜브 채널에서도 이들의 출연을 원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검증된 만큼 주요 대회에서의 해설위원도 도맡았다.

다른 채널도 곧바로 반응했다. E채널에서는 여성 스포츠 스타를 중심으로 한 <노는 언니>를 론칭했다. 박세리를 주축으로 한유미와 남현희, 곽민정, 정유인이 고정패널로 나와 매주 게임을 벌였다. 다소 웃음기 섞인 게임이었음에도, 스포츠 선수 특유의 승부욕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울러 여성 선수가 겪은 고충을 털어내는 대화도 진솔함이 있었다. <노는 언니>에서 박세리를 제외한 모두가 ‘2020 도쿄올림픽’의 해설위원으로 함께하고 있다. 

이어 여자 축구를 전면으로 내세운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을 비롯해 OTT 웨이브와 MBC에서 방영되는 야구 예능 <마녀들>도 있다. <골 때리는 그녀들>은 엄청난 인기를 끌며 화제성을 높이고 있고, <마녀들> 역시 준수한 관심을 받고 있다. 

스포츠 스타들은 MBC <라디오스타>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 tvN <유퀴즈 온더 블록> 등 토크쇼를 비롯해 MBC <나 혼자 산다> <안 싸우면 다행이야> TV조선 <와카남> JTBC <해방타운> 등 관찰 예능에도 자주 얼굴을 비춘다. 

인기 스포츠 스타들의 ‘인생 2모작’으로 예능만한 먹거리가 없다. 새로운 인재가 필요한 예능계에서도 호감도와 끼 많은 선수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두 집단의 니즈가 시너지를 일으키는 중이다. 


예능계 픽한 올림픽 선수 누가 있을까?
김제덕·신유빈·황선우 화려한 10대들

그런 가운데 현재 2020 도쿄올림픽이 진행 중이다. 인물도 훤칠할뿐더러 다양한 서사를 가진 스포츠 선수가 적지 않다. 메달을 딴 선수가 화제를 모으는 건 자연스러운데, 꼭 메달을 따지 않더라도 시청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 경우에도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토크쇼나 관찰예능, 버라이어티 제작진이 원할만한 선수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핫한 관심을 받는 선수는 남자 양궁의 김제덕이다. 그는 혼성팀과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며 2관왕에 올랐다. 김제덕은 역대 한국 양궁 역사상 독보적으로 시끄러운 캐릭터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 

찰나의 순간, 매우 강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양궁은 어떤 경기를 막론하고 정적이며 조용한데, 그 고요를 사정없이 깨는 게 김제덕이다. ‘코리아 팀 파이팅’ ‘김우진 파이팅’ ‘오진혁 파이팅’을 활을 쏠 때마다 외친다. 덕분에 ‘파이팅좌’라는 별명도 생겼다.

특히 1981년생인 오진혁은 김제덕보다 무려 23살이나 많은 형이다. 아버지뻘에 가까운 동료 이름을 마구 외치는 장면은 유교문화에 익숙한 한국 내에서, 그리고 더욱 보수적인 스포츠계에서는 파격에 가깝다. 

외국 선수들 사이에서 김제덕의 파이팅을 불편해한다는 볼멘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9점과 10점만 쏘는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줄 뿐 아니라 파이팅 자체가 자연스러워 국내 팬들에게는 인기 만점이다. 

누가 봐도 끼가 넘치는 그는 토크쇼나 버라이어티에서 맹활약할 인재로 보인다. 어느 곳에 가도 재밌는 그림을 그려내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감돈다. 

아쉽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해 현역 선수임에도 도쿄올림픽 해설을 맡은 장혜진 MBC 양궁 해설위원은 선수들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선수 시절부터 뛰어난 미모로 뭇 남성들의 마음을 훔친 그는 솔직하면서도 시원시원한 해설로 눈길을 끈다. 

특히 환하게 웃는 모습이 담긴 사진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남자 양궁 단체전 중 “선수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곳에 오지 않았습니까”라는 말에 “그래서 제가 여기 있지 않습니까”라는 자학성 멘트는 그의 순발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파이팅좌’
‘할수있다좌’

2016 리우 올림픽의 2관왕이자, 2014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금메달 리스트인 그이기에, 위트가 더욱 세련되게 전달됐다.

이외에도 “입이 바짝 마르기 때문에 삼겹살을 먹어야 한다”는 멘트 역시 유쾌하면서 예능감이 좋다는 평가다. 정적인 양궁 경기장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텐션도 방송에 적합하며, 메달의 색이 바뀌는 결정적인 순간 떨리는 모습을 감추지 못하는 장면은 매우 귀엽다.


장 위원의 멘트만을 모은 유튜브 영상에는 13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는 등 그의 매력에 대중이 반응하고 있다. 해설위원 중 가장 독보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인생에 사연 없는 사람 없다지만, 유도 73kg급의 한국 대표 안창림의 서사는 영화로 만들어져도 손색없다. 제일교포 3세인 안창림은 일본에서 유도를 배웠다. 워낙 뛰어난 실력으로 일본에서 귀화를 요구받았지만, 학창 시절 일본인들의 지속된 텃세로 태극마크를 달고 뛰겠다며 거부했다. 

이후 2014년 11월 한국에 온 지 아홉달 만에 국가대표 1진에 선발된 후 7년 동안 줄곧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있다.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휩쓸며 세계랭킹 1위였던 그는 2016년 리우올림픽 16강에서 의외의 절반패를 당하고 절치부심한 뒤 다시 도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32강전부터 골든스코어에 가는 등 매 경기마다 연장 승부 끝에 상대를 누르고 4강에 올랐지만, 아쉽게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끝내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하며 메달을 목에 걸었다. 

어딘가 귀여우면서도 남자다운 인상, 다부진 체격과 함께 어린 시절부터 겪어온 서사가 맞물리면서 만화 주인공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승리한 뒤 꼭 오른손 검지를 들며 미소를 짓는 모습은 영화 속 주인공을 연상케 한다.

안창림을 지켜본 팬들은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유퀴즈 온더 블록>에서 섭외해야 할 1순위라며 예능 출연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걸스데이 출신 혜리 팬으로 알려진 부분을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이 잘 공략한다면 색다른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탁구계 신동
뉴 마린보이

‘탁구 신동’ 신유빈은 올림픽 초반 양궁 못지 않게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이제 겨우 17세인 그는 과거 SBS <스타킹>과 MBC <무한도전>에 나올 정도로 탁구계 스타였다. 

2020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곧바로 실업팀에 입단해 탁구에 매진 중인 그는 “종일 탁구를 칠 수 있어서 좋다”며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음을 드러냈다.

17세인 그가 이번 올림픽 여자 단식 32강전에서 만난 룩셈부르크 니시아이난과 나이 차는 무려 41세였다. 58세인 니시아이난은 움직임을 최소화한 방식으로 신유빈을 상대했다. 경험과 관록이 풍부한 니시아이난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신유빈은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의 장기를 내보이며 4-3으로 승리했다.

비록 16강에서는 탈락했지만, 세계랭킹 77위라는 점에서 고무적인 성적이다.

BTS 뷔의 팬으로 알려진 그가 뷔의 댓글을 실시간으로 본 것에 매우 기뻤다고 한 인터뷰는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그 모습이 천진난만하고 어린아이 같아 많은 삼촌팬을 흐뭇하게 했다. “먹는 것을 가리지 않아 걱정”이라는 아버지와 탁구 조직위원의 메시지도 회자되고 있다. 카메라 앞에서 꾸밈없이 솔직한 신유빈은 어떤 예능에서도 관심갈만한 재목이다. 

박태환에 이어 ‘뉴 마린보이’로 떠오른 황선우는 남자 자유형 200m에서 6위, 자유형 100m에서는 5위를 기록했다. 서양권 선수가 유독 강세를 보이는 수영 단거리에서 보여준 그의 기록은 한국 수영계의 쾌거다. 

특히 200m에서는 150m까지 세계신기록을 기록해 시청자들을 숨 가쁘게 했다. 비록 오버페이스로 인해 마지막 50m에서 추월당했지만, 그의 파이팅 넘치는 영법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제 비록 18세인 그 역시 소탈한 말솜씨로 인터뷰를 이어나가고 있다. 엄청난 쾌거를 보인 그 역시 도쿄올림픽이 낳은 새로운 스타다. 혈기왕성한 나이인 황선우는 육체적인 활동을 자주 하는 <아는 형님>이나 <런닝맨>에 어울려 보인다.

안창림·김정환·박상영 굴곡진 인생 스토리
‘얼굴로 뽑나요?’ 선남선녀 가득 펜싱 주목

한 점을 낼 때마다 남자고 여자고 짐승같이 포효하는 펜싱은 관찰 예능이 가장 주목해야 할 스포츠다.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국내 사브르 펜싱 선수들은 물론 에페 선수들도 선남선녀다. 

혹시나 외모를 보고 선수를 선발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하나같이 잘생겼고 예쁘다.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을 본 시청자들은 “영화 <국가대표3>의 시나리오가 나왔다”는 반응이다. 

한 인물을 주목하는 관찰 예능에서 펜싱 선수들의 훤칠한 외형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아울러 펜싱 자체가 비인기 종목이라는 점에서 펜싱을 널리 알릴 기회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남자 사브르의 맏형 김정환은 은퇴를 두 번이나 번복하고도 개인전 동메달에 이어 단체전 금메달을 따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등 굴곡진 스토리를 갖고 있다. 또 ‘할수있다좌’라고 불리고 있는 에페 박상영 역시 이번 대회 개인전에선 비록 8강에서 떨어졌지만, 워낙 강인한 멘탈과 집중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일으킨다. 

야구선수 출신이자 한화 이글스 윤학길 코치의 딸인 에페 윤지수는 ‘황태자의 딸’로 불리고 있으며, 뛰어난 미모를 갖춰 많은 남성이 주목하고 있다. 아버지와도 매우 이상적인 소통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져 토크쇼에서도 제법 잘 어울린다.

또 펜싱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펜싱 여자 플뢰레에서 은메달을 딴 남현희가 <노는 언니>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터를 잘 닦아놓고 있어, 예능 진출이 비교적 손쉬워 보인다. 여자 선수인 경우 MBC <안 싸우면 다행이야>가 제격이다.

황태자의 딸
<국가대표3>

이외에도 많은 선수가 주목받고 있다. 태권도 메달리스트 장준과 이다빈, 인교돈도 주목받고 있으며, 한국 남자 축구의 이강인을 비롯해 이동경, 이동준, 원두재 등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이끄는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의 멤버들과 골프 선수들, 배드민턴의 주역들도 이번 도쿄올림픽이 낳은 스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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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