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경련 새 수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8.14 14:16:34
  • 호수 14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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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 키 잡은 ‘동전의 제왕’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제39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전경련은 오는 22일 개최하는 임시총회서 기관명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꾸고, 새 회장으로 류 회장을 추대할 것이라고 지난 7일 밝혔다. 임시총회서 추대안이 가결되면 류 회장은 2년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직을 맡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일본경제단체연합회를 모델로 삼고 다른 대기업을 모아 1962년 8월16일 창립했다. 이후 주요 민간기업체·금융기관·국책회사 등을 대상으로 회원을 확보했다. 민간종합경제단체로서 법적으로 사단법인의 지위를 갖고 있으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전경련 회관을 두고 있다.

글로벌 단체
글로벌 인맥

전경련 회장직은 2년에 한 번씩 선출 방식으로 뽑는다. 이를 위해 400명에 달하는 전경련 회원은 회장 추천 절차를 밟는다.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으로 시작해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구자경 LG그룹 회장, 최종현 SK그룹 회장,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 대체로 대기업 총수가 맡았다.

회원은 67개 제조업, 무역, 금융, 건설 등 업종별 단체와 공기업을 제외한 대표적인 대기업 436개로 구성돼있다. 전경련은 지난 5월18일 산하에 있는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 통합해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거듭나고, 기관명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꾼다는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했다. 무려 55년 만의 교체다.

전경련은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회장직에 내정한 배경으로 “글로벌 무대서의 경험, 지식, 네트워크가 탁월하다. 새롭게 태어날 한국경제인협회가 글로벌 싱크탱크이자 명실상부 글로벌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해줄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제39대 전경련 회장이 된 류 회장은 어떤 인물일까? 류 회장은 1958년 3월, 경북 안동서 고 류찬우 풍산그룹 창업주의 막내아들로 조선시대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의 13대손이다. ‘가문을 욕보이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자랐던 그는 사업을 하면서도 류성룡의 겸손함을 본받으려 했다.

일본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국제학교에 다닌 그는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다트머스대서 경영학 석사를 수료했다.

일본 유학 때 꿈은 야구선수였고 농구도 열심히 했다. 류 회장은 1982년 풍산 금속공업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은 뒤 부친인 류 창업주가 별세하자 이듬해인 2000년 풍산그룹 회장에 올랐다. 류 창업주는 원래 첫째 아들 류청씨에게 회사를 물려주려고 했으나, 류청씨가 미국서 사업에 실패한 이후 후계 구도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류 회장이 풍산서 이뤄낸 업적은 많다. 미국 정·재계와 친분이 깊어 미국통으로 평가받는 류 회장의 인맥이 프랑스로 확장되기도 했다.

“글로벌 중추 경제단체로 만들 적임자”
미국 정‧재계 친분에 프랑스 인맥까지

지난 6월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풍산을 포함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SK, LG, 한화, 대한항공, 효성 등 8개 그룹 회장단은 전날인 21일 프랑스 엘리제궁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났다. 재계 순위가 70위권 안팎인 풍산이 대통령 만남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방위산업 분야서 프랑스와의 협력 방안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유럽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방산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장이다. 실제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월평균 35만발의 탄약을 소모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의 탄약 생산량은 월 1만4000발에 불과하다.


유럽연합(EU)은 탄약 생산량을 연 100만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한국 정부와 풍산에 현지 탄약공장을 설립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면담으로 풍산이 유럽 내 생산거점 확보와 안정적 방산 수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류 회장의 마당발 인맥이 풍산의 영업에도 힘을 실어줄 것이란 기대가 높아졌다.

류 회장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인연이 각별하다. 이 인연은 류 회장 부인인 고 노신영 전 국무총리 둘째 딸 노혜경씨 덕이라는 의견이 있다. 

노 전 총리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알고 있었고, 사위인 류 회장에게 소개하면서 부시 가문과 친분을 쌓았다는 후문이다. 이런 인연으로 류 회장은 2018년 타계한 아버지 부시를 ‘대디(아빠)’라고 부를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이 같은 인맥은 그의 업적으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2009년 조지 전 미국 대통령의 최고경영자 하계 포럼 특별강연은 류 회장이 직접 주선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9년 7월31일 제주에 도착해 전경연 회장단과 만찬 회동을 한 뒤 8월1일 CEO 포럼서 특별강연을 하고, 오후에는 재계 인사들과 골프도 쳤다.

부시 전 대통령은 같은 달 3일 풍산의 초청으로 안동시를 방문했고, 풍산고등학교서 특강을 하고 병산서원과 하회마을을 돌아봤다. 

이런 인맥을 이용해서 류 회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리 정부와 미국 간 가교 역할을 했다. 역대 대통령 방미에 단골로 수행하는 경제인 중 한 사람이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도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며, 한미재계회의 7대 한국 측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재계에선 ‘동전의 제왕’으로 불리며 활발한 동전 외교를 펼치고 있다.

소탈한 성격
다양한 경험

이는 유년 시절 유학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게 도움이 됐다. 류 회장은 일본서 자랐고, 미국서 대학원을 다녔던 덕분에 영어와 일본어에 능통하다. 일년 중 절반을 미국 출장을 다닐 정도로 해외 비즈니스에 주력했다. 가족들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어서 45일 정도로 나눠 한국과 미국서 지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 전 총리가 외무부 장관과 총리를 지내서 외교 인맥이 탄탄하다. 다만 집안 인맥을 이어받더라도 본인의 노력 없이는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 류 회장이 해외 사정에 밝고 활달한 성격이다 보니 미 정·재계 인사들과 깊은 교류가 가능했던 것이다. 해외 출장에 비서를 대동하지 않고 혼자 짐을 들고 다닐 정도로 소탈한 성격”이라고 말했다.

풍산그룹은 혼맥으로 인해 정계 쪽 인사들과 인연이 깊다. 류 회장의 형인 류청씨는 198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둘째 딸 박근령씨와 결혼해 대통령 집안의 사위가 됐다. 하지만 6개월 만에 파경을 맞게 돼, 류청씨는 일찌감치 사업서 손을 떼 현재 그룹과는 교류가 없다.


이런 상황에 더해 풍산그룹은 특혜를 누리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최첨단 무기보다 재래식 무기를 기반으로 전개되면서 탄약‧포탄 수요가 세계적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EU가 우크라이나에 1년 넘게 무기 지원을 지속해 자국 방어용 탄약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우방국인 한국에 포탄을 대여해 국내 유일의 탄약·포탄 제조기업인 풍산이 수혜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5월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풍산은 올 1분기 매출 7711억원에 영업이익 590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4%, 영업이익은 19.5%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풍산이 방산 부문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종현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풍산이 기존에 주력으로 탄약을 수출하던 미국과 중동 외에 유럽 지역까지 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올해 방산 매출액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산 수익성은 내수보다 수출이 월등히 높아 이익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류 회장이지만, 구설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류 회장의 아들이 징집 대상에 속하는 나이라는 점을 들어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류 회장의 부인과 아들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풍산그룹의 지주사 격인 풍산홀딩스는 2014년 5월9일 류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8만6000주를 가족인 헬렌 노, 류성왜, 로이스 류에게 증여한다고 공시했다. 헬렌 노는 류 회장의 부인 노혜경씨며, 류성왜와 로이스 류는 그의 딸과 아들이다.


방산 부문
최대 실적

눈에 띄는 것은 노혜경씨와 류성곤씨가 미국인으로 돼있다는 점이었는데, 두 사람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이다. 반면, 류성왜씨의 국적은 대한민국으로 표시돼있었다.

물론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은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풍산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류 회장 가문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다르다. 풍산그룹은 1970년 4월부터 한국조폐공사로부터 소전(무늬 또는 글자를 새겨 넣기 직전의 동전) 생산업체로 지정되면서 우리나라, 미국, 호주 등에도 납품할 만큼 급성장했다.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방위산업에 진출해 소구경 총탄부터 포탄까지 대한민국 국군이 쓰는 탄약의 국산화를 시작했고, 지능화와 정밀화 등을 통한 첨단 탄약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국내 대표적인 방위산업체로 성장했다.

류 창업주가 ‘방위산업의 대부’로 불리는 동시에, 풍산그룹이 대표적인 방위산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외에도 류 회장은 선조 때부터 각별하게 나라를 사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류 회장은 “선조에 누가 되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류 창업주의 확고한 인생관을 면면히 이어오고 있으며, 류 창업주 역시 창업이념을 ‘사업보국(사업을 통해 나라에 보답한다)’으로 내걸었을 정도로 애국심이 남다르다.

더욱이 류 회장의 부인 노혜경씨는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차녀로, 한국의 명문가 집안이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은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무엇보다 세간에서는 류 회장의 아들인 류성곤씨의 당시 나이가 22살(1993년생)에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은 병역기피를 위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강했다.

이에 대해 풍산그룹 측은 “개인적인 사안”이라는 입장을 냈다. 풍산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국적 변경은 개인적인 판단에 의해서 이뤄진 지극히 개인적인 사안으로 (회사 입장서)특별히 언급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류 회장의 발목을 잡는 일이 또 있었다. 부산 센텀2지구 개발사업 관련 특혜 의혹을 받고 있던 풍산그룹이 과거 국방부로부터 헐값에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는 공식 문서가 공개됐다. 개발이 진행될 경우 토지보상금이 5000억원에 육박한다.

재계 순위 70위권인데 왜?
아들 군대, 국유지 논란도

2018년 10월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중당 김종훈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매매계약서와 합의서에 따르면, 1981년 당시 27만평 규모의 조병찬(현 풍산 부지) 부지였던 이 땅은 3년 거치 후 7년 균등 분할상환 조건으로 풍산이 259억원에 매각했다.

이 과정서 국유지를 비롯한 부동산, 각종 장비 및 운영자재 등의 동산, 사업권이 수의계약을 통해 풍산에 매도된 것이다. 해당 부지는 국방부가 헐값에 국유지를 매각했다는 특혜 의혹이 제기돼왔다. 방위산업 목적의 국유지인 이 땅은 풍산의 공장 부지와 건물 30여개를 제외하면 절반 이상이 개발제한에 묶여있다. 

해당 부지는 2015년 부산시와 풍산이 맺은 센텀2지구 첨단산업단지 양해각서(MOU)에 따라 현재 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어 파장을 낳고 있다. 이날 공개된 매매계약서 8조7항에는 매매계약 이후 지정된 군수산업 목적을 폐기했을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특약사항도 있었지만 1999년 4월9일 이유 없이 삭제됐다.

일각서 “방산기업인 풍산그룹이 기업 특성상 국방부와 밀착한 관계를 맺고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고 꼬집는 이유도 이 부분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을 대기업서 중견기업으로까지 확대하면서, 풍산그룹도 조사 대상서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풍산그룹은 이미 지난해 국세청 세무조사를 한 차례 받기도 했다.

풍산 부지 특혜 논란은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부산시가 ‘대체 부지’로의 이전을 추진하지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매각 차익 특혜 논란을 해소할 공공 회수 방안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풍산은 센텀2지구 사업으로 8000억원이 넘는 매각 차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류 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 선임 전이지만 이미 외교부 출신 인사의 부회장 영입 논란이 이어지면서 시끄러운 상황이다. 최근 재계에 따르면 류 회장은 전경련 사무국의 상근 부회장으로 외무 관료 출신을 영입하고 본인은 전경련 부회장 당시 직책으로 해오던 대미 정계 네트워크 구축과 관리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관료 출신 영입을 두고 전경련이 환골탈태를 통해 정경유착의 이미지를 벗겠다는 혁신안을 냈지만 실상은 예전 모습을 답습하는 꼴이라는 우려 목소리도 제기된다. 또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이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기점으로 직무대행서 내려오는 대신 상근 고문으로 남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정경유착
환골탈태?

김 직무대행은 그간 차기 회장이 나타나더라도 고문이든, 자문이든 전경련에 남아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바 있다. 이를 두고 전경련 안팎으로 혁신을 위해 이름까지 고치는 마당에 김 직무대행이 상근 고문 자리에 남으면 정경유착의 전형적인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며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경련 관계자는 “아직 부회장과 상근 고문 등에 대해서는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 이번 임시총회 안건으로 올라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우선 회장님을 선임한 이후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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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