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가습기 살균제 파문 그 이후…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시작되고 10년이 흘렀다. 아이를 위해, 환자를 위해 사용한 가습기는 말 그대로 ‘죽음의 분무’가 돼버렸다. 피해자의 신체는 물론 정신까지 망가졌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피해자 실태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 가습기 살균제 국회 청문회

2011년 4월 서울의 한 병원에 원인 모를 폐질환에 걸린 임산부 환자가 잇따라 입원했다. 한두 달 새 산모 4명이 사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같은 해 8월 가습기 살균제를 폐질환의 원인으로 추정했고, 보건복지부는 11월 유해성이 확인된 가습기 살균제 6종에 대한 수거 명령을 내렸다.

몸·마음 모두

가습기 안에 넣는 물에 약품을 타는 방식의 살균제는 1994년 11월 세계 최초로, 그리고 전 세계 유일하게 한국서만 출시됐다. 가습기 살균제는 판매금지가 이뤄진 2011년까지 17년간 980만통이 팔렸다. 10여년 동안 정부가 인정한 공식 환자는 5000명, 사망자는 1400명이 넘는다. 대부분 피해자들이 여전히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8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구에 대한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 조사는 특조위의 의뢰로 한국역학회가 지난해 6월13일부터 12월20일까지 전체 가습기 살균제 피해 4593가구 중 1152가구, 전체 피해자 6590명 중 873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성인과 아동·청소년 모두 호흡기 질환을 비롯한 다장기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인의 경우 폐질환(83.0%), 비(코)질환(71.0%), 피부질환(56.6%), 심혈관계 질환(42.2%), 내분기계 질환(21.3%), 신장질환(15.3%), 신경계 질환(11.0%), 간질환(9.9%), 암질환(5.4%) 순이었다.


아동·청소년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질환(86.5%), 폐질환(84.1%), 피부질환(65.2%), 안과질환(49.8%), 주의력결핍행동장애(21.4%), 위염·궤양(11.1%), 발달장애(7.6%), 신경계 질환(6.8%), 심혈관계 질환(5.8%), 내분비계 질환(3.9%), 간질환(2.9%) 순으로 앓고 있었다.

문제는 신체건강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정신건강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단적인 부분이 ‘자살 생각’과 ‘자살 시도’ 비율이다. 성인 피해자의 49.4%, 아동·청소년 피해자의 15.9%가 ‘극단적인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고 이중 각각 11.0%, 4.4%가 실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원인 모를 폐질환서 시작
환자 5000명 사망 1400명

아동·청소년 피해자의 삶은 행복과 거리가 멀었다. 이들 중 3.9%는 정신건강 변화로 인해 입원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일반 아동·청소년 규준 대비 하위 15%에 속하는 군이 신체건강 62.7%, 정신건강 55.1%, 친구관계 73.4%, 자율성과 부모관계 62.3%로 나타났다.

아동·청소년 피해자 2명 중 1명이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는 뜻이다.

성인 피해자의 울분 수준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조사 결과 성인 피해자 10명 중 8명(78.9%)은 만성적 울분(지속+극심) 상태였다. 한국형 외상후울분장애 자가측정 도구를 활용해 전수조사한 결과 성인 피해자의 ‘극심한 울분’ 비율은 50.1%로 일반인 대상 조사 결과(10.7%)보다 현저히 높았다. 특조위 관계자에 따르면 동일 척도를 적용한 국내외 어느 문헌서도 이토록 심각한 울분 현황은 보고된 바가 없다.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 구제를 위한 법과 제도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판정 결과가 ‘타당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83.5%에 달했다.
 


‘피해 인정 질환이 너무 협소하다’(91.4%) ‘판정 기준이 타당하지 않다’(88.1%) ‘판정 관련 자료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86.4%) ‘피해 판정 위원의 공정성을 신뢰하기 어렵다’(74.1%) 등의 불만이 제기됐다.

가습기 살균제 노출과 건강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 현 상황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피해자들의 87.4%는 인과관계 입증 책임을 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업으로부터 배상이나 보상을 받은 피해자는 전체 조사 대상자의 8.2%에 불과했다. 아예 배상과 보상을 요청조차 하지 않은 피해자가 대다수(86.8%)였다.

이들은 ‘정부가 아직 피해인정 판정을 해주지 않아서’(49.4%) ‘구제급여 대상자가 아니라 소송을 제기해도 패소할 것 같아서’(20.7%) 등의 이유로 배상과 보상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정부의 조치가 없어 기업에 배상과 보상을 신청하지 못한 피해자가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된다.

전례 찾을 수 없는 ‘울분’ 정도
“정부와 기업서 제대로 대처해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인식된 지 10여년이 흘렀지만 피해자들은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실제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 수준은 41% 수준에 머물렀다. 행복감과 삶의 질은 서울시민이나 일반 국민과 비교해 크게 낮았다.

성인 피해자가 느끼는 행복감은 10점 만점에 4.05점, 삶의 질은 3.99점에 그쳤다. 2017년 기준 서울시민의 행복감은 6.97점, 일반 국민의 삶의 질은 6.33점이다. 또 사회적 지지가 빈약하고 피해자들 모두 가족 의존적이었다. 전문가와 기관의 도움도 미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건강을 회복하고 납득할 수 있는 보상과 정부와 기업의 진정한 사과를 요구했다. 결국 정부, 기업서 실질적인 답을 내놔야 피해자들의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보상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살균제 공식 기자회견 갖는 옥시

특조위 관계자는 “설문자료와 인터뷰 등을 종합한 결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부당한 피해, 고통스러운 삶, 자책감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피해에 대한 책임이행과 대응 과정의 정당함을 회복하지 않은 한, 피해자들의 울분이 줄어들고 삶을 회복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조위는 가습기 살균제 노출 건강 피해를 ‘가습기 살균제 증후군’으로 정의하고 피해자들을 위한 통합치료지원센터를 구축해 전 생애적 피해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피해자 범위 규정, 인과관계 입증 책임, 배상과 보상 규모와 절차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현행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불행해졌다

황전원 특조위 지원소위원장은 “이번 연구서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가습기 살균제 참사 해결의 단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법의 개정에 있는 만큼 20대 국회서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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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