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획> 가습기살균제 참사, 그후 ②가해 기업들의 짬짜미 그림자

정보 공유에 몰래 회의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세월호·가습기살균제 사건 진상규명 활동이 지난 6월 마침표를 찍었다. 작은 성과가 있었으나 피해자와 유족의 눈높이에 맞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요시사>는 사참위 가습기살균제 사건 진상규명 소위원회가 4년 가까이 조사해온 결과물을 입수했다. 이 보고서에는 가습기살균제 원료를 만든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만행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애경)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원흉이라고 불린다.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만든 SK케미칼은 사정기관의 조사와 수사가 시작되자 증거인멸과 피해자 회유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SK케미칼·애경
팀 꾸려 대응

SK케미칼의 참사 대응 과정을 조사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소위원회(특조위)는 SK케미칼과 애경이 사건을 공동으로 대응해왔다고 봤다. 실제 양사 임직원은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이들 기업은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국회, 검찰 등에 대한 공동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2017년 10월18일과 2017년 11월1일 두 차례 대면 회의를 진행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AS 미팅’이라는 이름의 회의록에는 총 6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대부분 회사 고위 관계자였다. 이들은 주로 ▲공정위 표시광고법 위반 재조사 관련 사안 ▲형사사건 관련 모니터링 ▲환경부 실험 관련 모니터링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취한 특별법 개정안 관련 사안 ▲옥시의 SK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관련 사안 등을 논의했다.

SK케미칼과 애경은 먼저 검찰 내부 동향을 알아봤다. 첫날 회의에서 양사는 “새로 부임한 형사2부 박종근 부장검사는 검찰 동향 모니터링 중이기는 하나 공정위로부터 자료 등을 받은 것이 없고 당장 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다고 함” “현재 기존에 가습기 사건 담당하던 검사들이 흩어지고 1명만 남아 해당 검사가 모니터링 업무 위주로 진행 중이라고 함” 등의 내용을 공유했다.


SK케미칼은 “85배 농도까지 폐 손상 증세가 나타나지 않고 100배의 농도를 올리니 특정 증세가 나타나기도 전에 쥐가 사망했다고 함” “수돗물과 비교 실험, PHMG와 CMIT 혼합 실험 등을 진행 중”이라며 환경부에서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원료에 대해 진행 중인 실험 내용을 애경 측에 공유하기도 했다.

2017년 환경부에서 진행 중이던 실험의 종료 시점은 12월이다. 최종보고서가 공개된 시점은 2018년 3월로 SK케미칼은 이보다 약 5개월이나 앞서 자세한 상황을 파악한 것이다.

이들은 가습기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막기 위한 플랜도 세웠다. SK케미칼과 애경은 국회 상임위가 열리는 날을 파악하고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 개정안 내용을 비판하는 의견서 작성을 요청했다. 야당 측 의원에게는 법률이 통과되지 않도록 지연시킬 명분을 만들어주거나 환경노동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절차에서 전문위원의 검토를 받고 진행될 수 있도록 조치하는 등의 계획을 짰다.

정부·국회·환경부 조사 대응 머리 맞대
검 수사 대비 증거인멸 공동 모의 정황

애경 출신 한 재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시 보수 매체를 선정해 가습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 기사가 나오게끔 하자는 얘기도 있었다”며 “SK도 동의했고 개정안에 대해 찬성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등의 여론을 조성하려 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SK케미칼과 애경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를 사칭하거나 사찰하기도 했다. 앞서 피해자들은 항의 행동 밴드, 4차 접수 판정 정보 공유, 환경노출확인 피해자연합,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포럼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해 활동해왔다.

특조위는 조사를 통해 SK케미칼 커뮤니케이션팀 소속 직원과 애경 직원이 네이버 아이디를 만들어 해당 커뮤니티에 가입해 피해자들의 주장과 논의 등을 수집하고 사측에 보고하거나 피해자의 게시글을 열람하는 등 피해자 및 피해자 단체를 사찰한 사실을 파악했다.


특조위에 따르면 SK케미칼 직원은 특조위로부터 출석 통보 요구를 받은 직후 업무용 PC를 교체했다. 해당 직원은 사측 법무법인 사무실을 방문해 휴대폰으로 피해자 온라인 모임에 로그인한 적이 있으나, 특조위 조사관에게는 로그인한 휴대폰이 아닌 다른 휴대폰을 제출했다.

애경산업 소속 직원의 경우 2019년 온라인 모임에서 얻은 관련 정보를 사측 임직원이 속해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방에 공유하기도 했다.

SK케미칼과 애경은 피해자 사찰을 통해 모은 자료를 활용해 검찰 수사 직전 증거를 인멸하는 치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의 ‘SK케미칼 공소장’에 따르면 2013년 5월 SK케미칼 윤리경영부문장을 맡은 박철 전 부사장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규명을 통해 관련 기업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고조됨에 따라 SK케미칼과 SK그룹에 초래할 위기 상황을 우려해 ‘가습기살균제 태스크포스(TF)’를 조직했다.

TF는 ▲SK케미칼은 PHMG를 가습기살균제 용도로 공급 및 사용되는 것을 알지 못했다 ▲미국 환경청(EPA)에 등재된 CMIT·MIT의 흡립독성 자료에 근거해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했고, 최초 유공에서 개발할 당시 전문가를 통해 흡입 독성 실험을 거쳐 안전성을 재차 검증했으므로 SK케미칼은 가습기메이트를 비롯한 가습기살균제의 제조·판매·원료물질 공급과 관련해 법률적 책임이 없다는 식의 대응 논리를 마련했다.

피해자 모임
가입 후 사찰

그러나 같은 해 5월부터 7월 사이 가습기살균제 TF 구성원 중 1명이 자동차소재팀에서 보관 중이던 한 대학교 실험 보고서를 발견해 검토하게 됐고 유공이 해당 대학교의 흡입독성 실험 종료 이전 유공 가습기메이트를 출시했다.

특히 실험 결과 실험 대상 쥐들에 병변이 생겨 안전성 검증을 위한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확인됐다.

또 연구팀은 가습기살균제 성분으로 백혈구 수가 변화하는 것을 확인하고 무해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박 전 부사장은 이 보고서가 SK케미칼 관계자들의 형사책임 등 각종 법률책임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될 것을 우려해 ‘가습기메이트는 출시 당시 안전성을 확보했으나 해당 대학교 실험 보고서는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검찰은 박 전 부사장과 양정일 당시 법무실장, 이광석 홍보실장 등 핵심 임직원들만 해당 내용을 비밀로 공유하기로 하는 방법으로 대학교 실험 보고서를 인멸 및 은닉하기로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2016년 8월30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출석한 김철 SK케미칼 사장은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이 담긴 연구 보고서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 사장은 “서울대학교 이영순 연구팀의 연구소에 그 문서가 보관돼있지 않고 또 그 문서를 우리도 보관하고 있지 않다. 그것은 안전성 확보를 위해 저희가 마땅히 내야 하는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구할 수가 없다”고 했다.

회사 서버 포렌식
관련 자료 은닉도

그러나 2019년 서울중앙지검은 압수수색을 통해 SK케미칼이 해당 보고서를 보관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전 부사장을 포함한 SK케미칼 간부들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위반 및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는 지난 8월 30일 ▲가습기살균제 성분에 대한 서울대학교 실험보고서에 대한 증거인멸·은닉 ▲노트북 저장자료에 대한 증거인멸 ▲USB 저장자료에 대한 증거인멸 ▲외장하드 저장자료에 대한 증거인멸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박 전 부사장은 2012년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을 끝으로 퇴직한 뒤 SK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인물이다. 그는 SK케미칼 법무실장, SK에코플랜트 윤리경영총괄, SK가스 법무실장 등을 역임하다 2017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SK케미칼이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와 사업회사인 SK케미칼로 인적 분할한 뒤에도 SK디스커버리 윤리경영담당으로 근무하며 SK케미칼의 법무와 홍보 업무를 총괄했다.

박 전 부사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양 전 법무실장도 같은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판사 출신인 양 전 법무실장은 2013~2014년 SK케미칼 법무담당 임원, 2015~2018년 SK케미칼 윤리경영부문 법무실장 등으로 근무하며 SK케미칼의 법무 업무를 맡았다.

두 사람은 최근 윤리경영부문에서는 물러났으나 여전히 임원 신분을 유지 중이다.

지난 8월 기준 SK디스커버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박 전 부사장은 미등기 임원(상근)으로 이름이 올라가 있다. 담당 업무는 ‘CEO 보좌’다. 그는 SK가스 본사 임원도 겸직 중이다. 양 전 법무실장 역시 ‘사장 보좌’라는 업무를 맡고 SK케미칼 미등기 임원(상근)으로 재직하고 있다.

애경의 증거인멸은 SK케미칼보다 더 치밀했다. 법률자문을 받으면서 검찰 수사를 대비했을 정도다. 특조위 조사 결과 고광현 전 애경 사장은 2016년 1월 서울중앙지검이 가습기살균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자 홍보·총무부문장에게 애경에 대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검찰의 압수수색 등 수사에 대비한 대응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고 전 사장의 지시를 받은 애경 총무부문장과 총무채권팀장, 법무 담당자들은 2016년 10월 국회 가습기 국정조사특위 종료 후 여러 차례 증거인멸을 감행했다.

‘AS 회의’ 만들어 사정기관 동향 파악
서울대 연구팀 보고서 철저히 은폐도

이들은 애경 직원들의 PC에서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 ‘CMIT·MIT’ ‘MSDS’ ‘파란하늘’ 등의 검색어로 검색되는 이메일과 그룹웨어 쪽지, 기안문, 보고자료, 연구자료, 논문 등의 자료를 없앴다. 특히 애경 마케팅부서와 영업부서, CRM 부서 직원들의 PC에서 가습기살균제 제품 관련 고객 상담 및 클레임 자료 일체를 삭제하고 업무용 PC·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

검찰 수사로 위기감을 느낀 고 전 사장은 애경 국정조사TFT(GA TFT)를 조직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GA TFT 구성원들은 2016년 6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애경 직원들로부터 취합해 관리해 오던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 애경 서버에 저장돼있는 가습기살균제 관련 파일 일체, 법률사무소에 의뢰해 분석한 애경 서버 포렌식 결과 등을 모두 점검했다.

고 전 사장은 GA TFT에 국회 국정조사가 끝난 직후 해당 자료들을 폐기 및 삭제를 지시하고, 핵심 자료들을 회사 외부의 별도 장소에 은밀히 보관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애경의 한 간부는 ▲쥐를 이용한 유공 가습기메이트의 6개월 흡입노출 시험 최종보고서(서울대 보고서) ▲애경중앙연구소 기반기술팀 혁신파트에서 위 시험보고서 자료를 요약 정리한 가습기살균제 흡입독성 자료 ▲파란하늘 맑은 가습기 관련 자료 ▲가습기메이트 출시 경위 등 가습기메이트의 안전성 검토와 관련된 주요 증거자료들을 별도의 장소에 은닉했다.

애경은 증거인멸 과정에서 김앤장으로부터 형사 관련 자문을 받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당시 검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애경 법무팀은 검찰 수사를 대비해 각 부서별 관련자들을 특정해 총 49명의 하드 교체를 계획하고, 김앤장에 어느 수준까지 자료를 삭제해야 하는지 등을 문의했다.

실제 애경 법무팀 대리는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과 만나 ‘회사 전산(그룹웨어 상에 등록된 기안문 등도 압수수색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전산관리회사(AKIS)에도 압수수색이 진행될 수 있는지’를 물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앤장의 조언을 받은 애경은 실제 회사 서버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실시했다. 애경 법무팀은 포렌식 작업을 통해 확인한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들에 대해, 김앤장 포렌식팀으로부터 ‘해당 자료를 서버에서 삭제할 경우 복구 가능성이 높은지 낮은지’ 등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김앤장 자문
철저히 대비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 전 사장과 애경 간부들은 2020년 4월 실형을 확정받았다. 당시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증거인멸교사 증거은닉교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 전 사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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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