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획> 가습기살균제 참사, 그후 ②가해 기업들의 짬짜미 그림자

정보 공유에 몰래 회의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세월호·가습기살균제 사건 진상규명 활동이 지난 6월 마침표를 찍었다. 작은 성과가 있었으나 피해자와 유족의 눈높이에 맞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요시사>는 사참위 가습기살균제 사건 진상규명 소위원회가 4년 가까이 조사해온 결과물을 입수했다. 이 보고서에는 가습기살균제 원료를 만든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만행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애경)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원흉이라고 불린다.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만든 SK케미칼은 사정기관의 조사와 수사가 시작되자 증거인멸과 피해자 회유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SK케미칼·애경
팀 꾸려 대응

SK케미칼의 참사 대응 과정을 조사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소위원회(특조위)는 SK케미칼과 애경이 사건을 공동으로 대응해왔다고 봤다. 실제 양사 임직원은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이들 기업은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국회, 검찰 등에 대한 공동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2017년 10월18일과 2017년 11월1일 두 차례 대면 회의를 진행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AS 미팅’이라는 이름의 회의록에는 총 6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대부분 회사 고위 관계자였다. 이들은 주로 ▲공정위 표시광고법 위반 재조사 관련 사안 ▲형사사건 관련 모니터링 ▲환경부 실험 관련 모니터링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취한 특별법 개정안 관련 사안 ▲옥시의 SK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관련 사안 등을 논의했다.

SK케미칼과 애경은 먼저 검찰 내부 동향을 알아봤다. 첫날 회의에서 양사는 “새로 부임한 형사2부 박종근 부장검사는 검찰 동향 모니터링 중이기는 하나 공정위로부터 자료 등을 받은 것이 없고 당장 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다고 함” “현재 기존에 가습기 사건 담당하던 검사들이 흩어지고 1명만 남아 해당 검사가 모니터링 업무 위주로 진행 중이라고 함” 등의 내용을 공유했다.


SK케미칼은 “85배 농도까지 폐 손상 증세가 나타나지 않고 100배의 농도를 올리니 특정 증세가 나타나기도 전에 쥐가 사망했다고 함” “수돗물과 비교 실험, PHMG와 CMIT 혼합 실험 등을 진행 중”이라며 환경부에서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원료에 대해 진행 중인 실험 내용을 애경 측에 공유하기도 했다.

2017년 환경부에서 진행 중이던 실험의 종료 시점은 12월이다. 최종보고서가 공개된 시점은 2018년 3월로 SK케미칼은 이보다 약 5개월이나 앞서 자세한 상황을 파악한 것이다.

이들은 가습기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막기 위한 플랜도 세웠다. SK케미칼과 애경은 국회 상임위가 열리는 날을 파악하고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 개정안 내용을 비판하는 의견서 작성을 요청했다. 야당 측 의원에게는 법률이 통과되지 않도록 지연시킬 명분을 만들어주거나 환경노동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절차에서 전문위원의 검토를 받고 진행될 수 있도록 조치하는 등의 계획을 짰다.

정부·국회·환경부 조사 대응 머리 맞대
검 수사 대비 증거인멸 공동 모의 정황

애경 출신 한 재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시 보수 매체를 선정해 가습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 기사가 나오게끔 하자는 얘기도 있었다”며 “SK도 동의했고 개정안에 대해 찬성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등의 여론을 조성하려 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SK케미칼과 애경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를 사칭하거나 사찰하기도 했다. 앞서 피해자들은 항의 행동 밴드, 4차 접수 판정 정보 공유, 환경노출확인 피해자연합,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포럼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해 활동해왔다.

특조위는 조사를 통해 SK케미칼 커뮤니케이션팀 소속 직원과 애경 직원이 네이버 아이디를 만들어 해당 커뮤니티에 가입해 피해자들의 주장과 논의 등을 수집하고 사측에 보고하거나 피해자의 게시글을 열람하는 등 피해자 및 피해자 단체를 사찰한 사실을 파악했다.


특조위에 따르면 SK케미칼 직원은 특조위로부터 출석 통보 요구를 받은 직후 업무용 PC를 교체했다. 해당 직원은 사측 법무법인 사무실을 방문해 휴대폰으로 피해자 온라인 모임에 로그인한 적이 있으나, 특조위 조사관에게는 로그인한 휴대폰이 아닌 다른 휴대폰을 제출했다.

애경산업 소속 직원의 경우 2019년 온라인 모임에서 얻은 관련 정보를 사측 임직원이 속해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방에 공유하기도 했다.

SK케미칼과 애경은 피해자 사찰을 통해 모은 자료를 활용해 검찰 수사 직전 증거를 인멸하는 치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의 ‘SK케미칼 공소장’에 따르면 2013년 5월 SK케미칼 윤리경영부문장을 맡은 박철 전 부사장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규명을 통해 관련 기업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고조됨에 따라 SK케미칼과 SK그룹에 초래할 위기 상황을 우려해 ‘가습기살균제 태스크포스(TF)’를 조직했다.

TF는 ▲SK케미칼은 PHMG를 가습기살균제 용도로 공급 및 사용되는 것을 알지 못했다 ▲미국 환경청(EPA)에 등재된 CMIT·MIT의 흡립독성 자료에 근거해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했고, 최초 유공에서 개발할 당시 전문가를 통해 흡입 독성 실험을 거쳐 안전성을 재차 검증했으므로 SK케미칼은 가습기메이트를 비롯한 가습기살균제의 제조·판매·원료물질 공급과 관련해 법률적 책임이 없다는 식의 대응 논리를 마련했다.

피해자 모임
가입 후 사찰

그러나 같은 해 5월부터 7월 사이 가습기살균제 TF 구성원 중 1명이 자동차소재팀에서 보관 중이던 한 대학교 실험 보고서를 발견해 검토하게 됐고 유공이 해당 대학교의 흡입독성 실험 종료 이전 유공 가습기메이트를 출시했다.

특히 실험 결과 실험 대상 쥐들에 병변이 생겨 안전성 검증을 위한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확인됐다.

또 연구팀은 가습기살균제 성분으로 백혈구 수가 변화하는 것을 확인하고 무해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박 전 부사장은 이 보고서가 SK케미칼 관계자들의 형사책임 등 각종 법률책임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될 것을 우려해 ‘가습기메이트는 출시 당시 안전성을 확보했으나 해당 대학교 실험 보고서는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검찰은 박 전 부사장과 양정일 당시 법무실장, 이광석 홍보실장 등 핵심 임직원들만 해당 내용을 비밀로 공유하기로 하는 방법으로 대학교 실험 보고서를 인멸 및 은닉하기로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2016년 8월30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출석한 김철 SK케미칼 사장은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이 담긴 연구 보고서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 사장은 “서울대학교 이영순 연구팀의 연구소에 그 문서가 보관돼있지 않고 또 그 문서를 우리도 보관하고 있지 않다. 그것은 안전성 확보를 위해 저희가 마땅히 내야 하는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구할 수가 없다”고 했다.

회사 서버 포렌식
관련 자료 은닉도

그러나 2019년 서울중앙지검은 압수수색을 통해 SK케미칼이 해당 보고서를 보관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전 부사장을 포함한 SK케미칼 간부들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위반 및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는 지난 8월 30일 ▲가습기살균제 성분에 대한 서울대학교 실험보고서에 대한 증거인멸·은닉 ▲노트북 저장자료에 대한 증거인멸 ▲USB 저장자료에 대한 증거인멸 ▲외장하드 저장자료에 대한 증거인멸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박 전 부사장은 2012년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을 끝으로 퇴직한 뒤 SK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인물이다. 그는 SK케미칼 법무실장, SK에코플랜트 윤리경영총괄, SK가스 법무실장 등을 역임하다 2017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SK케미칼이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와 사업회사인 SK케미칼로 인적 분할한 뒤에도 SK디스커버리 윤리경영담당으로 근무하며 SK케미칼의 법무와 홍보 업무를 총괄했다.

박 전 부사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양 전 법무실장도 같은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판사 출신인 양 전 법무실장은 2013~2014년 SK케미칼 법무담당 임원, 2015~2018년 SK케미칼 윤리경영부문 법무실장 등으로 근무하며 SK케미칼의 법무 업무를 맡았다.

두 사람은 최근 윤리경영부문에서는 물러났으나 여전히 임원 신분을 유지 중이다.

지난 8월 기준 SK디스커버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박 전 부사장은 미등기 임원(상근)으로 이름이 올라가 있다. 담당 업무는 ‘CEO 보좌’다. 그는 SK가스 본사 임원도 겸직 중이다. 양 전 법무실장 역시 ‘사장 보좌’라는 업무를 맡고 SK케미칼 미등기 임원(상근)으로 재직하고 있다.

애경의 증거인멸은 SK케미칼보다 더 치밀했다. 법률자문을 받으면서 검찰 수사를 대비했을 정도다. 특조위 조사 결과 고광현 전 애경 사장은 2016년 1월 서울중앙지검이 가습기살균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자 홍보·총무부문장에게 애경에 대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검찰의 압수수색 등 수사에 대비한 대응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고 전 사장의 지시를 받은 애경 총무부문장과 총무채권팀장, 법무 담당자들은 2016년 10월 국회 가습기 국정조사특위 종료 후 여러 차례 증거인멸을 감행했다.

‘AS 회의’ 만들어 사정기관 동향 파악
서울대 연구팀 보고서 철저히 은폐도

이들은 애경 직원들의 PC에서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 ‘CMIT·MIT’ ‘MSDS’ ‘파란하늘’ 등의 검색어로 검색되는 이메일과 그룹웨어 쪽지, 기안문, 보고자료, 연구자료, 논문 등의 자료를 없앴다. 특히 애경 마케팅부서와 영업부서, CRM 부서 직원들의 PC에서 가습기살균제 제품 관련 고객 상담 및 클레임 자료 일체를 삭제하고 업무용 PC·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

검찰 수사로 위기감을 느낀 고 전 사장은 애경 국정조사TFT(GA TFT)를 조직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GA TFT 구성원들은 2016년 6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애경 직원들로부터 취합해 관리해 오던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 애경 서버에 저장돼있는 가습기살균제 관련 파일 일체, 법률사무소에 의뢰해 분석한 애경 서버 포렌식 결과 등을 모두 점검했다.

고 전 사장은 GA TFT에 국회 국정조사가 끝난 직후 해당 자료들을 폐기 및 삭제를 지시하고, 핵심 자료들을 회사 외부의 별도 장소에 은밀히 보관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애경의 한 간부는 ▲쥐를 이용한 유공 가습기메이트의 6개월 흡입노출 시험 최종보고서(서울대 보고서) ▲애경중앙연구소 기반기술팀 혁신파트에서 위 시험보고서 자료를 요약 정리한 가습기살균제 흡입독성 자료 ▲파란하늘 맑은 가습기 관련 자료 ▲가습기메이트 출시 경위 등 가습기메이트의 안전성 검토와 관련된 주요 증거자료들을 별도의 장소에 은닉했다.

애경은 증거인멸 과정에서 김앤장으로부터 형사 관련 자문을 받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당시 검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애경 법무팀은 검찰 수사를 대비해 각 부서별 관련자들을 특정해 총 49명의 하드 교체를 계획하고, 김앤장에 어느 수준까지 자료를 삭제해야 하는지 등을 문의했다.

실제 애경 법무팀 대리는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과 만나 ‘회사 전산(그룹웨어 상에 등록된 기안문 등도 압수수색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전산관리회사(AKIS)에도 압수수색이 진행될 수 있는지’를 물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앤장의 조언을 받은 애경은 실제 회사 서버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실시했다. 애경 법무팀은 포렌식 작업을 통해 확인한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들에 대해, 김앤장 포렌식팀으로부터 ‘해당 자료를 서버에서 삭제할 경우 복구 가능성이 높은지 낮은지’ 등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김앤장 자문
철저히 대비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 전 사장과 애경 간부들은 2020년 4월 실형을 확정받았다. 당시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증거인멸교사 증거은닉교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 전 사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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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