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대여료 ‘먹튀 사기’ 주의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2.10 14:07:09
  • 호수 12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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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쓰자” 꼬시고 잠적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중고 물건을 넘어 이제 부동산, 자동차 등에도 허위매물들이 범람하고 있다. 허위매물 근절에 대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최근 축구장 대관료 관련 사기 수법도 성행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카페 내에서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온라인 사기 피해자들은 허위매물에 속아 돈을 먼저 입금하는 경우가 많다. ‘소액이니까 괜찮겠지’라고 안심해 돈을 보내면, 상대방은 잠적하거나 바쁘다고 둘러대는 수법이 판친다.

허위매물

지난해 발생한 사이버 사기 범죄는 13만6074건으로 2018년(11만2000건)보다 21.5% 증가했다. 지난해 사이버 사기 범죄로 검거된 인원 역시 3만1331명으로 전년(2만8757명)보다 8.95% 늘었다. 

허위매물 사기 수법은 중고거래 사이트에 특정 상품 판매한다는 허위 게시글을 올려 구매자를 물색하거나 ‘구매한다’는 게시물을 올린 이들에게 연락해 비교적 낮은 가격을 제시해 유혹한다. 이후 지방에 있으니 송금하면 택배나 고속버스 화물로 발송하겠다고 안심시킨다. 그런 뒤 구매자가 입금하면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식이다. 이들은 5~6개 은행 계좌를 돌려 사용하거나 휴대폰도 종종 바꿔버린다.

이들은 직거래도 가능하다고 안심시킨 후, 막상 원한다고 하면 바쁘다거나 출장 중이라고 둘러대고 택배를 유도하거나 연락을 끊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구매자가 이를 눈치채 미수에 그친 사례도 적지 않다. 일부 피해자들은 소액이라는 이유로 사기를 당하고도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수년간 중X나X에 카메라, 자전거 커뮤니티 등에 허위매물을 올려 대금을 가로챈 수법이 성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물건뿐 아니라 축구장 대관료만 받은 뒤 잠적하는 수법까지 판치고 있다.

축구장(2시간 기준) 대관 비용은 16만원이었는데 B씨는 “비용을 나눠서 내자”며 A씨를 안심시켰다. 이후 회사서 돈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핑계로 B씨의 몫까지 더해 돈을 추가로 요구했다. 거기다 다음달 사용분까지 더해 A씨는 일주일 동안 총 168만6000원을 송금했다. B씨는 A씨에게 부과세에다가 조명 비용까지 합쳐진 금액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A씨는 순수하게 경기장을 같이 사용하는 줄 알고 입금했지만 경기장도 사용하지 못했고 환불도 받지 못했다. B씨가 환불해준다고 한 뒤 잠적해버렸기 때문이다. 

A씨는 “B씨가 축구장 예약 사진을 보여주면서 안심시켰다. 같은 수법으로 또 당해서 피해 금액만 해도 300만원이 넘는다. 의심도 하지 않은 채 처음부터 한꺼번에 많은 금액을 이체한 내 잘못”이라고 후회했다.

“바로 환불해준다”한 뒤 잠수
피해자 40명 모여 피해담 공유

A씨 외에도 B씨에게 당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B씨의 사기 행각에 당한 약 40명의 피해자는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서 자신의 피해내역을 공유하며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또 다른 피해자는 “피해 금액이 10만원 미만이라면 B씨가 다시 되돌려주지만, 20만원 이상 넘어가면 부담이 되는지 돌려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B씨는 축구장 대여뿐 아니라 야구장도 비슷한 수법을 사용했다. 사회인 야구 커뮤니티 사이트인 ‘게임원’ 사이트서도 예약을 받은 뒤 돈만 받고 잠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트 이용자 ‘독*님’은 “B씨가 올린 게임 부킹(예약)을 조심하라. 경기를 잡아서 팀원들이 다 이동했을 때 다른 팀이 게임하고 있었다. 황당해서 B씨에게 전화하니 안 받거나 받아도 환불해준다고 하고 있다”고 글을 올렸다. 이어 “해당 날로부터 10일이 지나도록 환불은커녕 아무 말도 없었다. 우리팀만 피해 본줄 알았는데 다른 팀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상습범인 것 같아 이글을 게시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유**님’은 “약속 당일 새벽 4시에 취소 문자 하나 보내더니 수신거부하고 연락을 받지 않았다. 팀원들 모두 경기장으로 출발한 상태였는데, 당일 새벽에 취소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또 당일 예약한 경기장은 텅텅 비어 있었는데 예약을 2건 잡았다는 등의 거짓말만 늘어놨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와 유사한 피해 건수들이 많아 관할 경찰서로 이관돼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수원남부경찰서의 한 수사관은 “해당 관련 금융 사건이 이틀 전에 접수 받았다. 계좌 추적을 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이 신청된 상태며, 자세한 내용을 말씀 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거래 정보를 취득해야만 범행 계좌 예금주 인적사항 도출이 되고, 예금주인 참고인을 상대로 소환 조사 등을 거쳐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은 뒤 은행에 위탁 집행해 그 금융거래 정보를 취득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서 2∼3일 분석해 법원에 청구하고, 판사가 이틀 정도 보고 난 뒤 영장이 발부되면 다시 검찰에 내려온다.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의심 또 의심…

상황이 이쯤 되자 축구장 관련 카페 내에서는 대관료 사기에 당하지 않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카카오톡을 이용해 들어오는 섭외는 일단 의심해야 하는데 통상 전화번호도 없이 섭외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둘째 전화번호가 있다고 해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가짜 번호가 아닌지 확인을 해야 한다. 전화번호 몇 가지를 바꿔가면서 사기를 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대관한 팀의 회장 이름과 총무 이름을 꼭 확인해야 한다. 지역 내 있는 팀인지 아닌 판단해야 한다. 넷째 해당 경기장 대관 상황과 시간표, 금액까지 확인해야 한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3년 전 비슷한 일이?
가석방 한 달 만에 또…

온라인 축구 동호회 회원들에게 경기장을 빌려준다고 속인 뒤 돈만 받아 챙겨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20대가 가석방 한 달 만에 똑같은 범행을 저질러 재차 구속됐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지난 2018년 7월, 사기 혐의로 C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C씨는 “서울과 경기도에 쉽게 빌릴 수 있는 축구장과 풋살 경기장을 알고 있는데 대관료를 공동모금하고 있다”는 글을 축구 동호회 온라인 카페에 올린 뒤 회원 한 명당 5만∼10만원을 받아 챙기는 수법으로, 한 달간 31명으로부터 47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17년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17명으로부터 300여만원을 가로채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뒤 2018년 3월 말 가석방으로 출소한 상태였다. 

회원들로부터 진정서를 접수한 경찰은 김씨의 통신기록과 계좌 사용내역 등을 통해 서울 소재 자신의 주거지 인근에 있던 김씨를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김씨는 회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실제 동호회 활동에도 수차례 참여하며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빼돌린 돈은 생활비와 유흥비 등으로 모두 탕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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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