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캠핑카 사기' 아리아모빌 먹튀 후일담

65억 먹고 피해자 몰래 ‘딴살림’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지난 2월 말 발생한 아리아모빌 사태(1365호 ‘캠핑카 아리아모빌’ 먹튀 사태 전말). 여전히 제대로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아리아모빌 김모 대표는 한 달 만에 피해자들과 또 다른 ‘숨바꼭질’을 시작했다. “땡전 한 푼 없다”더니 남몰래 공장을 얻어 운영하고 있었던 것. 김 대표의 난데없는 ‘딴살림’ 소식에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고객 피해 금액만 해도 65억원이 넘는다. 거래처 등 총피해 금액을 합산하면 90억원에 이른다. 김 대표의 ‘90억원어치 야반도주’ 시도가 수포가 돌아간 지도 두 달이 지났다.

도망 갔다
결국 구속

피해자들이 볼 때 두 달 사이 바뀐 것은 별로 없다. “도망간 적도, 다른 수작을 부린 적도 없다”는 김 대표의 입장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가 피해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돈의 잔액도 전혀 줄지 않았다.

피해자 대표 J씨는 “김 대표의 현실성 없는 변제 계획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J씨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3월 말 피해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업자금 20억원을 마련해 영업이익의 30%를 꾸준히 변제에 활용하겠다”고 제안했다. 

“20억원을 어떻게 구할 것이냐”고 묻자 김 대표는 “10억원은 무단 침입한 유튜버를 고소해 받아내고, 나머지 10억원은 투자를 받아오겠다”고 답했다. 피해자들을 설득하기에는 여러 모로 부족한 제안이었다.


J씨는 “김 대표는 2020년부터 ‘투자 유치’ 소식을 알리고 다녔지만, 받아온 것을 본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잠적 후 돌아온 김 대표가 꺼냈던 ‘50억 투자 계약’ 역시 ‘공염불’에 그쳤다. 김 대표가 지목했던 투자사는 경영권 분쟁 소송에 휘말려 여러 법적 조치를 강제당하고 있는 상황으로, 현재 추가 투자를 검토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에 정말 투자 논의가 오고 갔는지조차 불분명하다.

지난 2월 일주일간 ‘임시 휴업’한다던 아리아모빌은 두 달째 멈춰 있다. 사업자금이 바닥나면서 재기할 동력을 상실했다. 반면 빚은 90억원을 넘긴 상황. 껍데기만 남은 회사 재산들도 민사소송 패소로 대부분 압류됐다. 피해자들은 아리아모빌이 사실상 부도를 맞은 것으로 보고 있다.

J씨는 “자체 계산해본 결과, 아리아모빌 매출 최전성기를 기준으로 잡아도 변제에 최소 10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이미 회사 경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외부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누가 이런 회사에 돈을 대겠느냐”고 반문했다.

돈 들고 잠적 두 달 지났지만…
피해금 회수 깜깜…어디 숨겼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 대표가 경찰 조사 중 구속되면서 경영 공백마저 불가피해졌다. 경기도 용인 동부경찰서는 지난달 21일 김 대표를 구속했다. 동부경찰서는 지난 3월부터 김 대표를 사기 혐의로 조사해왔다.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수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조만간 사건을 검찰로 넘길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지인과 일부 피해자들에게 “경찰이 강도 높게 수사했지만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절대 구속될 일이 없다”고 호언장담해왔다. 하지만 결국 구속을 면치 못했다. 

혐의 입증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지만, 피해자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돈을 돌려받을 방법이 더욱 요원해진 탓이다.

이 가운데 지난달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남몰래 공장을 얻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김 대표가 아리아모빌에는 ‘회생불가’ 판정을 내리고, 캠핑카 공장을 새로 차린 뒤 개조 업무에 착수했다”는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도 들려왔다.

<일요시사>는 단독 취재를 통해 이 같은 소문이 대체로 사실임을 확인했다. 김 대표는 용인 모처의 공장 3동을 차명으로 임대했다. 또한 그는 구속 직전까지 이곳에서 캠핑카 개조 작업을 진행해왔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가 해당 공장을 찾은 사진을 여럿 입수했다. 사진은 대부분 지난달 중순에 촬영된 것으로, 김 대표가 대신 공장을 빌려준 A씨 등과 대화하는 장면부터 김 대표 지시를 받은 인부들이 캠핑카를 개조하는 모습까지 모두 담겼다.

각종 제보를 종합하면, 김 대표는 지난달 초부터 이 공장을 사용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후 지난달 중순 차량과 자재 이송 등을 마치고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작업을 위해 인부 9명을 고용했다. 다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탓에 지금은 고용이 중단됐다.

경찰은 
몰랐다?

피해자들은 인부 9명 중 일부와 연락이 닿았다. 그들은 “A씨가 김 대표의 공장 운영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설명에 따르면 표면적으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주체는 A씨였다. 인부들은 “공장을 빌린 것도, 구두로나마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도 모두 A씨 이름으로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 공장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김 대표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공장은 경기도 용인 모처에 위치했다. 수원으로 등록된 A씨의 등기상 자택 주소와는 약 27km가량 떨어져 있다.

그런데 김 대표의 자택 주소와는 불과 1.4km 거리다. A씨가 빌린 공장이지만 A씨 집에서는 적어도 40분, 김 대표 집에서는 3분이 걸린다. 

공장이 A씨가 이번에 인수한 업체와 자택 사이에 위치한 것도 아니다. A씨가 이 공장으로 오려면 그 업체를 지나치고도 최소 20분가량을 더 와야 한다. 이곳이 공단지역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대학교 근처의 주거단지 한중간에 위치했다.


‘김 대표 집과 가깝다’는 점 이외에, 별다른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 이해할만한 점은 딱히 보이지 않는 반면, 의심되는 정황은 상당한 셈이다.

또한 이 공장에서 제작된 캠핑카는 모두 김 대표와 연관돼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캠핑카는 총 8대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 중 1대는 지난 2월 야반도주 당시 사라졌던 차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차량은 아리아모빌이 지난 1월 구매한 뒤 아리아모빌 본사 등지에서 보관되고 있었지만, 야반도주가 실패로 돌아간 이후에도 그 행방이 묘연했었다. 차의 주민등록번호 격인 차대번호를 확인한 결과, 공장에 들어선 차가 사라진 차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 대표의 업무상 배임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나머지 7대는 김 대표와 알고 지내던 업체들이 의뢰한 물량이다. 이 중 2대는 당초 김 대표가 개조를 준비하다 야반도주 직전 “회사 상황 때문에 진행할 수 없다”며 한 번 돌려줬던 게 재차 들어온 것이다. 나머지 5대는 다른 업체서 의뢰해 새로 들어온 물량으로 파악됐다.

갑자기 나타난
A씨 정체는?


이 업체는 피해자들에게 야반도주 당시 아리아모빌 차량을 숨겨줬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김 대표가 몰래 공장을 운영한 사실을 알게 되자 분통을 터트렸다.

J씨는 “결국 김 대표가 피해자들에게 얼토당토 않은 변제 계획을 늘어놨던 것은 ‘시간 끌기’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4월이 되자마자 공장에 입주했다면 최소한 3월에 모든 계획을 짜고 절차를 마무리했다는 말 아니냐. 그때 김 대표는 분명 피해자들에게 ‘딴 생각 없다. 꼭 아리아모빌을 살려 변제해나가겠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도 “내가 다른 업체를 차린다는 소문은 모두 허위사실이다. 나는 그럴 생각도, 돈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땡전 한 푼 없다”며 변제를 미뤄온 김 대표 주장의 신빙성에도 금이 가게 됐다. 피해자들은 김 대표가 공장 임대 비용을 어떻게 지불할 수 있었는지, 그 경위를 따져보고 있다.

J씨는 “피해자들에게 줄 돈은 없고, 다시 공장 차릴 돈은 있는 거냐”며 “설령 이게 김 대표 돈이 아니라 A씨가 투자금이라 해도 왜 그걸 아리아모빌 재기 자금으로 쓰지 않고 몰래 뒤로 돌렸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표 행동을 보면 아리아모빌을 살릴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들은 관련 증거가 정리되는 대로 사정당국에 자료를 넘길 계획이다. 피해자 측 법률 대리인은 이런 김 대표의 행각을 ‘피해자 기망행위’로 규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가중처벌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A씨는 지난해 11월 김 대표와 처음 만난 뒤로 계속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그동안 김 대표와 투자 관련 논의를 이어왔다. A씨가 실제로 아리아모빌에 투자했는지는 미지수다. 다만 확실한 것은 A씨가 김 대표와의 접점을 점차 넓히며 그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몰래 공장 차리고 차명으로 운영
‘아리아’ 차량 빼돌려 활용 의혹도

A씨는 김 대표에게 업무상 배임 의혹을 안겨줬던 AS업체를 지난달 인수했다. 이 업체는 아리아모빌과 같은 주소지를 영업장으로 쓰면서 아리아모빌 차량 AS를 전담해왔다. 지금은 자체 차량 생산 능력까지 갖췄다. A씨는 김 대표 몫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분을 사들이며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앞서 김 대표는 지분 보유에 따른 사내이사직 등록 이외에 이 업체와의 연관성을 전면 부인해왔다. 하지만 김 대표가 아리아모빌 자금으로 이 업체 자재 대금을 대납해준 사실이 들통나면서 배임·뒷선 경영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A씨는 아리아모빌의 인수합병(M&A)까지 대신 추진하고 있다. 그는 피해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기술 이전을 포함한 아리아모빌 M&A를 적극 추진 중”이라며 “M&A만 성사되면 피해자들 돈도 모두 갚아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 피해자는 “이런 상태의 회사를 사갈 곳이 과연 있겠느냐”며 “아리아모빌만의 특별한 기술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들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가 무슨 자격으로 이런 일을 추진하는 건지 모르겠다. 난데없이 이런 내용을 꺼내길래 내심 놀랐다”고 덧붙였다.

이후 이어진 전화에서 A씨는 피해자들에게 “김 대표가 내 (아는)동생인데, 부탁하길래 변제 방안을 대신 강구해보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나설 자격이 없다”고 지적한 피해자와는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일요시사>는 A씨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각종 의혹에 관해 구속 중인 김 대표를 대신해 A씨 입장을 직접 들어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A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연락을 달라는 문자도 남겨봤지만, 끝내 연락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들은 공장 운영이 적발된 이후로는 피해자들의 연락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A씨가 김 대표의 ‘딴살림’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만큼, 그 역시 절대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A씨의 계획과는 상관없이 상환 방안을 계속 자체적으로 찾아 나설 계획이다.

애타는 마음
직접 나선다

J씨는 “김 대표를 믿은 적도 없지만 이렇게까지 무모할 줄은 몰랐다. 이로써 김 대표와 그 주변인들은 우리에게 돈을 돌려줄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게 확실해졌다”며 “내부 논의를 통해 돈을 받아낼 방법을 최대한 찾아보겠다. 어렵겠지만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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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방부는 내란 특별검사팀이 해소하지 못한 건을 발본색원하려 했다. 특별수사본부 외에도 TF팀을 꾸렸으나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진상규명 핵심 기관인 정보사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의혹의 상당수가 근거가 빈약해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인사도 문제다. 내란에 연루된 핵심 기관임에도 인적 쇄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본부에 조사관들이 상주까지 했는데 밝혀진 게 없다.” 한 정보사령부 영관급 장교의 말이다. 정보사를 둘러싼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 차원의 특별수사본부와 헌법존중 TF(테스크포스)만으론 어림도 없다는 지적이 거세다. 제보와 투서 내란 특별검사팀의 후신인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정보사에는 대북공작 전문가들인 휴민트(HUMINT·인간정보·820)가 있다. 휴민트 부대인 HID(북파공작부대)와 이들을 지휘하는 100여단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들은 대북공작 실행 부대로 전략·기획은 특수사업처가 담당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정보사 특수처는 최근 특수·대외·훈련평가 등 3개의 부서를 특수·대외로 개편했다. 신임 정보사령관에는 1988년 이진백 사령관 이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비육사 출신인 조선대학교 학군장교(ROTC)출신 박민영 육군정보학교장이 임명됐다. 참모장은 육사 출신 한모 준장, 정보단장은 하모 준장(3사)이 맡게 됐다. 100여단장이던 육사 출신 정모 준장은 제2작전사령부로 전보됐다. 국방부는 당분간 100여단장 자리를 공석 상태로 놔두기로 했다. 휴민트 조직이 12·3 내란에 깊숙하게 연루된 만큼 특수본의 수사가 끝난 이후 진급 심사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보사는 검찰과 경찰, 내란 특검팀 수사에 의해 부서명이 노출돼 기밀이 새 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홍도 격화되고 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에 제보와 투서가 빗발치고 있는 점이 정보사 내부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한 군 관계자는 “‘진급 시즌’ 때문이라고 해도 의혹에 그치는 제보가 많다. 중요한 내용도 있지만 타 부서의 간부를 언급하며 ‘문제가 있어 강도 높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약물 공작’ 문건 본거지 특수처 압수수색 패스 논란의 인물들 되레 진급 “장군 인사로도 거론”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을 통해 드러난 ‘약물 공작 문건’ 이후에는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건 작성자인 이모 대령(현 속초 HID 부대장)과 군무원 외에도 당시 특수처장이던 A 대령과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 조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박 의원이 확보한 해당 문건은 정보사 특수처 산하 대외 담당실에 존안돼있었다. 문건 작성 및 책임자인 A 대령과 이 대령 모두 특검팀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다만 특검팀의 수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던 터라 어떤 목적으로 문건을 작성하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팀에 파견됐던 한 경찰 관계자는 “특수처 간부 중 일부는 수사에 협조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지시로 작성하게 됐다는 것 외에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 노상원 전 사령관과의 연결고리가 의심됐으나 정황을 포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는 관련 의혹을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실제 담당 조사관들은 정보사 안양 본부에 상주하면서까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약물 공작 문건 외에도 지난해 2월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준장)이 국회에서 증언했던 ‘2016 계획(가칭)’도 조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준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2016년 속초 HID 부대장으로 있을 때 당시 노상원의 지시가 일반적이지 않았다”며 “대북 중요 임무를 6개월간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여러 불합리한 지시가 많았지만 특히 요원들을 폭사시키라던 지시가 생각난다. 노상원은 요원들에게 ‘원격 폭파 조끼’를 입혀 보낸 뒤 임무를 끝내면 폭사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 계획은 노상원 전 사령관이 취임 이후 자신의 비서실장과 특수처장, 사업단장을 해임한 이후 모의됐다. 일반적 공작처럼 북한 내 쿠데타를 야기하거나 우회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었다. 실제 수십명의 공작관들이 강제로 동원돼 노 전 사령관의 비상식적 계획을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상원 폭사 지시 ‘2016 계획’도 조사 바짝 붙었는데 빈손…진상규명 어려울 듯 한 국방부 관계자는 “TF에서 해당 사안을 조사했던 건 사실”이라며 “차후 어디서 수사하게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복수의 전·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2016 계획’이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한 이후에도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건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소실됐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 전 사령관은 2016 계획 외에도 대북공작 관련 보고서를 ‘특수’가 아닌 ‘일반’ 문서로 만들도록 지시했고 제한된 공간에 보관한 후 통제했다고 한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안양 본부에 가서 보고하는 절차에서 노상원이 직접 100여단을 방문해 보고를 받았다. 시스템이 이상하게 바뀌었는데 문상호도 똑같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일반 문서로 분류한 대북공작 문건들은 김용현에게 따로 보고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노상원은 사실상 수년간 김용현에게 휴민트들이 작성한 첩보를 갖다 바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 정보기관 간 갈등도 폭발 직전이다. 또 다른 군 정보기관인 777사령부에 대한 ‘인사 차별’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앞서 777사령부에 소속된 시긴트(SIGINT·신호정보·820) 전문가들은 휴민트와 같은 820 정보병과다. 다만 ‘인간’과 ‘신호’로 구별될 정도로 업무 자체가 전혀 다르다. 정보사는 관행대로 육군 소장이 신임 정보사령관을 맡게 됐지만 777사령부는 공군 준장으로 격하 보직된 데 이어 지휘관의 군종까지 뒤집히는 전례 없는 조치가 단행됐다. 777사령부는 정보사와 다르게 내란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바 없다. 인사만 놓고 보면 두 군 정보기관 간 인사에 차이가 있다는 건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주먹구구 인사 국방부 인사를 담당하던 한 소식통은 “777 입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인사”라며 “정보사 육사 출신들의 진급이 대거 배제됐다고 해도 외형적으로만 그럴듯해 보이지 속사정은 다르다. 실질적 지휘 체계는 뒤바뀌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적 쇄신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TF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했다. 16일 조사를 마무리한 TF는 조만간 결과를 검토해 다음 달 13일까지 승진 취소 및 징계성 전보 등 인사 조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적어도 이날까지는 군 정보기관 내 파열음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