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캠핑카 사기' 아리아모빌 먹튀 후일담

65억 먹고 피해자 몰래 ‘딴살림’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지난 2월 말 발생한 아리아모빌 사태(1365호 ‘캠핑카 아리아모빌’ 먹튀 사태 전말). 여전히 제대로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아리아모빌 김모 대표는 한 달 만에 피해자들과 또 다른 ‘숨바꼭질’을 시작했다. “땡전 한 푼 없다”더니 남몰래 공장을 얻어 운영하고 있었던 것. 김 대표의 난데없는 ‘딴살림’ 소식에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고객 피해 금액만 해도 65억원이 넘는다. 거래처 등 총피해 금액을 합산하면 90억원에 이른다. 김 대표의 ‘90억원어치 야반도주’ 시도가 수포가 돌아간 지도 두 달이 지났다.

도망 갔다
결국 구속

피해자들이 볼 때 두 달 사이 바뀐 것은 별로 없다. “도망간 적도, 다른 수작을 부린 적도 없다”는 김 대표의 입장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가 피해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돈의 잔액도 전혀 줄지 않았다.

피해자 대표 J씨는 “김 대표의 현실성 없는 변제 계획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J씨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3월 말 피해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업자금 20억원을 마련해 영업이익의 30%를 꾸준히 변제에 활용하겠다”고 제안했다. 

“20억원을 어떻게 구할 것이냐”고 묻자 김 대표는 “10억원은 무단 침입한 유튜버를 고소해 받아내고, 나머지 10억원은 투자를 받아오겠다”고 답했다. 피해자들을 설득하기에는 여러 모로 부족한 제안이었다.


J씨는 “김 대표는 2020년부터 ‘투자 유치’ 소식을 알리고 다녔지만, 받아온 것을 본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잠적 후 돌아온 김 대표가 꺼냈던 ‘50억 투자 계약’ 역시 ‘공염불’에 그쳤다. 김 대표가 지목했던 투자사는 경영권 분쟁 소송에 휘말려 여러 법적 조치를 강제당하고 있는 상황으로, 현재 추가 투자를 검토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에 정말 투자 논의가 오고 갔는지조차 불분명하다.

지난 2월 일주일간 ‘임시 휴업’한다던 아리아모빌은 두 달째 멈춰 있다. 사업자금이 바닥나면서 재기할 동력을 상실했다. 반면 빚은 90억원을 넘긴 상황. 껍데기만 남은 회사 재산들도 민사소송 패소로 대부분 압류됐다. 피해자들은 아리아모빌이 사실상 부도를 맞은 것으로 보고 있다.

J씨는 “자체 계산해본 결과, 아리아모빌 매출 최전성기를 기준으로 잡아도 변제에 최소 10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이미 회사 경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외부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누가 이런 회사에 돈을 대겠느냐”고 반문했다.

돈 들고 잠적 두 달 지났지만…
피해금 회수 깜깜…어디 숨겼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 대표가 경찰 조사 중 구속되면서 경영 공백마저 불가피해졌다. 경기도 용인 동부경찰서는 지난달 21일 김 대표를 구속했다. 동부경찰서는 지난 3월부터 김 대표를 사기 혐의로 조사해왔다.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수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조만간 사건을 검찰로 넘길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지인과 일부 피해자들에게 “경찰이 강도 높게 수사했지만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절대 구속될 일이 없다”고 호언장담해왔다. 하지만 결국 구속을 면치 못했다. 

혐의 입증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지만, 피해자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돈을 돌려받을 방법이 더욱 요원해진 탓이다.

이 가운데 지난달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남몰래 공장을 얻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김 대표가 아리아모빌에는 ‘회생불가’ 판정을 내리고, 캠핑카 공장을 새로 차린 뒤 개조 업무에 착수했다”는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도 들려왔다.

<일요시사>는 단독 취재를 통해 이 같은 소문이 대체로 사실임을 확인했다. 김 대표는 용인 모처의 공장 3동을 차명으로 임대했다. 또한 그는 구속 직전까지 이곳에서 캠핑카 개조 작업을 진행해왔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가 해당 공장을 찾은 사진을 여럿 입수했다. 사진은 대부분 지난달 중순에 촬영된 것으로, 김 대표가 대신 공장을 빌려준 A씨 등과 대화하는 장면부터 김 대표 지시를 받은 인부들이 캠핑카를 개조하는 모습까지 모두 담겼다.

각종 제보를 종합하면, 김 대표는 지난달 초부터 이 공장을 사용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후 지난달 중순 차량과 자재 이송 등을 마치고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작업을 위해 인부 9명을 고용했다. 다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탓에 지금은 고용이 중단됐다.

경찰은 
몰랐다?

피해자들은 인부 9명 중 일부와 연락이 닿았다. 그들은 “A씨가 김 대표의 공장 운영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설명에 따르면 표면적으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주체는 A씨였다. 인부들은 “공장을 빌린 것도, 구두로나마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도 모두 A씨 이름으로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 공장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김 대표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공장은 경기도 용인 모처에 위치했다. 수원으로 등록된 A씨의 등기상 자택 주소와는 약 27km가량 떨어져 있다.

그런데 김 대표의 자택 주소와는 불과 1.4km 거리다. A씨가 빌린 공장이지만 A씨 집에서는 적어도 40분, 김 대표 집에서는 3분이 걸린다. 

공장이 A씨가 이번에 인수한 업체와 자택 사이에 위치한 것도 아니다. A씨가 이 공장으로 오려면 그 업체를 지나치고도 최소 20분가량을 더 와야 한다. 이곳이 공단지역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대학교 근처의 주거단지 한중간에 위치했다.


‘김 대표 집과 가깝다’는 점 이외에, 별다른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 이해할만한 점은 딱히 보이지 않는 반면, 의심되는 정황은 상당한 셈이다.

또한 이 공장에서 제작된 캠핑카는 모두 김 대표와 연관돼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캠핑카는 총 8대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 중 1대는 지난 2월 야반도주 당시 사라졌던 차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차량은 아리아모빌이 지난 1월 구매한 뒤 아리아모빌 본사 등지에서 보관되고 있었지만, 야반도주가 실패로 돌아간 이후에도 그 행방이 묘연했었다. 차의 주민등록번호 격인 차대번호를 확인한 결과, 공장에 들어선 차가 사라진 차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 대표의 업무상 배임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나머지 7대는 김 대표와 알고 지내던 업체들이 의뢰한 물량이다. 이 중 2대는 당초 김 대표가 개조를 준비하다 야반도주 직전 “회사 상황 때문에 진행할 수 없다”며 한 번 돌려줬던 게 재차 들어온 것이다. 나머지 5대는 다른 업체서 의뢰해 새로 들어온 물량으로 파악됐다.

갑자기 나타난
A씨 정체는?


이 업체는 피해자들에게 야반도주 당시 아리아모빌 차량을 숨겨줬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김 대표가 몰래 공장을 운영한 사실을 알게 되자 분통을 터트렸다.

J씨는 “결국 김 대표가 피해자들에게 얼토당토 않은 변제 계획을 늘어놨던 것은 ‘시간 끌기’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4월이 되자마자 공장에 입주했다면 최소한 3월에 모든 계획을 짜고 절차를 마무리했다는 말 아니냐. 그때 김 대표는 분명 피해자들에게 ‘딴 생각 없다. 꼭 아리아모빌을 살려 변제해나가겠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도 “내가 다른 업체를 차린다는 소문은 모두 허위사실이다. 나는 그럴 생각도, 돈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땡전 한 푼 없다”며 변제를 미뤄온 김 대표 주장의 신빙성에도 금이 가게 됐다. 피해자들은 김 대표가 공장 임대 비용을 어떻게 지불할 수 있었는지, 그 경위를 따져보고 있다.

J씨는 “피해자들에게 줄 돈은 없고, 다시 공장 차릴 돈은 있는 거냐”며 “설령 이게 김 대표 돈이 아니라 A씨가 투자금이라 해도 왜 그걸 아리아모빌 재기 자금으로 쓰지 않고 몰래 뒤로 돌렸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표 행동을 보면 아리아모빌을 살릴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들은 관련 증거가 정리되는 대로 사정당국에 자료를 넘길 계획이다. 피해자 측 법률 대리인은 이런 김 대표의 행각을 ‘피해자 기망행위’로 규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가중처벌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A씨는 지난해 11월 김 대표와 처음 만난 뒤로 계속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그동안 김 대표와 투자 관련 논의를 이어왔다. A씨가 실제로 아리아모빌에 투자했는지는 미지수다. 다만 확실한 것은 A씨가 김 대표와의 접점을 점차 넓히며 그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몰래 공장 차리고 차명으로 운영
‘아리아’ 차량 빼돌려 활용 의혹도

A씨는 김 대표에게 업무상 배임 의혹을 안겨줬던 AS업체를 지난달 인수했다. 이 업체는 아리아모빌과 같은 주소지를 영업장으로 쓰면서 아리아모빌 차량 AS를 전담해왔다. 지금은 자체 차량 생산 능력까지 갖췄다. A씨는 김 대표 몫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분을 사들이며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앞서 김 대표는 지분 보유에 따른 사내이사직 등록 이외에 이 업체와의 연관성을 전면 부인해왔다. 하지만 김 대표가 아리아모빌 자금으로 이 업체 자재 대금을 대납해준 사실이 들통나면서 배임·뒷선 경영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A씨는 아리아모빌의 인수합병(M&A)까지 대신 추진하고 있다. 그는 피해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기술 이전을 포함한 아리아모빌 M&A를 적극 추진 중”이라며 “M&A만 성사되면 피해자들 돈도 모두 갚아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 피해자는 “이런 상태의 회사를 사갈 곳이 과연 있겠느냐”며 “아리아모빌만의 특별한 기술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들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가 무슨 자격으로 이런 일을 추진하는 건지 모르겠다. 난데없이 이런 내용을 꺼내길래 내심 놀랐다”고 덧붙였다.

이후 이어진 전화에서 A씨는 피해자들에게 “김 대표가 내 (아는)동생인데, 부탁하길래 변제 방안을 대신 강구해보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나설 자격이 없다”고 지적한 피해자와는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일요시사>는 A씨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각종 의혹에 관해 구속 중인 김 대표를 대신해 A씨 입장을 직접 들어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A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연락을 달라는 문자도 남겨봤지만, 끝내 연락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들은 공장 운영이 적발된 이후로는 피해자들의 연락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A씨가 김 대표의 ‘딴살림’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만큼, 그 역시 절대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A씨의 계획과는 상관없이 상환 방안을 계속 자체적으로 찾아 나설 계획이다.

애타는 마음
직접 나선다

J씨는 “김 대표를 믿은 적도 없지만 이렇게까지 무모할 줄은 몰랐다. 이로써 김 대표와 그 주변인들은 우리에게 돈을 돌려줄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게 확실해졌다”며 “내부 논의를 통해 돈을 받아낼 방법을 최대한 찾아보겠다. 어렵겠지만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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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