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가 건드린 ‘먹튀 기업들’ 손익계산서

먹고 뱉고, 먹고 뱉고…어느 새 재계 19위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사모펀드 운용사 MBK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코웨이를 웅진그룹에 매각하면서 다시 한 번 눈길이 쏠렸다. 챙긴 수익만 1조원에 넘었다. 2000년대 중반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로 성장한 MBK는 이제 M&A 시장의 단골손님이다. MBK가 건드린 기업을 확인했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2005년 설립됐다. 김병주 회장이 설립해 아시아 최대의 사모펀드로 성장했다. MBK는 세계를 무대로 M&A 시장에 발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기준 MBK파트너스는 국내 사모펀드 가운데 가장 많이 액수를 출자했다. 출자 약정액 기준 9조8978억원 수준.

2000년대 중반 
혜성처럼 등장

MBK의 투자 자산 규모는 17조원까지 증가하면서 대림그룹에 이어 재계 순위 19위까지 치솟았다. MBK는 업종을 불문하고 금융사부터 유통사까지 가리지 않고 투자했다. 지난 2005년 홈플러스를 7조6000억원에 사들이며 국내 M&A 역사상 최대 인수대금을 치르면서 눈길을 사로 잡기도 했다.

MBK는 전형적인 바이아웃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 했다. 바이아웃이란 매물로 나온 기업을 인수한 뒤 재투자를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한 후 매각하는 투자전략이다. 일각에선 가치 극대화 과정서 고용승계 등을 두고 갈등이 빈번하게 나와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다만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이 인수 후 재투자를 통해 경쟁력 회복 기회를 제공받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있다.


MBK는 이 같은 전략을 통해 시장서의 존재감을 넓혀갔다. MBK의 첫 성과는 한미캐피탈이다. MBK의 자회사 오세이지는 2006년 626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한미캐피탈을 한국씨티은행으로부터 매입했다. 

놀랄만한 일은 이듬해 벌어졌다. MBK가 우리은행에 2711억원으로 한미캐피탈을 넘긴 것이다. 1년 사이에 1840억원의 차익이 손에 들어왔다. MBK가 한미캐피탈을 인수했을 당시 재매각에 대한 전망이 나오긴 했지만 1년 남짓 숨을 고르고 재매각에 성공하자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미캐피탈은 우리은행 계열사로 편입된 이후 사명을 우리파이낸셜로 변경했다. 이후 KB금융그룹에 편입돼 현재는 KB캐피탈 간판을 달고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항상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7년에는 두산테크팩(현 테크팩솔루션)을 두산그룹으로부터 매입하면서 광폭행보를 보였다. MBK는 유리병, 캔 등 포장용기를 만드는 테크팩(현 테크팩솔루션) 사업부문의 지분 100%를 3920억원에 매입했다.

MBK의 사업수완은 합격점이었다. 매입 이후로 매각 절차에 착수한 2013년 12월까지 점유율 1위를 이어갔다.

코웨이 웅진에 재매각…수익만 1조 넘어
업종·국적 불문 비판에도 거침없는 행보

음료용기업계에선 기술력과 고객사 확보가 중요 경영요소로 작용했다. 당시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회사는 한일제관, 롯데알미늄, 삼광유리, 효성 등 굵직한 기업들이었다. 테크팩은 쟁쟁한 경쟁자 가운데에서도 1위 수성을 지켜냈다.


테크팩의 매각은 험난했다. 당시 MBK가 생각하는 테크팩의 매각가격은 5000억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과의 온도차가 존재했다. MBK는 테크팩의 에비타(EBITDA :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영업이익)의 9.5배 수준의 매각 대금으로 매입했는데 되팔 때는 10배 수준을 요구했다. 인수를 희망하는 회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롯데알미늄의 인수 의지가 중요했는데 부담스러운 가격 탓에 인수를 포기하면서 매각은 난항에 빠졌다.

시장의 분위기를 감지한 MBK는 발빠르게 자금을 회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 결과 MBK는 동원그룹에 2500억원에 지분을 넘길 수 있었다. 1300억원의 손실을 보고 매각한 터라 성공적인 인수라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두 번째 투자에선 다소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MBK는 렌터카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0년 MBK는 KT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한통운이 가지고 있는 금호렌터카 지분 100%를 2890억원에 인수했다. 출자금은 MBK와 KT가 반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이후 KT렌탈과 합병되면서 MBK는 KT에 이어 KT렌탈의 2대주주가 됐다.

금호렌터카 역시 테크팩과 마찬가지로 업계 1위의 업종이었다. 금호렌터카는 차량 5만 대, 국내 영업망 160곳, 해외 영업망 9곳을 보유한 국내 최대 렌터카 업체로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평가였다.

경영은 KT 중심의 행보였다. 하지만 MBK 역시 최고경영자 선임 및 사업전략에 관여하는 등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그 결과 기업의 가치가 상승했다. MBK는 2013년 당시 가지고 있던 지분 42%를 KT에게 넘기면서 자금을 회수했다. 매각가는 2200억원이었다.

강할 땐 혼자서
약하면 컨소시엄

지분 인수 당시 MBK가 투입한 자금이 약 13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년 만에 800억원 이상의 차익을 챙겼다. 당시 1300억원 가운데 40% 정도를 금융권에서 차입한 점을 감안하면 2배 가량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KT로서도 단독 경영체제로 좀 더 공격적인 영업활동이 가능하게 됐다. 2015년 KT는 롯데그룹에 KT렌탈을 1조200억원에 매각하면서 거액을 손에 쥘 수 있었다. KT가 투입한 자금 대비 5배가 넘는 차익을 남겼다. KT렌탈은 현재 롯데렌털이란 간판을 걸고 사업을 하고 있다.

방송업계에도 MBK 자금이 흘렀다. 종합유선방송회사 씨앤엠의 경우는 잡음도 있었다. MBK가 씨앤엠에 출자한 시기는 2008년이었다.
 

▲ 김병주 MBK

당시 씨앤엠은 알짜 회사로 평가받고 있었다. 시장에 매물로 나오기 직전 해인 2006년 씨앤엠의 매출은 3247억원이었으나 영업이익은 833억원에 달했다. 당시 하나로텔레콤이 1조7313억원 매출에 12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된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좋은 회사라는 평가였다.


MBK는 맥쿼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승부수를 띄웠다. 그 결과 최대주주인 이민주 회장의 지분 61.17%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인수후 MBK는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MBK는 인수금융을 통해 1조4000억원을 조달했는데 상환에 실패,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통해 지분 20%가량을 확보하면서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까지도 매각이 요원한 상황이다.

MBK는 경영 과정서 먹튀 자본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MKB에 대한 신한은행 등의 여신 회수 등의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4년 “매각차익만을 위해 무리하게 경영에 개입해 회사를 부실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기준 최근 5년간 당기순이익 1647억원의 81.6%인 1344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아가 ‘먹튀’ 의혹을 받았다. MBK의 매각 진행 과정도 잡음이 일었다.

구조조정과 노동자 해고, 노조 탄압 등으로 인해 노조의 고공농성과 노숙농성이 이어지면서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매각 주도권이 채권단에 넘어가면서 씁쓸하게 퇴장하는 모양새가 됐다.

존재감 뿜뿜
평가는 갈려


금융권에서의 투자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2012년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은 본사인 네덜란드 ING그룹의 경영난 영향으로 매물로 나오면서 인수희망자들이 군침을 삼켰다. 당시 인수를 노리던 후보군은 쟁쟁했다. KB금융지주, 교보생명, 한화그룹, 동양생명 등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한 그룹이 다수였다. MBK가 ING생명을 인수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KB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ING생명의 향방이 결정되는가 싶었지만 KB금융지주의 내부 이견으로 인수체결까지 이르지 못했다. 당시 KB금융지주와 ING생명 사이에 논의됐던 매각가격은 2조2000억원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ING생명은 돌고돌아 MBK의 특수목적회사인 라이프투자유한회사 품에 안겼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인수가가 1조8000억원이었던 점이다. 

MBK는 이후 3년간 경영하다 2016년 시장에 내놨다. 그 사이 가치는 꾸준히 상승했다. MBK가 원하는 매각 희망가는 3조원대였다. 하지만 워낙 매매가가 높은 탓에 인수 희망자가 나오질 않았다. 기대할 수 있는 자금은 중국쪽 자본이었지만 사드 보복의 영향으로 거래가 성사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MBK는 상장을 통해 자금 회수에 나섰다. 2017년 IPO를 진행하면서 40.85%에 대한 구주 매출을 통해 MBK는 1조1055억원의 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사실 MBK는 거액의 배당을 통해 자금의 상당부분을 회수했다.

ING생명은 2014년부터 1000억원, 이듬해에는 1820억원, 2016년에는 1670억원을 배당했다. 지난 3분기 공시 기준으로 지난해에도 574억원의 배당이 있었다. 총 5074억원이다. 지난해 상장된 점을 감안하면 이중 MBK로 흐른 배당금은 484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미 투입했던 자금의 대부분을 회수한 셈.
 

2018년에 또다시 매각설이 나오면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이 인수 주체 후보로 떠올랐다. 지난 9월 MBK는 신한금융에 ING생명(오렌지라이프) 4850만주(지분율 59.15%)를 주당 4만7400원에 넘기기로 했다. 매각 대금 총액은 2조2989억원 수준이다.

이미 구주매출과 배당을 통해 출자금 대부분을 회수한 상태서 나머지 지분을 매각하고 받은 금액은 고스란히 MBK의 수익이 됐다. 5년 만에 2조원 넘는 차익을 챙긴 것이다. 업계에선 구주 매출을 통해 ING생명의 몸집을 줄인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놀라운 것은 ING생명의 매각 이후 숨돌릴 틈도 없이 깜짝 딜 소식이 전해졌다. 코웨이 매각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M&A 단골손님서 큰손으로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성장

MBK는 2013년 코웨이를 웅진그룹으로부터 인수했다. 인수대금은 1조1900억원 수준이었다. 당시 MBK는 코웨이홀딩스에 3700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인수를 진행했다. 인수금융을 통해 4700억원의 자금이 마련됐다. 또 상환전환 우선주를 3500억원 규모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MBK는 인수 이후 꾸준히 자금을 회수했다. 배당을 통해서였다.

인수 시점인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배당금으로 웅진코웨이홀딩스로 흘러간 배당금 총액은 3500억원에 달했다.

또  자본재조정 작업을 거쳐 상환전환 우선주 상환 진행을 하는 동시에 인수금융에 대한 차입금을 청산했다. MBK는 웅진그룹의 웅진씽크빅에 코웨이의 지분을 1조6850억원에 다시 되팔았다. 주당 10만3000원의 가치를 인정 받은 셈인데 인수 당시 5만원으로 평가된 점을 감안하면 인수 단가의 두 배를 웃도는 가치를 평가받은 셈이다.

MBK는 3700억원을 들이고 1조원 이상의 차익을 남겼다. 현재 웅진그룹의 코웨이를 두고 우려의 시각이 있다.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것. 거꾸로 해석하면 MBK가 그만큼 유리하게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MBK의 투자 영역은 국내 뿐만 아니다. MBK는 유니버셜스튜디오 재팬을 인수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유니버셜스튜디오 재팬은 연간 1300만명의 입장객을 받는다. 일본 지진과 쓰나미 발생 이후 도쿄 디즈니랜드보다 오사카 유니버셜스튜디오 재팬에 대한 입장객이 증가하면서 경쟁력이 제고됐다. 
 

MBK는 골드만삭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2009년 1조3500억원(1350억엔)에 유니버셜스튜디오 재팬 지분 100%를 매입했다. MBK가 투입한 자금 비율은 전체 출자금의 23.57% 수준이었다. 인수후 MBK는 자본재조정을 통해 출자금 대부분을 회수했다. 여기에 2015년 미국 기업 컴캐스트 자회사 NBC유니버셜에 지분 51%를 매각하면서 컨소시엄은 1조8300억원의 자금을 회수했다.

여기에 나머지 지분마저 지난해 매각에 성공하면서 1조원에 달하는 매각 차익을 챙겼다.

아직 배고프다?
영향력 확대 중

현재 MBK의 자금이 투입된 있는 기업들은 국내외에 걸쳐 다수다. 따라서 깜짝 거래에 MBK의 이름이 나오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네파(한국), HK저축은행(한국), 영화엔지니어링(한국), 고메다(일본), 뉴 차이나 생명(중국) 등이 매각 대상 후보군이다. MBK의 행보에 따라 향후 M&A 시장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M&A 큰손으로 성장한 것. 

재계의 한 관계자는 “MBK를 비롯해 과거 사모펀드에 대한 시각이 먹튀 이미지 탓에 반감이 강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한계 기업에 대한 자본 투자로 기업가치가 제고돼 경쟁력을 회복하는 사례가 늘면서 우호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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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