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의정부 빙상장 특혜 의혹

어린이들 밀어내고 특정단체 밀어주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의정부 실내빙상장 대관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아이스링크 대관시간을 두고 갈등이 폭발했다. 이 과정서 특정 스포츠 단체에 대한 특혜 의혹까지 불거졌다. 의정부 실내빙상장의 속사정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 의정부실내빙상장

아이스하키, 피겨 스케이팅,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등 빙상 운동은 훈련 장소가 아이스링크로 한정돼있다. 부족한 아이스링크에 많은 이용자가 몰리면서 대관시간을 선점하는 과정이 치열해졌다. 대관시간 확보가 훈련의 필수요소로 떠오른 만큼 이 문제를 둘러싼 여러 의혹과 갈등이 전국의 빙상장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관시간
경쟁 치열

의정부 실내빙상장(이하 의정부 빙상장)도 그중 한 곳이다. 2003년 개장한 의정부 빙상장은 지상 1층 아이스링크(61m×30m)2층 관람석(986)을 갖춘 경기 북부권의 대표적인 여가 스포츠시설이다.

시민들의 체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으로 의정부시 시설관리공단(이하 시설관리공단)서 관리·운영하는 공공시설이기도 하다.

최근 아이스링크 이용 문제를 두고 의정부시가 시끄럽다. 특히 대관시간이 줄어든 아이스하키 어린이·유소년 클럽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의정부에는 리틀위니아레오스타즈등 아이스하키 유소년 클럽이 있다.


리틀위니아는 20043, 레오스타즈는 201512월에 창단했다. 리틀위니아는 2009년 전국동계체전서 초등부 금메달을 딴 명문 클럽이다.

리틀위니아와 레오스타즈는 창단 이후 지난 5월까지 매주 같은 시간 의정부 빙상장서 훈련했다. 리틀위니아는 목요일 오후 810, ·일요일 오후 68, 레오스타즈는 금일요일 오후 810시 등 각각 주 3회씩 이용했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대관시간은 두 클럽이 창단한 이래 각각 15, 36개월 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상황은 지난달 21의정부시 체육시설 관리 및 운영 조례가 일부 개정된 이후 180도 달라졌다. 해당 조례 4(사용허가의 우선순위)에 공공스포츠클럽에 대한 조항이 신설되면서, 리틀위니아와 레오스타즈 등 어린이·유소년 클럽의 대관 순위가 뒤로 밀리게 된 것.

학부모들은 의정부시가 조례를 앞세워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연균 의정부시의회 의원은 지난 425일 의정부시 체육시설 관리 및 운영 조례 일부 개정안을 제안했다. 개정안에는 공공스포츠클럽에 대한 정의, 사용허가 우선순위 재조정, 사용료 감면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관시간 두고 갈등 폭발
조례 개정되면서 지각변동


개정안은 지난달 2일 의정부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를 거쳐 다음 날인 3일, 본회의서 원안 가결됐다.

먼저 2(정의)공공스포츠클럽부분이 신설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공스포츠클럽은 생활체육진흥법 제2조 제5호서 정하고 있는 회원의 정기적인 체육활동을 위해 비영리 목적으로 운영되는 법인 또는 단체를 말한다.

4(사용허가의 우선순위)는 공공스포츠클럽을 포함해 재조정됐다. 의정부시는 체육시설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이 2인 이상 경합할 경우 해당 조례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의정부 빙상장 대관도 이 조례를 따른다.

1순위는 국가·도 또는 시의 행사다. 의정부 빙상장의 경우 의정부시청 직장운동경기부 빙상팀(이하 시청 빙상팀)이 우선순위다. 2순위는 체육진흥을 위해 필요한 각종 경기대회와 행사다. 여기까지는 이전 조례와 변동이 없다.

3순위가 각급 학교서 주관하는 행사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거나 각급 학교서 주관하는 행사 또는 공공스포츠클럽서 청소년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로 개정됐다. 공공스포츠클럽서 실시하는 체육활동 및 행사5순위로 신설됐다.

시체육회 종목단체(소속 클럽 포함)의 체육활동 및 행사조항도 신설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 조항에 어린이·유소년 클럽이 포함된다. 학부모들은 시청 빙상팀-의정부 관내 학교 운동부-어린이·유소년 클럽 등이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던 대관시간이 공공스포츠클럽의 등장으로 어그러졌고, 이 과정서 어린이·유소년 클럽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의정부시가 사전에 어떤 조율 과정도 없이 조례만을 근거로 어린이·유소년 클럽의 대관시간을 일방적으로 침해했다이 과정서 클럽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클럽 구성원의 대다수가 초등학생인 만큼 학습권과 수면시간이 침해받지 않는 범위서 대관시간을 잡아왔는데 의정부시 측에서 이를 마음대로 바꿨다는 입장이다.

15년 동안
변함 없어

반면 시설관리공단, 의정부시청 관계자는 조례에 정해진 우선순위에 따라 대관시간을 잡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의정부 빙상장 관리·운영을 맡고 있는 시설관리공단 체육시설 2팀 관계자는 조례를 근거로 인터넷을 통해 대관을 신청하는 것이라며 저희가 임의로 대관시간을 잡거나 특정 스포츠 단체에 특혜를 주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한수완 의정부시청 체육과장은 이전까지는 시청 빙상팀과 의정부 관내 학교 운동부가 같은 시간 대에 훈련을 했다. 하지만 올해 11일자로 시청 빙상팀에 쇼트트랙팀이 신설됐고, 학교 운동부 인원도 늘어나면서 안전상의 문제 등으로 (대관시간을) 분리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 과정서 어린이·유소년 클럽과 충돌이 빚어진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 과장은 지난달 21일에 개정된 조례는 국책사업인 공공스포츠클럽을 지원하기 위한 것일 뿐 대관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미 조례가 개정되기 전에도 시청 빙상팀은 1순위, 학교 운동부는 3순위, 아이스하키 클럽은 5순위였다”며 지금까지는 시청 빙상팀과 학교 운동부가 아이스하키 클럽을 배려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 ▲의정부실내빙상장

그러면서 시청 빙상팀, 학교 운동부, 공공스포츠클럽 등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스포츠 단체가 아니다. 반면 아이스하키 클럽은 빙상장을 영업장으로 하는 일종의 사설 학원이다. 공공 체육시설을 관리하는 입장서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두 단체가 충돌했을 때 어디를 우선시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렇지만 우리 입장서도 마냥 법과 원칙만을 밀어붙일 수 없기에 시청 빙상팀, 학교 운동부, 아이스하키 클럽 관계자들과 두 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다시청 빙상팀과 학교 운동부 감독들을 설득해 대안을 제시했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끝내 조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법과 원칙, 즉 조례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은 어린이·유소년 클럽의 대관시간을 원상 복귀하는 것은 물론, 조례를 다시 개정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조례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조례는 공공스포츠클럽이라는 비영리 스포츠 단체를 대관 순위서 우선하고 있다공공스포츠라는 이름 아래 신설된 스포츠 단체로 인해 기존의 어린이·유소년 클럽이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부모·시청
입장 평행선

대한체육회는 2013년부터 지역 체육시설을 거점으로 다세대·다계층에 지도자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공공스포츠클럽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공공스포츠클럽은 대한체육회서 사업 대상자의 신청을 받아 심사 후 선정한다. 대도시형은 연간 3억원, 중소도시형은 연간 2억원 등 최대 3년간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의정부시는 지난해 8월 대도시형 공공스포츠클럽으로 선정됐고 이후 올해 1월 사단법인 의정부시 스포츠클럽이 만들어졌다. 의정부시 스포츠클럽은 3년간 9억원의 국비를 지원받는다.

학부모들은 이번 조례 개정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드러냈다. 특정 인물과 스포츠 단체를 밀어주기 위해 조례가 개정됐고, 그 나비효과로 이번 갈등이 불거졌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여기서 등장하는 이름은 스피드스케이팅 전 국가대표 제갈성렬 감독이다. 제갈 감독은 현재 시청 빙상팀 감독이면서 의정부시 스포츠클럽의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학부모들은 시청 빙상팀과 공공스포츠클럽 양쪽에 관여하고 있는 제갈 감독을 밀어주기 위해 조례를 개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례 개정안을 제안한 김연균 의원은 빙상 한 종목이 아니라 체육시설 모든 종목단체에 대한 개정안을 낸 것이라며 특정 인물이나 스포츠 단체를 위한 게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제갈 감독을 잘 알지도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의정부시 축구협회장을 10년 하면서 보니까 체육시설 사용과 관련해 우선순위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았다. 또 사용료 부분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이런 문제에 대해 균형을 잡기 위한 개정안이라며 앞으로 계속 조례를 손질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스포츠클럽에 관한 우려와 특혜 의혹은 지난달 2일 자치행정위원회서도 나왔다. 특히 몇몇 의원들은 국비 지원이 끝나는 3년 뒤 공공스포츠클럽의 자생력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빙상팀 감독=공공스포츠클럽 이사
빙상장 측 “조례대로 했을 뿐”

한수완 체육과장은 공공스포츠클럽은 3년 동안 자생할 수 있는 구조, 수익구조를 만들어서 그 이후에는 스스로 사업을 운영해야 하는 모델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박순자 의정부시의회 의원은 이날 회의서 “3억씩 지원받는 3년이 지나고 난 다음에 과연 자생력으로 공공스포츠클럽의 인건비와 모든 게 운영 가능할지 계산이 확실히 나오느냐?”고 질의했다.

한 과장은 사실 공공스포츠클럽 쪽에서 굉장히 회의적으로 어려움을 저희(시청)한테 많이 토로하고 있다하지만 시에서 끊임없이 지원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스스로 사업구조를 수익성 있는 방안으로 검토하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박 의원은 또 “(공공스포츠클럽은) 시민들을 위한 공공스포츠고 또 스포츠를 시민들한테 제공하는 게 합당하고 맞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결국은 어떻게 보면 누군가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스포츠 클럽이 아닌가 하는 그런 의구심 내지는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특정 인물에 대해)누구를 지칭해서 말하기 어렵다지역서 활동하는 과정서 민원을 많이 듣는다. 한쪽이 아니라 양쪽서 들리는 말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조례 개정안이 특정 인물이나 스포츠 단체를 위해 나왔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제갈 감독은 외부서 보기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더 조심하고 있다. 하지만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은 사실과 전혀 무관하다. 공공스포츠클럽에 이사로 있는 것은 맞지만 대관 문제 등에 관여하지 않고 있고 관여할 수도 없다오로지 시청 빙상팀 감독 입장서 훈련만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대관시간문제로 인한 어린이·유소년 클럽 학부모들의 반발이 심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안타까움도 느낀다하지만 시청 빙상팀과 의정부 관내 학교 운동부 모두 조례에 의거한 우선순위에 따라 대관하고 있다. 일부러 어린이·유소년 클럽의 시간을 빼앗은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오해 소지
관여 안 해

어린이·유소년 클럽 학부모들과 시청, 시설관리공단, 시청 빙상팀의 입장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수차례 회의에도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갈등이 장기화되는 모양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즐겁게 운동하면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침해당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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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