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빙상 1번지’ 목동빙상장 입찰 특혜 의혹

조례·가산점 바꾸고…특정업체 밀어주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목동실내빙상장은 한국 빙상의 메카’ ‘빙상 1번지로 불릴 만큼 그 상징성이 크다. 오는 7월 목동빙상장의 위탁 운영업체가 바뀐다. 목동빙상장 운영권을 둘러싼 업체 간 쟁탈전이 빙상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이 과정서 운영업체 선정을 담당하는 서울시가 수상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목동실내빙상장(이하 목동빙상장)은 국내 최초 국제규격의 빙상장으로 건립됐다. 19891031일 준공된 목동빙상장은 경기장 면적이 6018에 이르고 좌석수는 5000, 최대 수용인원은 7000명에 달한다. 각종 국제대회가 열리는 것은 물론 시민들의 여가 시설로도 사용된다.

목동빙상장
누구 손에?

목동빙상장은 198912월 개장 이후 초기 10년은 재단법인 한국동계스포츠센타서 무상으로 위탁받아 운영했다. 이후 1999년 한국동계스포츠센타가 수의계약을 통해 위탁 운영한 이래, 2016년까지 줄곧 재계약이 이뤄졌다. 그러다 2017년 공개모집서 서울특별시체육회(이하 서울시체육회)가 위탁 운영업체로 선정됐다. 위탁 운영기간은 올해 말까지였다.

하지만 서울시체육회가 목동빙상장을 운영하는 과정서 유태욱 소장의 갑질 의혹, 부실 운영 등 각종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시는 목동실내빙상장 관리·운영 사무 위·수탁 협약서수탁자가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다수의 민원을 야기하는 등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돼 사업 수행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인권침해, 회계부정, 부당노동행위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를 들어 서울시체육회와의 목동빙상장 위·수탁협약을 6개월(630) 조기 해지하기로 했다.

서울시의회는 체육단체 비위근절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통해 목동빙상장의 경영 상황을 꼬집었다.


결의안에는 최근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체육계 미투 운동에도 불구하고 2014년 성추행 의혹과 불법스포츠 도박으로 코치직을 내려놓은 코치가 빙상장을 대관해 강습하도록 허가하는 등 (서울시체육회의) 경영 윤리성이 결여돼있다는 지적이 담겼다. 또 목동빙상장 소장(유태욱) 채용 과정서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서울시체육회가 불명예스럽게 목동빙상장 운영서 밀려나면서 다음 위탁 운영업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새로운 위탁 운영업체는 오는 71일부터 2022630일까지 3년간 목동빙상장의 운영과 관리를 맡는다. 세부적으로는 경기장 사용허가, 매점 등 승인된 재임대 시설 관리·운영, 공공체육시설 목적에 반하지 않는 수익사업 권한 등을 갖게 된다.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이하 서울시 사업소)는 지난 1308기 민간위탁 체육시설 목동실내빙상장 수탁기관 재선정 추진계획’(이하 목동빙상장 재선정 계획)을 시작으로 새 운영업체 찾기에 나섰다.

논란 많은 서울시체육회 
운영권 6개월 조기 해지

이후 425일 서울시청 홈페이지에 공고문을 포함한 목동실내빙상장 신규수탁자 선정계획’(이하 신규수탁자 선정계획)이 게시됐다. 신규수탁자 선정계획에 따르면 수탁자선정심의위원회(이하 수탁자위원회)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후 협상 절차를 통해 서울시와 협약을 체결한다.

심사는 입찰참가 업체의 제안설명(PPT)과 평가위원의 질의응답을 통해 이뤄진다. 제안서 평가는 정량평가 30%, 정성평가 70% 등 총 100점 만점으로 구성된다. 정량평가는 담당공무원이, 정성평가는 수탁자위원회에서 맡는다. 수탁자위원회가 운영업체 선정의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수탁자위원회 구성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사업소는 신규수탁자 선정계획서 수탁자위원회 구성의 근거로 서울특별시립체육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17(수탁자 선정기준)서울특별시립체육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10(위원회 구성·운영)를 들고 있다.


서울시 사업소는 해당 조례를 근거로 수탁자위원회는 행정1부시장·행정국장·관광체육국장·체육시설관리사업소장 내부인사 4명과 시의원·공인회계사·전문체육인·생활체육전문인·마케팅전문연구원 등 외부인사 8명을 더해 총 12명으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지난 425일 신규수탁자 선정계획서 해당 조례의 조항이 ‘처음’ 등장했다는 점이다. 지난 425일 이전 서울시 정보소통광장 등에서 확인 가능한 목동빙상장 관련 문건에서는 해당 조례의 조항을 확인할 수 없다.

130일 목동빙상장 재선정 계획, 212일 제8기 목동실내빙상장 민간위탁비 산출을 위한 원가조사 용역 추진계획에는 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9조를 근거로 적격자 심의위원회에서 수탁기관을 선정한다고 명시돼있다.

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적격자 심의위원회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각 1명을 포함해 69명으로 구성하되 위원장은 외부위원 중에 호선한다. 또 심의위원회 위원 임명과 위촉은 시장이 하도록 돼있다. 다시 말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심의위원회 구성의 주체가 된다.

그동안 일관되게 적용돼온 조례가 지난 425일 서울시청 홈페이지에 게시된 목동실내빙상장 신규수탁자 선정계획서 갑자기 변경된 것이다. 한 빙상 관계자는 입찰 과정서 심의위원이 이렇게 노출된 경우는 보지 못했다“(심의위원들에 대한) 사전 접촉 가능성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뚱맞은
조례 조항

변경된 조례를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서울특별시립체육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 제10조에 따르면 심의위원회의 위원장은 행정부시장으로 하고, 심의위원은 서울시장이 임명 또는 위촉하는 사람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사업소는 지난 51일 서울시의회 의장에게 목동빙상장의 관리·운영 제안업체의 제안서 적정성 등을 심의할 시의원 추천을 의뢰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서울시는 목동빙상장 위탁 운영업체 선정 관련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거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시 감사위원회 안전감사담당관 일상감사팀(이하 서울시 일상감사팀)은 지난 314민간위탁사업 일상감사 의견 공통기준을 내놨다.

서울시 민간위탁 사업에 따라 수탁시설 내부서 발생할 수 있는 성추행·폭언·횡령 등의 비위행위를 사전에 예방하려는 의도다. 서울시 일상감사팀은 민간위탁 선정 시 비위행위를 저지른 수탁기관 내부 종사자에 대한 배제·통제 장치가 미흡하다고 봤다.
 

▲ 서울시청

일상감사는 수탁자를 공모하는 신규 민간위탁 사업과 재위탁 사업을 대상으로 한다. 일상감사에서는 수탁자 모집공고 시 평가요소와 배점, 선정방법과 적격자 심의위원회 구성 등 민간위탁 사업과 관련된 부분을 폭넓게 살핀다. 특히 수탁자의 성희롱·폭언·비위행위와 관련해서는 자격제한과 함께 예방대책을 평가항목으로 추가하라고 권고했다.

정량 평가서 전체 배점(2030)50% 이상을 성희롱·폭언·횡령 등 비위행위와 관련해 수탁기관 소속 대표와 임직원의 민·형사 책임 전력 등을 평가하는 식이다. 정성 평가에서도 전체 배점(6070)10% 이상의 수준으로 수탁기관 내부 임·직원의 성희롱 예방·인권·청렴도에 관한 대책을 평가항목으로 마련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기준은 결재일부터 시행한다고도 밝혔다.


목동빙상장 위탁 운영업체 선정 건은 수탁자를 공개모집하는 재위탁 사업에 해당한다. 절차대로 하면 일상감사가 이뤄진 후 그 결과가 반영된 공고가 나왔어야 한다.

시 권고
무시했나?

하지만 지난 51일 게시된 목동실내빙상장 관리·위탁 운영기관 공개모집제안안내서에는 일상감사팀이 제시한 의견이 반영돼있지 않다. 서울시가 일상감사 없이 목동빙상장 위탁 운영업체 선정 과정을 진행했다는 의혹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가산점 부여표가 임의로 변경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서울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 관리지침에는 서울시 협상에 의한 계약 시 가산점 세부내역이라고 해서 가산점 부여표가 명시돼있다. 가산점 부여표에 따라 입찰에 참가한 업체는 -716.6점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목동빙상장 위탁 운영업체 제안안내서에는 가산점 부여 점수가 -64점으로 변경돼있다.

70점 만점의 정성 평가 배점 범위도 문제로 지적됐다. 서울시는 제안서평가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6(평가점수 산정)에 평가항목별 점수의 최저점을 배점의 60% 이상으로 부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0점 배점항목의 최저점은 6점이라는 뜻이다. 즉 해당 평가항목의 배점 범위는 610점이 된다.

하지만 목동빙상장 위탁 운영업체 제안안내서에는 평가항목에 대한 배점 범위가 210점으로 돼있다. ····5개 등급으로 구분해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한 빙상관계자는 실제 입찰서 12위 업체간 점수 차이는 채 1점도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배점의 범위가 넓어지면 심의위원의 의도가 평가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사업소가 내놓은 신규수탁자 선정계획이나 제안안내서는 일부 빙상인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일각에선 서울시가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조례나 가산점 부분을 손본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한 빙상관계자는 목동빙상장 위탁 운영업체 선정 관련 공고는 누더기라고 비판하며 이것저것을 손보는 과정서 특정업체 맞춤형 공고로 변질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일부 빙상인들 사이에서는 해당 특정업체가 한국동계스포츠센타를 의미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의회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해당 업체의 이름이 나오는 등 조짐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실제 지난 424일 서울시의회 제286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3차 회의서 한국동계스포츠센타가 언급됐다. 더불어민주당 황규복 시의원의 질의에 주용태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이 답변하는 과정서 나왔다. 주 국장은 한국동계스포츠센타는 빙상 경기연맹과 아이스하키협회가 50%씩 출자해 만든 법인이라고 부연했다.

황 의원이 한국동계스포츠센타만 입찰에 들어올 경우 협약이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묻자 주 국장은 두 차례 유찰되면 수의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고 답변했다.

취재 들어가자 돌연 취소 공고 
“보완해서 재공고 하겠다”

일부 빙상인들은 주 국장의 답변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빙상관계자는 한국동계스포츠센타는 20173월 이후 어떠한 공식 활동이 없고 지난해 8월에는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말했다.

한국동계스포츠센타의 역사는 목동빙상장과 그 궤를 같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서울시체육회로 운영권이 넘어가기 전까지 한국동계스포츠센타는 28년 동안 목동빙상장을 위탁 운영·관리했다. 공교로운 점은 한국동계스포츠센타의 마지막 사장이 지난해까지 목동빙상장서 소장으로 활동한 유태욱씨라는 점이다.

유 소장은 여전히 한국동계스포츠센타의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515일 기준). 서울시체육회가 목동빙상장 위탁 운영업체로 선정된 이후 유 소장이 그 자리에 오는 과정서 여러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목동빙상장의 운영권은 2017년 서울시체육회로 넘어갔지만 한국동계스포츠센타의 그림자는 여전히 남아있던 셈이다.
 

지난해 목동빙상장은 소장 채용 비리, 폭언 의혹, 유통기한 지난 음료수 강매 의혹 등 온갖 논란에 휩싸였다. 유 소장은 지난해 8월 소장 업무서 배제 조치됐고 서울시는 특정감사에 나섰다. 그 결과 유 소장을 비롯한 임직원 4명이 징계처분을 받았고 서울시체육회의 목동빙상장 위·수탁 협약은 조기 해지됐다.

한 빙상관계자는 유 소장은 서울시체육회가 목동빙상장 운영권을 잃는데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유 소장은 갑질 및 회계부정 의혹으로 직위해제, 해고조치는 물론 수사 의뢰까지 돼있다그가 여전히 등기이사로 있는 한국동계스포츠센타를 위탁 운영업체로 선정하기 위해 서울시가 공고를 뜯어고친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수탁기관 대표나 임직원의 적정성 판단등의 평가 항목을 수탁자 선정과정에 반영하라는 서울시 일상감사팀의 권고를 실제 평가항목 등에 반영하지 않은 게 한국동계스포츠센타에 간접이익을 주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다.

서울시 사업소 목동사업과 목동운동장관리팀 관계자는 지난 14<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특정업체를 지원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서울시 사업소는 다음날인 15목동실내빙상장 관리·위탁 운영기관 공개모집 공고의 취소 공고를 게시했다. 제안 안내서 사항 등을 수정, 보완해 추후 재공고하겠다는 것이다.

특혜 주려다
결국 실패?

또 다른 목동운동장관리팀 관계자는 회의 과정서 몇 가지 오류가 발견됐다. 제안 안내서의 가산점 배점이 잘못된 부분이 있어 절차를 거쳐 취소 공고를 내게 됐다일련의 과정을 거쳐 재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5월 안에는 재공고가 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일련의 과정은 일상감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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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