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5.20 20:00
[일요시사=사회팀] 미술계의 ‘이단아’이자 ‘저명한 비주류’인 이화백(본명 이기섭)이 3년 만에 개인전으로 돌아왔다. 고혹적인 색감으로 감각을 무력화시키는 ‘형식의 마술사’ 이화백을 <일요시사>가 만났다. 테이블 위에는 신선한 맥주가 세팅돼 있었다. 맞은 편 스피커에선 고급스러운 비밥이 흘러나왔다. 내심 여기자와의 핑크빛 인터뷰를 기대했던 이화백은 기자를 보자 대뜸 담배부터 물었다. “여기자(?)가 아니라 섭섭하다”는 이화백식 유머는 인터뷰 내내 계속됐다. 미술계 이단아 “일 그만두고 1년 동안 딱 2점 그렸는데 기분이 아주 좋아요. 많이 벌 때는 몇 천씩 벌고 그랬는데 (돈은 없어도) 그림은 지금이 더 나아요. 문제는 요즘도 (그림이) 잘 팔릴 때처럼 돈을 쓴다는 거죠. 그래서 가끔이지만 ‘갤러리에서 돈 줄 때가 좋았구나’란 생각을 해요.” 이화백은 러시아 국립예술대학 역사상 최연소 동양인 졸업자란 타이틀을 갖고 있다. 영국 등 해외에서의 유학생활을 마친 이화백은 오랜 타국살이를 마치고 지난 2002년 한국에 정착했다.
[일요시사=사회팀] 밀란 쿤데라는 그의 소설 <불멸>에서 "사람이 몸짓을 취하는 게 아니라 몸짓이 사람을 이용해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고 적었다. 달리는 아이들에게서 발견되는 '순간'의 몸짓들. 그러나 누군가에겐 순간으로 보이고 또 누군가에겐 영원으로 보이는 무한의 캔버스 안에서 진훈 작가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무엇을 보고 있느냐고. 진훈 작가의 그림은 미술이론가 이영훈씨의 말처럼 끊임없는 해석과 탐색을 필요로 한다. 그림이 온갖 메타포로 둘러싸여 어렵다는 말이 아니다. 때론 푸르스름하고 때론 불그스름한 캔버스 안에서 진 작가는 관객에게 자신만의 언어로 말을 건네고 있는 것이다. 감성을 표현 "관심 있는 소재가 매번 조금씩 바뀌는 편이에요. 최근 2∼3년은 도시의 이미지를 주로 그렸었죠. 하지만 한쪽에선 틈틈이 다른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전시. 달리는 아이를 소재로 한 전시를 구상하게 됐습니다." 진 작가는 소년의 달리는 뒷모습에서 중의적인 형상을 발견했다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소년은 어디로 '부터', 어디로 '향해' 뛰고 있었다. 즉 소년의 달리기는 어떤 의
[일요시사=사회팀] 서양화가 허연정 작가의 작법은 이성적 그리기가 아닌 자신의 감성에 솔직한 표현주의 화법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정제되지 않은 드로잉으로부터 출현된 에너지는 겹겹이 쌓여 낯선 세계의 문을 연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계. 시간과 공간 속에 놓인 모든 것들. 만약 '운명의 실'이 있다면 이 세계에 존재했거나 존재하는 것들은 실타래처럼 얽혀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와 우리 주변을 연결하고 있는 이 실은 때때로 우리의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도한다. 실을 따라 걸어간 그곳이 유토피아인지 혹은 디스토피아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래서 허연정 작가는 'Another World(또 다른 세계)'라고 표현했다. 허 작가가 그린 '또 다른 세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또 다른 세계 표현 "제 그림의 콘셉트는 현실에 없는 이상세계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내 앞에 있는 사과는 빨간색이지만 이상 세계에선 전혀 다른 색으로 보일 수 있잖아요. 어쩌면 다른 색의 사과가 이미 현실에 있지만 우리가 그걸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거구요. 현실에서 보기 힘든 이미지를 구현하다 보니 원색보단 중성적인 색상을 선호하게 된 점이 있죠. 또 강렬한 채색과
[일요시사=사회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인 '아트 딜러'. 기업을 대상으로 한 '아트 컨설팅'에서 탁월한 재능을 인정받고 있는 이유미씨는 자신만의 전문화된 노하우로 국내 미술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아트 컨설팅'이란 개념은 일부 대기업에서만 통용됐다. 그림을 사고파는 행위가 일종의 '사치'로 인식됐던 탓에 시장이 제한됐던 건 사실. 그러나 '아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이유미씨는 일찍이 '문화적 기업'이 갖고 있는 브랜드 가치에 주목했다. 아트 컨설팅 "산업적인 의미로서의 상품과 이미지를 갖고 있는 예술의 콜라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몇몇 기업들이 갤러리를 직접 운영하면서 컬렉팅을 시작한 것도 오래된 일이고요. 심지어는 사업장 벽면에 예술품이 걸려 있는 것도 이젠 드문 일이 아닙니다. 이렇듯 예술품은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저는 구매자에게 가장 적합한 예술품을 찾아주거나 적정한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고요." 이씨는 본인의 직업인 '아트 딜러'를 설명하면서 '중개업자'란 표현을 썼다. 작가가 그림을 그리면 그림을 파는 사람을 딜러라고 부른다고
[일요시사=사회팀] 어머니는 화가였다. 아버지는 글을 사랑했다. 부모로부터 자연스럽게 물려받은 '예술적 기질'은 운명처럼 김윤덕씨를 예술가의 길로 이끌었다. 김씨가 처음부터 예술가를 꿈꿨던 건 아니다. 얼마 전까지 그는 '미래를 꿈꿀 수 없던' 평범한 한국의 20대였다. 영국 유학파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김윤덕씨는 움직이는 것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다. 웨스트잉글랜드대학교(UWE)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김씨는 최근 설치미술과 애니메이션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픽사(Pixar)나 디즈니(Disney)와 같은 대형 스튜디오 시스템이 아닌 적은 인원으로 할 수 있는 기발한 작업을 선호한다. 평범했던 20대 "제대하고 곧장 외국으로 갔습니다. 영국이었죠. 그곳에서 한국을 생각하니 막막했어요.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게 별로 없었거든요. 그래서 부모님께 빌었습니다. 공부를 하고 싶다고요. 그랬더니 부모님께선 '돈 때문에 회계학 같은 건 선택하지 마라'면서 '네가 하고 싶은 걸 찾으라'고 조언했어요. 대학교에 입학한 뒤엔 사진도 찍고 영화도 하고 닥치는 대로 했죠. 그러다 찾은 길이 바로 애니메이션과 설치미술입니다." 내러티브가 있는 영화와 달
[일요시사=사회팀] "사랑의 힘이 위대한 것은 기적을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서양화가 이순분 작가는 투병 중인 동생을 위해 그림을 그렸다. '사랑의 힘으로 건강을 회복하길 바란다'는 의미의 분홍색 하트, 새하얀 유턴 표시는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이 작가의 표현대로 사랑은 젖어있는 몸을 새털처럼 가볍게 날게 해줬다. 세상을 향한 온기. 그의 그림엔 기적을 부르는 힘이 담겨있다. 서양화가 이순분 작가의 그림에는 늘 종이배가 등장한다. 여기서 종이배는 사람. 캔버스는 인생이다. 인생이란 긴 여정을 항해하는 배. 하지만 이 작가의 종이배는 세속적인 가치만을 좇지 않는다. 이 작가가 종이배를 통해 은유하고 있는 상징은 기계화된 사회에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어떤 '낭만의 여정'이다. 묵묵히 그린다 "자연스러운 것이 좋아요. 너무 인위적인 건 싫더라고요. 색도 그렇고. 구도도 그렇고. 우리가 도시를 벗어나 푸른 자연을 만끽했을 때 느끼는 편안함. 그 편안함을 제 그림에서도 느꼈으면 좋겠어요. 사실 제 성격도 그래요. 물 흘러가듯 자연스러운 게 좋거든요. 구름 사이로 달이 뜨고 지듯. 사계절이 순환하듯 인생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일요시사=사회팀] 김기태 작가의 작업실에는 미학 관련 서적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김 작가는 순간의 재능보다는 영원한 노력을 선택했다. 누구보다 자신의 작품에 정직한 그는 타고난 예술가였다. 화가로서 너무 이른 나이의 성공이었다. 김기태 작가는 지난 1999년 <MBC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같은 해 <서울현대미술제>에서 최우상을 <미술세계대상전>에서 특선을 거머쥐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타고난 예술가 당시 그가 내놓은 작품은 미술시장에서 꾸준히 거래됐다. 당대의 거장들만큼은 아니지만 어찌됐든 김 작가의 그림을 사고자 하는 사람은 많았다. 그러나 너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한꺼번에 받은 탓인지 김 작가도 성공이란 수렁에 빠져드는 듯 했다. 하지만 김 작가는 여느 조로한 동기들과는 달랐다. 지금에 안주하기보단 더 나은 내일을 선택했던 것.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한 작업실에서 만난 김 작가는 자신을 '노력파'라고 소개했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의 나를 돌이켜보면 조금은 우쭐한 면도 있었어요. 큰 상도 받고, 작품도 제법 팔렸으니까요. 하지만 스트레스도 심했죠. 작업을 하면 할수록 '내가
[일요시사=사회팀]사람들은 흔히 시공을 넘나든다는 말을 쓴다. 여기서 시공은 시간과 공간. 예술은 이 시간과 공간을 비틀어 관객에게 특별한 정서적 경험을 안겨준다. 정영주 작가의 그림은 이 시공의 개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른바 시공을 허문 초현실의 세계가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다. 프랑스 유학파인 정영주 작가는 집이라는 공간을 소재로 그림을 그려온 국내 미술계의 주목받는 블루칩이다. 그의 주된 작업 모티브는 산동네와 판자촌 그리고 마천루가 거세된 도시 한편의 서정성이다. 정 작가의 작업노트를 보면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그리운 마음 담아 "나는 나의 작업을 통해 소외된 것들과 잊혀진 것들을 그 속에서 끄집어내어 그들의 파라다이스로 바꿔보고 싶다. (중략) 거대한 빌딩 속에서 소외된 채 숨어 살고 있는 판잣집과 숨겨진 추억들을 과감하게 등장시켜 그들에게 주인공의 역할을 부여해주고 싶다." 최근 경기 파주 헤이리 마을에서 9번째 개인전을 연 정 작가는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지난날을 회고했다. 그가 유년 시절을 추억하는 장면에는 어김없이 산동네가 등장했다. "저는 산동네에서 태어났고, 그때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어요. 한때는
[일요시사=사회팀] 동물을 소재로 한 그림. 그러나 사람을 주제로 한 그림. 김상수 작가는 디테일한 구성과 차분한 모노톤으로 우리 삶의 한 순간을 담아냈다. 작법의 모던함과 화면의 귀여움(?)이 공존하는 그의 작품은 작가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유쾌한 현대적 우화다. 요즘 들어 개나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여기서 '키운다'함은 단순히 먹이를 주는 행위만이 아닌 '함께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려동물의 생활 습성은 인간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인간이 영위하는 삶은 개나 고양이의 일생을 좌우한다. 개…고양이…인간… 서양화가 김상수 작가는 최근 개나 고양이와 같은 친숙한 이미지를 차용해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김 작가가 단순히 반려동물을 '그린다’'는 행위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작품 속 동물의 이미지는 작품 주제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 그림마다 등장하는 동물은 인간 군상의 또 다른 모습이다. "동물을 그리다 보니까 동물전문잡지(애견잡지)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어요.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동물 이미지로 작업하는 작가가 얼마나 되냐고. 그랬더니 20&s
[일요시사=사회팀] 세계는 넓다. 그러나 이미지는 같다.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흔적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셔터를 눌러도 렌즈만으로는 담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때마침 만난 <영감, 교토> 전시는 기자가 갖고 있던 이미지의 갈증을 해소했다. 이국적 낭만을 한껏 느끼게 해준 회화들은 전시장 곳곳에서 독특한 영감을 불어넣고 있었다. 4인의 젊은 작가가 있다. 이들은 한 공간에서 1년여를 함께 숨 쉬었다. 같이 밥 먹고, 같이 붓을 들고, 함께 여행을 떠났다. 나지석, 신지원, 채정원, 황의룡 작가는 아무 의도와 목적 없이 일본으로 가는 티켓을 끊었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캔버스에 녹였다. 작가 공동체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젊은 작가들이 혼자 작업을 하다보면 굉장히 빨리 지쳐요. 미래를 생각할 때 갖게 되는 막연한 불안도 있고요. 하지만 공동체 생활을 하다보면 그런 불안이 일정 부분 희석되는 것 같아요. 물론 함께 있다 보면 서로 의견 충돌이 있어요. 하지만 각자 맞지 않는 부분을 다듬어가는 과정에서 한층 성장하게 돼요. 작업할 때 생기는 추진력은 물론이고요. 사실 요즘은 가족보다 우
[일요시사=사회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인 명사 '아리랑'. 그러나 옛것으로 치부돼 어느 틈엔가 우리 삶에서 멀어진 이름 '아리랑'. 두시영 화백은 오직 아리랑을 소재로만 그림을 그려 온 '아리랑 전문 작가'다. <일요시사>는 오는 광복절을 맞아 서울 인근 작업실에서 두 화백을 만났다. 그에게 아리랑은 자신의 삶이자 우리를 지탱하고 있는 뿌리다. 두시영 화백은 자신의 반평생을 '아리랑'과 살았다.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은 아리랑을 만난 것"이라고 말한 그는 세계인에게 아리랑의 미학을 알리기 위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 "아리랑에는 민족의 정서와 애환이 담겨 있어요. 굴곡진 우리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게 아리랑입니다. 어떤 면에선 한국인이 살아온 삶을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재밌는 게 전국에 있는 아리랑이 모두 얼마인지 아십니까? 대략 4800수 정도인데 들춰낼수록 새로워요. 알고 들어야 더 재밌고요." 아리랑이 전 세계로 알려진 시기는 한국전쟁 전후로 알려져 있다. 당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각 나라의 군인들은 전쟁터에서 들은 아리랑을 자국에 전파했다.
[일요시사=사회팀] 책장 벽면에는 형형색색의 그림이 가득했다. 엄미금 작가는 민화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회화의 '오브제(Objet)'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엄 작가는 "민화와 근대미술을 접목한 화풍은 찾기 힘들 것"이라며 작업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엄미금 민화작가는 장르의 변형으로 자신만의 고유 영역을 구축한 예술가다. 누구나 말은 쉽게 하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민화의 세계화'도 그의 작품 안에선 현실이 된다. 서울 신영동 한 작업실에서 만난 엄 작가는 빼곡한 스케치를 뒤로 한 채 "이렇게 혼자서 잘 놀고 있다'며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그림을 그릴 수 있어 행복하다"는 엄 작가는 몇몇 사람들이 그림을 사러왔던 일화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민화도 이제 한류 "어떻게 알았는지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가 방한했을 때 제 그림을 두 점이나 가져갔어요. 외국의 한 영부인도 왔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한옥에도 제 그림이 들어갔어요. 얼마 전에는 한 대기업 사장도 제 그림을 사러 왔었죠. 하지만 일부러 가격을 좀 크게 불렀어요. 나 개인이 아니라 '우리 민화가 이 정도는 받아야 된다'라고 생각했거든요
[일요시사=사회팀] 서울 서초구 우면산 자락에 있는 관문사. 이효림 작가는 이 관문사에서 '회심처(會心處)'란 주제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은은한 찻잔 속의 향기와 어우러진 형형색색의 그림은 날이 섰던 마음을 포근히 감싸 안는 듯한 기분을 주었다. 염색된 닥지만이 낼 수 있는 오묘한 색감. 불교적인 소재가 이끌어내는 담박함의 매력. 이효림 작가는 이번 회심처(會心處)를 준비하면서 "내 마음을 먼저 갈고 닦았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왜 붓이 아닌 마음을 먼저 얘기한 것일까. 붓 보단 마음으로 "지금 전시장에 모두 35점의 작품이 걸려있는데요. 이중 3분의 2는 올해 그린 작품들이에요. 사실 전시를 준비할 때는 거의 두세달을 집에 갇혀있다시피 작업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수행을 하다 보니 거기서 얻어진 것들이 많아요. 예를 들면 수행에서 배웠던 힘과 집중력을 그림에 쏟아 부을 수 있게 됐고, 그림에 막힘이 없으니까 손도 빨라졌고요. 제가 미술전공만 10년을 넘게 했는데 단순히 '앉아만 있는다'고 작업이 되는 건 아니에요." 이 작가는 묵언수행 예찬론자다. 실제로 이 작가는 지난 3년 동안 동안거와 하안거를 빠짐없이 했는데 그
[일요시사=사회팀] 그동안 '소'하면 이중섭 화백을 떠올리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 '소'를 보면 양홍수 작가를 먼저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소처럼 우직이 내면으로 뻗어 가는 양 작가의 그림은 생동적이면서도 강렬한 경험을 전달했다. 현대인은 '힐링'이란 핑계로 문제의 답을 늘 다른 곳에서 찾는다. 하지만 나를 먼저 들여다봐야 상처의 치유가 가능하단 사실을 드러낸 작가가 있다. 동양화가 양홍수 작가는 우직한 먹으로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그려냈다. 부드러움과 화려함을 내던진 그의 먹선은 투박하기 때문에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나를 찾는다 "이번 전시 주제가 심아(尋我)인데요. 찾을 심과 나 아를 써서 '나를 찾는다'는 뜻입니다. 불교 용어인 '아'를 차용했고요. 아시다시피 사찰에 가면 심우도(尋牛圖)라는 게 있습니다. 어린 동자승이 소를 찾아가는 그림인데 불교에서 이 소가 바로 '아'거든요. 소와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진정한 나를 찾는다는 의미고, 사실 전 화가이기 때문에 깨달음에 이르고자 하는 사람은 아녜요. 다만 제 내면의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자 하는 근원적 욕구를 심우도의 형식을 빌려 그린 거죠." 양 작가는
[일요시사=사회팀] 바야흐로 기호의 시대. 혹자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재림과 함께 예술 영역의 비평은 종언을 맞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하지만 비평의 홍수는 도리어 ‘진짜 평론가’의 부재를 역설적으로 증명했다. 미술평론가 변종필 경희대 교수는 부침을 겪고 있는 국내 미술 평단에 대한 진단과 함께 제대로 된 비평의 필요성을 논리적으로 풀어냈다. '미술 평론은 죽었다' 이 도발적인 질문에 미술평론가 변종필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변 교수는 "현재 평론가들이 느끼는 문제의식과 어느 정도 일치하지만 그렇다고 '제대로 된 평론이 없다'는 말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말을 이었다. 평론이 필요해 "국내 평론가협회 역사가 60년 정도 됐습니다. 현재 협회에 소속된 평론가는 60여명, 비공식으로 활동하는 평론가까지 더하면 모두 100여명 정도 되고요. 과거부터 미술계에 어떤 담론을 형성하던 우리 평론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건 아닙니다. 다만 과거에 비해 평론가의 역할이 약화되긴 했죠. 그건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커요.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과거에는 쉽게 얻을 수 없었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창구가 많아진 것도 있고. 본질
[일요시사=사회팀] 위계질서가 뚜렷한 신분사회. 조선시대의 명인 신윤복은 암울한 시대상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그의 그림들이 변치 않는 생명력을 갖는 건 한 시대의 단면을 들춰냈기 때문이다. 사회가 변했지만 아직도 작가의 역할은 시대상을 그려내는 것에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최윤정 작가의 그림은 비장하지 않아 더욱 날카롭다. TV드라마에 나온 명품백은 방송 직후 완판된다. 스타벅스 텀블러를 들고 있는 할리우드 파파라치컷은 커피 매출 신장에 기여한다. 야구가 유행이면 야구 유니폼이 불티난 듯 팔리고, 등산이 유행이면 멀쩡한 산 밑에 등산용품 매장이 들어선다. 사람들은 대체 무엇에 홀린 것일까. 서양화가 최윤정 작가는 사람들이 '안경'을 쓰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 작가가 주목한 안경의 실체는 바로 '프레임'이다. '안경' 쓴 사람들 "사람들은 어떤 상황이나 사물을 파악할 때 눈을 이용합니다. 눈을 통해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을 내리는 거죠. 그런데 우리가 보고 있는 것들은 대개 만들어진 거예요. 이런 가공의 이미지를 만든 게 바로 미디어고요. 어디까지나 가공이지만 사람들은 '보이는 이미지'가 진짜라고 믿죠. 그만큼 미디어의 영향력이 크다는 얘기고&
[일요시사=사회팀] 김현성 예술만세 대표는 '미술계의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가와 컬렉터, 딜러와 대중이 모여드는 거대한 미술 허브를 그리고 있는 것. 얼핏 무모해보이지만 그는 미술계에 닥친 거대한 변화를 이미 감지하고 있다. 국내 미술작가는 모두 3만여명. 그러나 상위 5%의 유명 작가를 제외하고는 작품을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 발상의 전환을 통해 국내 미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사람이 있다. 김현성 예술만세 대표는 국내 작가 100여명과 함께 '아트 라이선스 에이전시'라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했다. 새로운 활력소 "제가 광고디자인 회사를 한 지가 13년 정도 됐습니다. 아시다시피 업계 특성상 화가 작품을 쓸 일이 많아요. 그러다보니 여러 화가들과 만나게 됐는데…. 아니 글쎄, 국내 화가가 3만명이라는데 이 많은 작가들의 그림은 지금 다 어디 있는 거냐. 매번 '유명 화가의 똑같은 작품만 써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문화체육관광부나 협회 차원에서 미리 아카이브를 구축해놨으면 우리가 필요한 그림만 골라서 쓰면 됐는데 그런 시스템이 미술계에는 아직 없었던 거죠." 소위 '이미
[일요시사=사회팀] 서용선 작가의 그림에는 지식인의 고뇌가 담겨있다. 분단의 이념을 넘고자 하는 그의 그림에는 전쟁 직후의 자욱한 먼지와 화약 내음이 가득하다. 인천상륙작전부터 거창민간인학살까지 당시를 살았던 보통사람들의 역사가 전시장을 휘감고 있었다. 서 작가 인터뷰는 이번 전시를 기획한 서울대 정영목 교수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소리꾼 장사익의 '봄날은 간다'가 고려대박물관에 울려 퍼졌다. 해방 전후 우리 민족에 '봄날'은 있었을까. 한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큰 사건을 고르라면 주저 없이 6·25 또는 한국전쟁이 떠오른다. 하지만 한국전쟁을 주제로 한 작품은 끊임없는 자기검열에 시달렸다. '봄날'은 있었나 우리가 겪은 역사지만 늘 이념갈등에 휘말려 우리 스스로 들여다보기를 포기했던 현대사의 비극. 서용선 작가는 지난 6월25일 <한국전쟁 정전 60주년 특별전-기억·재현: 서용선과 6.25>를 통해 우리 민족이 겪은 전쟁의 맨살을 드러냈다. 앞서 서 작가는 1980년대 말부터 한국전쟁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그의 손을 거친 전쟁의 조각은 하나하나 그의 작업실을 채웠다. 이번 전시를 앞두고 서 작가는 정영목
[일요시사=사회팀] 그에게 그림은 동경하고픈 미지의 세계. 백발이 성성한 노장, 이종승 작가는 지금도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그림을 대한다. 그에게 그림은 존재 이전의 흔적이며, 탄생 이전의 신비다. 자궁 안에 있는 태아처럼 이 작가는 세상을 그림으로 뚫고 나오기 위해 오늘도 붓을 든다. 성화 속에 등장하는 예수를 닮은 머리, 날카로운 눈매와 굳게 다문 입술. 이종승 작가는 첫 만남부터 예술가만이 가진 아우라를 풍겼다. 얼핏 고독해보이면서도 자신감에 차있는 그의 얼굴은 자화상으로 유명한 독일의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를 연상케 했다. 예수 닮은 예술가 "어떻게 해서 추상화를 그리게 됐나. 이런 질문은 의미가 없다고 봐요. 작가가 그림을 그리다 보면 소재를 표현하는 방식이 사실화냐 추상화냐 이렇게 갈리는 거지. 화가라고 해서 16세기부터 있어왔던 그림을 그대로 답습할 이유는 없죠. 그런데 현대미술이라는 건 결국 작가의 철학이 중요한 거거든. 창조를 하는 거니까. 내 생각을 종이에 토해내는 게 작가고 그렇게 나온 그림이 바로 추상화란 거죠." 이 작가는 서양사상과 동양사상을 융합한 추상 예술을 추구한다. 그의 오래된 주제는 카오스. 이 작가는
[일요시사=사회팀] 대학로 동숭동 갤러리192에서 만난 김태수 화백은 겸손하면서도 유쾌한 언어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의 작품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따스한 웃음을 짓게 했다. 경기 파주 가시내 마을. 김태수 화백은 그곳에서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살고 있다. 김 화백은 몸소 작은 텃밭을 가꾸며 땅에서 자라난 작물을 거두고 그 땅에 생명을 심고 있다. 김 화백에게 그림은 그런 '생명'과도 같다. 그의 손길이 닿은 작품에는 갓 피어난 자연의 온기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늘 자연과 함께 그가 돌보는 초록빛 채마밭의 따스함처럼 그의 그림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온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작가만한 그림이 또 없다고 했던가. 전시 중인 대학로 한 갤러리에서 만난 김 화백은 주체할 수 없는 온기를 캔버스 밖으로 드러냈다. "제가 개를 좋아해요. 지금 제 그림이 있기까지는 기르던 개의 영향도 있죠. 특히 10여년 넘게 정들었던 아이(개)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그래서 제주도로 훌쩍 떠났던 적이 있었죠. 그런데 여행을 떠난 그곳에서 유기견과 또 만난 거예요. 사람과 개 사이에도 인연이라는 게 있구나…. 그런데 얼마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