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현대미술가 이화백

고혹적인 색감으로 감각 무력화

[일요시사=사회팀] 미술계의 ‘이단아’이자 ‘저명한 비주류’인 이화백(본명 이기섭)이 3년 만에 개인전으로 돌아왔다. 고혹적인 색감으로 감각을 무력화시키는 ‘형식의 마술사’ 이화백을 <일요시사>가 만났다.




테이블 위에는 신선한 맥주가 세팅돼 있었다. 맞은 편 스피커에선 고급스러운 비밥이 흘러나왔다. 내심 여기자와의 핑크빛 인터뷰를 기대했던 이화백은 기자를 보자 대뜸 담배부터 물었다. “여기자(?)가 아니라 섭섭하다”는 이화백식 유머는 인터뷰 내내 계속됐다.

미술계 이단아

“일 그만두고 1년 동안 딱 2점 그렸는데 기분이 아주 좋아요. 많이 벌 때는 몇 천씩 벌고 그랬는데 (돈은 없어도) 그림은 지금이 더 나아요. 문제는 요즘도 (그림이) 잘 팔릴 때처럼 돈을 쓴다는 거죠. 그래서 가끔이지만 ‘갤러리에서 돈 줄 때가 좋았구나’란 생각을 해요.”

이화백은 러시아 국립예술대학 역사상 최연소 동양인 졸업자란 타이틀을 갖고 있다. 영국 등 해외에서의 유학생활을 마친 이화백은 오랜 타국살이를 마치고 지난 2002년 한국에 정착했다. 국내서 영향력 있는 갤러리로 손꼽히는 A갤러리의 전속 작가로 일했던 이화백. 그러나 ‘스타작가’였던 이화백은 당시를 회고하며 “나는 회사원이었다”고 자평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작업하고 자고, 또 작업하고 자고. 내가 나를 복제하는 기분? 내 그림이 복제되는 기분? 쉽게 말하면 납품업체였죠. 그런데 납품 기일을 자꾸 못 맞추니까 ‘대기업’ 입장에선 얼마나 짜증났겠어요. 그리고 제가 인사성도 없어요. 큰 갤러리 관장님들은 인사 받는 걸 좋아하는데 (그 사람들이) 대통령도 아니고 왜 (내가) 허리를 숙여요? 이런 말하면 또 ‘싸가지 없다’고 미술계 사람들이 날 욕할 텐데 그 사람들에게도 ‘좋은 그림을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화백의 대표작 중 하나인 ‘행복한 콧물’(2008, 이하 콧물)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패러디한 역작(?)이다. 무엇보다 콧물은 컬렉터들의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전판이 솔드아웃됐다. 그러나 팝 스타일을 차용한 그의 그림은 평단에서 종종 팝아트란 오해를 사기도 했다.

“팝아트의 단점이 뭐냐. 팝아트 작가로 한 번 낙인찍히잖아요? 그럼 팝이라는 틀 안에 제가 갇혀요. 이건 영화배우가 코믹연기 한 번 하면 시나리오가 코믹물만 들어오는 것과 같아요. 그래서 이젠 패러디물은 안 하려고요. 유행 타는 그림은 솔직히 돈은 되는데 그때가 지나면 못써요.”

그의 작업실 한편에는 모나리자가 양주를 들고 있는 그림, 마리아가 텔레토비를 안고 있는 그림 등 고전을 재치 있게 해석한 그림들이 걸려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이젤에는 화려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과 독특한 문양의 건축물들이 나열된 세련된 풍경화가 걸려있다. 얼핏 보면 고전과 도시라는 전혀 다른 소재지만 이화백의 그림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형식미를 극대화한 ‘시각적 쾌감’이 그것이다.

러시아 국립대 출신 유학파 예술가
3년만에 복귀전…시각적 쾌감 극대화

“전 테크닉이 곧 철학이라고 봐요. 영화를 보면 스탠리 큐브릭도 장르가 아닌 테크닉으로 인정받았잖아요. 내 작품에는 팝아트가 있고, 사회주의미술이 있고, 장식미술이 있고, 모든 장르가 혼재돼있어요. 이걸 줄여서 뭐라고 하냐. ‘그림’. 그림이 그냥 그림이지 서양화는 이렇고, 동양화는 이렇고, 이게 무슨 소용이에요. 보기에 아름다운 게 그림이지.”

이화백의 그림은 고전에 원형을 두고 있다. 테크닉을 기반으로 한 촘촘한 구성과 세밀한 묘사는 이화백이 왜 ‘그림쟁이’인지를 잘 대변한다. 하지만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대체하면서 그림쟁이들의 ‘오리지널리티’는 약화되고 있다.

“전 컴퓨터를 할 줄 몰라요. MP3도 모르고. 전화기도 폴더폰을 써요. 아날로그적인 생활방식이 좋아서 요즘은 일부러 거꾸로 가고 있어요. 그런데 MP3 있잖아요. 그건 실재하는 게 아니에요. 다만 파일로 존재하는 거죠. 지우면 끝이잖아요. 형체도 없고. e북도 마찬가지죠. 책이 있어야 나중에 라면 먹을 때 받침으로라도 쓰죠. 요즘은 미술계에도 3D작업처럼 디지털 바람이 부는데요. 회화의 오리지널리티가 희박해지는 건 문제라고 봐요.”


“아날로그가 좋아”

이화백은 의사들이 입는 초록색 가운을 작업복으로 쓰고 있다. 의사들이 수술 도중 가운으로 피가 튀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아는 것처럼 이화백도 작업복에 물감이 튀면 ‘무엇이 잘못 그려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림을 그릴 때 수술하듯 큐레이터를 보조로 놓고 작업해요. ‘매스 대신 붓 아니 1호붓 말고 2호붓, 급해 급해’ 이렇게 말하고, 마지막엔 ‘오늘은 어려운 수술이었네’ 하면서 등을 두드리죠. 재밌는 게 좋잖아요. 그런데 전시는 재미없어요. 전시를 위한 그림은 그리고 싶지 않아요. 한 번은 포르노를 그리려고 했는데 못 그리게 했어요. 사람들이 체면을 차리기 때문에 안 사간다고. 그런데 자기가 야한 그림을 좋아하면 집에 걸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다른 사람 눈치를 보기보단 내 스스로에게 좀 더 솔직해졌으면 좋겠어요.”
누구보다 자신에게 솔직한 이화백의 이번 개인전은 대학로 갤러리192에서 만날 수 있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이화백은?]

▲영국 서리대학교 예술대학 석사
▲수리코프 모스크바 국립미술대학 석사
▲2005년 Retrospective展(인데코갤러리,서울) 외 개인전 6회
▲진실한 그림(세종문화회관), easy art(서울옥션) 등 국내 그룹전 다수
▲4 Nations(arthouse gallery, 영국) 등 해외 그룹전 다수
▲2013년 Reload(갤러리192, 서울) 전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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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