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서양화가 이순분

"사랑의 힘으로 낭만을 그리죠"

[일요시사=사회팀] "사랑의 힘이 위대한 것은 기적을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서양화가 이순분 작가는 투병 중인 동생을 위해 그림을 그렸다. '사랑의 힘으로 건강을 회복하길 바란다'는 의미의 분홍색 하트, 새하얀 유턴 표시는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이 작가의 표현대로 사랑은 젖어있는 몸을 새털처럼 가볍게 날게 해줬다. 세상을 향한 온기. 그의 그림엔 기적을 부르는 힘이 담겨있다.




서양화가 이순분 작가의 그림에는 늘 종이배가 등장한다. 여기서 종이배는 사람. 캔버스는 인생이다. 인생이란 긴 여정을 항해하는 배. 하지만 이 작가의 종이배는 세속적인 가치만을 좇지 않는다. 이 작가가 종이배를 통해 은유하고 있는 상징은 기계화된 사회에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어떤 '낭만의 여정'이다.

묵묵히 그린다

"자연스러운 것이 좋아요. 너무 인위적인 건 싫더라고요. 색도 그렇고. 구도도 그렇고. 우리가 도시를 벗어나 푸른 자연을 만끽했을 때 느끼는 편안함. 그 편안함을 제 그림에서도 느꼈으면 좋겠어요. 사실 제 성격도 그래요. 물 흘러가듯 자연스러운 게 좋거든요. 구름 사이로 달이 뜨고 지듯. 사계절이 순환하듯 인생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이 작가는 부모님에게서 예술적 유산을 물려받았다. 아버지에게선 글을, 어머니에게선 색을 배웠다. 한 미술 전문지의 프리랜서 기자로 일했던 그는 글재주 또한 남다르다. 이 작가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는 그가 틈틈이 적어 놓은 메모들이 가득했다.

"워낙 아이디어가 많은 편이에요.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래서 제 그림에는 글과 이미지가 같이 들어가는 경우가 꽤 많아요. 제가 기호학에 관심이 많거든요. 이런 면에선 응용미술을 전공한 게 오히려 도움이 되더군요. 무엇보다 다양한 소재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요. 또 제가 그림을 조금 빨리 그리는 편인데 이건 어머니가 물려주신 손재주라고 생각해요. 참 감사하죠."


긴 이력에도 불구하고 이 작가는 비교적 늦게 첫 개인전을 열었다. 2008년 부산 태종대에서 열렸던 '파스텔화전' 당시 그의 한 지인은 이 작가를 이렇게 소개했다. "여린 외모만큼이나 고운 심성으로 늘 주변사람만 챙기더니 개인전이 늦어졌다. 하지만 이제라도 좋은 그림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돼서 다행이다." 최근 이 작가의 작품은 유명 드라마에서도 배경으로 소개되는 등 그야말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

"감상은 결국 관객의 몫이죠. 전시를 열면 관객들의 시선에서 소통할 수 있어 좋아요. 아이들은 아이의 눈으로 외국인은 외국인의 시각으로 제 그림을 보고 느낀 점을 서로 얘기하고. 이런 것들이 너무 좋아요. 그런데 주위를 보면 정말 좋은 작가인데 알려지지 않은 분들도 있거든요. 저는 지금 아무 힘이 없지만 언젠가 그런 분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60살 정도 되면 오픈스튜디오를 만들어서 작업 공간을 제공해볼까란 생각도 하고요. 결과로서의 그림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과정 역시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고 생각해요."

자연과 편안함…번뜩이는 상상력 돋보여
아크릴과 먹으로…조형적인 완결미 추구

이 작가는 아크릴을 이용한 작업을 즐긴다. 그가 말한 아크릴의 장점은 소재의 물성 자체가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다는 것에 있다. 또 최근의 이 작가는 먹이 지닌 유연함을 즐기는데 먹의 농담에 따라 달라지는 시각적 효과를 흥미롭게 생각한다. 이 작가는 유채와 아크릴 또는 오브제를 활용한 다양한 방법으로 조형적 완결미를 추구해왔다. 

"이것저것 시도하는 걸 참 좋아하는데요. 젊었을 때는 티셔츠에 그림을 그려서 입기도 했어요. 그런데 돈 버는 재주는 없어서 실제로 팔진 않았습니다. 만약 그때 팔았더라면 지금쯤 어디서 사모님 소리를 듣고 있을까요?(웃음) 저는 예술이 어떤 구도자의 길에 비견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화가인 저는 묵묵히 그려나가는 거죠.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을 거고, 때론 지치기도 하겠지만 제 종이배는 계속 해나 달과 같은 이상향을 향해 나아갈 거예요. 어떤 사람들은 '소녀적 감성'이라고 하는데 예술에 있어서만큼은 늘 소녀로 남고 싶어요."

소녀적 감성

지금은 사라진 지하철 티켓. 이 작가는 한때 이 지하철 티겟에 우리의 인생이 담겼다고 생각했다. 서로 엇갈리고 다시 만나고 빨리 달렸다가도 가끔은 멈춰서고 중간에 갈아타지만 결국은 목적지로 향하고야 마는 인생의 여정.


그래서 이 작가는 지하철 티켓을 모티브로 작업하기도 했다. 그때 당시 이 작가는 '아예 지하철 안에서 전시를 하면 어떨까'하는 기발한 상상도 했다. 순수하고 꾸밈없는 소녀 같은 이 작가. 상상력 넘치는 그의 전시는 오는 10월2일 대학로 예술만세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이순분 작가는?]

▲개인전 8회(2008∼2012년) 부산 씨앤씨 갤러리, 해운대문화회관, 서울아산병원 갤러리, 미국 비젼아트홀, 스페인 알꼬르꼰 시립미술관, 똘레도 circulo de arte, 예술의 전당
▲2013 서울 오픈 아트페어(코엑스)
▲이점순, 이순분 2인전(pastel story)/리서울 갤러리 초대전
▲KPAM 대한민국미술제 개인부스전(달빛여행)/예술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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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