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초유’ SGI서울보증보험 해킹과 실태 분석

올 들어 6번째 개인 정보 줄줄
왜 악순환 뿌리 뽑지 못하나?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올해 들어 벌써 6번째 해커로부터 공격당했다. 랜섬웨어 공격의 직격탄을 맞은 SGI서울보증보험(서울보증)은 16일, 피해 구제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해킹으로 인한 개인 정보 유출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장애 복구가 늦어진 데 대해 서울보증이 금융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금융감독규정’에는 보험사 핵심 업무의 복구 목표 시간은 24시간 이내로 규정돼있으나 이번 서울보증 사태는 이를 크게 초과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취약점을 점검한 후 현장 검사 필요성이 있으면, 그에 따른 조치도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서울보증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보안 체계를 취약하게 운영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영업정지나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서울보증은 정보 및 개인 정보 보호 관리 체계 인증(ISMS, ISMS-P)을 받지 않았다. ISMS는 기업이나 기관이 정보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관리·기술적 보안체계를 갖추고 있는지를 점검해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행하는 제도로,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보안에 민감한 기업들에겐 사실상 필수 인증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서울보증은 한국거래소 상장 당시였던 지난 3월, 증권신고서에서 “ISMS 인증을 추진해 금융 보안 위협에 대응하고자 한다”고 밝혔던 바 있다. 물론 보안 인증을 받았다고 해킹으로부터 100% 자유로운 건 아니다. 실제로 최근 SKT와 예스24의 경우 ISMS-P 인증을 받았지만 피해를 입었던 사례가 있다.


한편 서울보증은 이날 오전 9시부터 피해 고객을 위한 전담 센터 운영에 돌입했다.

서울보증 측은 “시스템 장애로 인한 피해구제를 위한 ‘피해신고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피해신고센터는 피해 사례를 접수부터 보상 가능성 상담까지 응대할 수 있는 전문 인력으로 구성됐다”며 “피해를 입은 개인과 기업 누구나 유선전화를 통해 신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피해신고센터는 더 이상 신청이 들어오지 않을 때까지 무기한 운영하며, 신고 내용을 검토해 사실관계 및 피해 금액이 확정될 경우 전액 보상한다는 방침이다.

이명순 서울보증 대표이사는 이날 “한 건의 피해도 빠짐없이 보상하겠다는 각오로 전담센터를 설치했고, 추후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고객의 불편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온 마음을 다해 고객 응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 서울보증 홈페이지에 시스템 장애가 발생해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휴대전화 할부 개통 등에 필요한 보증 서비스가 전면 마비됐다. 당초 대출 실행 전 보증보험 가입이 선행돼야 하지만 시스템이 정지돼 지방 영업점들의 창구도 업무가 불가능했고, 이날 오후 홈페이지엔 사과문이 게재됐다.

이튿날 금융보안원 등 전문기관의 공동 조사 결과 시스템 장애 원인이 ‘랜섬웨어 공격’인 것으로 확인됐다. 랜섬웨어는 컴퓨터나 서버 파일을 암호화한 뒤, 복구를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사이버 공격 수법으로, 국내 보험사 중 최초의 사례로 기록됐다.

서울보증은 백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스템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랜섬웨어 공격 이전 상태로의 완전한 복구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날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랜섬웨어 감염 전 백업 데이터를 중심으로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시스템의 실시간 백업 자료는 오염돼 활용할 수 없고, 별도로 백업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어 완전히 복구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보증은 실시간 백업 시스템 외에도 물리적으로 떨어진 2곳에 데이터베이스를 둬 그간 10분 단위로 백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비스 정상화 작업도 이뤄졌다. 서울보증은 금융감독원과 금융보안원 등 IT 리스크 관련 실무진과 함께 긴급 대응에 나섰다. KB국민, 신한 등 시중은행과 협의해 ‘선 대출 후 보증’이 가능하도록 조처했고, 이동통신사와도 할부 개통 시 보증을 유예하기로 협의해 혼란을 막았다. 다만 대출 신규 접수 등 일부 서비스는 여전히 막혀 있다.

이번 서울보증 사태 등 국내 굴지 기업들의 해킹 사건으로 각 기업의 보안 부서에도 당장 발등이 떨어진 모양새다.

앞서 지난 6월엔 SK텔레콤에서 유심 서버가 해커에 의해 공격을 받아 가입자 수천만명의 정보 노출 우려가 제기됐다. 당시 대규모의 민감한 고객 정보를 다루는 굴지의 통신사에서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파장이 거셌다.

경찰 조사 결과 약 2700만건의 휴대폰 번호, 국제 가입자 식별번호 등 회원 유심 정보 및 9.82G에 달하는 데이터가 유출됐으며 총 28대의 서버가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SK텔레콤은 서버의 계정 정보를 암호화하지 않고 저장해 해커가 시스템에 접근하도록 했으며, 악성코드 감염 서버를 발견한 후에도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관련 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을 키웠다.

SK텔레콤은 해킹 사고 이후부터 지난 14일까지 해지 및 해지 예정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위약금 면제를 결정했다. 또 8월 통신비 50% 할인 및 올해 연말까지 50G의 데이터를 추가 제공하기로 했다. 또 정보 보호를 위해 5년간 약 700억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달 9일에는 ‘문화콘텐츠 플랫폼’이자 국내 대형 온라인 서점인 예스24에서도 랜섬웨어 공격으로 무려 닷새 동안 홈페이지 접속이 마비됐다. 당시 해커의 공격으로 인해 도서나 티켓 예매 불가는 물론, 2000만명에 달하는 회원들의 민감한 정보까지 유출되는 피해를 입었다.

당시 예스24 측은 ‘신원 미상자의 랜섬웨어 공격으로 시스템 제어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면서도 ‘개인 정보 유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같은 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비정상적인 회원 정보 조회 정황을 확인했고 유출 신고를 해왔다”고 밝히며 허위 공지 논란이 일었다.

해커가 예스24에 암호화 복구 해제 대가로 금전(비트코인)을 요구했으나 예스24 측에선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스24는 사고 일주일 만인 16일에 실물 상품 무상 반품, 공연 티켓 예매자에게 최대 120% 환불(1차 보상) 및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YES 상품권 5000원 지급, 구매 이력 있는 회원들에겐 추가 혜택 제공(2차 보상) 등의 피해 보상을 약속하면서 공식 사과 입장을 냈다.


지난 4월30엔 ‘취업·아르바이트 사이트’인 알바몬에서 해킹으로 인해 회원들의 이름,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 이력서 등 약 2만2000여건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 당시 해킹은 ‘이력서 작성 페이지의 미리보기’ 기능에서 해킹 시도가 확인됐으며 인지 즉시 해당 계정과 IP가 차단 조치 및 취약점에 대한 긴급 조치가 완료됐다.

다수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로 인한 2차 피해 확산 우려가 제기되는 등 우려 목소리가 나왔으나 알바몬 측은 “공식적으로 피해가 접수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알바몬이 유출 피해를 입은 회원들에게 네이버 페이, 요기요 상품권, 5대 유통 통합 상품권 10만원 중 하나를 보상 차원에서 선택 지급했으나 민감한 개인 정보에 비해 보상 금액이 너무 적은 게 아니냐는 일부 비판도 나왔다.

같은 달 5일엔 해킹 그룹 ‘탈레스’가 콜센터 용역업체인 KS한국고용정보를 공격해 전·현직 임직원들의 이름 및 생년월일 등 인사 정보를 유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킹은 ‘LummaC2’라는 악성코드를 이용해 KS한국고용정보 공식 도메인의 관리자 계정을 탈취하면서 이뤄졌다.

해킹 공격으로 인해 약 3만6000여명의 현직 및 퇴직 임직원들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으며 22G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렇다 할 사고 대응이나 보상 방안 등을 발표하지 않아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유출된 데이터가 다크웹을 통해 1만5000달러(한화 약 2000만원)에 판매되는 정황이 포착돼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KS한국고용정보의 해킹 사건은 해킹 공격으로 유출된 정보가 실제로 범죄로 악용될 수 있다는 사례를 남긴 것으로 기록됐다.

지난 3월에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가 랜섬웨어 그룹 ‘닉_디젤’에 의해 해킹 공격을 당했다. 해당 그룹은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공격해 유저들의 개인 정보를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네이버 측은 자체 점검한 결과 개인 정보 데이터베이스에 침투 정황 등 해킹 흔적은 파악되지 않았다며 이들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언론에 보도된 ‘판매자 정보’는 법령에 따라 웹페이지에 공개된 사업자 정보로 제3자에 의해 수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일자 네이버는 제3자에 의한 정보 수집을 막기 위해 자동입력 방지(CAPTCHA) 기능을 도입하는 한편, 판매자 정보가 포함된 URL 주소에 무작위 문자열을 삽입하는 등 접근 차단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랜섬웨어 공격은 사전에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는 지난달 27일 <보안뉴스>를 통해 “랜섬웨어 해커들은 백업 시스템을 공격해 기업이 빠른 복구를 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백업 시스템에 하루나 반나절처럼 최대한 짧은 주기로 업데이트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번 랜섬웨어에 당했다면 취약점이 모두 노출됐기 때문에 추가 공격 가능성이 높다”며 “키값을 주고서라도 복구했다면, 그때부터라도 철저한 취약점 관리와 안전한 백업 시스템을 갖춰 추가 피해가 없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익명을 요구한 보안 업계 전문가는 “대기업을 포함한 다수의 중소기업들은 보안을 비용으로만 생각해 투자에 소홀한 경향이 크다”며 “해커들이 이 같은 취약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오래된 운영체제(OS)나 소프트웨어는 최신 보안패치가 적용되지 않는 만큼 해킹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지원이 종료된 구형 윈도 서버를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진 예스24 해킹 사태가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커들의 해킹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데 반해, 기업의 보안 시스템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랜섬웨어 공격은 데이터를 무용지물로 만들 뿐만 아니라, 데이터 유출까지 이중고를 안긴다”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보안 위협이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이버 보안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해킹과 랜섬웨어 공격은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흔히 사용되는 용어지만 혼용 형태로 쓰이기도 한다. 해킹은 ▲정보 탈취 ▲시스템 제어 ▲서비스 방해 ▲금전적 이득을 위해 시스템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모든 행위를 일컫는다.

반면, 랜섬웨어(‘Ransom(몸값)’과 ‘Software(소프트웨어)’의 합성어)는 악성코드의 한 종류로 오직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한다. 주로 이메일에 파일을 첨부해 오픈하는 순간 감염되도록 하거나, 악성 웹사이트 방문을 유도해서 시스템에 침투하는 방식이다.

암호화된 시스템 내 파일들은 무용지물이 되는데, 해커는 복호화 키를 제공하는 대가로 비트코인 등 추적이 불가한 가상화폐 입금 등으로 이득을 취한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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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