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해킹 협박사건 전말

유명하니까 당해도 싸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지옥 같은 한 달이었다.” 해커들로부터 지속적인 협박을 받아온 배우 하정우는 그렇게 토로했다. 휴대전화를 해킹한 해킹범들은 무려 8명의 연예인을 협박해 금품을 갈취했다. 끊임없는 협박에도 굴복하지 않은 하정우는 경찰에 신고했고, 국내 거주 중인 두 명의 해킹 범죄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중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주범 A는 자취를 감추면서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 배우 하정우 ⓒ문병희 기자

지난해 12월 초, 하정우는 휴대전화가 해킹당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해킹범이 사진과 메시지를 직접 보내 협박한 것. 과거 여자 친구와의 여행 사진을 비롯해 하정우가 지인들과 찍은 사진이 협박의 핵심 내용이었다. 

경악

이 사건과 관련해 하정우와 직접 이야기를 나눈 <스타뉴스> 보도에 따르면 하정우는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협박이 이어지면서 불안감은 커졌다. 하정우는 “나중에 너희는 이런 것으로 협박하냐고 하니 그쪽에서 ‘유명인이시니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지인들과 의논한 하정우는 처음 협박을 받은 지 사흘 뒤인 12월5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했다. 당시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내용을 모두 건넸다. 하정우를 대리해 신고한 지인에게 수사관은 피해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범죄 정황을 고스란히 남겨둔 ‘버닝썬 사태’의 정준영처럼 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하정우 측은 신고를 강행했다. 하정우는 이후 전화번호를 바꿨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해킹범들이 다시 연락을 해왔다. “정말 경악스러웠다”고 그는 토로했다.


협박범들은 ‘형님’이라는 칭호를 붙여가며 협박을 이어갔고, 하정우가 굴복하지 않자 다른 연예인 해킹자료도 보내며 자신들의 힘을 과시했다. 

그렇게 시작된 협박은 근 한 달이 넘게 이어졌다. 당시 하정우는 영화 <백두산> 홍보 차 각종 미디어에 노출된 상황이었다. 협박범들은 하정우에게 직접적인 메시지를 보내며 압박을 가했다. 네이버 V라이브 촬영 중에도 ‘방송 잘 보고 있다’는 문자를 받은 하정우는 잠시 화장실에 가서 분노를 삭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협박범들은 해킹 자료를 <백두산> 개봉에 맞춰 터뜨리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억대의 금품을 요구했다. 하지만 하정우는 “너희에게 줄 돈이 있으면, 너희를 잡는 데 쓰겠다”며 협박범들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았다. 

<디스패치> 보도에 따르면 하정우는 해커와 밀당(?)을 유지하면서, 때로는 정중하게 때로는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해커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시간을 벌었고, 해커들이 갖고 있는 자료를 최대한 수집해 경찰에 관련 자료를 제공했다. 하정우의 내밀한 전략이 통한 것. 

결국 협박범이 포기한 건 12월 말이었다. 하정우에게 ‘이 문자를 마지막으로 다시는 연락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옥 같은 한 달” 해커들에 시달려
자취 감춘 주범…살아있는 ‘불씨’

하정우는 영화 홍보 때마다 기억에 남을 만한 재밌는 이야기를 쏟아내곤 했다. 재기발랄한 기지를 발휘해 영화 홍보에 늘 적극적으로 임했다.


하지만 <백두산> 홍보 관련 영상을 찾아보면, 하정우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다. 심지어 <백두산>이 본인이 설립한 퍼펙트스톰이 공동제작한 작품임에도, 하정우는 이전과는 다르게 어딘가 소극적이다. <백두산>에 함께 출연한 배우 이병헌이 하정우보다 더욱 나서서 홍보에 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협박범으로 인해 속이 타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해커들은 배우 A와 배우 B, 아이돌 C, 감독 D, 유명 셰프 E와 하정우, 주진모 등의 톱스타들을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부터 금품을 목적으로 접근했으며, 5000만원부터 1억원, 심지어 10억원 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박 도구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문자, 영상, 사진 등이다. 

특히 아이돌 C는 거액의 금품을 해커들에게 건넸다. 동영상 유출로 인한 파장을 걱정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 배우 주진모 ⓒSBS

일각에선 이들이 갤럭시S를 사용하는 이들의 클라우드 개인정보를 이용해 휴대폰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삼성 클라우드 계정과 비번만 있으면, 모든 데이터 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갤럭시 스마트폰이 타 기기에 비해 인증 절차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정우 이전에는 배우 주진모의 사생활이 온라인상에 퍼지는 사건이 있었다. 주진모와 지인들 사이의 노골적 대화가 공개된 것. 주로 많은 여성과 만나려는 부적절한 내용들로 그의 이미지는 완전히 실추됐다. 다시 작품활동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일 정도다. 

사건이 일어난 후 주진모는 “금품갈취를 목적으로 한 협박 메시지에 모두 상처입었고, 그 모습을 옆에서 보며 너무 괴로웠다. 그러나 공갈, 협박에 응하지 않은 것이 올바른 일이라 생각한다. 제가 그들의 요구에 순순히 응했다면 또 다른 범죄를 부추겨 더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러 연예인들이 협박범들에게 굴복하지 않은 덕에 경찰은 수사에 응할 수 있었다. 이에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달 12일 박모씨(40)와 김모씨(30·여)를 공갈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거해 구속 송치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변필건)는 이들을 지난 7일 구속 기소했다. 

경계

하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중국 거주 중인 주범이 아직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검찰서 기소하면서 기사화가 된 것 같다. 사실 기사가 나가면 안 됐다. 중국의 주범이 도망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가 잡히기 전까진 계속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기부터 무차별 폭행까지
강력범죄 노출된 연예인들


대중의 사랑을 받고 사는 연예인은 오히려 더 범죄에 노출돼있다. 유명세가 약점이라는 것을 이용해 오히려 더 강력 범죄에 시달리는 것이다. 

과거 배우 송혜교는 모친을 통해 전 매니저로부터 ‘현금 2억5000만원을 보내지 않으면 염산을 뿌릴 것’이라는 협박을 받았다.

당시 협박범이 전 매니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송혜교와 모친은 그 자리서 오열했다는 후문이다. 

동방신기 유노윤호는 KBS2 <여걸식스> 촬영 중 어떤 팬으로부터 받은 음료수를 마셨다가 피를 토하며 응급실에 실려 갔다.

이 음료수 안에는 다량의 강력 접착제가 들어있었다.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다 못한 범인은 경찰에 자수했다.

그는 경찰 진술에서 “그냥 골탕 먹이려고 한 짓이지, 죽이려고 한 짓은 아니었다”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이 외에도 예능인 노홍철은 집 앞에서 괴한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으며, 가수 이승철은 마약이 든 우편물을 받고 협박을 당했다.

한 연예 관계자는 “요즘에는 관리가 철저해 물리적인 피해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유명인이라는 약점을 이용해 협박을 하는 사례가 있다. 그럴수록 더욱 수사기관에 알려 위기를 탈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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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발’ 국힘 파멸 시나리오

‘전한길발’ 국힘 파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자, 국민의힘은 또 내홍 속에 빠져들었다. 국민의힘의 극우화 징후가 더욱 짙어지는 가운데, 당내 친한계와 안철수 의원의 걸음도 바빠졌다. 전씨는 역설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을 돕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면서 강경 보수의 떠오르는 별이 된 전한길씨(본명 전유관)가 국민의힘에 입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국민의힘 정점식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전한길씨가 입당한 날은 지난달 9일이고, 입당을 거부할 수 있는 제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안 반대 반발 이어져 정 사무총장은 “온라인으로 입당했기 때문에 중앙당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없다”며 “시·도당으로 입당하므로, 시·도당에서 확인 후 먼저 논의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전씨가 본명으로 입당했기 때문에, 사전에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후문도 있다. 전씨의 입당 사실이 알려지자, 친윤계(친 윤석열)와 대립하는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던 김용태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씨를 즉각 출당하라”며 “극단적 정치 세력과 절연하는 게 국민 보수를 재건하는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정선거 음모론과 윤석열 어게인의 아이콘을 국민의힘에 입당시키는 것을 국민께서 어떻게 보실지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도 “이제 친길계(친 전한길)를 만들 거냐”며 “친길 당 대표·친길 원내대표를 탄생시켜, 당을 내란당·계엄당·윤어게인당으로 완전히 침몰시킬 생각이냐”고 비판했다. 계파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 지적을 이어가는 윤희숙 혁신위원장도 “개인의 목소리를 크게 증폭시키는 건 정치인의 몫”이라며 “그런 행위가 우리 당을 점점 위태롭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은 “전씨를 초청한 토론회를 열거나 참여했다”는 이유로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과 윤상현·장동혁 의원을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했던 바 있다. 반발이 이어지자, 송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인의 입당을 놓고 호들갑 떨 것 없다”며 “국민의힘의 자정 능력을 믿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은 잦아들지 않았고, 송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의견을 바꿨다. 그는 “전씨에 대한 여러 의견을 경청·수렴하고 있다”며 “전씨의 언행을 확인하고, 당헌·당규에 따른 적절한 조치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친한(친 한동훈)계 소속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같은 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지금이라도 당원 자격 심사를 하면 된다”며 “방법을 찾으면, 얼마든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최수진 수석대변인은 “당원 자격 심사는 입당 신청 후 7일 이내에 해야 한다”며 “기간이 이미 지났고, 시·도당이 모든 사람을 일일이 조치할 순 없다”고 해명했다. 전 입당하자 김 환영…삼각동맹 급 탄생? 이재명의 중도보수 전략 돕는 1등 공신들 실제로 국민의힘은 전신 자유한국당 시절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진행자 중 1명인 김용민씨가 지난 2017년 2월 입당하자, 신속하게 제명했던 전례가 있다. 당시 김씨는 자유한국당 경기도당을 통해 입당원서를 제출해 자동으로 입당 처리됐다. 이를 파악한 경기도당은 “김씨가 당을 조롱할 목적으로 입당했다”고 판단한 후 긴급 윤리위원회를 개최해 김씨를 입당 후 8시간 만에 제명했다. 전씨가 본명으로 입당해 사실 확인이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김씨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너무 달랐기 때문에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전씨는 입당 후 순식간에 당 대표·최고위원 출마설로까지 거론되는 등 국민의힘 내 뜨거운 감자가 됐다. 전씨는 지난 18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전당대회에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 후보가 없으면, 내가 직접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당헌·당규상 전씨는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없다.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만이 출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후보 등록일은 오는 30일부터 2일 동안이고, 전씨는 다음 달 10일부터 책임당원이 될 수 있다. 전씨의 입당 목적은 국민의힘을 좌지우지할 실질적 영향력을 얻는 것이다. 전씨는 지난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TV’를 통해 “전한길을 품는 자가 당 대표가 될 것”이라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입당 목적임을 공표했다. 그는 친윤계 의원으로 알려진 윤상현·장동혁 의원이 주최한 행사에도 참석했다. 또 윤 전 대통령 구속적부심 심사가 진행되던 서울중앙지법 근처에서 진행된 집회에 참여해 “우리가 국민의힘을 차지해서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후보를 당 대표로 선출하자”고 주장했다.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서울 여의도에서 윤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손 목사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대규모 강경 보수 집회를 주도하는 양대 축이다. 전·손 목사 집회 양대 축 전씨가 차기 전당대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면, 사실상 손 목사와 전씨가 함께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는 지난 21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수십만 규모의 ‘우파 개딸(이재명 대통령의 여성 팬)’을 만들 생각도 있다”며 “전한길TV 시청자 10만명이 당원으로 가입했고, 더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10만명까진 아니더라도, 상당한 수의 추종자들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면, 전당대회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아울러 이들의 경쟁자로 알려진 전 목사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자유통일당을 창당하는 등 정치적 야심을 오래전부터 드러냈다. 전 목사가 이들의 활약으로부터 자극받아 국민의힘으로 들어올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들이 국민의힘의 외부 행보를 실질적으로 좌우할 가능성도 있다. 윤 의원과 장 의원은 이미 전씨와 행보를 함께 하고 있다.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도 지난 21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 출연해 “전씨의 입당은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다 환영하고, 다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씨를 일컬어 “강한 우파”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친윤계 의원들은 탄핵 정국에서 이들의 거대한 동원 능력을 확인했다. 이들이 각각 여의도와 광화문에서 개최한 집회엔 최소 수만 인파가 몰렸다. 국민의힘은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김건희 여사·채 상병·내란)을 방어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대응할 수단이라고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이 장외 집회엔 두 목사와 전씨가 동원하는 인파로 채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세 특검 모두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서로 명분과 실리를 골고루 챙길 수 있다. 친한계와 쇄신파 의원들이 전씨의 입당을 비판하는 것과 달리, 친윤계가 이 때문에 침묵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아울러 지난 21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 전 장관은 “전씨의 입당 절차엔 하자가 없다”며 “여러 사람이 열린 대화를 하는, 더 높은 수준의 단합을 이루는 용광로 같은 조직이 국민의힘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대선후보 교체 시도 당시 전 목사의 지원을 받은 김 전 장관이 손 목사와 전씨의 지원까지 얻으면, 가장 유력한 당 대표 후보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씨의 입당은 ▲언더 찐윤 ▲김 전 장관 ▲손 목사 등을 실 하나로 꿸 수 있는 결정적인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을 주도하기 위한 삼각 동맹이라고 할 수 있다. 쌍권을 쌍전으로? 물론 김 전 장관과 친윤계는 지난 5월 발생한 대선후보 교체 시도 이후 좋은 관계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던 과정과 같이 조직이 필요하다. 친윤계는 “윤석열정부를 망친 원흉”이란 비난을 듣고 있고, 대선후보 교체를 주도했던 쌍권(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을 대신할 새 얼굴이 필요하다. 친윤계 의원 중 국민의힘의 텃밭인 영남·강원을 지역구로 두고,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채 실질적으로 당을 주도하는 의원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으로선 이미 효용 가치를 다한 쌍권을 ‘쌍전(전광훈·전한길)’으로 교체해서 나쁠 게 하나도 없다. 대중 동원 능력이 없는 쌍권과 달리, 쌍전은 대중 동원 능력까지 갖췄다. 언더 찐윤의 새 얼굴이 되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극우 정당 득세 과정과 똑같아서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극우 정당은 전통적인 기득권과 대중 앞에서 광대 노릇을 할 포퓰리스트가 결합해 득세한다. 독일의 나치당도 독일 전통 귀족 융커와 대중선동에 능한 아돌프 히틀러가 “배후에서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게 만든 유대인·공산당을 몰아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뭉쳐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 프랑스의 극우 정당 국민연합도 부유층과 저소득층을 지지 기반으로 두고 있고, 장마리 르펜이란 선동가가 창당해 차근차근 키운 이후 돌풍을 일으켰다. ▲언더 찐윤 ▲보수 성향의 전통 지지 기반 ▲대중 선동에 능한 쌍전의 결합 등도 위 사례들의 흐름으로 연결되지 않으리라 보장은 하기 어렵다. 이들의 결합이 국민의힘의 비극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이재명 대통령이 발표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18일 선언으로부터 비롯된다. 당시 이 대통령은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민주당은 진보가 아니다”라며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보수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대한민국에선 민주당이 중도 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후 3연속 총선 패배 극우 10만명 입당이 해결책? 이후 진보 진영 내에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을 극우로 규정하는 기사와 칼럼이 다수 나오고 있다. 작가 박권일씨는 <한겨레21> 기고 칼럼들을 통해 이 의원을 “극우 엘리트주의자”라고 규정했다. 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고 칼럼을 통해 “새 정부는 이 의원과 같은 극우 정치인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상욱 의원도 지난 15일 <일요시사>와 만나 “이 의원은 사회 갈등과 혐오에 기반해 선동한 후 자기 세력을 만드는 극우 정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강경 페미니즘 세력과 격렬하게 다투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를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이 의원의 행보를 매개로 “이 의원은 극우 정치인”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선 다양한 찬반 의견이 나온다. 이 의원 지지자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반대하고, 국민의힘에서 각종 극단주의 세력과 다퉜던 이 의원이 왜 극우 정치인이냐”고 반발한다. 이 움직임을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선언과 맞물려 판단해보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을 한 데 묶어 극우로 규정한 후, 민주당이 전통적인 보수 영역을 차지하고, 진보 진영의 외연도 함께 확대하려는 장기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시각에 따라선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이 그 빌미를 제공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런 흐름을 강하게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극우 컬트 정당으로 어떻게 이재명정부를 견제할 수 있겠느냐”며 “이대로 가면 보수 정치가 완전히 무너져 민주당이 일본 자민당 같은 입지를 차지하는 1.5당 체제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한 전 대표는 같은 날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났고, 전날인 19일엔 안 의원을 만났다. 당의 극우화를 막기 위한 ‘반 극우연대’ 논의를 위한 만남으로 해석되고 있다. 안 의원도 지난 24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같은 취지의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의 극우화 징조와 언더 찐윤의 부각은 3연속 총선 참패로부터 비롯된다. 국민의힘은 새누리당이었던 지난 2016년 이후 진행된 3번의 총선에서 모두 참패했고, 의석도 나날이 줄었다. 특히 치명적인 것은 수도권 참패였다. 이로 인해 국민의힘 내 수도권 기반 정치인의 힘이 약해졌고, 전통적 지역 기반에서 조용히 기득권을 누리는 의원들은 ‘언더 찐윤’으로 조직화했다. 이들과 다퉈왔던 친한계 의원들과 안 의원은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이들의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도 보수’ 선언을 했던 지난 2월은 국민의힘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을 겉으로만 비판할 뿐 체포 저지를 시도하고,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도 겉으로만 반대하는 상황이 일어난 이후였다. 점점 짙어지는 극우화 징조 이 대통령과 민주당·진보 진영으로선 국민의힘이 현실적 자정 능력을 사실상 잃었음을 파악한 후 “자신 있게 동진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확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진 전략은 영남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지리적 차원의 전략이었다. 반면 이 대통령의 동진 전략은 이념적 차원의 전략이다.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해 김 전 장관·언더 찐윤과 손잡고, 전당대회를 좌지우지하려고 한다. 만약 이 대통령과 민주당·진보 진영의 동진 전략이 성공한다면, 쌍권과 쌍전이 1등 공신으로 역사에 남을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